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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한글이 만난 사람

작지만 강한 디자인 공방 단국대tw를 인터뷰하다.

'스몰 스튜디오'라고 들어보셨나요?

새로울 것 없는 말이라 설명하기가 쑥스럽지만, 스몰 스튜디오는 기존의 방식대로 취직해서 소속을 갖고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맞는 인원들이 소규모로 그룹을 만들고 작업을 하는 형태를 말합니다. GRAPHIC이라는 잡지에서는 이슈로도 다뤘을 정도로 디자인 관련 분야에서는 이미 일반적인 작업 형태가 되고 있죠. 저는 주로 글을 쓰지만 이런 형태의 작업 방식이 부러워서 '글도 함께 쓸 수 있잖아!'라며 누가 방 하나 얻으면 어디 비빌 곳 없나 눈에 불을 켜고 있답니다. ^^;

이번 글에서는 주목할 만한 스튜디오, 단국대tw와 나눈 대화를 옮겨보려 합니다. 인터뷰는 한울전이 진행되고 있었던 10월 10일 토요일에 갤러리의 바로 아래층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마침 토요일이라 tw 분들이 전부 오셔서 약 열 명의 인원 속에서 당황한 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 홈페이지로 접할 수 있는 이미지는 '와, 세련된 느낌이다' 혹은 '대단하구나' 정도여서 대화하는 내내 바짝 긴장하여 있었어요. 이번 한울전에서 보았던 작품들 이야기와 함께 단국대tw의 활동에 대하여 이야기를 청해보았습니다.


tw 소개 부탁드려요.

단국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내부에는 애니메이션,일러스트,웹,타이포그래피,편집 등 매우 다양한 소모임들이 있어요. 흔히 떠올리는 동아리의 억압적인 이미지하고는 다르게 자유롭게 각자 작업을 하는 편이에요. tw는 생긴 지 얼마 안 되었는데요, 이전에 집현전이라는 글꼴 모임하고 t&e라는 편집디자인 모임이 합쳐져서 tw가 되었어요. 두 분야가 많이 겹치기도 하고요. 또, 수작업을 중심으로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서 기획서를 써서 교수님께 찾아갔었어요. 그렇게 해서 지금의 공방이 탄생!


tw는 공방이라고 불러요. 동아리라고 하면 아마추어이지만 즐겁게 하는 취미 모임과 같은 이미지가 있는데요, tw 사람들은 누구나 진지한 자세로 활동 하기 위해 들어오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tw는 작업자들이 모여 있는 공방이라고 부르는 게 더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생긴 지 얼마 안 되어서 현재 졸업생 선배 분이 한 분 계시는데요, 그분도 이태원에 있는 스몰 스튜디오에서 일 하고 계세요. 

일주일에 한 번 집에 들어가나? (웃음) 공방에 침낭부터 세면도구까지 모든 게 있어요.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하면서 와서 작업실 쓰고 각자가 하고 싶은 일을 하죠. 상업적인 일을 맡아서 하기도 하고, 아이디어가 있으면 제안을 해서 즉석에서 두 세 명이 무언가를 시도해보기도 하고요. 공간을 공유하기 때문에 서로 쉽게 이야기를 나누고 물어보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 같아요.

크게 있는 연례행사 같은 것이 있나요?

한울전이 꽤 규모가 큰데요, 이번에는 11팀이 참가했는데 실질적인 기획기간은 3달을 넘어가는 것 같아요. 각 팀에서 나온 사람들이 이야기 하고, tw같은 경우에는 두 명이 나가는데요, 그 이야기를 발전시켜서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백 명이 넘는 사람이 다 같이 모여서 발표를 하고 의견을 교환해요. 기본적으로 tw의 모두가 참여 하고 한 작품당 약 네 명 정도로 같이 호흡을 맞춰요.

're-product' - ding exhibition, 2009

그것 말고는 '딩'이라는 것이 있는데요. '단국ing'를 줄여서 딩이라고 불러요. 맡은 사람은 딩장이라고 하는데 저기 계신 분(장수영)이 딩장... ('야, 욕 같잖아 -_-') 딩 전시는 10년에서 11년 정도 되었으니 꽤 오래되었죠? 보통 2월 말에서 3월 초에 열려요.

그 밖의 활동들은 장의 성격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요, 멤버들 각자가 하는 작업들이 있어서 그 연장 선상에서 많이 협력을 하는 편입니다. 한 달에 한 번씩은 워크숍을 하기도 하고요.

tw에서 다른 팀과 같이 작업한 것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요?

온포스터 프로젝트라고, 서울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분들하고 얼마전에 다큐멘터리와 포스터에 관한 작업을 했었어요. 형식 실험이었는데요, 다큐멘터리가 갖고 있는 것과 포스터가 갖고 있는 것이 서로 다르잖아요, 그 두 가지가 교차하였을 때 어떤 것이 나올지 궁금했어요.

저희가 포스터 작업을 했고요, 서울대 분들이 오셔서 그걸 다큐멘터리로 찍었어요. 그러면 저희는 또 다시 그 다큐멘터리에 대한 포스터 작업을 하는 거죠. 어느 쪽이 완성되어서 다른 쪽으로 나아가는 그런 것이 아니라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태로 작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작업하는 사람들 역시 결과물이 어떠한 형태로 나올지는 알 수가 없어요. 다 같이 3일 동안 합숙도 했었고 재미있었어요.

