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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이 있는 작품

font, 詩, design 만나다!



2009 KBS 북쇼 '손에 책' 윤디자인, 엉뚱상상 전시



온한글이 오늘 소개할 내용은 폰트와 시, 그리고 디자인이 어우러진 형태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기본적인 컨셉은 한 편의 시를 다양한 폰트를 통해 표현하는 것으로, 한글의 아름다움을 도드라지게 하는 것에 의의를 둔 작업이었습니다.


윤디자인과 엉뚱상상 폰트가 중심이 돼서 만들어진 이 전시물은 지난 11월 6일부터 8일까지 광화문 광장에서 '2009 KBS 북쇼'를 통해 선보였습니다. 이 행사는 KBS가 주최하고 출판인회의가 후원, KBS 미디어가 주관했고 우리나라 주요 출판사 30여 곳이 참여했습니다.


이번 작품에 모티브가된 두 편의 시는 김억의 '봄은 간다'와 박두진의 '해'로 두 편 모두 우리 문학사적으로 의의가 깊은 작품입니다. 이견이 있지만 '봄은 간다'는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시로 3.1운동 1년 전인 1918년 [태서문예신보]에, '해'는 1946년 [상아탑]에 실린 작품으로 해방 직후의 우리 민족의 기상을 높이기 위한 기원을 담은 시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작업의 주안점은 시의 본문을 다양한 폰트로 표현하되, 디자인적 요소를 배제하지 않는다, 라는 명제를 현실화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를 도출함에 있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역시 '가독성'의 이었습니다. 특히, 광화문 광장이라는 대중적인 공간에 주말에 걸쳐 전시되는 작품이기 때문에 관람객이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두 작품 중 속을 좀 썩인 것은 '해'였습니다. '봄은 간다'의 경우 문장이 짧고 2행으로 연속된 형태를 보이고 있어, 문장을 나무의 가지에 하나하나 붙여 넣어 디자인적으로 여유가 있었지만, '해'는 쉽지가 않았습니다. 또한, 3~4가지의 폰트만으로는 다양한 느낌이 들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서체 수를 늘리고 행의 높낮이와 각도를 변경하지 않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결과는 다음과 같이 전시됐습니다. 주말 동안 많은 시민과 관계자 여러분이 관람해 주셨습니다. 출판사의 다른 부스들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책들을 만날 수 있었으며, 우리글과 책에 대한 다양한 전시물을 보면서 새삼 한글에 대한 자부심을 한껏 느낄 수 있었습니다. 윤디자인과 엉뚱상상의 폰트도 이번 전시를 통해 조금 더 대중에게 인식됐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번 전시물은 일반적인 시화의 형태를 벗어나 보고자한 풋풋한 시도라고 자체 평가해 봅니다. 비교적 빠듯한 제작기간이었다는 변명의 말도 덧붙여 봅니다. 다만, 이번 작업을 통해 좀 더 매끄러운 형태의 시와 폰트, 디자인의 어울림에 도달해 보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봄은 간다> 실제 전시물. 의 정사각형 박스 안에는 아트북이 전시돼 있다.



<해> 실제 전시물. 작품에 사용된 윤디자인 엉뚱상상 폰트에 대한 설명이 배너로 게재됐다.



개막전이라 다소 한가했지만, 주말 동안 많은 인파가 행사를 관람했다.





비록 전시되지 못했지만, 디자이너가 열과 성의를 다해 만든 작품. 본문은 오은의 <끌리는 모음 속으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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