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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새로운 시선

블로거 리뷰에서 살펴본 우리말 사용의 잘못된 예

트위터를 이용해 세상과 소통하고, 페이스북 댓글로 친구들간에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SNS 시대. 블로그의 중요성은 따로 강조하지 않아도 될 정도랍니다.  예전에 언론이 했던 많은 일들을, 이제는 블로그가 대신 해주고 있어요. SNS 서비스처럼 속도가 빠르지 않지만 깊은 정보를 담아낼 수 있고, 그 링크들이 SNS를 타고 퍼져 여론을 형성할 수도 있죠. 블로그에 소설을 연재하는 사람들도 있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들을 진중하게 풀어내기도 합니다. 

그 중, ‘리뷰’라는 분야는 이제 대중매체가 블로그를 따라올 수 없는 정도가 됐어요. 어느새 기업들도 ‘블로거 데이’라는 이름으로 블로그를 대상으로 신제품이나 새로운 기술을 발표할 정도가 됐거든요. 많은 이들이 새로운 제품을 구매하거나 할 때 블로그 리뷰를 검색하곤 합니다.

하지만, 뭔가 좀 2% 아쉬운 느낌이 듭니다. 수많은 리뷰들을 읽으며, 고개를 갸우뚱 할 때가 굉장히 많았거든요. 오늘은 블로거들이 리뷰를 작성하며 범하는 몇 가지 오류를 짚어보는 시간을 가질까 해요.


위의 그림을 볼까요? 이것은 한 블로거가 작성한 신형 스마트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언론에서는 무조건 편만 드는’ 모 기업의 스마트폰의 불만사항을 최대한 꼼꼼히 짚어내려 노력한 흔적이 행간에 보입니다만... 아쉽게도 문장이 쉽게 읽혀지지는 않습니다. 왜일까요? 과도한 한자어와 외래어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기술적인 리뷰라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사람들도 계십니다. 아무래도 그렇긴 합니다만,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불필요한 외래어와 한자어 때문에 문장까지 흐트러지는 것도 보이거든요.

‘화이트 배경이 많은 웹브라우징에서는 아트릭스가 눈이 편하고 고해상도에 따른 정보량이 더 많았습니다.’ 이런 문장... 눈에 탁 안들어오시지 않나요? ‘하얀 색 배경이 많은 웹 탐색을 할 때는 아트릭스가 눈이 편하고, 보다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라고 고치면 더 읽기 편하지 않을까요?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 쉽게 쓰는게 좋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번에 살펴볼 것은 어떤 유명 블로거의 식당 리뷰입니다. 자신이 얼마전에 간 중식당의 맛을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었는데요... 전체적으로 읽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장이 좀 모호한데?’  개인적으로는 가장 어려운게 바로 ‘음식 리뷰’라고 생각해요. ‘맛’이라는 주관적인 느낌을 다른 사람에게 ‘객관적’으로 전달해야 하니까요. 그러다보니 자꾸 설명을 붙이게 되고 표현이 애매모호 해지는 것 같습니다.  
 

위의 사진에서도 특이한 그릇에 담겨 나온 닭고기 볶음밥과 함께 주문한 짬뽕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맛은 의외로 달콤해서 처음엔 너무 단거 아냐라는 생각도 했었지만 이내 익숙해지자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이 문장은 두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첫째, 독백의 처리입니다. ‘너무 단거 아냐’ 이 말이 문장과 함께 섞여있어서 처음에는 잘못된 문장인줄 알았거든요. 주욱 읽어나가다 멈칫하게 되면 아무래도 이해가 쉽지 않죠.  
 
아래에 ‘함께 주문한 짬뽕은 제법 볼륨감 있는 덩치로 등장했는데...’ 부분에서는 ‘과장’과 ‘모호함’이 함께 보입니다. 물론, 이 블로거가 뻥을 치고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볼륨감있는 덩치’라는 말이 중언부언의 효과를 내는거죠. 둘중 하나만 사용해 ‘짬뽕은 제법 볼륨감 있게 등장했는데’ 또는 ‘짬뽕은 덩치가 큰 그릇에 담겨 등장했는데’ 정도로 하면 표현이 적절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지인 블로거에 따르면 정말 맵다며...-_-;; 보기보다 훨씬 매움을 계속 강조했다’ 부분 역시 표현이 애매합니다. 그냥 ‘동료 블로거가 짬뽕을 먹으며 ‘야 이거 정말 맵다’며 연신 말하는 걸 보니 정말 맵기는 한가봅니다’ 정도로 했다면 읽기도 쉽고 의미도 잘 전달됐을텐데 말이죠.  
 
셋째는, 불필요하게 문장이 길어진다는 것입니다. 윈스턴 처칠이 말했듯, 문장은 짧을수록 좋습니다. 특히 한국어의 경우는 더하죠. 사람은 글을 읽을 때 뒤에 나올 말을 상상하게 되곤 합니다. ‘한국 말은 끝까지 들어야 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죠? 맞습니다. 영어나 불어 등과는 달리, 한국어는 동사가 뒤에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앞부분은 주로 행동에 대한 설명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문장이 늘어지게 되면, 가장 중심이 되는 말이 제일 나중에 나올 수도 있거든요. 이 문장을 읽는 사람은 지치게 되는거고요.  
 

위의 방송 리뷰에서는 ‘1박2일’에서 강호동과 성동일이 만든 이상한 요리와 이승기의 토스트를 비교하고 있는데요. 첫 문장이 무려 스물 다섯 단어나 됩니다. 일단, 상황을 묘사하는 모습이니 문장을 줄일 수는 없다 해도, 쉼표라도 하나 넣어서 문장을 구분해줘야 합니다. 안그러면 읽는 사람 숨넘어가요. ;-) 짧게 끊어 여러 개의 문장으로 구분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어떤 블로거는 ‘자신이 잡지의 편집장이 된 느낌으로 포스트를 작성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1인 미디어인 블로그... 이제 어찌 보면 신문/방송과 동등한 위치에 있는지도 모르겠는데요. 자신이 만드는 콘텐츠가 많은 사람에게 읽혀지는 만큼, 조금 더 신경을 써서 글을 쓴다면 많은 사람들이 그 포스트에서 정보와 함께 행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온한글 블로그 기자단 2기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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