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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새로운 시선

가장 편리한 모바일 한글 키패드는 뭘까?

최근 스마트폰 키패드에 관한 중국의 ‘또 다른 동북공정’에 관한 이야기가 트위터와 블로그 등에 오르내린 적이 있습니다. 말도 안 되고 짜증이 올라오는 일입니다. 일단, 무거운 이야기는 뒤로 미뤄두고, 이번 기회에 저는 ‘가장 편리한 모바일 한글 키패드는 뭘까?’라는 고민을 해보게 됐습니다. 

휴대폰용 키패드는 여러 가지가 있었습니다만, 대표적으로 세 가지가 있겠죠? 일단 삼성전자의 ‘천지인’ 방식, LG가 사용하다, 지금은 저작권이 풀려 다양한 업체가 자유롭게 사용하는 ‘ ez 한글(또는 나랏글)’이 있었습니다.

편의성은 고려하지 않은 StarTAC의 한글 키패드

편의성은 고려하지 않은 StarTAC의 한글 키패드

저 같은 경우는 오랫동안 모토로라의 명기 ‘StarTAC’을 사용했는데, 삼성전자나 LG 등 다른 휴대폰을 사용하던 친구들은 ‘니 휴대폰으로 문자 보내기 어렵다’며 짜증을 내곤 했죠. 사실, ‘StarTAC’의 한글 입력 방식은 한글에 대한 연구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알파벳의 나열 방식 그대로 한글을 끼워 넣은 것에 지나지 않았어요. 저도 초반에는 엄청 헤맸던 기억이 있어요. 

이후, 모토로라 RAZR를 쓰기까지 잠시 사용한 임대폰은 ‘천지인’ 입력 방식이었습니다. 천지인과 ez 한글 방식 모두 한글의 초성과 중성, 종성의 조합 원리를 연구해 만든 것이기 때문에, 적응하는데 그다지 고생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드웨어 QWERTY 키패드의 대명사

하드웨어 QWERTY 키패드의 대명사

그러나 이제 스마트폰 열풍이 불면서, 모바일 키패드의 대세는 일반 컴퓨터 키보드와 같은 ‘QWERTY’ 방식으로 완전히 돌아서게 됩니다. QWERTY 방식 역시 사실 알파벳 위주로 설계된 것이기 때문에 한글 타이핑을 할 경우 양손의 타자 빈도가 고르지 않다는 단점이 있기는 합니다만, 한글 타이핑에 유리한 ‘세벌식’을 완전히 내치고 이미 대세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쉽게 적응할 수 있었을겝니다. 

아이폰의 소프트웨어 QWERTY 키패드

아이폰의 소프트웨어 QWERTY 키패드

블랙베리 같은 하드웨어 키패드부터, 아이폰과 모든 안드로이드폰이 채택하고 있는 터치식 QWERTY 키패드까지... 거의 모든 스마트폰에는 QWERTY가 기본이 되죠. 

Swype 입력 방식의 사용 예

Swype 입력 방식의 사용 예

이번에 안드로이드 OS 2.2 Froyo로 업데이트된 갤럭시S와 갤럭시A는, 기존에 영문으로만 가능하던 기능을 한글에도 적용한 ‘Swype’ 키보드를 탑재하게 됩니다. 손가락으로 원하는 글자의 초성, 중성, 종성을 슥슥 문지르면 입력이 되는 아주 편리한 방식이죠. 문지른 초중종성이 애매할 때 여러 가지 조합을 권유해 주기도 하고요. 하지만, 알파벳보다는 경우의 수가 많은 한글인 만큼, 문지르는 경로가 복잡하면 아무래도 좀 속도가 더딘 편입니다. 

구글 한글 키보드에 탑재된 음성 입력

구글 한글 키보드에 탑재된 음성 입력

또한, Froyo로 업데이트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구글 한글 키보드에 포함된 ‘구글 음성 입력’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기존에도 음성 입력 기능이 있었지만, 구글 음성 입력 기능은 무려 ’70%’ 정도의 정확성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정확도가 손으로 누르는 키패드보다는 떨어지다 보니, 문장이 길거나 발음이 애매한 단어의 인식률은 좀 낮죠. 

애플에서 제공한 키패드 이외에는 사용할 수 없는 아이폰에 비해, 앱을 통해 여러 가지 선택이 가능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는 천지인 키패드를 지원하기도 합니다. 두 손 타이핑에 따라갈 수는 없지만, 한 손으로 타이핑 할 때 천지인 키패드가 훨씬 편하기도 합니다. 

갤럭시탭에 탑재된 천지인 키패드

갤럭시탭에 탑재된 천지인 키패드

따지고 보면, 키패드는 사실 익숙해지기 나름입니다. PC에서 독수리 타법만으로도 200타를 치시는 저희 어머님을 보시면 더더욱 그 생각에 확신이 들기도 하고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그냥 머릿속으로 타타타탁 타이핑 할 수 있다면 그게 최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중국인들의 모바일 키패드 표준을 따른다는건 좀 아니지 않나요? 대한민국의 휴대폰 제조 업체들과 통신사들은 모두  힘을 합쳐 ‘모바일 키패드 주권’을 세우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우리 국민이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요. 성심성의껏, 자신이 만들어 자신의 가족과 친지들에게 자랑스레 권유할 수 있는 모바일 키패드를 개발해 주신다면 우리들이 왜 안 쓰겠어요. 우리 것이 좋은 것이잖아요. 여러분도 마찬가지 생각이시죠?


온한글 블로그 기자단 2기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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