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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한글이 만난 사람

한글의 정신을 새기는 곳, 강복영 작가의 취림헌

경기도 파주의 헤이리마을 한 켠에는 한글을 활용해 멋진 작품 활동을 하고 계신
강복영 작가님의 ‘취림헌’(http://chweerim.com)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취림헌을 맨 처음 보게 되면 전면 유리를 장식하고 있는 전각작품을 활용한 블라인드가
눈에 들어옵니다.
보는 순간, ‘아~ 이렇게 멋진 작품이 한글로부터 비롯되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죠.
오늘은 취림헌의 한글 사랑을 한 번 들여다볼까 합니다.
 


취림헌의 주인장이신 강복영 작가님은 18년간 교직생활을 해오신 아주 특이한
경력을 보유하고 계십니다.
일반 작가와는 조금 다른 길을 걸으셨다고 할 수 있을까요?
교직생활 후 처음에는 서예에 관심을 가지고 작품활동을 하셨으며,
진흘림체에서 작가님만의 영역을 확보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취림헌에 방문하면 서예작품보다는 알록달록 화려한 색의 한글 전각 작품이 눈에 띕니다.
최근에는 전각에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셔서 일텐데요, 오늘 주로 이야기할 부분도
바로 ‘한글 전각’입니다.

전각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도장을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강복영 작가님의 경우에는 한글 자음과 모음을 형상화하거나 한글 자체를
자연과 연결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시키는 전각 작품을 만들어내고 계십니다.

전각이라는 용어가 다소 세월이 느껴지는 것에 비해, 강복영 작가님의 전각 작품은
신세대도 좋아할 만큼 신선하다고 할까요?
조금 전문적인 언어를 사용하자면, ‘전각의 현대적 재해석’을 이뤄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강복영 작가님의 활동은 단순히 한글을 새로운 모습으로 새겨내는데에 그치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한글 전각을 이리저리, 작가님의 다른 작품과 융합하여
아주 새로운 작품도 만들어내고 계시니까요.


취림헌 한 켠에 있는 진열장에서는 그 동안 작가님이 만들어낸 전각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전각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작품으로서의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나 할까요?
이러한 전각 작품들이 모이고 모여, 작가님만의 것으로 재해석 과정을 거치고 나면,
아주 멋진 전각 작품이 탄생되게 됩니다.

전각이라는 용어에서도 느껴지듯이 칼로 딱딱한 무언가를(주로 돌이 사용됩니다) 새겨내야 하는
것이기에 매우 힘든 작업입니다.
그래서인지 강복영 작가님의 손을 보면 거친 남성을 연상시키듯 매우 투박합니다.
작가님의 화려하면서 때로는 아기자기한 작품에서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이죠.
하지만 작가님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세월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고 있는
‘젊은이의 열정’이 담겨있음을 발견해낼 수 있습니다.  


취림헌은 1층에는 작가님의 작업실과 작품의 일부가 전시되어 있고,
2층에는 전각만으로 구성된 작품과 전각과 서예가 서로 조화를 이룬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취림헌을 찾아온 손님에게는 작가님의 정성이 담긴 따뜻한 (날이 더울 때는 시원한) 차도
내주시니 한 번 방문해서 작가님과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을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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