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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한글 책꽂이

말짱글짱 기자가 알려주는 [진짜 경쟁력은 국어 실력이다]

  
세계화 · 국제화 시대, 진짜 경쟁력은 무엇일까요?

'국제화 시대, 당신의 경쟁력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면, 여러분의 대답은? 
자신 있게 ‘영어’라고 답했다면, 이미 뒤처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진짜 경쟁력은 국어 실력’이기 때문입니다. 

영어 공용화니, 영어 몰입식 교육이니 하며 한창 영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현실에서 국어 실력이 진정한 경쟁력이라는 주장에 적잖이 당황스러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영어가 경쟁력이라 말하는 사람들은, 현재 중요한 정보의 상당수가 영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그 정보를 신속하게, 효율적으로 얻기 위해서 영어가 제일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런데, 인간이 만들어내는 모든 결과물은 '사유'에서 나옵니다. 누구나 모국어로 사유한다는 점을 생각할 때 영어로 된 최신의 정보를 아무리 많이 받아들여도, 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확장하고 발전시킬 국어 실력이 부족하면 아무 소용이 없게 됩니다. 이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죠. 

 게다가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서도 국어 실력이 기본이 되어야 하며, 모든 학습은 국어 능력이 갖추어졌을 때 가능하므로 궁극적으로 진정한 경쟁력은 ‘국어 실력’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국어는 ‘우리말 사랑’ 차원에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공부해야 합니다.

 이 책은 말짱글짱 기자로 통하는 한국경제신문 홍성호 기자가 삶의 현장에서 갈고닦은 국어 실력을 발휘해 단어부터 조어, 말법, 국어의 규칙과 문장 쓰기까지 총망라해 펼쳐내고 있습니다. 

 교과서적인 딱딱한 설명이 아니라, 우리가 늘 접하는 신문 방송 등 언론의 말글 실태를 통해, 때로는 정계나 관계, 재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때로는 문학작품의 사례를 통해 구체적이고 현실감 있게 국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어 쉽게 공유할 수 있습니다.

 책 내용을 살짝 들여다볼까요?

 

경쟁력 1. 단어는 나의 힘

- 표준어와 비표준어, 헷갈려서 잘못 쓰는 단어, 외래어와 고유어, 북한말 

· 수천 마리 철새 떼가 일시에 ‘푸드득’ 날갯짓 했다.
· 충북 단양 소백산 일대가 철쭉 집단 서식지로 이름나 있다.

 신문과 방송, 문학작품 그리고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장들이다. 그런데 이 문장들은 모두 적절하지 못한 단어를 쓴 대표적인 사례를 뽑은 것이다. 누구나 흔히 헷갈려 잘못 쓰기 쉬운 단어들이기 때문에 위 문장에서 틀린 것을 가려낸다면 뛰어난 어휘력을 갖춘 셈이다. 

 일단, 첫 문장에서 잘못된 것은 ‘푸드득’이다. 큰 새가 힘 있게 날개를 치는 소리, 또는 그 모양을 뜻하는 ‘푸드덕’을 ‘푸드득’으로 잘못 쓴 것이다. ‘푸드득’은 되직하지 않고 액체를 머금은 물질이 터져 나올 때 나는 소리인데, 만일 새가 머리 위에서 ‘푸드득’ 했다면 이만저만 난감한 사태가 아니리라. 

 두 번째 문장은 ‘서식지’가 잘못됐다. 서식지는 ‘동물이 깃들여 사는 곳’이라는 의미이므로 철쭉 같은 식물에는 ‘군락지’란 말이 적당하다. 


경쟁력 2.
국어의 재발견 - 조어와 약어의 세계

- 조어, 사어, 약어, 생명을 가지고 변화하는 말

 말은 시간과 함께 진화한다. 또한 사회, 문화, 경제의 발전에 발맞추어 새로운 말이 탄생하기도 하고 기존에 쓰던 말이 사라지기도 한다. 이런 말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면 이른바 경쟁력이 없는 말을 구사하는 사람이 되고 만다. 

 가령 누군가 개인적으로 ‘엽기적’이란 말에서 ‘끔직한, 잔혹한’ 정도의 뜻만을 떠올린다면 그는 요즘 쓰는 ‘엽기송’이니 ‘엽기적인 그녀’란 표현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변화하는 말과 신조어, 약어들이 어렵다고, 지금 당장 국어사전에 올라 있지 않다고 해서 외면할 수 없는 까닭은, 이들이 언중의 선택을 받아 생명을 얻게 되면 우리말로 자리 잡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경쟁력 3.
속이 꽉 찬 문장 만들기

- 좋은 문장을 만드는 법과 행간의 의미를 읽어내는 방법까지

 단어 하나하나의 쓰임새를 살펴 고르고, 그것들을 얽어 문장을 꾸미며, 문장들을 연결해 하나의 텍스트를 만드는 과정은 바로 나의 메시지를 만드는 과정이다. 이때 그 메시지는 단순히 문법적 틀 안에서 완성된 메시지가 아닌, 그 이상의 것이다.

 문장쓰기 뿐만 아니라 문장 안에 감춰진 숨은 뜻, 의도된 뜻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접미사 ‘―적的’의 바른 용법을 고민하는 걸로 끝난다면, 그것은 순수하게 국어학적 차원의 경쟁력에 머무르고 만다. 하지만 그 말이 모호한 말투에서 많이 발견된다는 것을 느끼고 그 다양한 실태를 추적하는 순간 우리는 그 말이 가진 ‘사회적, 정치적 힘’을 생각하는 것이다.


경쟁력 4.
꼭 지켜야 할 국어의 약속들

- 맞춤법, 외래어표기, 띄어쓰기, 문법과 발음, 문장부호 등

 “공항 국내선 출구 자동문 위에 설치된 안내 광고판에 ‘먼저 인사하는 공항 가족, 미소 짖는 고객’이란 문구가 계속 나오고 있어요. 무엇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지 압니까?” 
“…….”
“도대체 ‘개가 짖는다’와 ‘미소 짓는다’의 차이도 모르고 일을 합니까!”

 이는 실제로 몇 해 전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의 한국공항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장에서 나온 질책이다. 대외 관문인 공항 출구 안내문이 계속 틀린 글자로 나오는 것을 두고 당시 K의원이 공단 이사장을 상대로 준엄하게 꾸짖었던 것이다. 이렇게 글을 쓸 때 표기(맞춤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1952년 미국 대통령 선거전에서 민주당의 스티븐슨과 맞붙은 공화당의 아이젠하워는 ‘I like Ike(나는 아이크가 좋아)’라는 간결하면서도, 수사적 기법을 이용한 탁월한 언어 감각이 돋보이는 말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합니다. 

 이처럼 우리가 쓰는 말과 글은 어떤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사람에게 흠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강력한 무기가 되어 성공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잘 생기고 인기 많은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가 받침 틀린 문자를 받고 환상이 깨졌다는 인터넷 유머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건 비단 저 뿐만이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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