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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한글이 만난 사람

한글을, 한국을 눈뜨게 해주는 고마운 사람들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또는 한국에서 새로운 꿈을 찾고자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을 위해 한국어학당에서 자신만의 깊은 뜻을 가지고, 우리의 한글과 한국문화를 가르치며 그들에게 한국의 아름다움과 따뜻함을 소개하는 일을 하고 계시는 고마운 선생님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아주대학교 한국어학당에서 외국인 친구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계시는 옥정미 선생님을 만나, 선생님께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에 대해 눈을 뜨게 해주시는 뜻깊은 일에 대해 말씀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멀리 중국과 베트남에서에서 유학을 온 친구들이 한국어학당에서 만난 정말 고마운 선생님으로 옥정미 선생님을 저에게 추천해 주었는데, 어떤 분이실지 꼭 한번 만나뵙고 싶었습니다.
선생님은 외국인 학생들에게 한글을 가르치신지 얼마나 되셨고, 어떤 이유에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습니까?

한국어강사로 활동한 지는 올해까지 횟수로 3년이 되었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던 중, 국제대학원에서 강의를 의뢰받아 몇 학기 강의를 한 것이 계기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외국인 학생들과의 첫 수업은 제게 매우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너무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어서 한 번도 궁금히 여기지 않았던 것들에 대한 그들의 궁금증은 신선한 충격이었고, 저로 하여금 한글을 더 구체적으로 연구하고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아주대 한국어학당에서 한국어 강의에 푹 빠져서 한국어 강의만 전담하고 있습니다.
한국어는 가르칠수록 궁금한 것이 많아지고, 그것의 해답을 찾아갈수록 그 우수성과 다양함에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이 더 커지거든요. 앞으로도 능력이 닿는 한 계속 이 일을 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사실 한글은 세계가 인정하는 과학적인 언어입니다. 그만큼 한글은 으뜸이요, 합리적이며, 실용적인 언어로서, 예전에 미국의 과학전문지 <디스커버리>는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문자’라고 극찬한 바 있고, 영국 옥스퍼드대학이 세계 각국 언어의 순위를 매긴 결과 1위를 차지한 것도 한글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2007년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총회에서 183개국 만장일치로 한국어가 국제특허협력조약 국제 공개어로 채택됐으며, 1997년에 훈민정음이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이 모두가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공인받은 사실입니다.

또한 한국인의 문화적 정체성과 논리적 사고력은 한국어를 통해서만 형성된다고 생각됩니다. 제가 가르치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인’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부지런한 사람들’이라거나 ‘정이 많은 사람들’ 등의 답변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는 그런 것들이 한국어이기에 전승되어온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 언어였다면 가질 수 없는 우리만의 사고방식과 문화가 한국어에 담겨 있기 때문이겠지요.
외국인에게 우수한 한국어와 거기에 담긴 한국인의 정체성을 제대로 가르치는 일. 참으로 중요하고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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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ernational Day(각 나라의 학생들이 자국의 의식주 문화를 소개하는 행사)에서의 학생들과 함께

▼ International Day를 통해 한국에서 한국문화 뿐만이 아닌 다양한 세계의 문화를 체험하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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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학생들에게 한글을 가르치시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입니까?
한 학생이 있었습니다. 그 학생은 자국에서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었고 부모님의 권유로 한국에 오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그런 사실도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조차 부끄러워하고 매우 수동적인 학생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한국어를 배우면서 그 학생은 인정받고 칭찬받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고 잃었던 자신감도 되찾았고 나중에는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앞으로의 일을 능동적으로 계획하고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한국어가 언어를 넘어서 내겐 희망이 되었습니다.”란 고백을 들었을 때 참 많은 보람을 느꼈습니다.


반대로 외국인 학생들에게 한글을 가르치시면서 가장 힘들거나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이 었습니까?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한국어 수업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수강생들이 바로 중국학생들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사용하는 ‘한자’가 표의 문자이기 때문에 학생들 역시 ‘한글’도 표의문자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수업 할 때마다 늘 해오고 있는 것이 중국 글자인 한자와 우리 한글의 차이점을 설명해 주는 것인데, 이는 한글의 우수성을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그 개념을 설명하는 것은 꽤 어렵습니다.
 
