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글, 새로운 시선

카푸치노? 카프치노? 어떤게 맞는 걸까?


여러분 커피 좋아하세요? 하루에 한 잔, 두 잔씩은 꼭 마시게 되는 커피.
아메리카노, 라떼, 에스프레소, 카푸치노, 헤이즐넛, 블루마운틴 등 그 이름이랑 종류만 해도 셀 수가 없을 정도로 다양합니다.
그런데 이 커피의 이름 어떻게 지어졌는지 알고 계세요?

커피의 이름은 대개 헤이즐넛이나 블루마운틴처럼 커피의 재료가 되는 원두의 이름을 따서 붙이게 됩니다. 그러나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는 원두의 이름이 아니라, 커피의 제조 방식을 가리키는 이탈리아어에서 유래된 이름입니다.

그런데 커피 전문점마다 에스프레소를 에스푸레소, 에스프래소, 애스프레쏘로,
카푸치노를 카프치노, 카쁘치노, 카뿌찌노 등으로 표기해 놓은 곳이 많아요.

과연 어떤 것이 올바른 표기법일까요? 오늘은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 두 가지 커피 이름의 유래를 알아보고, 이 두 커피의 바른 한글 표기를 통해 이탈리아어 표기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거품이 부드럽고 향긋한 카푸치노 커피를 만들려면 우선 에스프레소 커피가 필요한데요, 조그만 잔에 담아 마시는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는 높은 압력을 가해 짧은 시간에 뽑아내는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이탈리아어 에스프레소espresso는 영어 익스프레스express와 어원이 같은 말로 '빠르다'는 뜻입니다. 보통 30mL의 커피를 뽑아내는 데 20초가 걸릴 정도의 빠른 속도로 커피를 만든다고 합니다.

모음 a, e, i, o, u를 각각 아, 에, 이, 오, 우로 적는 이탈리아어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espresso를 에스프레소로 적는 것이 올바른 표기법이겠죠?


카푸치노cappuccino는 에스프레소 커피에다 뜨거운 증기로 우유를 데워 만들어낸 거품을 얹어서 만듭니다. 이 커피에 카푸치노라는 이름이 붙게 된 이유는요, 원래 카푸치노라는 말은 커피가 아니라 가톨릭 수도사들을 일컫는 말이었답니다.



카푸치노는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파에 속한 수도사들을 부르는 말인데요, 카푸치노 수도회의 수사들은 뾰족한 두건으로 머리를 가리는데, 우유 거품으로 커피를 완전히 덮어버린 이 커피 모습이 카푸치노 수도사들의 복장을 닮았다고 해서 이 말의 쓰임이 커피 이름으로까지 확장되었다고 합니다.
또 다른 풀이는 커피를 덮은 크림의 색깔이 카푸치노 수도사들의 옷 색깔과 비슷한 데에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는 유래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카푸치노 커피의 이름은 카푸치노 수도사들의 복장과 관련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참 신기하죠?


이탈리아어 사전에서 cappuccino를 찾아보면 프란체스코파의 수도사란 의미와 커피의 이름 두 가지로 풀이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단어의 한글 표기를 살펴보면 의문점이 생기는데요, 똑같은 c가 두 번 쓰였는데, 앞에서는 ㅋ으로 적고, 뒤에서는 ㅊ으로 적고 있다는 것이죠. 왜 그럴까요?

이것은 c를 모음 a, o, u 앞에서는 ㅋ으로 적고, e, i 등 전설모음 앞에서는 ㅊ으로 적도록 한 이탈리아어 표기법에 따른 것이랍니다.
Francesco라는 단어를 표기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이 원칙이 적용되는데요, 앞의 c는 모음 e 앞이므로 ㅊ으로 적고, 뒤의 c는 o 앞이므로 ㅋ이 되어 ‘프란체스코’로 적는 것이죠.


같은 철자라도 단어마다 발음이 달라서, 일일이 그 발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한글 표기를 할 수 있는 영어와 달리 이탈리아어는 철자와 발음의 관계가 고정되어 있어 몇 가지 규칙만 알고 있으면 한글로 표기하기가 쉽습니다.


그럼, 이탈리아어 자음을 한글로 어떻게 적는지 살펴볼까요?

위 표를 살펴보면 b는 ㅂ으로 s는 ㅅ으로 z는 ㅊ 등으로 적게 됩니다. 그런데 g는 c와 마찬가지로 뒤에 나오는 모음에 따라 두 가지로 구분해서 적어야 합니다. 모음 a, o, u 앞에서는 ㄱ으로 적고, e나 i 앞에서는 ㅈ으로 적는 것이죠. 이 규칙을 따라 적용해보면 Gabriel은 '가브리엘'로 적어야 하고요, Lucciano Pavarotti는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아니라, '루차노 파바로티'로 적는 게 맞답니다.


어떠세요? 이제 웬만한 이탈리아어는 쉽게 한글로 바꿀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오늘은 커피전문점에서 낯선 커피 이름도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입니다. :)


자료출처 - 국립국어원


온한글 블로그 기자단 1기 김영선

ⓒ온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