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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새로운 시선

'한글공정' 그 후, 우리의 대책은?


작년 후반기부터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화두 중 하나는 ‘한글공정’이었습니다. 한글공정은 동북공정에 빗대어 지은 이름으로 중국이 휴대전화나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에 한글을 입력하는 방식을 자체 개발해 이를 국제 표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국내 언론보도가 잇달아 나오고 있는 것이 그 배경입니다.

이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쟁점화시킨 사람은 소설가 이외수 씨였어요.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진실로 귀한 것을 귀한 줄 모르면 도둑이 그것을 훔쳐간 뒤에도 무엇을 잃어버렸는지조차 모르게 된다.”라고 하면서 “보라, 우리가 한글이라는 보물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귀중함을 모르고 소홀히 하니 중국이라는 도둑이 이를 훔치려는 마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며 한글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세태를 통탄했었지요.



[사진출처 : 법보신문 소설가 이외수 씨 ]


이에 누리꾼들은 포털사이트를 통해 ‘중국이 한글을 위협하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서명에 나섰고(다음, 아고라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99029), 수많은 인원이 중국의 행위에 개탄을 금치 못하며 동참했어요. 그러나 중국에서는 동북공정 사건과는 달리 직접 이번 사건에 대하여 [한글공정] 또는 이와 비슷한 [공정]에 대하여 언급한 적은 없다고 합니다.

한국어는 중국 내에서 200만의 조선족들이 사용하는 언어이고, 그 언어에 대해 중국 내부에서 표준을 정하는 것이지 국제 표준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너무 성급하게 판단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론 또한 만만치 않네요.


[ 다음, 아고라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99029 메인 화면 캡쳐 ]


양쪽의 팽팽한 의견이 맞서는 가운데 지난해 12월 2일, 국회에선 중국의 한글공정에 대응하여 모바일 한글자판을 표준화하겠다면서 한나라당정책위원회 주최로 공청회가 열렸습니다. ‘모바일 정보기기 한글 문자판 표준화 추진 공청회’로 명명된 이 자리에는 당정 관계자를 비롯하여 산학연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하여 열띤 토론을 펼쳤어요.  

표준화 추진을 주관하고 있는 지식경제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1, 2단계로 방향이 제시되었습니다. 1단계는 상용화된 기존방식(천지인·나랏글·스카이한글 등)을 토대로 소비자단체 중심의 선정위원회가 관련 업계의 의견 등을 반영해 표준안을 결정하여 내년 상반기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이고요. 2단계는 급변하는 IT 환경에 적합한 미래형 표준모델을 도출하기 위해서 민간 중심의 포럼을 구성, 모바일 정보기기 전체를 총망라 평가해 내년 하반기까지 미래형 표준안을 마련하자는 내용이 골자랍니다. 이를 통해 양대 국제표준화기구(ISO, ITU)에 한글 국제표준화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방침이고요.


[사진 출처 : 문화일보 ]


이처럼 정부 관계자들의 긍정적인 시각에 반하여, 한글정보학회를 비롯한 일부 참석자들은 그동안 표준화가 되지 못했던 주요 요인이 업체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기 때문인데 이들의 이견을 반영하는 표준안을 결정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반대의 뜻을 표명했습니다. 특히 한글문자학회에서는 시중 자판 중에서 하나를 골라 통일한다면 자판 난립의 불편은 오히려 참는 편이 낫다."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통일할 단축자판이라면 단타(One Touch)로 장문(MMS)입력이 가능해야 하는데, 현재 상용 중인 방식은 한글 기본음 입력에 지나치게 손이 많이 간다는 부분을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지적했어요. 이들은 “이해 당사자들의 기존 방식을 채택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표준안을 선정하는 게 옳은 방법”이라고 차별화를 강조하는 의견을 냈습니다.

표준안은 말 그대로 기본 토대를 마련하는 하드웨어적 요소만을 정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습니다. 이번 공청회에서 밝힌 정부(기술표준원)의 견해란, 업체들의 합의에 따라 기존모델로 2011년 상반기에 1차 표준을 정하고 하반기에 2차로 기존 모델 방식에서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최종적인 표준안을 결정 후, 미래형 표준을 다시 정하겠다는 것입니다.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에서 ‘한글공정’ 관련 안건을 회의에 부치는 등 표준화 추진에 대한 강한 해결의지를 보이며 마련한 이번 자리를 놓고, 많은 이들은 공청회가 표준화 제정에 일조했으면 하는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을 겁니다. 그런데 이날 나온 얘기들이 실질적으로 사용하면서 어떤 편리함을 가져다줄지 새삼 궁금합니다. 이 사안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봐야겠네요.
 


온한글 블로그 기자단 3기 배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