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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행사와 모임

우리를 반성하게 만든 브라질에서 열린 한글날 행사

여러가지로 우리 나라는 참 이상합니다. 연예인들이 문제를 일으키면 모든 언론이 대서 특필하고 난리이면서, 사회에 모범을 보여야 할 정치인들의 비리는 언론들이 침묵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분노도 금방 ‘정치인들은 어쩔 수 없나보다’ 하는 체념 반 무관심 반으로 식어버립니다. 

자랑스런 우리말 ‘한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크리스마스 같은 ‘외국 명절’에는 온갖 이벤트들과 축하행사가 대한민국을 뒤흔들면서도, 유독 한글에 대해서는 무관심합니다. 물론 행사가 있기는 하지만, 잘 부각되지도 않고 묻혀버리기 일쑤거든요. 이해가 잘 안갑니다. 한글날이 휴일이 아닌 것도 영 불만이에요. 단순히 하루 쉬지 못해서 이러는 게 아닙니다. 그렇게 ‘우리말 사랑’을 외치면서도, 특별히 기념할 만한 날을 지정하는 휴일에 왜 한글날은 끼지 못하는걸까요? 한글날 관련 행사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모습은 많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 가운데, 브라질에서는 지난 2007년부터 상파울로 대학(USP) 한국학 연구회 주최로 한글날을 맞아 ‘한글 전시회’ (Hangul/Maise Que Um Alfabeto)를 4년째 개최하고 있습니다. 이 전시회에서는 한글의 아름다움과 과학성을 여러가지 배너와 다큐멘터리, 컴퓨터 소프트웨어, 소품 등의 각정 시청각 자료를 전시해 브라질 현지인들과 교민들에게 우리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네 번째인 올해 전시회에서는 최근 한국 아동문학이 세계 각지에서 번역, 출판돼 호평을 받고 있는 추세에 따라 ‘한국의 아동문학’을 소주제로 정해 한국의 아동문학을 널리 알리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해요. 이 행사에는 ‘한국문학번역원’과 가톨릭 수도회인 ‘작은예수회’에서 전시용 아동도서를 협찬했다고 합니다. 

여러분.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전 좀 부끄러웠는데...


‘삼바의 나라’ 브라질에서 열린 한글날 기념행사는 ‘한글 새겨진 티셔츠는 왠지 촌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인 한국에 경종을 울리는 듯 합니다. (관련기사는 여기를 클릭하시면 볼 수 있습니다.) 브라질에서는 27년 전인 1983년부터 브라질 한국학교 내에 ‘브라질한글학교’를 개설해 한국인 2세와 1.5세는 물론 한글에 관심이 있는 현지인들에게 우리 말을 가르치고 있다고 합니다. 


‘국사까지 영어로 배우자’는 황당한 주장이 나오는 우리 나라의 현실을 생각하니 귀가 빨개지도록 부끄러울 지경입니다. 이제 말로만 ‘자랑스럽다’고 할 게 아니라, 정말 자랑스러운 한글을 널리 알리고 사랑할 수 있는 진정한 관심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온한글 블로그 기자단 2기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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