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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새로운 시선

보도자료, 좀 알기 쉽게 써주면 안되겠니?!!

제가 하는 일이 아무래도 언론 관련이다 보니, 거의 일주일에 두세 번씩은 기업의 보도자료를 읽게 됩니다. 보도자료라는 게 뭔지는 다 아시겠지만... 간단히 정리하자면 ‘기업이 알리고자 하는 바를 정리해 언론 및 관련 업계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자료’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보도자료를 읽을 때마다 늘 고민하게 됩니다.  
이걸 쉽게 이해하라고 만들어 놓은거니? 
보통, 보도자료는 몇 가지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맨 앞 부분에는 가장 중요한 점, 즉 신문 기사에 가장 많이 쓰이는 ‘6하원칙’에 따른 사실(보통 이걸 언론에서는 ‘팩트’라고 많이 씁니다만...)을 요약해 보여줍니다. 그 다음단락부터는 그 사실들을 설명하는 내용이 나오죠. 그 이후에는, 사실과 설명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자세한 정보들을 정리해 보여줍니다.  

‘보도자료는 이렇게 써야 된다!!!’는 법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요... 제가 무슨 전문가 까지는 아니지만요, 제가 생각하는 보도자료의 기준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 내용을 알기 쉽게 작성해야 합니다. 물론 단어 하나에도 입장이 바뀌는 게 공식 자료라고는 하지만... 단발 기사 작성에 기본이 되는 보도자료가 이해하기 힘들게 써있다면 그만큼 기사의 질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게 됩니다. 당연하잖아요. 기자들이 기사 작성할 시간도 빠듯한데 보도자료를 이해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니까요.  

둘째, 자신들만이 쓰는 용어를 쓰지 말아야 합니다.  

위의 그림은 잘나가는 대기업의 보도자료를 캡처한 화면입니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마라톤 행사를 개최해 참가비와 회사의 후원금, 그리고 먹거리 장터 등을 운영한 수익까지 모두 기부하는 아름다운 행사인데요... 이 보도자료에 나오는 ‘화성 캠퍼스’와 ‘기흥 캠퍼스’라는 말은 대체 뭘까요? 물론, 몇 번 읽어보면 알 수야 있겠지만... 대외적으로 돌리는 보도자료에 자신들만의 용어를 쓰는 건 ‘반칙’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알기 쉬운 우리 말에 자기들만의 은어를 마구 섞는 것과 같으니까요.  

셋째, 모호한 표현이나 외래어를 남발하지 않아야 해요.  

누구나 알아야 할 말이나 글이 누구나 알 수 없는 글자와 내용으로 어렵게 씌어 있다면 그 속에는 어디엔가 속임수가 숨겨 있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한다 
바른 우리말 사용을 위해 한평생 노력하셨던 이오덕 선생님의 <우리말 바로쓰기 2>에 있는 말입니다.  뭔가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다거나, 적당히 흘려 넘기려 할 때 사람은 말을 흐리게 됩니다. 기업들의 보도자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에 국내 출시한 홈시어터 신제품은 3D 및 스마트 기능을 탑재해 가정 내 풀HD 3D TV 영상을 더욱 풍부하고 생생하게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한다”며, “이를 통해 홈시어터가 가정 내 극장식 경험을 넘어서 가정 내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을 구축하는 ‘홈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으로 거듭날 것”이라 밝혔다.
모기업 3D TV 제품을 출시하는 것을 홍보하는 보도자료 중 일부입니다. 얼핏 보면 그 기업의 신제품 TV가 세상을 완전 바꾸는 신세계를 경험하게 해줄 것 같은 말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살펴보면 말이죠. 그 제품이 우리에게 어떤 경험을 선사하는지, 무엇을 바꾸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단 1%도 찾아볼 수 없어요.  

전 지극히 일반인의 입장이기 때문에 기업에서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담당자분들의 고충은 알 수 없을거에요. 하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이해하기 쉽게 보도자료를 작성해 주세요. 여러분이 알기 쉽게 작성해주신 보도자료가 기사화된다면, 저희들도 보다 읽고 이해하기가 쉬워질테니까요.

온한글 블로그 기자단 2기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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