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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2. 2. 13:43

 폰트릭스의 최초 자사제품이었던 Fontrix No.1.2의 경우 비교적 전문가적인 성격이 강한, 디자이너 위주의 서체 패키지이다. 그에 반해 캐릭터 패키지는 디자이너보다는 주로 일반인들을 위해 제작한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인이라 하면 컴퓨터에 내장되어 있는 서체를 사용하되 돈을 지불하지 않고 사용하는 사람들이라 해도 무방하겠다.

 폰트릭스는 그들이 원하는 디자인이 무엇인가 연구하게 되었고, 그 과정을 통해 점잖고 딱딱한 디자인보다는 이쁘고 감각적인 디자인이 요구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계속해서 아이데이션을 하면서 디자인이 어느 정도 그룹을 형성하게 되어 캐릭터 폰트로 가닥이 잡혀가는 동안 캐릭터 폰트 패키지를 만들어보자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탄생된 것이 캐릭터 폰트 ‘그림동화’ ‘하트’ ‘동물원’ 등으로, 샘플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각 주제에 맞추어서 디자인 요소를 추가하며 패키지를 완성하였다. 가장 최근에 개발이 완료되어 2008년도 출시 예정인 상품 ‘판타스틱’이 그 뒤를 잇게 된다. 


 일반인들에게 서체를 판매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역시 아직은 무리가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와중이어서 폰트릭스가 최초로 시도했던 캐릭터 폰트가 모바일 폰트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모바일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양이 아직 많은 것은 아니지만 일반인들도 디자인이 우수하면 충분히 주머니를 열 수 있다는 한 줄기의 빛을 본 것 같아 앞으로도 열심히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캐릭터 폰트에 대해서 어떤 사람들은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기도 한다. ‘한글을 망쳤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디자인의 영역을 넓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한글꼴의 디자인이 과연 어디까지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을까? 한글꼴을 개발하는 디자이너로서 궁금함과 사명감을 함께 느끼곤 한다.




 ‘광수체’는 1999년 박광수씨 만화 ‘광수 생각’에 쓰였던 손글씨를 폰트화한 것이다. 그때만 해도 실제로 직접 쓴 손글씨를 사실적으로 폰트화한 것은 그렇게 흔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특히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장난기까지 느껴지는(Funny), 특이한 모듈 형태의 손글씨를 제작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발상이었다.

 일단 그 사용의 ‘Needs’가 불확실했다. 소비자들의 일반적인 생각 속에는 ‘그런 서체라면 내가 그냥 쓰면 되지 않나?’ 라는 사고가 자리 잡고 있었던 때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산돌은 이전에 단아체(1998)의 개발로 많은 반향을 얻었던 경험이 있어서 성공적 시장진입에 자신은 있었다. 게다가 만화의 인기가 절정에 다다랐기에 인지도 면에 있어서는 이미 날개를 달고 있는 형국이었다.

 문제는 기술적으로 오리지널 서체의 사실감을 아웃라인(Outline)으로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단지 광수 만화의 필사본만으로 되는 작업이 아니었다. 그 글씨를 그대로 담았다가는 폰트 개발의 기계적 특성으로 인해서 표현이 제대로 되지 않을 뿐 아니라 표현도 반감된다. 자유롭지만 모아쓰기의 규칙적인 모듈을 찾아내고 기계화와 실제와의 갭을 줄이고 확장시키는 필터링의 과정이 필요했다. 그러한 부분을 적절히 해낸 것도 성공의 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광수체 패키지는 이렇게 찾아낸 독특한 모듈에 여러 가지 표현을 입힘으로써 더 재미있고 개성 있는 표정을 만들어 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만화가 주는 이미지가 서체를 인식하는 이미지에 영향을 주었고 서체가 담은 해학이 이 서체를 사용하는 사용자에게 제대로 전달되는 결과를 낳았고, 그렇게 서체 디자인계에 큰 획을 그은 광수체는 대중적으로 일반화되어 더욱 특별한 서체가 되었다. 이제는 아이들의 필기습관까지 바꿔버렸다는 연구보고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모바일 폰트, 웹폰트, 캐릭터 이미지 폰트, 감성폰트 등 어디에나 광수체의 영향이 가지 않은 곳이 없다.  커뮤니케이션의 시대를 보여주는 매체는 다양하다. 메신저와 이메일, 인터넷 댓글 공간, 모바일 문자 서비스 등이 그것들이다. 우리는 그곳에 사무적이거나 비즈니스적인 글만 쓰지 않는다. 인사하고, 안부를 묻고, 격려하고, 수다도 떤다.  그때 어떤 서체로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겠는가?. 광수체는 디지로그 시대에 딱 맞는 서체 컨셉이 아닌가 싶다. 삐뚤빼뚤, 아기자기하면서 친근한 글꼴의 표정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손글씨체의 등장은 그동안의 서체 대부분이 의미전달의 의무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과 다르게, 활자의 이미지성을 파악하게 해주었다.  2007년 10월 출시된 윤디자인연구소 ‘윤수다’ 패키지에 포함된 다양한 손글씨 기반의 서체도, 바로 이런 활자에 대한 이미지성의 시각적 표현이라는 맥락에서 파악될 수 있다.

