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 대학 건축과 교수님과 담소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 중 ‘디자인’이란 말에 대하여 서로 간 이견이 생기더군요. 저에게 교수님께서 이렇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우리말로 디자인의 뜻을 아세요?”
잠시, 생각한 후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외형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는 것을 뜻하지 않나요?”
이 말을 들은 교수님의 표정이 심상치 않더군요. 순간 “내 대답이 틀렸나?”하고 의아했습니다. 좀 멋쩍어하는 저에게 그분은 바로 다음과 같이 말씀을 이어갔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디자인’이란 영어 단어에서 한 가지 뜻만 널리 이해하고 있어요. 저 같은 건축가들은 ‘디자인을 한다.’는 것은 곧 ‘설계를 한다.’라고 이해하는데 말입니다.”
DESIGN. 이 영어 단어를 접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의미가 무엇일까요? 저는 패션과 관련된 디자인적 의미를 연상하게 됩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이참에 영어 사전에서 이 단어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알아봅시다.
design [ 명사]
1. 건물, 책, 기계 등의 디자인(된 형태)
- The basic design of the car is very similar to that of earlier models. 그 차의 기본적인 디자인은 이전 모델들의 디자인과 아주 비슷하다.
2. 디자인(술), 설계(법)
- interior designa course in art and design 미술 디자인 과정
3. 설계도, 도안
- designs for aircraft 항공기 설계도
[동사]
1. (상품, 건축물 등을) 디자인[설계/도안]하다
- to design a car / a dress / an office 승용차/드레스/사무실을 디자인하다
2. (체제, 방법 등을)설계하다
- We need to design a new syllabus for the third year. 3학년을 위해서는 우리가 새로운 교수요목을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3. [주로 수동태로](특정한 목적, 용도를 위해)만들다[고안하다]
- The method is specifically designed for use in small groups. 이 방법은 특별히 소규모의 그룹에서 사용하도록 고안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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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국어 사전에서도 [design]은 ‘의상, 공업 제품, 건축 따위 실용적인 목적을 가진 조형 작품의 설계나 도안.’이라고 명시하고 있네요. 저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더불어 '디자인(design)'은 우리말로 순화하여 '설계', '도안', '의장' 등으로 쓰도록 정한 바 있다고 합니다.
아무튼 ‘디자인’에는 기계의 설계나 회화의 초벌그림도 포함합니다. 디자인이라는 용어는 ‘지시하다·표현하다·성취하다’의 뜻이 있는 라틴어의 데시그나레(designare)에서 유래한다고 하네요. 디자인은 관념적인 것이 아니고 실체이기 때문에 어떠한 종류의 디자인이든지 실체를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답니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주변에서 온통 디자인을 위한, 더 나은 디자인을 창출하기 위한 각종 행사와 공모전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주어진 목적을 조형적으로 실체화하는 ‘디자인’을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죠.
디자인은 주어진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여러 조형요소(造形要素) 가운데서 의도적으로 선택하여 그것을 합리적으로 구성하여 유기적인 통일을 얻기 위한 창조활동이며, 그 결과의 실체가 곧 디자인입니다.
게다가 항상 인간의 의식적인 노력으로 구체화하는 실체의 세계가 디자인입니다. 인간이 의미 있는 것을 실체화하고자 의도적으로 노력해온 결과가 인간의 생활이고, 문명의 세계이며, 따라서 생활의 실체, 문명의 실체가 곧 디자인의 세계인 것이지요.
19세기에서 20세기 초에 이르는 동안의 디자인 사(史)는 이념의 시대였으며, 디자인의 주된 논의는 미적인 것(미의 절대성)과 기능적인 것(미의 공리성)에 대한 것으로서 오늘날까지도 디자인에서 중심과제는 이와 같은 두 가지 가치규범에 대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부분이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디자인에 대해 헷갈리거나, 또는 다른 한쪽 뜻만 이해하여 생각이 굳어진 듯해요. 또는 미디어의 영향 혹은 자신이 주로 관심을 두는 분야에만 집중적으로 시선이 쏠리기 마련이잖아요. 제가 패션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것처럼 말이에요.
디자인의 종류는 크게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고 합니다. 첫째, 인간생활에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넓히고 보다 신속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시각을 중심으로 하는 시각디자인(visual design)과, 둘째는 인간생활의 발전에 필요한 제품이나 도구를 보다 다량으로 완전하게 생산하기 위한 제품디자인(product design)이 그렇습니다. 마지막은 인간생활에 필요한 환경 및 공간을 보다 적합하게 하기 위한 환경디자인(environment design) 이랍니다.
이외에 마케팅이나 광고활동에서도 디자인은 매우 중요한 의의가 있습니다. 상품기능이 동질화됨에 따라 브랜드 상호 간의 경쟁은 그 형태의 조형성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광고 디자인은 재료, 생산방법, 기능 등과 조형성을 고려하면서 종합적으로 계획, 설계하는 것, 또는 설계되어 만들어진 것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제가 관심 있어 하는 의복 쪽에서 디자인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요? 복식 용어로 소재(옷감)와 형(실루엣과 디테일)을 종합적으로 계획, 고안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고 하네요. 디자인의 요소로는 색채 · 무늬 · 감촉 · 실루엣 · 디테일 등이 포함됩니다.
때로는 소재 · 색채 · 무늬 · 디자인으로 받아들이게 될 경우도 있으며, 여기서는 디자인이란 형을 가리키고 있답니다. 디자인 대신에 스타일이라고 할 때도 있고요. 또한, 디자인의 아름다운 형식 원리로는 하모니 · 밸런스 · 리듬 등을 들 수 있다고 말합니다.
디자인이란 단어 하나에 이렇게 많은 의미가 숨어 있는 줄은 몰랐네요. 좀 어렵기도 합니다. 우리는 영어권 국가가 아니지만, 제2 외국어로써 항상 그 중요성이 주목받는 영어를 친숙하게 사용하고 있어요. 하지만 어떤 단어를 하나의 의미로만 이해하는 것은 외국어의 ‘현지화’와 또 다른 개념이라고 생각됩니다.
영어가 여러 국가에서 모국어 또는 국제어로 활용되면서 미국식 영어와 영국식 영어 외에도 필리핀과 호주 등 다양하게 분류되긴 하지만, 이는 발음상의 차이일 뿐 그 뜻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죠.
지금까지, 디자인을 비롯한 외국어 단어의 폭넓은 뜻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몇 자 적어봤습니다. 아직까진 ‘디자인을 한다.’라는 표현이 더 고급스럽게 들리지만, 앞서 언급했던 디자인의 순화된 우리말 표현인 '설계', '도안', '의장'과 같은 낱말이 익숙해지기 전까진 말이에요.
▣ 자료 및 사진 출처
패션전문자료사전, 패션전문자료편찬위원회, 한국사전연구사
네이버 지식사전 / 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nexearch&query=%B5%F0%C0%DA%C0%CE&sm=top_hty&fbm=0
위키백과사전 / ko.wikipedia.org
네이버영어사전 / endic.naver.com/krenEntry.nhn?entryId=7d06377a732942c0b0094928c0c7d7a0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 korean.go.kr/09_new/index.jsp
온한글 블로그기자단 3기 배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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