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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한글이 만난 사람

Life in pictos, 감성을 움직이는 픽토그래퍼 함영훈


픽토그래퍼 함영훈. 네이버 카페 'Life in pictos'(http://cafe.naver.com/lifeinpictos)
 
픽토그래퍼라는 흔치 않은 이름으로 착실하게 꾸준히 픽토그램을 모토로한 디자인으로 우리를 매료시키는 작가, 함영훈님을 만났습니다. 그와의 인상깊은 인터뷰는 'Life in pictos' 라는 그가 운영하는 카페의 네이밍에서도 느껴지듯이 오롯이 픽토그램에서 시작해서 가지를 뻗어나가는 그의 확고한 디자인관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고  그의 간결한 픽토그램이 담고 있는 것도 바로 다름아닌 너와 나 그리고 우리의 삶의 이야기라는 것에 깊이 공감이 되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함영훈 作. 무제 침묵. 2010 
  
우리가 보통 픽토그램하면 떠올리는 화장실 남녀 사인이나 비상구(Exit)는 간결합니다. 시설,행위, 개념 등을 상징화된 그림문자로 나타내는 픽토그램은 불특정 다수가 한 큐에 고개를 끄덕이는 '상징'용법을 구사하기 때문인데요, 비상구의 픽토그램도 녹색 바탕에 흰 사각문을 들여놓고 뛰쳐 나가는 사람의 찰나를 포착해 놓은 것으로, 어떻게 보면 우리의 인체의 동작을 엑스레이로 찍었을때 보이는 뼈대와도 같은 것이에요. 픽토그램이 매력적인 것은 아마도 모든 시각 구성의 근본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함영훈 作. Lifestyle sovoro pictogram 시즌 2. 2005

 
 그의 픽토그램 작품에는 단순한 정보가 아닌 감정의 순간, 그 찰나가 잘 포착되어 있는데요, 간결하나 그 속에 감성을 담은 픽토그램으로 스토리텔링을 하는 작가 함영훈님과 이야기 나눠 볼께요.


픽토그램 작업의 시작점 이야기 1.
 
최: 함영훈님의 홈페이지 작품들 가운데 초기에 'sovoro'라는 이름의 픽토그램 시리즈가 있는데요 'sovoro'가 무엇인가요?  
함: 대학교 다닐 때부터 픽토그램에 관심이 많았어요. 디자인 바운더리 안에 픽토그램이라는 영역이 있는 것을 알았고 뭔가 단순하면서도 메시지가 담긴. 하지만 언어가 아닌 그림이라는 것에 관심이 가더라구요. 그걸 가지고 저 나름의 방식으로 저의 일상 생활을 이야기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고 사람이라는 픽토그램 캐릭터에 감정을 불어 넣어서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이 Lifestyle sovoro 라는 일러스트 웹사이트였습니다. 

 

함영훈 作. Lifestyle sovoro. 2003-2006
 
함: 저와 같이 생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캐릭터로 활용해서 만들어보자고 한거죠. 남자 soo, 여자 voo를 만들고 둘만 있으면 딱딱하니까 roo를  하나 더 만들어서 soo, voo, roo 라는 세 캐릭터들이 뒤섞여서 만들어 나가는 인간적인 이야기를 담아보고자 만든 사이트가 바로 sovoro.net이었어요. 그것이 계속 버전 업이 되서 지금의 홈페이지가 버전 3입니다. 
 


함영훈 作. 브랜드 중독자. 2008

함: 픽토그램은 일상에서 쉽게 볼 수가 있는 것이잖아요. 그러나 저의 그림에는 어떤 단순한 정보 전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생활 속의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담고 싶었던거죠. 예를 들자면 오늘 우리가 이렇게 인터뷰 대화 속에서 무언가를 느낀다면 그런 것도 하나의 주제가 될 수 있듯이 결국은 삶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함영훈 作. 도시,naver icongraphic motive.2008
 
함: 하지만 제가 계속 soo, voo, roo만 가지고 작업을 했다면 그것만의 색깔에 머물러 있었겠지만, 제 홈페이지나 블로그 보시면 '도로시' 일러스트의 스타일도 만들어봤고 타이포 작업도 했다가 또 회사의 여러가지 작업도 해왔고, LED로 표헌하거나 설치물로 제작도 하고 최근에는 픽토그램의 영역을 회화 작업으로도 옮겨보는 식의 많은 시도를 해왔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 모든 것을 집약해서 한가지 색깔을 찾으려고 합니다.
 

