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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행사와 모임

'서울서체를 만나다 展' 을 다녀와서

 

 지난 토요일, 날씨도 화창하던 날, 동대문디자인파크 이벤트홀에서 전시 중인 '서울서체를 만나다 展'을 보러 갔습니다.
2, 4, 5호선 '동대문운동장역'이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으로 역명이 바뀌었더라구요. 특히 5호선역은 안락한 조명과 서울서체를 활용한 디자인으로 아주 세련되게 변모를 하였습니다.
  


[2011년 완공 예정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 조감도]
 
 역을 나서 밖으로 나왔더니 '동대문운동장'이 허물어지고 '자하하디드'가 디자인한 '동대문디자인파크',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이 조성되고 있었습니다. 곳곳이 공사를 하고 있었지만 완공되는 2011년 시점의 디자인파크 모습이 무척 기대됩니다.


[서울서체를 만나다 展 전경]

 12인의 차세대 유망 디자이너들이 서울서체로 지정된 '한강체'와 남산체'를 모태로 각자 자음 하나씩을 맡아 한 작품씩 디자인하였습니다. 한강풍경과 남산풍경을 테마로 물흘러가고 산을 타 넘듯이 공간디자인을 하였더군요.
 

 저는 운좋게 '서울서체를 만나다 展' 전시를 총 디렉팅하신 김보라 디자이너분께 직접 작품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작업 비하인드 스토리며 각각의 작품 설명도 재미있었고 성격도 좋으시고 동안이시라 무척 부러웠습니다.   

 전체 전시의 기획은 서울서체를 다루되 무겁지 않고 캐쥬얼한 방향으로 키를 잡았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전체 전시 공간이 딱딱하지 않고, 'ㅅ'이나 'ㄱ' 자로 된 안락한 의자가 곳곳에 있어 쉬며 앉아서 얘기할 수도 있어서 공간과 좋은 작품들이 잘 어우러진 전시였습니다.


 첫번째, 이 작품은 'ㅈ' 이라는 한글 서체를 활용한 '자전거 거치대' 공공디자인입니다.
ㅈ은 건축학적으로 안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기에 공공디자인 제품으로 디자인되기에 적합한 요소를 가지고 있어 작가가 특별히 ㅈ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겹겹히 쌓인 ㅈ의 사이 사이에 자전거를 거치할 수 있어요. 


'자전거 거치대'와 마찬가지로 거리의 '휴지통'도 좀 더 나은 디자인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위와 같이 한글로 표현이 된다면 더 없이 좋겠죠. 'ㅂ'형태의 두 휴지통은 '버리다'와 '분리하다'로 나눠어져 있어 우리가 쓰레기를 버릴 때 버릴지, 재활용될지 한번 더 생각해보도록 하는 작가의 깊은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위의 작품은 'ㅁ'입니다.  '남산체'의 'ㅁ' 모양을 따 디자인한 것으로 자세히 보면 테이블 다리가 '남산체'의 획모양입니다. ㅁ모양의 테이블은 타일 위에 '한강체'로 이상의 시 건축무한육면각체 등이 프린팅되어 사각형의 내부의 사각형의 내부...의 싯구와 절묘하게 와닿네요.  


 이 'ㅁ 테이블은 패턴으로 되어 있는데요, 처음엔 단순한 다각형 패턴인줄 알았는데 각 패턴에 활용된 것이 바로 '사람' 모양이라고 합니다. 자세히 한번 보세요. 보이나요? 얼굴과 다리 같은 것이?


 우리 전통 한옥은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 못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이음새를 이용하여 테이블 디자인을 하였습니다. 테이블 다리가 ㄱ자이고 ㄴ자인게 보이나요? 심플한 디자인이 참 마음에 듭니다.  
 

'ㅌ' 트인마음 , 트인생각. 재생용지를 사용하여 환경적인 측면을 고려하였고, 골지를 접어 ㅌ자로 세워도 보고 뒤집어도 보고 다양한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책꽂이, 의자, 테이블 등 원하는 용도로 사용이 가능하네요. 기발해요.


