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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이 있는 작품

우리 노랫말이 선사하는 가슴시린 아름다움 그 다섯번째 - 좋아서 하는 밴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은 말이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거랬어요. 누가 뭐라 하건, 흉을 보거나 욕을 하더라도... 그것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 아닐까요? 음악도 마찬가지 같아요. 인기를 얻고 싶어서, 멋져지고 싶어서... 음악을 통해 멋진 여자를 ‘꼬시고 ‘ 싶어서 등등... 음악 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요... 가장 행복한 건 바로 음악 자체가 좋아서 연주를 하고 노래를 부를 때가 아닌가 합니다.

출처: 상상마당 홈페이지 (http://www.sangsangmadang.com/)

오늘 소개해 드릴 팀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랍니다. 밴드 이름에서도 그게 느껴져요.
이름 자체가 ‘좋아서 하는 밴드’(이하, 좋아밴드)거든요.  
좋아밴드의 시작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중앙대학교 미디 동아리 ‘Muse’의 동기였던 조준호(퍼커션, 보컬)과 손현(기타)... 둘다 각각 음악 생활을 하기는 했지만, 정말 서로 즐길 수 있는 음악을 하자는 모토로 ‘좋아서 하는 밴드’라는 타이틀을 달고 음악 활동을 시작합니다. 이름은 밴드라고 붙여놓았지만, 둘 다 거창한 밴드를 생각하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원래는 베이스 전공인 손현이 어쿠스틱 기타를, 조준호가 타악기인 ‘젬베’를 치며 길거리 연주를 중심으로 활동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둘이서는 어떤 화학반응이 나지 않아서였을까요?
아코디언 주자인 안복진과 베이스를 연주하는 황수정을 영입해 본격적인 거리 음악 밴드로 활동을 하기 시작하고, 2009년 EBS에서 주최한 ‘올해의 헬로루키’에서 인기상까지 수상하게 됩니다. 이들의 공연과 작업 이야기를 담은 ‘좋아서 만든 영화’가 개봉한 것도 이때 즈음이죠.  
아쉽게도 베이스를 연주했던 황수정은 솔로 앨범 준비를 위해 탈퇴하고, 현재는 그자리를 세션 출신인 백가영이 메꾸고 있답니다. 지금도 멤버들은 좋아밴드 하나에 구애받지 않고, 브라질리언 밴드나 재즈 밴드, 뮤지컬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도 좋아밴드 활동도 정말 ‘좋아서’ 열심히 하고 있답니다.  

그들의 앨범이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EP가 두 장에, 힙합팀 ‘택시라임즈’와 함께한 ‘반반 프로젝트’까지 세 장이나 있어요. 오늘 소개해 드릴 음악은 ‘민트페이퍼’레이블의 세번째 컴필레이션 앨범 ‘Life’에 수록된
<유통기한>입니다.  

기타, 베이스, 젬베, 아코디언의 간단한 구성에 흐르는 담담한 하모니... 그들의 음악은 결코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가사는 정곡을 찌르는 무엇인가를 담고 있답니다.  

아무렇지 않은 밤이었지 
나는 음악을 들었거나 
혹은 오래된 영화를 보고 있었는지도 몰라 

문득 목이 말라 
냉장고로 가서 
우유를 꺼내 마시고 
집어넣으려다 
귀퉁이에 쓰인 
날짜를 보고 말았지 

이 우유가 상할 때쯤이면 
너를 잊을 수 있을까 
이 우유가 상할 때쯤이면 
너를 잊을 수 있을까 

낯선 이의 전화번호 
지나는 차 번호판 
우유의 유통기한까지 
미처 대비하지 못했던 
너와의 의미 있는 숫자들, 날짜들이 
언제까지 날 두근거리게 할까 
평범한 밤, 음악을 듣던 중 우유 한 잔 마시려다 보게 된 유통기한에, 지나가다 본 차 번호판에 낯선 사람의 전화번호에 묻어나는... <유통기한>의 가사에는 헤어진 그녀, 혹은 그와의 추억들에 방황하는 한 사람의 추억의 한 조각에 대한 가슴저림이 그 어느 영화나 소설보다도 진하게 묻어납니다. 어려운 은유나 고상한 단어 하나 없는데 말이죠.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려운 말이나 과장이 가끔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리 생활속에서 쓰이는 담담한 말로도 내 마음을 충분히 전할 수 있답니다. 

그들이 발매한 두 장의 EP에 수록된 <달콤한 것들은 모두 녹아내려>나, <두 잔의 커피가 미치는 영향>에는 그들이 세상을 살아나가는 데서 느끼는 소박한 감정들이 날것 그대로, 또는 귀여운 은유로 소담스럽게 담겨 있습니다. <옥탑방에서> 같은 노래에는 정든 옥탑방을 떠나는 시원섭섭함이 절절하게 묻어난답니다.  
이제 그들도 정규 앨범을 낼 만한데... 아직까지는 각각 멤버의 다양한 활동들 때문인지 정규 1집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요즘 반짝 모습을 보였다가 사라지는 뮤지션들이 많아서 조금 걱정이긴 하지만... 얼른 그들이 정규 앨범을 발표해 또다시 신나게 길거리 공연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길 바랍니다. 정말 ‘좋아서’ 음악을 하는 뮤지션의 활기찬 공연을 햇살을 받으며 볼 수 있다는 건, 인생을 살며 느끼는 몇안되는 축복이니까요.  

온한글 블로그 기자단 2기 이정민

ⓒ 온한글  


*부끄럽지만, 오늘은 제가 온한글에 ‘우리 노랫말이 선사하는 가슴시린 아름다움’이라는 이름으로, 아름다운 한글 노래 가사를 소개하는 포스팅을 올린 지 다섯 번째가 되는 날이자, 꼭 1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 날이 마침 제 생일이기도 하네요. ;-]
기념으로, 이번 주 일요일 밤 12시까지, 그러니까 4월 17일 밤 12시까지 이 포스팅에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 중 두 분을 추첨으로 뽑아 제가 직접 골라 구입한 음반 한 장씩을 선물해 드리겠습니다. 많은 댓글 부탁드립니다. 아, 제가 연락을 드려야 하니, 댓글에 꼭 이메일 주소 하나는 남겨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