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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날씨는 친친하다고??

요즘 날씨... 참 덥습니다. 당연하죠. 여름이니까... 그런데, 이게 단순히 덥기만 한 게 아니에요.
장마는 끝났다고 하는데 이거 비가 오락가락 오니까요. 그냥 비도 아닙니다. 바가지로 훅 붙는 것 같은, 흔히들
‘스콜’이라 부르는 국지성 폭우가 시도 때도 없이 내리니 온 한국이 습기투성이에요.
이러다가 서울시 가로수가 바나나 나무로 바뀌는 것 아닌지 모르겠어요. ;-)

그런데, 갑자기 퍼뜩 생각이 났습니다. ‘날씨에 관한 순우리말이 있겠지?’ 궁금한 나머지 인터넷을 뒤적거려보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요즘같이 습도 높고 끈적한 날씨는 어떻게 표현할까요?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고요. ;-)

"아... 요즘 날씨 참 뭣하다. 아직 첫물질 만큼 
비가 오지도 않았는데 뭐가 이리 친친해!"

‘첫물지다’라는 말은 ‘그 해 들어 첫 홍수가 나다’는 뜻의 순우리말입니다. 제가 굳이 이렇게 설명하지 않아도 ‘첫물’이라는 단어의 연상을 통해 첫 번째 홍수라는 걸 짐작할 수 있겠죠? 
‘친친하다’‘축축한 중에도 끈적끈적해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는 뜻의 순우리말입니다. 요즘에는 보통 ‘아, 참 날씨 한 번 꿉꿉하네?’ 등 ‘꿉꿉하다’라는 말을 씁니다. 하지만, 꿉꿉하다는 말은 ‘조금 축축하다’라는 뜻으로 명확한 감정을 표현한 말이 아니에요. 요즘 같은 날씨에는 ’친친하다’가 훨씬 어울리는 표현 아닐까요? ‘불쾌지수가 높다’는 말보다 훨씬 쉽기도 하고요. 

한여름, 비가 옴팡지게 내린 후에는 친친한 느낌이 극에 달합니다. 그래도 한껏 비가 내린 다음의 저녁에는 다른 때보다는 날씨가 선선해집니다. 바람까지 한기가 들면 약간 꿉꿉한 가운데 한기까지 들기도 해요. 보통 이런 날씨를 ‘스산하다’고 표현합니다. 조금 강도 높은 말로는 ‘을씨년스럽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이 말에는 두 가지 어원이 있답니다. 


지난 1905년, 일본이 우리나라를 빼앗기 위해 '을사년'인 1905년에 강제로 '을사늑약'을 맺었습니다. 이후 1910년 8월 30일 ‘경술국치’를 통해, 우리나라는 완전히 일본의 손에 넘어가게 되죠. 분하고 원통한 일이 아닐 수가 없어요. 나라를 빼앗긴 국민의 마음도 그랬겠죠? 이 일로 인해 마음이나 날씨가 어수선하고 흐린 것을 '을사년스럽다'고 했는데, 이 말이 차츰 변해 소리나는 대로 '을싸년스럽다’로 변했다가 '을씨년스럽다'가 되었다고 해요. 

다른 어원은 보다 학술적인 것입니다. 몸이 ‘으슬으슬’하다고 하죠? ‘으슬으슬’은 ‘을슬을슬’에서 치음 앞의 ‘ㄹ’이 탈락한 말입니다. 이 뒤에 분위기를 설명하는 ‘년스럽다’라는 말이 붙으면서 [으슬+년스럽다]->[을스년스럽다]->[을시년스럽다]->[을씨년스럽다]로 차차 변화했다고 합니다. 둘 중 어느 경우가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정서상 저는 첫 번째 어원에 손을 들어주고 싶네요. =)

무척 더운 여름... 꿉꿉하다못해 친친한 날씨에 짜증들 많이 나시겠죠? 하지만, 곧 다가올 을씨년스런 추위를 생각하며 올 여름도 건강하게 이겨내자고요! 퐈이야!!~~

온한글 블로그 기자단 2기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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