 활자 하나하나가 지니고 있는 표정과 목소리를 조절하고 만드는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총체적으로 디지털 기술로 인해 새롭게 인식하게 된 활자의 이미지성에 대한 탐색과 실험의 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윤수다’ 로고와 패키지, 광고 등의 시각물이 주고 있는 즐거운 이미지만큼이나 그 제작 스토리도 흥미롭다.

  윤수다 패키지의 모든 폰트는 모바일 시장에서 압도적 인기를 얻었던 기특한 상품들이긴 하지만, 전문 디자이너가 주 사용자인 DTP 환경에서도 주효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가 초기에 제기되었다. 결국 상품성이 있느냐 있지 않느냐에 대한 가장 중요한 문제인 ‘누구’에게 팔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였던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기존의 DTP용 서체가 전문 디자인의 눈에 맞춰져 있었다면, 윤수다는 주목성 높은 아동 출판물을 제작하는 전문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개인 쇼핑몰이나 웹사이트,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모든 ‘개인’으로 문턱을 낮춰, 디자이너의 전유물로 남는 폰트가 아닌 ‘어떤 누구라도 구매하고 사용할 수 있는 폰트’에 포커스를 맞췄다. 초기 기획 단계였던 2007년 2월을 기준으로, 오랫동안 판매 1위를 고수 해오던 은하수와 꾸준히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는 인어공주, 봄의왈츠, 파리의아침, 써니하트 등 총 13종의 폰트, 그리고 5월에 오픈되자마자 폭발적 인기를 모았던 ‘친절한연자씨’를 ‘수다공주’로 개명하여 총 14종의 폰트가 기본으로 구성되었다.
 
 각각의 폰트를보면, 행운가득과 앗싸 돼지요는 2007년 새해, 돼지 해를 기념했던 시즈널 폰트라 할 수 있고, 화이트사탕, 인어공주, 별사탕, 파리의아침 등은 손글씨를 기반으로 하는 장식폰트라 할 수 있다. 글꼴에 별이나 하트, 말풍선 등의 매우 대중적인 아이콘으로 글씨를 장식하면 글꼴의 성격이 더 부각되어 주목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문장이 길어졌을 때 가독성이 떨어지고 쉽게 눈이 피로해져 금방 질리게 되는 단점이 있다.
 그러한 이유로 활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가 거론되어 행운가득, 화이트사탕, 파리의아침 등 3종은 장식요소를 배제하고 글꼴 원형만을 드러낸 기본서체를 추가 제작하기도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기에 한 가지의 재미를 더하기로 했다. 바로 딩벳폰트의 개발이다. Efon이나 Stars 등 해외에서는 딩벳폰트가 많은 발전을 보이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윤디자인 연구소의 그림폰트, @폰트, 전통문양폰트가 전부이고 이마저도 개발된 지 오래되거나 사용처의 범주가 매우 한정적이고 분명하여(전통문양폰트의 경우) 쓰임새가 많지 않은 편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타깃에 맞는 무난하고 아기자기한 딩벳을 개발해 윤수다 패키지에에 넣는 것이 어떻겠느냐란 의견이 나온 것이다.

 윤수다의 경우 패키지 자체를 어디에 포지셔닝해서 모양새를 갖추어 가느냐에 못지 않게 네이밍과 로고, 패키지, 광고 등 복합적인 마케팅이 매우 중요했다. 특히 네이밍은 사내 공모를 통해 이루어졌는데, 최종안으로 ‘윤수다(秀多)’가 결정되었다. ‘수다’는 언어적 PUN을 이용한 경우로서 ‘수다’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친근함과 용이한 발음상의 이점에 더해 각 글자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秀빼어날 수, 多많을 다! ‘윤수다(秀多)’! 이러한 브랜드 컨셉은 로고에서도 잘 보여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춤을 추는 듯한 개성있는 로고타입에 발랄한 원색을 입혀 함축적 의미를 부여하고, 이 전체를 말풍선으로 아우름으로써 ‘수다’라는 단어에서 느낄 수 있는 1차적 의미를 보는 사람에게 곧바로 전달함과 동시에 아이코노 그래피(Iconography: 잊혀지지 않는 문자체)적인 상징성으로 쉽게 기억하게 하는 것이다.  

 윤수다가 세상에 나온지 이제 막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DTP 시장에서의 판가름은 6개월 정도가 지나봐야 안다지만, 철저한 기획력으로 기존 서체 시장의 틈새를 파고든만큼 ‘윤수다’는 훨훨 날아 오를 것이다. 뿐만 아니라 따뜻한라떼, 아기곰이 등을 바탕으로 한 윤수다 2nd, 3rd 버전이 꾸준히 출시되어 폰트시장에 커다란 방점을 남길 수 있으리라 믿는다.


 ⓒ 윤디자인연구소 온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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