 
                                  함영훈 作. walking man walking, 서울디자인올림픽 출품작. 2008 

                        

       함영훈 作. 디자인 메이드, 호텔이다 展. Wallgraphic 설치작업. 2007


앞으로 작업의 일관된 방향성 모색에 대한 이야기 2.
  
 
함: 지금까지는 이렇게 저렇게 많은 형식으로 테스트를 해보았고 그것을 발판삼아서 이제는 한가지 방향성을 모색해봐야 할 때인 것 같아요. 여전히 픽토그램이라는 구체적인 형태는 잡혀있어요. 단순한 이미지에 어떨땐 라인으로 어떨땐 면으로 때론 캐릭터 형식으로 때론 문자로, 다양하게 심플한 모티브를 찾았었는데 이제는 한가지 방향으로 모아서 가져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여러가지 시각적 소스를 만나면서 충격을 받잖아요. 그 와중에 이제는 한방향으로 제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와 철학만 있다면 모두 모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함영훈 회화 개인전, 감정의 순간展.  전시장 내부 사진. 2009 
 
최: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모색하게 계세요? 
함: 제가 작년에 했던 전시의 타이틀이 '감정의 순간'이었어요. 픽토그램 자체가 순간적인 언어라서 1,2초 안에 사람인지 동물인지 안내인지 사인물이지가 판가름이 나야되요. 그런데 제가 그 전시에서 생각했던 방향성은 화장실의 남녀를 구분하는 그런 단순한 메타포가 아니라, 보았을 때 픽토그램 안에서 순간적인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의도에서 시도해 본 작업이었어요. 
 

함영훈 作. 감정의 대비,Art case for iphone 3GS. 2010
 
함: 보통의 회화 작품은 전시장에서 한참을 들여다거나 조용한 상태에서 감상을 강요하자나요? 하지만 제 그림은 보자마자 순간적으로 이게 무엇이다라는 것을 알 수가 있어요. 픽토그램이라는 쉬운 형태니까. 하지만 그 안에서 감정의 순간 그 울렁임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의도에서 시도해 본 표현 방식이었고 앞으로도 그 연장선에서의 방향을 염두해 두고 있어요. 
 
 
'Life in pictos' 카페 이야기 3.
  
최: 저는 온라인 카페 Life in pictos에서 발행하는 오픈캐스트를 받아 보고 있어요. 구독하는 사람도 많고 회원수도 3000명 가까이되죠?
함: 그 카페를 운영한지 2년이 넘었는데요 처음에는 같은 관심사의 사람들과 만나고 전시회 기획도 같이 해보려고 의욕이 충만했지만 회사 업무와 전시, 작업 등 바빠지면서 소홀했었고 업데이트가 이루어진 것은 사실 얼마 안되요. 다시 한번 꾸준히 해보려고 합니다. 최근에 열심히 해서 무언가를 느껴보고 싶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대학생 때 sovoro 사이트에 일러스트를 한 2년간 올렸었어요. 그 때 배웠던 것은 꾸준했을 때 오는 힘이었고 그러면 사람들도 꾸준하게 관심을 보이더라구요. 작가를 꿈꾸고 작업하기를 원한다면 꾸준히 리듬을 타면 된다고 생각해요.

함: 회사 일로, 개인 작업으로라도 리서치를 많이 해요. 옛날에는 좋은 디자인 자료는 책도 너무 비싸서 구하기가 힘들었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너무 인터넷에서 쉽게 전세계의 자료를 볼 수가 있는 좋은 세상이에요. 제가 카페를 하는 이유도 자료 업데이트를 하면서 전체적인 어떤 흐름을 볼 수가 있어서에요.

 

픽토그램과 타이포, 그리고 한글 이야기 4.