‘한글’을 그저 외국어로 생각한 학생들도 ‘한글’과 ‘한자’의 차이점을 설명하면 그 독창성과 과학성, 논리성에 놀람을 금치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ㄱ’의 음가를 발음할 때의 구강 구조를 본떠 ‘ㄱ’이라는 글자를 만들어냈고 ‘ㄴ’의 음가를 발음할 때의 혀의 모양을 본떠 ‘ㄴ’의 모양을 생각해낸 것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로서도 감히 따라가기 힘든 발상입니다. 또한, 기본 글자에 획을 하나 더 하여 격음을 만들어내고 복모음을 만들어내는 원리로 인해 외국 학생들은 쉽게 한글 자모를 익힐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한글은 처음 본 글자라도 금방 읽을 수 있으며, 이와 비교되는 한자의 특성 중 하나는 그 의미를 모르면 아예 읽지를 못하는 글자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어가 굉장히 과학적인 표음문자라는 사실을 국제적으로 널리 홍보한다면 그들은 우리말이 가진 과학성에 놀랄 터이고, 이는 다시 우리말이 세계화 되는 지름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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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학당 학생들의 다양한 한국 문화체험 활동


그동안 한글을 가르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이나 재밌었던 에피소드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 경험은 재미있다기보다는 많이 부끄러웠던 이야기인데 그래서 더 많이 기억에 남는 일입니다.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 관광코스이자 외국인 학생들과 한 번쯤은 방문하게 되는 경복궁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구경하던 학생 중 일본 학생 하나가 일본은 물론 유럽의 왕궁들을 보면 모두 만약을 대비한 비밀 통로나 방 하나쯤은 갖춰놨는데 왜 유독 경복궁은 그런 통로가 없느냐고 의아해 했는데 대답을 속 시원하게 못해주었습니다. 그 학생의 눈에는 한국의 왕은 탈출로도 확보하지 못한 어리석은 사람으로 생각되었나 봅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일본이나 유럽의 왕들은 전쟁이나 적에게 포위돼 목숨이 위태로울 때 백성들보다 먼저 비밀통로를 통해 달아나지만, 조선의 왕들은 살아도 백성들과 함께 살고, 죽어도 함께 죽는다는 책임감으로 혼자만 도망칠 비밀통로 자체를 애초에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다른 나라의 왕궁과 달리 우리 왕궁에는 비밀 통로가 없는 이유는 신하, 혹은 시민들과 위기 상황에도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애민사상의 결과였던 것이지요.
이런 것도 모르고 우리 문화를 가르치고 소개한다고 했으니 부끄러울 따름이었지요.
한국학생이라면 질문할 수 없는 질문들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우리 것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날이었습니다.

한글을 배우러 오는 외국 학생들이나 외국인 학생들을 맞이하는 한국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먼저 외국 학생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한 나라의 글은 그 나라의 문화와 국민정서가 모두 담겨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글을 배우러 오는 외국 학생들은 단순히 ‘한글’만 배우면 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을 배워 갈 수 있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와야 합니다.
‘김치’라는 단어만 읽고 쓰면 되는 것이 아니라 ‘김치’에 담긴 한국인의 애틋한 정서를 알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여러 체험을 하면 한국어 실력도 그만큼 향상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국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한국 학생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단어나 말들이 외국인 친구에게는 매우 궁금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그런데 사실 한국인하고 대화할 때는 한 번도 설명할 필요가 없었던 쉬운 단어일수록 설명이 더 어려운 경우가 많지요.
그럴 때는 이해하기 쉬운 말을 찾아서 쉽게 알려주려고 노력해 보세요. 친절함에는 국경이 없기 때문에 곧 외국인 친구와 친한 관계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외국인 친구와 친분을 쌓아가다가 그 친구가 살던 나라와 문화에 대해서 더 알고 싶고 직접 보고 싶어져서, 결국 국제적 전문가가 되는 친구도 봐 왔습니다.

요즘 우리사회에서 많이 쓰는 용어인 ‘다문화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도 결국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즉, 하나 안에 녹여내 전혀 질이 다른 어떤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그 무엇들이 제 역할을 하게하고 그로 인해 시너지 효과를 내게 하는 것이지요. 그 점을 깊이 인식한다면 외국인 학생들을 어떻게 맞이하는지에 대한 답을 알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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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을 사랑하는 고마운 마음으로 한국에서의 새로운 희망을 꿈꾸는 외국인 학생들


끝으로 한글을 가르치시는 선생님의 향후 계획이나 소망을 말씀해 주세요.
저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자원봉사조직을 만들어서 보육원이나 고아원 등 소외지역 청소년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싶어요. 세계 각국에서 온 외국인 자원봉사자들과의 만남은 외국 문화에 생소한 시설 청소년들에게 서로 다른 문화를 체험하게 하여 사회 적응력을 높이고 글로벌 마인드를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외국인들 역시 봉사자의 입장에서 좀 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한국인들에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오래 한국을 기억하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온한글 블로그 기자단 1기 김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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