정말 재미있는 건 그 프로젝트의 시작 스토리인데요, tw 내부의 분이 알고 계셨던 지인 분이 서울대 시각디자인학과셨는데 'tw가 어떻게 생겼는지 너무 궁금해!'해서 말 그대로 쳐들어오신 거예요. 공방에 처음 온 사람이 그 날 자고 가셨다니까요. (웃음)

그것 말고는 tw멤버 몇 명이 '가짜잡지' 출판하시는 분과 함께 계획하고 있는 작업이 있는데요, DRS(Design Research Society)라고 연구(Research)를 바탕으로 디자인 하는 게 기본 골자예요. 말로 설명하기에는 조금 어렵지만, 디자이너 개인의 영감이나 개념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조사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여 디자인을 하는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번 한울전을 보면 '서체 재창조'나 '타이포그라피1234'과 같은 인터랙션 작품들이 꽤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 한울전의 컨셉이 '반성하다'였는데요, 사실 한울전 하면 홍대의 한글글꼴연구회에서 출발했다는 부분이 크게 작용하고 있어서 사람들이 갖는 일정한 이미지가 있었어요. 'ㄱ, ㄴ, ㄷ, ㄹ'이라든지 '훈민정음 해례본'이라든지 한글과 관련해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들 있잖아요. 서체를 작업해서 조금씩 선보이는 작업들을 많이 했었는데, 완성형 서체를 만들지 않고 부분적인 부분만 보여주면서 귀엽고 아기자기한 글씨체들이 있는 전시회라든지 그런 것들도 포함해서요.

이런 출발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서 이번에는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작업을 해보았어요. 세미나 같은 경우에는 실제로 미술평론가 분께 부탁해서 같이 하기도 했었고요. 이번에 상호작용 작업이 많다고 하셨는데, 그럴 때는 내부에서 인력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명 용병들을 많이 쓰죠.(웃음) 그렇게 하는 이유는 할 수 있는 것들을 중심으로 하지 않고 생각한 것들을 구현시키려고 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결과적으로 상호작용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훨씬 다양해졌죠. 누군가 너무 다양하다고 말하더라고요.


타이포그래피1234와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작업하게 되신 건가요?

작업하는 사람의 처지에서 보면 인쇄될 때의 형태라든지 샘플만 접하게 되는데 실제로 디자인은 생산되고 소비되는 것이 중요하기도 하잖아요? 타이포그래피1234는 '소비'와 관련된 작업이었어요. 길거리에 붙어있는 광고나 스티커들 역시 어떻게 보면 아주 하찮고 낮은 단계에 있는 결과물인 것 같지만, 애초에 누군가가 작업을 했던 것이 바람에 닳아 찢어지고 떨어지고 하는 거죠. 그러한 형태로 많은 사람과 접하게 되는데 이것 역시 이미지로 소비되고 있다고 봐요.

한울전은 굉장히 대규모 전시인데 혹시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른 팀하고 충돌하는 일은 없었나요?

각 학교의 팀마다 지도교수님의 영향을 많이 받아 성격이 다르게 나타나는 게 있는 것 같은데요, 만나보면 정말 많이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지만, 워낙 멀리 떨어져 있고 대규모로 소통을 하다보니 엄청나게 부딪칠 일은 없어요. 그런 것들보다는 개개인이 힘들거나 다른 사정이 생겨서 '못 하겠다'라고 전화가 오든지 잠적해 버리는 일이 있죠. 한울전9.0의 경우에도 애초에는 120명이 참여하기로 했었는데요, 결과적으로는 80명이 참여하였어요.

개인적으로는 한글이라고 이야기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그런 것들에서 벗어나 고민한 흔적들이 보여서 좋았어요.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었군요.(웃음) 한울전 전시 중에서 불법 다운로드와 관련한 작품의 발상이 재미있었어요. 어떻게 작업하시게 된 건가요?

보시는 분들이 많이 재미있어 하시더라고요. 이번 한울전 컨셉에 여러 가지 단어들이 있었는데, 저희는 그중에서 '현대성'과 관련된 작업을 하기로 했거든요. 현대에 있는 한글의 모습이 어떤 것일까, 생각을 하다가 늘 접하는 불법공유의 문제가 생각이 났어요.

저희가 작업을 한 것이 저작권 관련 운동이라든지 그러한 계몽적인 차원에서 관련 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금지어를 피해서 한글을 변용하고 일면 파괴시키고 하는 것들이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누구나 접하고 있는 현실이잖아요? 가치판단을 하기에 앞서서 한글이 일상생활 속에서 이렇게 쓰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작업했어요.

맞아요, 저도 이번 한울전이 좋았던 것이 무엇이 좋다 나쁘다 라고 권고하는 교과서 같은 전시가 아니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tw내부에서도 우리는 한글만 써야 해! 라는 건 전혀 아니고요, 영문 타이포그래피도 많이 하고 헬베티카에 빠져 있는 친구도 있고 그래요. 한글이라는 게 우리나라 글자니까 써야 한다기보다는 문자 중의 하나로서 자리잡고 있는 거죠.


* 별도로 출처가 안 나온 이미지들은 아래 홈페이지에서 가져왔음을 알려드립니다.
* 타이포그래피1234의 홈페이지는 현재 사파리에서 제대로 구현되며 다른 브라우저는 작업 중입니다.
단국대tw: http://www.106tw.kr/

*  tw의 한울전9.0 출품작명과 작가
한글서체공장/ 장연지
놀이/ 강민정, 윤한웅
영화로만든 서체/ 문새별 
또 다른 시선/ 민경문, 이문형
변형된 타이포그라피/ 권계현, 정핑키, 차은경
재창조/ 고영석, 우태희, 이진욱, 이한나, 조윤희
타이포그래피 1234/ 신덕호, 이광무, 이숙경, 장수영

온한글 블로그 기자단 1기 조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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