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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행사와 모임

우리 선조들이 사용한 한글 교과서는 어떤 모습일까?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는 지난 1월 12일부터 31일까지 '근대기 옛 교과서전' 전시가 있었습니다. 예전부터 글로만 접했던 옛 교과서와 관련된 모습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자리라서 전시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하였습니다.

   대구문화예술회관 전시관의 전경

 전시장 내부는 세 군데로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개화기의 교과서(1894-1910)’, ‘일제강점기 교과서(1910-1945)’ 그리고 ‘미군정기와 한국전쟁기 교과서(1945-1953)’와 같이 시대별로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대한지지(大韓地誌), 정선산학(精選筭學), 한글첫걸음 등 대한제국에서 1960년대까지 발행된 교과서와 광복 이후 지금의 아버지 세대에게 친숙한 학창시절의 교과서를 감상에 용이하게 체계적으로 전시를 하여 교과서 역사를 알기 쉽게 해놓은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이 중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바로 '일제강점기'(일본이 강제적으로 조선을 점령하여 식민통치를 한 시기)에 나라의 주권을 빼앗겼던 당시 우리나라의 교과서 모습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 초기에는 글자 표기 방법에 있어서 한글과 한자가 섞여 있는 모습이라면, 중반을 넘어선 뒤에는 일본어가 교과서 전부를 차지하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보통학교 조선어독본 (조선총독부 펴냄, 총무국인쇄소, 1916)

 위 사진의 교과서는 대한제국기 학부에서 편찬한 '보통학교 학도용 국어독본'을 부분적으로 삭제, 정정하여 일제가 1911년에 편찬, 발행한 8권의 책으로 위 책은 1916년 재판된 것입니다. 이 교과서는 일제강점기 일련의 교과서 간행에 있어서 그 첫 번째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11년에 편찬된 이 책 안에서 일제(일본 제국)는 '국어(國語)'라는 명칭을 '조선어(朝鮮語)'(= 한국어)로 바꾸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미 이 때부터 '국어'라는 의미는 일본어를 가리키는 것이겠지요. 다음 사진을 보면 이해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보통학교 국어독본 (조선총독부 편, 조선서적인쇄주식회사, 1923)

   국사(國史) (조선총독부 편, 조선서적인쇄주식회사, 1932)

 위 사진은 보통학교용 국사 교과서입니다. 일본어로 쓰여 있는 모습이 사뭇 이상해보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일제강점기 당시의 국사, 즉 국사의 국(國)은 일본을 가리키기 때문에 내용은 일본의 역사를 다루고 있으며 쓰여지는 문자 역시 일본어를 사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의 역사는 '조선의 변천'이라는 개념으로 개략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교과서의 모습만으로도 일제강점하의 쓰라렸던 우리 역사의 한 단면을 보는 듯 하였습니다.

   쓰기책 (조선총독부 편, 조선서적인쇄주식회사, 1926)
   보통학교 2학년용 글씨 쓰기 교재입니다. 국어가 일본어였으니 글쓰기에서도 일본어가 사용되었습니다.

   하휴학습장(夏休學習帳) (조선교육회 편, 1936)

 위 사진의 책은 교과서는 아니지만 꽤 흥미로운 책입니다. 보통학교 2학년용 여름방학 학습장으로써 방학 기간 동안 읽기, 쓰기, 산수 등 하루에 적당하게 공부할 수 있을 정도의 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같은 형식은 '탐구생활' 등으로 현재까지 여러가지로 모습으로 변천되어 왔습니다.

   조선어 표준말 모음 (조선어학회 조선어표준어사정회, 1936)

   조선어 표준말 모음 (조선어학회 조선어표준어사정회, 1936)

 일제강점하에 우리 고유 문자인 한글이 사용 금지되면서 한편으로는 한글을 지키고 보급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났는데 그것의 결실로써 최초 민간 학술단체인 조선어연구회(1921)가 창립되었습니다. 이후 조선어학회(1931)로 명칭이 바뀌었고 현재는 광복 이후 한글학회로 우리 말글의 세계화와 한국어의 진흥에 힘써오고 있습니다.

   미군정(美軍政)과 정부수립기 교과서들 (1945-1953)
   하단 왼쪽에서 두 번째에 위치한 책이 광복 후 처음으로 한글로 편찬된 국어 교재 '한글 첫걸음'입니다.

   한국전쟁기 교과서들 (1950-1953)

 광복 이후의 우리 교과서의 모습은 일제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위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 '산수'를 '셈본'으로 '조선어'는 '한글' 또는 '국어'로 '음악'은 '노래책'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한자, 일본어가 아닌 순 우리말을 사용한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무엇보다 모든 교과서에서 한글 사용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는 것은 큰 변화입니다.

   교육과정기 교과서들 (1954-1973)

 '근대기 옛 교과서전'은 대한제국기, 일제강점기, 광복이후 한국전쟁기 뿐만 아니라 1960년대 간행된 교과서까지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시에 선보인 교과서의 변천사를 통해 학생에게는 유익한 학습의 장으로, 일반인에게는 그 때 그 시절 배움의 추억과 열정을 되돌아보는 시간으로, 연구자에게는 관련 연구를 위한 자료로써 이용하는 소중한 사료적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한글'이 얼마나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지금까지 지켜져 왔는지 느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 사진 / 대구문화예술회관의 해당 행사 진행자로부터 허락을 얻고 직접 촬영하였습니다.

온한글 블로그 기자단 2기 조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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