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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새로운 시선

시대가 변하면서 직업명도 변했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KBS 드라마 [로맨스 타운]의 첫 회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극 중 강 사장과 신혼여행을 마친 트로피 사모님이 1번가에 등장합니다. 그녀는 자신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동네 ‘식모’들을 향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다음과 같이 혼잣말을 중얼거립니다.

“…(중략). 식모를 요즘엔 가정관리사라고 부르던데? 그래도 ‘식모’ 두 글자가 더 편하고 입에도 딱 붙는데 말이야…. 

재미있는 사실은, 이 드라마의 부제가 [식모들]이었다는 겁니다. 당연히, ‘식모’들이 주인공인 드라마이다 보니 자연스러운 제목일 수 있지요. 전도연과 이정재가 주연한 영화 ‘하녀’도 요즘은 거의 쓰지 않는 직업명인 ‘하녀’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영화였잖아요(물론, 리메이크 영화이긴 하지만요).

이에 대해서, ‘가정관리사’협회에서 이러한 부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고 하네요. 아무튼, 이 드라마를 ‘식모들’이라며 언론이나 기타 매체에서 부르지 않는 것을 보면, 그들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았을까 짐작해봅니다.

정확한 시기는 잘 모르겠지만, 흔히 ‘3D’로 분류되던 업종을 이르는 호칭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무엇이 있을까요?

저 어릴 적 기억으론 말입니다, 아파서 병원에 가면 하얀 모자를 쓴 ‘간호원’ 언니들이 “어디가 아파서 왔느냐”고 물었습니다. 물론 지금이랑 같은 상황이죠(복장에서 모자를 쓰지 않고 있으신 건 요즘과 다르겠네요!). 그때는 그녀들을 으레 “간호원 언니”라고 불렀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간호원 언니들을 ‘간호사’라고 부르게 되었고, 이렇게 정책이 바뀌어 가는 과정에는 ‘간호사’라고 부르는 것이 그들에 대한 최대한의 존칭이었죠. 현재는 통상적인 호칭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선교사를 통해서 우리나라에 간호대학이 생기면서 이 땅에서 간호사들이 활동을 한 지 백 년이 넘었습니다. 처음 간호교육을 시작할 때는 ‘간호원’이 아닌 ‘간호사’라는 명칭을 불렸다고 하네요. 그러다가 일제 치하 의사 중심의 상하 수직관계였던 일본의 영향으로 ‘간호원’이란 이름으로 바뀌었고, 해방 후 1980년대 중반까지 사용되었습니다. 드디어 1987년 11년 28일,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우리는 다시 ‘간호사’라는 본명을 되찾게 됩니다.

간호사 말고 또 어떤 직업명이 바뀌고 있을까요? 그리고 바뀌는 중 일까요? 주말마다 동네 목욕탕을 찾아가면, 남탕이고 여탕이고 ‘때밀이’들이 계십니다. ‘때밀이’가 어떤 일을 하시는지 다들 아시겠죠? 그러나 ‘때밀이’ 보단 ‘목욕관리사’라는 계명 호칭이 있으며, 그들로 이뤄진 협회도 엄연히 존재해요. 전문적으로 기술을 가르치는 학원도 성행하고 있고요.

1년에 몇 번 혹은 한 달에 몇 차례 방문하는 미용실은 어떨까요? 그곳에 근무하시는 분들을 예전엔 정확히 뭐라고 불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운영자인 ‘원장님’ 외에 다른 분들은 그냥 ‘언니’ 또는 ‘저기요’처럼 특정한 호칭 없이 필요에 의해서 그들을 청하지 않았나 싶네요. 그러나 요즘엔 ‘선생님’이라고 많이들 하죠. ‘디자이너 선생님’이라고 말입니다.      

핸드폰이나 집 전화에 A/S를 요청할 때, 고객센터에 전화를 거시죠? 보통 “상담원을 연결해 드리겠습니다.”라는 기계 멘트가 흘러나오겠지만, ‘상담사’라는 호칭을 쓰는 곳도 꽤 됩니다. ‘-원’과 ‘-사’의 차이가 여실히 느껴지네요.

누구나 고유의 이름과 명칭이 있습니다. 의료법이 변경되면서 ‘간호사’란 이름을 찾은 지 10년이 넘어 20년이 되어갑니다. ‘간호원’에서 ‘간호사’로의 변화는 간호사를 의사의 조수에서 하나의 독립된 전문직으로 바라본다는 커다란 의미가 있습니다.

다른 직업들은 어떨까요? 사람의 생명에 관계된 일을 하는 간호사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된 여러 직업 대부분이 높은 수준의 기술을 요하는 직업군이에요. 서비스 직군이 많긴 하지만, 그들이 ‘손님’들 앞에 서기까지의 노력과 시간에 대해서 ‘손님’인 우리도 최대한 대우를 해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을 피력해봅니다.  

마지막으로, 사족 하나 달겠습니다. [로맨스 타운]에서 가정관리사들을 비하한 ‘트로피 사모님’이 계셨죠? 그런데 ‘트로피 사모님’이란 대관절 누구더러 하는 걸까요? “용기 있는 남자만이 미인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최근에는 “능력 있는 남자만이 미인을 얻을 수 있다”는 말로 뜻이 바뀌었다고 하네요.

이런 변화를 반영하는 신조어 중 하나가 ‘트로피와이프’로써, 1980년대 말 미국의 경제지 <포천>이 만들어낸 말이라고 합니다. 성공한 중장년 남성들이 부상으로 트로피를 받듯이 ‘아름다운 아내’를 얻는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사진 및 자료출처 : 

KBS / ww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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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한글 블로그기자단 3기 배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