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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이 있는 작품

한글 창제에 얽힌 비밀은?

2009년 9월 26일부터 무대에 오른 '누가 왕의 학사를 죽였나'를 10월 2일에 관람했습니다.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진행되었던 이 연극은 이정명 작가의 <뿌리깊은 나무>가 원작으로 사실과 허구가 뒤섞인 팩션입니다.

10월 9일 한글날을 맞아 더 뜻깊은 행사를 찾다 발견했던 이 연극은 사실 작년에도 초연되었던 작품이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는 한글행사가 별로 없다고 투덜대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주변을 조금만 둘러봐도 꽤 많은 행사를 한글날을 맞아 진행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이 연극은 한글이 어떻게 창제되었는지를 우리에게 들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세종을 도와 한글을 창제한 네 명의 학자들의 죽음을 둘러싼 추리극이 펼쳐지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한글이 왜 창제되어야만 했는지 그 정신에 대한 고민도 빼놓고 있지 않습니다.

더욱이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세자 빈 봉씨에 대한 시각도 이 연극에서는 새롭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녀는 정말로 궁녀와 통했던 것일까? 아니면 어떤 존재였을까?

극중에서 등장하는 그 궁녀의 이름은 '소이'라는 여성으로 나옵니다. 그녀는 벙어리였습니다. 적어도 이 극의 중반부를 넘어서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그러다 그녀는 갑자기 말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마술일까 아니면 그녀는 벙어리인 척 했던 것일까요?

그 궁금증은 이 집현전 학사들의 죽음을 검사하는 경비병 강채윤이 가지고 있던 마방진이 해답이자 실마리였습니다. 왜냐하면 그 마방진에 써져있었던 것은 세자빈 봉씨가 '소이'에게 말을 가르쳤던 증거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자료는 세종에게도 분명 도움이 되었던 것으로 연극은 그려지고 있습니다.

벙어리 궁녀에게 말을 가르쳤던 세자빈 봉씨에게 궁녀와 정을 통한다는 내용으로 누명을 씌어 내쫓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어쩌면 한글창제와 관련된 것이 아닌지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집니다. 일리있는 설득력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누명을 씌운 존재는 최만리였음이 밝혀집니다.



하지만 집현전 학자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이 또한 과연 최만리였을까? 성삼문과의 신구대결에서 최만리는 확실히 신흥세력이었던 그 죽은 학자들을 싫어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들을 죽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무엇을 위해 이 위험한 짓을 했던 것일까요? 비밀은 '고금통서'에 있고 그 고금통서를 명나라의 사신에게 넘긴 집현전 학자 그 누군가가 이 연극의 살인자입니다.

물론 이 연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종이 왜 한글을 만들어야 했는지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도 '고금통서'는 한글창제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백성들에게 새로운 시대를 열어주기 위해 하늘과 땅과 사람을 본따 만든 '천지인'이며 사람의 기관을 본따 만든 28개의 글자들을 만든 세종의 자주적인 정신을 담고 있는 것은 바로 '고금통서'로 연극에서는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가 왕의 학사를 죽였나'는 오는 10월 11일까지 초연되며 한글 날을 맞아 우리에게 한글의 소중함을 일깨워 줄 것입니다.

 온한글 블로그 기자단 1기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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