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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새로운 시선

국적 불명 당구 용어, 우리 말로 바꿔 봅시다!!!

요즘은 좀 주춤해 졌지만, 남학생들의 공강과 직장인들의 회식 1차와 2차 사이를 책임지는 곳은 바로 당구장입니다. 당구 좋아하는 남자친구를 둔 여자들은 담배 냄새가 진하게 밴 퀴퀴한 공간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싸나이’들에게는 담배 꼬나물고 큐대를 휘두르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짜장면 시켜 독한 고량주 한 잔 하며 서로의 고민도 나누는 친목 도모의 공간입니다. 

문제는, 당구장에서 쓰는 용어입니다. ‘야 임마 그걸 우라로 돌려야지 오마오시를 치면 어떡하냐!’, ‘너 자꾸 그렇게 히로내면 니가 게임비 다 내!’, ‘아 이놈 진짜 당구 치사하게 치네. 자꾸 겐세이 놓을래?’, ‘300 이하 맛세이 금지’와 같은 요상한 용어들이 판치는 곳이 당구장입니다. 사실 이것은 정식 일본어도 아닌, ‘뽀록’ 일본어에요. 어디 이것들을 한 번 바로 잡아 볼까요? 엇! ‘뽀록’도 해당되는군요!!!

‘뽀록’, 혹은 ‘후루꾸’는 보통 의도하지 않은 공이 맞거나, 얼떨결에 맞은 행운의 샷을 의미하는 용어입니다. 정확한 일본어는 후로쿠(ふろく)인데, 영어 ‘fluke’가 어원이라고 해요. ‘요행’이나, ‘재수 좋았다’ 정도로 바꿔쓰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히로’는 흰공을 쳐서 아무 것도 맞추지 못하거나, 처음에 다른 흰공을 맞추는 등 제대로 된 샷을 치지 못하고 벌점을 먹게 됐을 때 쓰는 말입니다. 사실 이 것은 일본어 시로(しろ)에서 나온 말로, ‘하얀색’을 의미합니다. 그냥 ‘벌점타’ 정도로 고치면 되겠습니다.

‘겐세이’는 자기 차례 다음 사람이 공을 치기 어렵게 만들어 놓는 상황을 말합니다. ‘견제(牽制)’의 일본식 발음이죠. 그나마 이건 맞는 일본어기는 합니다만, 그냥 ‘자꾸 방해할래?’ 이런 식으로 순화시켜봤어요. 

‘우라’나 ‘오마오시’는 쿠션과 공을 맞추는 조합 기술입니다. ‘우라’는 ‘안으로 돌린다’는 뜻의 ‘うらまわし(우라마와시)’, ‘오마오시’는 ‘크게 돌린다’는 뜻을 가진 ‘おおまわし(오오마와시)’에서 나온 말입니다. ‘안으로 돌리기’, ‘크게 돌리기’로 해도 이상하지 않잖아요?


이밖에도 여러 가지 일본식 용어와 함께, 불어 ‘Masse’에서 차용한 찍어치기 기술의 이름 ‘맛세이’ 같은 용어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도 오래 사용해서 아무래도 처음엔 어색하시겠습니다만, 당구를 좋아하는 여러분들이 의지를 가지고 계속 우리 용어를 사용해 주시면 좋겠어요. 우리 말은 소중하니까요!!!

온한글 블로그 기자단 2기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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