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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새로운 시선

손발이 오글거려요? 오그라들어요?


지난달부터 인터넷과 세간을 뜨겁게 달궜던 이슈는 단연 ‘서태지-이지아’의 이혼 소송이었어요. 많은 사람은 연관 가능성이 0%에 가까웠던 두 사람이 한때 부부 사이였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항간에서는, ‘대한민국 연예사를 뒤흔든 사건’으로 까지 선언한 이 사연을 접했던 여러분은 어떤 느낌이 드셨을까요? 놀랍다? 충격이다? 그리고 손발이 오그라든다?

‘손발이 오그라든다.’는 표현이 혹자들에게 대대적인 인기(?)를 끌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이지아 씨와 김혜수 씨가 열연한 SBS TV 드라마 [스타일]의 역할이 지대하게 컸죠. 극 중 편집장인 박기자(김혜수)가 초짜 기자로 분한 이서정(이지아)의 원고를 큰 소리로 읽고서는 신경질적으로 한마디 했어요.
“정말 손발이 오글거린다!”

그런데 [오글거리다]와 [오그라들다] 중 어떤 이 상황에 어울리는 표현은 무엇일까요? 게다가 두 단어의 사전적 의미가 다르다는 것은 알고 계시나요?

전자는

1. 오글-거리다01「동사」: 좁은 그릇에서 적은 양의 물이나 찌개 따위가 자꾸 요란스럽게 끓어오르다. ≒오글대다01.
2. 오글-거리다02 「동사」: 작은 벌레나 짐승, 사람 따위가 한곳에 빽빽하게 많이 모여 자꾸 움직이다. ≒오글대다02

라는 두 가지 뜻을 내포한 상황에 적용해야 하는 말입니다. 즉, 드라마 속 박기자처럼 상대방의 행동에 대해서 민망하고 부끄러울 때 사용하기엔 거리가 멀지요.

박기자의 감정을 잘 전달할 만한 단어는,

오그라-들다〔-들어, -드니, -드오〕「동사」또는 오그라-지다〔-지어[-어/-여](-져[저]), -지니)「동사」
[1]「1」물체가 안쪽으로 오목하게 휘어져 들어가다.
   「2」물체의 거죽이 오글쪼글하게 주름이 잡히며 줄어들다.
   「3」형세나 형편 따위가 전보다 못하게 되다.
[2]『북한어』말소리가 입안에서만 우물우물하다.

가 어울리겠네요. 더욱 보기 거북하다면 ‘속이 느글거리다’로 까지 발전할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쓰는 말 중에는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명시된 일반적인 단어이되, 그 의미가 확연히 다른 것을 두고, 마치 같은 의미인 양 쓰이고 있는 단어가 종종 있어요. 예를 들어, 정부 브리핑 혹은 기자회견장에서 ‘강하게 말하다’는 의미를 담아 쓰는 ‘강변하다’라는 한자의 의미를 잘못 유추한 어휘 중 하나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강변(强辨)하다’ 검색해보면 다음과 같은 해설이 나옵니다.

1. 강변-하다01(剛辯--)「형용사」: 변론(辯論)을 잘하는 능력이 있다.
2. 강변-하다02(强辯--)[강ː---]「동사」【…에/에게 …을】【…에/에게 -고】: 이치에 닿지 아니한 것을 끝까지 굽히지 않고 주장하거나 변명하다.

두 단어의 한자 표기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눈치채실 겁니다. 따라서 ‘강하게 말한다’는 의미를 담아 쓸 수 없는 말이지요. 게다가 이치에 닿지 않는다고 비판한 걸로 오해받을 수 있으므로, ‘강하게 말했다, 강하게 표현했다’ 등으로 고쳐 사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우리말을 포함하여 잘못 유추한 한자나 영어 표현을 사용하면서 그 내포한 뜻이 미덥지 않다면, 차라리 쉽게 풀어써서 듣거나 보는 이들을 이해시키는 게 더 낫겠다 싶습니다. 저도 가끔, 어떤 표현은 사용하면서도 애매할 때가 있습니다. 다음에도 그런 단어를 발견하면 바로 알려드릴게요. 


[참고문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 http://stdweb2.korean.go.kr/main.jsp
중앙일보 - <우리말 바루기> 발췌
사진출처 : 한국경제 / news.hankyung.com
              드라마 [스타일] 공식 포스터, 스포츠서울TV 새 이름 SSTV|www.ahaTV.co.kr



온한글 블로그기자단 3기 배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