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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새로운 시선

'그끄제'라는 말, 어색하신가요?

참... 사람이 그렇습니다. ‘한국말이 가장 어렵다’고 하죠? 우리가 맨날 하는 한국어지만 이상하게 똑바로 하는게 참 쉽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왠지 맞는 말인데 이상하게 들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디 한 번 볼까요?
이것은 Apple 홈페이지에 있는, 사진 편집 프로그램 ‘Aperture 3’ 메인 페이지 캡처 화면입니다. 문장을 가만히 살펴보면 뭔가 좀 어색하지 않나요? 이것이 바로, 소위 ‘번역형 문장’입니다. 제가 한 번 저 말을 ‘레알’ 한국어로 고쳐볼께요~ 
“이번에 새로 선보이는 Aperture 3는 더욱 강력하고 사용이 편한 도구로 다듬은 사진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동시에, Mac에 있는 수많은 사진을 목록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iPhoto처럼 손쉽게 전문가급의 기능을 사용하세요” 이렇게 하면 좀 쉬워 보이나요? 
이러한 어색한 번역형 문장의 원인은 아주 간단합니다. 이 번역은 한국사람이 한 것이 아닐 가능성이 크니까요. 예전에 www.Flickr.com 한국 지사의 관계자한테 들은 말로, Flickr 서비스가 한국에 런칭할 때 사이트의 한국화를 한국 Yahoo에서 진행한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미국 Yahoo팀과 Flickr팀이 의논해 번역하고, 그 결과물을 한국에 보내 단순한 조언 정도를 부탁하는 방식으로 작업이 진행됐다 해요. 그러니 ‘단순 번역’이상의 결과물이 나오기는 힘든 거죠.

그런데, 맞는 말을 했음에도 조금 보기 거북한 것들도 있어요. iPhone을 한 번 살펴볼까요? 보통 휴대폰이 잘 터지지 않는 지역에 가면, ‘서비스 검색중’, ‘네트워크 탐색중’이라는 신호가 나옵니다. 그러나 iPhone에서는 이렇게 나옵니다. 

‘서비스 안됨’. 사실 전혀 흠잡을 데 없는 우리 말입다. 그런데 왜이리 어색한 것 일까요? 아무래도 그것은 우리가 평소에 너무 한자어에 익숙해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서비스 불가 지역’, ‘신호 탐색 불가’ 등의 말이 어색하게 보이지 않는다면...
위의 그림을 보다 보면 뭔가 거슬리는게 있습니다. ‘그저께’... 사실 컴퓨터에서 저 말을 보기는 힘들죠. ‘이틀 전’이라는 뜻을 가진 우리말인데도, 왜이리 보기 거북한 것일까요?
‘그끄제’라는 단어를 봤을 때, 전 이게 틀린 말인줄 알았습니다. 이런 것도 자세히 보지 못하는 애플을 비웃다 보니, ‘이거 내가 틀린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흠... 그런데 왜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지... 
‘그끄제’는 ‘그+그제’라는 두 단어의 합성어로, 3일 전을 뜻하는 올바른 우리말이랍니다. 한국인인 제가 왜 우리 말에 어색해야 하는지... 쪽팔리기도 하고 마음도 착찹하고 그렇습니다. 

‘서비스 안됨’, 그끄제’... 전부 전혀 이상없는 정상적인 우리말인데, 이 단어들이 어색해지지 않는 ‘대동 단결 한글 세상’은 언제쯤에나 가능할까요? 세종대왕님이라도 잠시 재림하셔야 하려나...

온한글 블로그 기자단 2기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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