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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이 있는 작품

우리 노랫말이 선사하는 가슴시린 아름다움 - 이소라

음악의 3요소, 기억 하시나요? ‘리듬, 멜로디, 화성’... 하지만, 대중가요는 여기에 하나가 더 있습니다. 바로 ‘노랫말’입니다. 멜로디를 타고 운율에 맞춰 흐르는 노랫말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전에 알던 내가 아냐 Brand new sound
새로워진 나와 함께 One more round
Dance Dance Dance till we run this town 
오빠 오빠 I'll be I'll be down down down down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마지 않는’ 소녀시대<Oh!>입니다. 노래 가사에 우리 말보다 영어가 훨씬 많죠? 어떤 사람들은 ’팝 문화에 익숙한 작사가들의 작품'이라고도 하지만, 사실은 일본 대중가요의 영향 때문입니다. 



俺は車にウ-ハ-を (飛び出せ Highway)
つけて遠くfuture 鳴らす (久しぶりだぜ)




‘Quruli’라는 일본 록밴드의 히트곡 <Highway>의 가사 일부입니다.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삽입곡으로도 유명해진 노래죠. 보시다시피, 가사 중간중간에 영어 단어가 들어가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영어 가사가 적절히 들어가야만 히트한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죠. 

일본의 대중 가요가 한국 보다 한 수 위라고는 하지만, 멜로디나 음악 형식이 아닌 가사 형식까지 굳이 일본 노래를 따라할 필요가 있을까요? 우리 말만 가지고도 충분히 멋진 가사를 쓸 수 있는데 말이죠. 주옥같은 우리말 가사를 쓰는 사람들이 있지만, 최근의 아티스트로 저는 이소라를 꼽고 싶습니다. 이소라는 대부분의 가사를 자신이 직접 쓰는데, 정말 마음이 찡~할 정도로 공감되는 내용이 많습니다. 


이소라는 자신의 체험과 생각을 최대한 짜내 마음을 시리게 하는 가사를 쓰기로 유명합니다. 위의 <바람이 분다> 역시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은 노래입니다. 이소라의 쓸쓸한 목소리와 멜로디도 그렇지만, 이노래의 진가는 가사에 있다고 생각해요.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헤어진 연인의 감정이 나의 그것과는 다르다는 한 문장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듭니다. 

이소라의 일곱 번째, 셀프 타이틀 앨범에서도 주목할 만한 곡이 있습니다. 이 노래는 작곡가 이규호가 이소라의 가사에 곡을 붙인 노래에요. 음반 전체 곡에 제목이 없기때문에 보통 <Track 6>이라고 부르는 이 노래는 가사가 참 특이합니다. 

처음에는 뭘 이야기하려 하는 줄 몰랐지만, 여러번 가사를 읽으며 노래를 함께 들어보니 이해가 가기 시작했어요. 어릴적부터 약하고, 친구들에게 따돌림 받고 맞고 살던 노래속 ‘아이’가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데 대한 불안함과 걱정을 표현한 이 노래의 후렴구는 이렇습니다. 


이 가사를 처음 받은 작곡가 이규호는 이렇게 물었대요. “가사가 도대체 뭐야? 발음을 알 수가 없어 진짜...”. 이에 대한 이소라의 반응은 이랬습니다. “발음 똑바로 해도 알아듣기 그냥 그래. 그렇게 일부러 써서 그래”...
 
음반 속지에서는 이 가사에 대한 설명을 특별히 설명하려 하지 않았습니다만, 역시 뮤지션은 노래로 말해주더군요. 글로 그 느낌을 전달할 수 없지만, 저 가사를 읽어보시면 좀 느낌이 오실지 모르겠습니다. ‘여기 아니 거기 어디든 나 있는 곳 지금’... 이소라가 말한 대로, 발음으로만 들으면 알아듣기 힘든 말입니다만, 노래 전체를 듣자면 ‘아이’의 불안함과 혼란스러운 외침이 저 혼란스러운 발음의 가사에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소라뿐만 아니라, 서정적인 순정만화같은 노랫말을 편안한 내용에 실어 보내는 이한철김민규, 여러번 곱씹어볼 만한 철학적인 내용을 가사로 자주 쓰는 이승열 등 아름다운 노랫말을 들려주는 뮤지션들이 많습니다. 여러분들도 앞으로 노래 들으실 때, 가사를 곱씹어보는 습관을 기르신다면 또다른 행복을 느끼실 수 있으리라 장담합니다. 

온한글 블로그 기자단 2기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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