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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새로운 시선

Definition과 Justice의 공통점은 뭘까?

인생에서 가장 재미있던 시절을 고르라면, 십중팔구는 모두 ‘학창시절!’이라고 크게 외칠거에요. 다른 걱정 없이,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던 그 시절... 학창시절을 어떻게 지내냐에 따라 그 사람이 인생까지 바뀌기도 한다 하죠? 

언어도 이와 같습니다. 자식의 교육환경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한 ‘맹모삼천지교’가 요즘은 부동산 투기나 교육열 과열의 의미로 쓰이기는 하지만, 지역이나 또래 집단에 따라 쓰는 말은 진짜 많이 다르거든요.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대학 시절 전공에 따라, 한글 단어를 영단어로, 또는 영단어를 한국 단어로 번역하는 것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입니다. 종류는 달라도 같은 학문을 하는데 뭐가 그리 다르겠냐구요? 어디 한 번 볼까요?


‘정의’라는 단어를 먼저 어문대나 언론정보대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떠오르는 영단어를 바로 말해보라 하면, 십중팔구는 ‘Justice’라고 답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과대나 공대 학생들에게 묻는다면 그 결과는 또 달라집니다. 아마 그들은, ‘Definition’이라고 답할 가능성이 큽니다. 


보통 경상계열이나 통계 전공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흔히 말하는 ‘문과’ 학생들은 대부분 수학 관련 과목을 수강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정의’라는 단어를 ‘Justice’와 ‘Definition’으로 다르게 받아들이는 이유입니다. 수학에서 ‘정의(定義)’를 영어로 번역하면 ‘Definition’이거든요. 이 말을 많이 쓰지 않는 이상, 대부분 학생들은 ‘Definition’을 뜻하는 ‘정의(定義)’보다는 ‘Justice’를 뜻하는 ‘정의(正義)’가 익숙할 것입니다. 동음이의어가 불러온 혼돈이죠. 

이번에는 반대의 경우입니다. ‘evaluate’라는 단어의 뜻을 말해보라고 하면, 대부분의 문과 학생들은 ‘평가하다’라는 답을 내릴 것입니다. 그러나 이공계 학생들은 ‘계산하다’라고 답하는 경우를 왕왕 보게 됩니다. 계산을 뜻하는 단어는 ‘calculate’인데 말이죠. 


이런 대답은, 주로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 들여온 원서를 가지고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 많이 일어납니다. 수학이나 물리학 등 계산을 자주 하는 과목의 원서에서는 ‘Evaluate This Problem’이라는 말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 문장은 ‘다음 문제를 평가하라’라고 직역하며, 우리말 식으로 나타내면 ‘다음 문제를 푸시오’ 정도의 뜻을 가진 문장이에요. 아무래도 문제 푸는 일이 많은 이공계 학생들한테는 ‘평가하다’라는 뜻 보다는 ‘계산하다’라는 의역의 뜻이 익숙하지 않나 싶습니다. 

출처: http://astroandme.wordpress.com/


이러한 단어 말고도, ‘Function’이라는 단어를 문과생은 ‘기능’, 이공계 학생은 ‘함수라고 하는 등 많은 예가 있습니다. 이것은 제대로 된 한글 번역서로 공부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옆나라 일본만 해도 많은 학생들이 질좋은 번역서로 공부를 하고 있는데 말이죠. 마지막으로 퀴즈 하나 낼까요? ‘Differentitation’과  ‘Equation’을 이공계 학생들은 뭐라고 할까요? 힌트는 위의 그림입니다. 



온한글 블로그 기자단 2기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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