'ㄹ' 선반. 단청 빨간색이 너무 예쁘네요. ㄹ은 선반으로 사용하기 좋은 구조인 것 같습니다. ㄴ,ㄷ,ㅌ 으로 된 귀여운 곤충 오브제도 보이시나요? 책꽂이 받침대로 혹은 명함꽂이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네요. 


 ㅋㅋㅋ, 웃을때 나는 ㅋㅋㅋ소리로 웃음꽃이 피어나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긴 작품입니다. 위에 보이는 방석의 패턴으로 들어간 꽃과 줄기 모양이 모두 자세히 들여다보면 ㅋㅋㅋ로 되어있답니다. 푹신하게 묻혀 잠자고 싶은 탐나는 방석이었습니다. 


 007 숨은 서울서체를 찾아라! 픽토그램과 서체의 어우러짐이 야광 불빛에 더욱 빛나보였습니다. 12인의 디자이너 중 가장 그래픽에 충실한 작품이었으며 티셔츠에 별모양, 나무모양을 서체로 만들었어요.


'ㄷ' 을 회전해서 뮤직박스로 만들었네요. ㄷ 안으로 쏙 들어가면 한 ㄷ에서는 한강의 물소리가 들리고, 다른 하나의 ㄷ에서는 남산의 바람소리가 들립니다.


 저 이상한 무늬가 뭘까요? 자개로 만들어져 참 예쁜데 처음엔 무슨 모양일까 의아했습니다. 바로 우리 성대의 울림 파동의 모양입니다.  이 디자이너 분은 'ㅍ'을 발음했을때 생기는 파동을 모티브로 전통공예인 나전칠기를 입혀 모던한 디자인으로 필함, 액자, 컵받힘 등을 만들었네요. 유려한 디자인이 돋보입니다.  


 피읖 이라고 발음할때 나는 성대의 울림 파동이죠.
 글자를 이러한 시각요소로 해석도 할 수 있네요. 재미있는 발상이었습니다.  



 병풍같은 이 벤치의 'ㅊ' 이 무엇일까요? 창과 철새의 ㅊ라고 합니다. ㅊ사이로 창에서 빛이 들어와 감싸고 마치 이동하는 철새 무리같이 보입니다. 잘 찾아보면 모음 'ㅣ' 와 'ㅛ'도 있습니다.


 감각적인 일러스트레이션 작품과 한글 패턴 작품과 서울관광명소 픽토그램 작품이 나란히 보입니다. 포토존이라서 열심히 이곳에서 작가들과 사진을 함께 찍었습니다. 멀어서 잘 안보이지만 한글 자모와 영문 알파벳을 활용한 패턴 작업은 눈결정체처럼 화려합니다. '서울'이 읽혀요. 


 하하, 호호, 웃을때 복이 온다는 '소문만복래'. ㅎ으로 만든 시계입니다. 작품에서 보이듯이 'ㅎ' 의 끝이 열린 구조는 서울서체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합니다. 


 전시를 다 둘러보고 '남산체'와 '한강체' 를 다시보니 색다르더군요. '남산체'와 '한강체'는 윤디자인연구소와 서울시가 9개월에 걸쳐 개발한 서울서체입니다. 서울 전용서체가 적용된 '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은 정말 깔끔하며 정돈되어 보이더라구요. '서울서체'는 서울을 처음 마주하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서울이라는 도시의 시각적 인상을 주는 매개체가 될 것 입니다.  

 12인의 작가의 서울서체 글꼴을 활용한 다양한 디자인 작업은 실험적인 동시에 의미깊었습니다. 그리고 전시보는 내내 재미있었고, 마치 작가들이 나무를 자르고 깎고 다듬고, 쿠션에 솜을 집어넣고 하는 등의 활달하고 재미있었을 작업 풍경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온한글 블로그 기자단 2기 최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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