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글, 새로운 시선

왜 번역서는 진도가 잘 안나가는 걸까요?

전에도 한번, 이 문제로 대화가 오고갔던 적이 있던 것 같습니다.  어색한 번역체에 관한 문제 말이에요. 예전같이 우리나라의 책이나 한자로 된 원서만을 보는 것도 아니고, 수많은 책이 번역되어 우리들에게 읽혀지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 ‘세계 문학 전집’ 한 번 읽어보시지 않은 분 없잖아요. 수많은 수입 잡지들도 있고, 각종 전공 서적들도 번역본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 해보신 적 있나요? 애초에 우리 말로 쓰인 책 보다는, 번역서들이 좀 ‘진도’가 안나간다는 느낌이 들지 않으셨나요?  
일본어의 경우, 한자어로 된 말들 중 뜻은 통하지만 한국에서는 쓰이지 않는 단어들을 무심결에 직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탈리안 풍미의 파마산 치즈를 곁들인 담백한 샐러드 요리’에서 ‘풍미(風味)’라는 말이 바로 일본어입니다. 보통 ‘맛과 향’이라는 한자 그대로의 뜻으로 쓰이는데, 한국에서는 ‘이탈리아 느낌’ 정도로 번역하면 되지, 굳이 그 말을 그대로 쓰실 필요는 없잖아요. 


‘음, 이건 뭔가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느낌이랄까나?’ 같은 말도 일본어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직역에 가깝습니다. 일본 영화를 보다보면 자주 나오는데요, 아무래도 일본어 원문 자체가 말끝을 높이는 느낌이기 때문에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은가봅니다만... 한국어의 느낌을 살리려면 아무래도 ‘음, 이건 뭔가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느낌이야. 그렇지 않아?’ 이 정도로 번역하면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영어나 불어 등 라틴 계열 문장의 경우, 특히 단순 직역만 할 경우 엄청 딱딱해 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주로 수동태 때문입니다. 한국말의 경우 ‘피동문’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수동태와는 아주 많이 다른 문법입니다. 한국어는 정확히 수동태라는 개념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을겁니다. 
옆집 고양이는 파란 눈동자를 가졌다’라는 문장이 바로 대표적인 수동태 번역 문장이죠. 그냥 ‘옆집 고양이 눈동자는 파랗다’라고 하면 아주 좋은 한글 문장이 될텐데 말이죠.


똑같은 말이라도, 나라별로 표현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게 마련입니다. 번역이라는 것은 그러한 것을 모두 고려한, 어느 정도의 의역이 들어가는 게 올바른 번역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김화영씨가 번역한 알베르 까뮈의 <시지프 신화>의 한 부분을 여러분들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여러분은 이걸 읽으시고 어떤 느낌이 드셨나요? 이해하기 쉬우신가요?

『 '사유'한다는 것은 보는 방법을 다시 배우고, 자신의 의식이 향하는 방향을 정해주며 개개의 이미지가 특권적인 장소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의식은 대상에 형태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그 대상을 주시할 뿐이다.  』


온한글 블로그 기자단 2기 이정민

ⓒ온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