최: 저는 타이포 작업을 할 때 주로 픽토그램에서 힌트를 많이 얻는데요, 둘의 묘한 상관관계와 공통되는 매력이 무엇일까요? 
함: 둘의 공통점은 언어라는 것이겠죠. 픽토그램은 그림이기도 하지만 직관적으로 정보를 전해주는 언어에요. 그리고 아마도 타이포와 픽토가 비슷하게 느껴지는 건 둘다 모듈을 이용해서 만들기 때문일 거에요. 구성 모듈이 있으면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그걸 조합하는 방식이다보니까 모듈을 이용한 이미지 그리고 언어라는 것이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고 타이포에도 딩벳폰트가 있잖아요.


함영훈 作. 삼각형 모듈을 활용한 이미지와 타이포 구성. 2008  

최: 타이포 작업도 하셨는데 앞으로 '한글'의 가능성은 어떻게 보고 계세요?  
함: 회사에서 일러스트팀에서 디자인팀으로 옮기면서 편집 디자인 분야를 새삼 접하게 되었는데, 헬무트 슈미트나 에밀 루더 같은 작가의 스타일을 보면서 활자만 가지도고 실험이 가능한 것을 알고 참 많은 충격을 받았어요. 서치를 하다보니 스위스 그라피의 워크룸이나 더치 그라피의 슬기와 민이라는 작가분들도 알게 됐는데 또 한번 충격을 받은 것이 한글만 가지도고 너무 멋진 편집물이 나오는 거에요.  

함: 제 홈페이지도 예전에 만들어서 풀영문으로 되어있는데요 영문을 써야 외국에서도 들어와볼 수 있고 영문이 더 디자인적이다라는 어떤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한글 작업물이 이렇게 멋질 줄은 몰랐죠. 그리고 이제는 인터넷 검색의 왕국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한글의 힘이 워낙 강해져서 수많은 영문으로 된 작업물을 한글 이름으로 대대적인 수정을 했어야 했어요. 네이버의 나눔글꼴, 서울시의 서울서체, 현대카드도 자사폰트를 만드는 추세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옛날에는 정말 한글 폰트가 다양하지 못했지만 요즘의 한글이 풍부해지는 이런 분위기는 참 바람직한 것 한 것 같습니다.
 
함: 요즘 디자인 추세도 원론으로 돌아가고 있어요. 슈퍼 노멀과 같은 철학적인 디자인이나 요즘은 잘 그리는 그림보다는 개념이 중시되다보니까 여백을 가지고 텍스트만으로 작업들을 많이 하고 있고, 영문보다 한글에 대한 관심도 원론 중심이라고 볼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궁금한 이야기 5. 
 
최: 함영훈님은 직장과 개인 작업을 병행하고 가정을 꾸리고 웹상에서는 꾸준히 블로그나 홈페이지를 관리하고 전시나 인터뷰 그리고 Life in pictos 카페 및 대외활동만 해도 여러가지이신데 조화롭게 이루는 것이 가능한 비결이 있다면요?   

함: 간단한데요 한가지 주제를 정하고 가지를 치면 되요. 저는 픽토그램을 했고 항상 버전 업을 할 때마다 그 중심을 가져갔고 픽토그래퍼라는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틀을 잡아요. 그런 저의 홈페이지 작업을 보고 프로젝트 그룹에서 상품 제작을 하자고 연락이 오고, 인터뷰도 연락이 오고 등등등이 생기는 거에요. 제가 픽토그램을 그린 것 하나의 아이덴티티로 히스토리를 만들어 온 것 그게 바로 경쟁력이에요. 
 
 

문자체계가 확립되기도 이전에 먼저 사람들의 의사 소통의 수단이 되었던 픽토그래프는 고도화, 체계화된 현대에 와서도 일종의 또다른 언어체계로 자리매김해 있습니다. 그의 픽토그램을 보면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십게 명쾌하게 와닿았는데 그런 작업스타일과 더불어 그 역시 명쾌한 메시지를 지닌 작가였습니다. 간결하디 간결한 픽토그램에 폭넓은 삶의 이야기와 감정이 담길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이 흥미로웠고 인터뷰 내내 확고한 가치관으로 인터뷰에 임했던 함영훈님과의 소통이 마치 그의 작품과의 소통하는 것과 다름없어 더욱 뜻깊었습니다. 

함영훈 홈페이지: http://www.haamyounghoon.com

Life in pictos 네이버 카페: http://cafe.naver.com/lifeinpictos
 

온한글 블로그 기자단 2기 최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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