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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새로운 시선

‘아래아 한글’은 ‘워드’에 밀릴 수 밖에 없는가?

 <이미 아래아 한글과 MS워드의 인지도가 역전된 상황을 모두 알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아래아 한글’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어찌보면 부질없는 짓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래아 한글’의 부흥을 다시 한번 보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네요.
   같이 고민해보는 건 어떨까요?>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아래아 한글’의 위상은 단연 최고였습니다.
당시 프로그램 개발 환경의 취약함도 이유였지만,
그 무엇보다 우리가 만든 한글 워드프로그램이라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었죠.



운영체제가 도스를 넘어 windows 체제로 변경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가 전세적으로 활개를 치며 최고의 판매실적을 올릴 때에도,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아래아 한글’이 있어 매번 고배를 마셔야 했습니다.
아마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 국내 영업을 담당하던 사람들은 꽤나 고민을 했을 것입니다.
당시만해도 ‘아래아 한글’은 우리나라 프로그램의 최고봉으로 인식되었던 것이죠.

‘아래아 한글’은 초기에 국가차원에서도 지원 사격이 동원되었습니다.
현재도 그렇지만, 정부기관 및 유관기관에서는
거의 100% ‘아래아 한글’을 구입해 사용했으니 말이죠.

아무튼, 아래아 한글 초창기만해도 외세의 침략이 허용될 수 없는 상황을 구축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전세가 역전된 듯 합니다. 아니 역전의 기운은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제작한 운영체제인 windows의 점유율이 90%대에 이르면서,
호환성이 좋은 MS-오피스 역시 서서히 기지개를 피기 시작했던 것이죠.

더욱이 MS-오피스에는 아래아 한글에서 미쳐 개발하지 못했던
파워포인트, 엑셀, 엑세스 등 직장인들에게 필요한 프로그램도 포함되어 있다는 장점으로,
MS-오피스의 확산은 급속도로 진행되었습니다.
현재 아래아 한글과 MS오피스를 비교 해볼까요?
제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이용실태도 더불어 가볍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아래아 한글의 오피스 2007, 사용자가 없더라.

온한글 사무실과 윤디자인연구소 사무실 그리고 제 지인들을 동원해 아래아 한글과 MS워드의
사용 빈도를 조사해 본 결과 (물론 구두로 ^^) MS워드의 사용률이 훨씬 높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아래아 한글이 예전과 달리 많이 무거워졌다는 점을 들었으며,
호환이 잘 되지 않음을 손꼽았습니다.
특히 다른 프로그램-엑셀, 파워포인트 등-과 바로 복사, 붙여넣기가 가능하니
사용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이죠.

2. 같은 포맷을 만든다는 건 좀 그렇지 않아?

예전에는 아래아 한글만의 독창성이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사용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부심을 가지게 할 수 있었죠.
하지만 MS워드를 너무 의식한 탓일까요?
원래 부러워하는 사람을 닮아가게 된다고, 아래아 한글 역시 고유의 색을 잃어버린 채
MS워드를 뒤쫓아 가는 안타까운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3. 이것도 넣고, 저것도 넣고.. 종류가 다양해진 것은 좋은데 너무 무겁잖아.

아래아 한글이 MS워드에 밀리는 이유 중 하나가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엑셀, 파워포인트 등 업무에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으며,
이들이 서로 호환되기 때문입니다.
아래아 한글도 질 수 없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섞어 만든 ‘한글 오피스’를 개발하긴 했지만,
한글 자체도 무거운데 다른 프로그램까지 섞여 사용하기 힘든 프로그램이 되어버렸습니다.
더욱이 이미 MS오피스가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유사한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니,
잘 될 수가 없는 것이죠.


아래아 한글은 저에게 있어 대학, 군대 시절 눈썹 휘날리게 문서를 만들던
소중한 추억을 간직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워드프로세서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아래아 한글을 사랑하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아래아 한글의 단축키 기능을 보여주며 나름 뿌듯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아래아 한글의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이 너무 안타깝기만 하네요.  

여러분은 지금 아래아 한글과 MS워드 중 어떤 프로그램을 더 많이 사용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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