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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새로운 시선

'욕'에 담긴 속뜻을 아십니까?

중학생쯤 보이는 한 무리의 남자아이들이 자기들끼리 키득거리며 지나갑니다. 그런데 그 나누는 대화 내용이 소위 가관이더군요. 단어 하나에 욕 하나씩, 마치 짝을 지은 것 연결해서 말을 하는데 듣기 민망했습니다. 과연 욕에 담긴 속뜻을 알고도 쉽게 입에 담을 수 있을지 의문스럽기도 해요.

사람들은 욕을 속이 상할 때 혼잣말처럼 내뱉거나, 미운 상대를 지탄할 때 사용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쉽게 듣고 사용하는(?) 욕의 어원 중엔 얼굴이 화끈거릴만한 성(性)적 표현을 난잡하게 담고 있거나, 지금은 사라졌지만, 옛날엔 큰 죄를 저지른 죄인은 처형하였는데 그 방법이 참혹하고 형도 다양했습니다. 그러한 형벌을 인용한 것, 그리고 못된 병에 걸리라는 식의 저주 뜻을 담은 내용이 많습니다.

그 중 몇 가지만 추려서 알려 드리고자 합니다. 이번 포스트는 주제가 ‘욕’의 어원을 밝히는 것 인만큼, 다소 적나라한 표현을 쓰더라도 양해해 주시길 간청 드립니다. 


[ 성(性)적 내용이 담긴 욕 ]

■ 시팔 - '씹 할'이란 말이 발음 나는 대로 구전된 것입니다. 여기서 ‘씹’은 여성의 성기를 비속하게 이르거나, 성교를 비속하게 표현한 단어에요. 그 ‘씹’을 판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시팔’이란 욕은 남창이나 매춘을 한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 엿 먹다 - '엿'이란 남사당패에서 여자의 성기를 뜻하는 은어였다는 설이 있어요. 요즘 ‘엿 먹어라’는 말은, 속되게 남을 은근히 골탕먹이거나 속여 넘길 때 쓰고 있죠.

■ 화냥년 - 이 단어에 대한 해석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병자호란 때 청나라로 끌려가던 여인들이 돌아오자 '고향으로 돌아온 여인'이란 의미로 환향녀(還鄕女)라 부르던 데서 유래되었어요. 그리고 <역어유해>에 노는 계집을 화랑(花郞)이라 적고 있습니다. 이 화랑이 남자 무당(男巫)의 뜻으로 변하면서 '화냥'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만주어 'hayan[하얀]'에서 온 말로 음탕한 계집을 뜻하기도 합니다.

■ 개새끼(개자식) - 하는 짓이 얄밉거나 더럽고 됨됨이가 좋지 아니한 남자를 비속하게 이르는 말. 강아지를 키워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개들은 습관적으로 자신의 성기를 핥습니다. 사람의 처지에서 보기에 좀 민망한, 개의 습성에서 유례한 욕이라고 하네요.


[ 형벌에 관계된 욕 ]

■ 우라질 - '우라질'은 '오라질'의 변한 말입니다. 가끔 케이블 TV에서 ‘우라질레이션’등으로 순화(?)하여 쓰곤 하죠. '오라질'은 '오라로 묶여 갈'이라는 뜻입니다. '오라'는 도둑이나 죄인을 결박하던 붉고 굵은 줄을 가리키는 말이고, '질'은 '지다'의 활용형으로, '묶다'라는 뜻이 있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오라질'이란 '못된 짓을 하여 잡혀가서 오라에 묶여 갈'이라는 뜻이 됩니다. 이러한 뜻을 가지고 있던 '오라질 / 우라질'은 미운 짓을 한 사람을 질책하거나 욕할 때, 혹은 속이 상해서 혼잣말처럼 내뱉을 때 쓰는 말입니다.


 ■ 육시랄 - 정확한 발음은 '육시할' 입니다. 육시를 할 놈 -> 육시랄 놈이 된 겁니다. 육시는 추시형인데, 즉 '추시형에 처할' 이라는 뜻입니다. 추시형(追施刑)이란 죽은 사람에게 추가로 가하던 형벌로써 사형에 처할 죄인이 고문 등으로 말미암아서 처형되기 전에 죽었을 경우, 법이 정한 대로 다시 목을 치는 육시(戮屍), 죽어서 묘에 묻은 시체를 새로이 드러난 죄목 때문에 관(棺)을 쪼개고 송장의 목을 베는 부관참시(剖棺斬屍) 등을 가리킵니다. 그만큼 저주가 담긴 욕이지요.

사극을 보면 죄인의 사지를 각각 한 방향으로 전진하는 동물에 묶었지요. 소위 사지를 찢어 죽이는 것이지요. 이와 비슷한 뜻 중엔 [오살할 놈]도 있습니다. 오살 (五殺)은 다섯 번 죽인다는 뜻입니다. 머리, 양팔, 양다리를 베어버리는 형벌이지요. 이것이 전해져 비속어처럼 굳어진 것입니다.

■ 젠장 - 뜻에 맞지 않고 불만스러울 때 감탄사처럼 혼자 욕으로 하는 말입니다. 유의어로는 제기, 젠장맞을, 젠장 칠이 있어요. ‘제기’는 난장(亂杖)을 맞을 것이라는 뜻으로, 뜻에 맞지 아니하여 불평스러울 때 혼자서 욕으로 하는 말입니다. 난장은 조선시대 정해진 형량 없이 닥치는 대로 때리는 형벌입니다. '제기, 난장을 맞을'을 줄여 젠장 할로 표현되기도 하죠.


[ 병(病)과 관련된 욕 ]

■ 병신 - 신체의 어느 부분이 온전하지 못한 기형이거나 그 기능을 잃어버린 상태 또는 그런 사람을 뜻하거나, 모자라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입니다. 주로 남을 욕할 때에 쓰지요.

■ 염병할 - '염병(장티푸스)을 앓아서 죽을'이란 뜻이 있어요.

■ 지랄하다 - '지랄'은 간질병을 뜻합니다. 즉 간질환자들의 발작증처럼 마구 법석을 떨거나 분별없는 행동을 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 욕으로 변했네요.


이외에도, 주변에서 들을 수 있는 욕은 정말 많습니다. 예전에 TV 프로그램에서 동일한 수의 남녀를 모아놓고 재미있는 테스트를 했어요. 각 집단에 같은 단어를 보여준 뒤, 기억에 남는 단어를 적어보라는 실험이었습니다. 테스트 내용을 모르고 참석한 피실험자들은 노출된 단어가 끝남과 동시에 빈 종이에 기억나는 단어를 적기 시작했습니다.

놀라운 건, 대부분 부정정인 뜻이 담긴 단어들을 기억해서 적어 냈다는 점입니다. 그 실험의 의도는 긍정적인 말과 부정적인 말을 들었을 때, 사람이 느끼는 감정과 기억에 대한 것을 밝히는 내용이었답니다.

좋은 말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누구라도 나쁜 말을 들었을 땐, 그 말을 뱉은 사람에 대한 안 좋은 기억과 인상이 두고두고 뇌리에 남게 됩니다. 물론, 반인륜적인 범죄자나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사람을 지탄할 때, 욕을 하면 후련할 수 있겠죠. 그렇다 하더라도, 욕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도 쉽게 남발하듯 쓸 수 있을까요? 

 
[참고자료]
도서 -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500가지, 박숙희 |서운관| 1994. 08. 01
국립국어원 표준어대사전 / http://stdweb2.korean.go.kr/search/List_dic.jsp
네이버 국어사전

사진출처 : 뉴스엔 http://www.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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