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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래피와 손글씨

캘리그래피 월간, '받아쓰기'




아트선재센터의 더 북스에 갔다가 재미있는 잡지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받아쓰기.' 손글씨만으로 가득 차 있는 잡지요. 서체에 대한 이러쿵저러쿵 비평이나 이론이나 작가 인터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름, 직업과 함께 그 사람이 쓴 손글씨가 함께 실려 있더군요. 이 글씨를 쓴 사람은 무슨 일을 할까, 생각해서 직업란을 보면 '디자이너'라고 써 있어서 '음, 역시 그렇군.' 하다가도 어떤 때에는 '중학생'이라고 써있기도 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잡지에서는 가타부타 말없이 손글씨가 실린 후에 편집장의 한줄 코멘트가 말미를 장식하고 있었는데요, 궁금해서 네이버 카페에도 조금 들어가보고 편집장인 장선경님께 몇 가지를 여쭤보았습니다.


본인과 서체와의 인연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관련해서 어떤 일을 하셨었나요?
글씨 쓰는 건 워낙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어요, 글 쓰는 것도 좋아했고요. 본래 직업은 카피라이터인데, 좋은 글을 담을 수 있는 그릇으로서 글씨를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더군요. 이후에 필묵에서 글씨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서체와 관련해서 했던 가장 큰 일은 지금 이제 막 시작한 월간 '받아쓰기'를 출간한 일이고요. ^^; 그 밖에 엄마는 맛선생 TVCF, 관광공사, BC카드, 농협 등 인쇄광고의 서체 디자인을 하였고, 머핀브랜드 마노핀 슬로건의 캘리그래피도 하였습니다. 또 다른 계획을 말씀드리자면 12월에 있을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에서 네이버관 손글씨 작가로 참여할 예정이에요.

받아쓰기를 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나요?
글씨를 써야하는 순간이 오면 많은 분들이 "나 글씨 못 쓰는데 ..." 하시더라고요. 손글씨를 계속 배우고 쓰면서 세상에는 '못 쓰는' 글씨라는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못 쓰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개성이 담겨 있기 때문에 제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뿐이죠.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손글씨를 사랑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자신의 손글씨를 내보이고, 자신을 갖고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있다면 어떨까?, 라는 마음도 항상 갖고 있었고요. 그러던 중에 ACA(Asia Creative Academy)에서 1인출판(self-publishing) 수업을 수강하였던 것이 이런 바람을 잡지라는 매체를 통해 구현시키는 데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곳에서 배운 것을 통해 생각만 하던 '받아쓰기'를 기획, 제작하게 되었고 10월 9일 한글날에 첫쇄를 펴냈습니다.
 
 

왜 내용이 정해져 있는 '받아쓰기' 형태의 잡지를 생각하신 건가요?
글과 내용이 어우러져 만드는 풍경도 의미가 있겠지만, 같은 문구를 쓰면서도 사람들의 감정이나 그 당시의 느낌에 따라 다양한 글씨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내용이 정해져 있으면 글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좀더 글씨에 대해서 고민하게 될 거라는 생각도 있었고요. 그래서 제가 월간으로 주제를 정하여 보다 많은 분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였습니다.

'잡지'라는 형태가 갖는 매력은 무엇일까요?
어린왕자에서 여우가 말하잖아요, '네가 4시에 온다고 하면 난 3시부터 행복해질 거야.'라고. 월간의 형태로서 잡지를 만들다보면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매달 이번엔 어떤 이야기를 받을 수 있을까, 어떤 글씨가 오게 될까 하는 설렘을 줄 수 있는 것도 만드는 사람으로서 큰 기쁨이에요. 덧붙이자면 받아쓰기는 참잘했어요 도장 찍기나 포장, 매달 사은품 넣기, 사은품에 받아쓰기 글씨 적어넣기 등등 많은 부분이 수작업으로 이뤄지고 있어 (-_ㅠ) 따뜻함이라는 매력도 전해지지 않을까? 라는 바람이 있습니다. ^^


받아쓰기의 미래에 대해서 어떤 그림을 갖고 계신가요?
어떤 분께서 이번 달 주제글을 갖고 유치원 다니는 아들과 장인어른이 함께 글을 썼다며 올려주셨더라고요. 정말 가슴 벅찬 순간이었습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연필 한 번 쥐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해본 잡지, 자신의 손글씨를 사랑하게 되는 잡지, 함께 쓰는 행복을 알게 되는 잡지가 되는 것이 제 희망사항이거든요. ^^ 너무 거창할지도 모르겠네요, 하하.

손글씨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한 마디 해주세요.
같은 문장을 드려도 어떤 분은 ROCK처럼 터프하게, 어떤 분은 발라드처럼 달콤하게, 어떤 분은 댄스음악처럼 경쾌하게 쓰신답니다. 정해진 답은 없어요. 다만 얼마나 자신의 감정을 자신 있게, 정성들여 표현했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보는 사람에게도 감정이 전해지거든요.

혹시라도 자신의 글씨를 교정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글씨를 너무 못 쓴다고 자책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부끄러워 마시라고 전해드리고 싶어요. 저는 사람마다 이목구비가 전부 다르듯이 글쓰기도 어쩌면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매체라고 믿고 있거든요. 월간 '받아쓰기'가 여러분의 무대가 되어 드릴게요! 매력을 마음껐 뽐내주시길 ... 11월에 참잘했어요 도장을 받은 세 분의 글씨는 크리스마스 카드로 제작된답니다. 기대하고 기다릴게요. ^^


많은 사람들이 쉽게 참여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러한 매체들이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것 같아요. 이제 막 발을 떼었지만 '받아쓰기'가 앞으로 꾸준히 계속 나와 많은 분들의 글씨를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



* 이미지는 전부 손글씨로 받아쓰기 카페에서 가져왔습니다.
- 월간 받아쓰기 카페
손글씨로 받아쓰기 http://cafe.naver.com/youarecalligrapher
- 받아쓰기를 만날 수 있는 곳;
[오프라인] 홍대 상상마당/아트선재센터 1층 더북스/창성동 가가린 
[온라인] 유어마인드(http://www.your-mind.com)/손글씨로 받아쓰기 카페


온한글 블로그 기자단 1기 조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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