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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9. 16. 09:10

저는 어렸을 때부터 성당에 다녔어요.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처음에는 친구와 함께 하는 재미로 성당에 다녔지만 차츰 조금씩 가톨릭의 교리를 이해하게 되면서 정말 '종교'라는 것을 조금씩 믿기 시작했답니다. 막연히 '일곱번이 아니라, 일흔일곱번이라도 용서하라' 같은 성서 구절을 외우고 다녔지만, 나이가 조금씩 들고 성당에 오래 다니면서부터는 지하철이나 화장실(?) 등에서 조금씩 성서도 읽어가며 '모범적인' 신앙생활을 이어나갔답니다. 


출처: fastinate @ www.flickr.com

출처: fastinate @ www.flickr.com


그런데, 군에 입대해서는 '유혹'에 시달리게 됐어요. 군에서는 1주일에 2회, 수요일과 일요일에 '종교행사'라는 이름으로 자신이 원하는 종교의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초등학교때 부터 스무살이 넘도록 성당을 다녔으니 당연히 가톨릭 종교행사로 발길이 향하는게 정상이지만, '군대'라는 위치가 저를 '배반'하게 만들더군요. 15년 가까이 꾸준히 성당을 다닌 가톨릭 신자는 군대에서 단 1주일 만에 개신교 교회를 나가게 됩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성당에서는 간식으로 초코파이를 줬는데, 개신교 교회에서는 햄버거를 줬거든요. 
물론 금방 다시 마음을 돌려 성당으로 발길을 돌리게 됐지만,  한 2개월은 꾸준히 개신교 교회를 나갔어요. 물론 예식도 몇 가지 다르고, 고해성사나 성체성사 등 의식도 많은 부분 다르게 됐지만, 제일 많이 다른 것은 '성서' 그 자체였어요.  

공동번역성서에서, 마르코복음 2장 23절부터 28절까지...

공동번역성서에서, 마르코복음 2장 23절부터 28절까지...

이 부분은 가톨릭의 성서 중 '마르코 복음'의 2장 23절부터 28절까지의 내용입니다. 예수가 '아무 일도 해서는 안되는' 안식일에 밀 이삭을 뜯어 먹어 공격을 받는 부분이죠. 그런데, 이 부분을 개신교의 성서로 보니 너무 생소했어요. 아무리 종교개혁 시절에 갈라선 '다른 종교'라지만… 근원은 같은 성서 내용이 왜 이렇게 다른 걸까요?

개역개정판 마가복음 2장 23장부터 28절까지...

개역개정판 마가복음 2장 23장부터 28절까지...


그 이유는 바로, 성서의 번역에 대한 차이때문이랍니다. 기본적으로 개신교는 '성서'를 제일 우선으로 하는 그리스도교입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히브리어나 라틴어로 되어있는 성서를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 다른 나라 언어로 번역하면서 개신교의 각 분파에 따라 해석의 차이를 보이게 되고, 급기야는 서로 다른 번역본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죠. 가톨릭과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개신교에서는 가톨릭의 성서 46권 중 토비트, 유딧, 지혜서, 집회서, 바룩, 마카베오 상하권… 총 7권을 '외경'이라 부르며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가톨릭의 성서와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어요. 


특히, 개신교의 성서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한 번 번역을 하고 중간 구절을 고치는 일이 쉽지 않았나봅니다. 수십개의 교파의 의견을 하나로 합쳐 번역을 수정하는 게 보통 일은 아니니까요. 그러다보니 말투 자체가 아무래도 옛날 톤을 유지하고 있는거죠. '~ 가로되', '~하나이까', '~하시니라' 등 문어체 우리말을 개신교 성서에는 자주 볼 수 있답니다. 

단편 영화 '십분간 휴식' 장면 캡처

단편 영화 '십분간 휴식' 장면 캡처


물론 우리나라도 1966년에 가톨릭 사제와 목사님이 함께 번역한 '공동번역 성서'를 편찬해 지금도 가톨릭에서는 쓰고 있지만, 개신교에서는 이 성서를 쓰는 곳이 아마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특정 종교를 옹호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빠른 시일 내에 개신교 성서도 보다 읽기 편한 요즘 한글로 번역되는 날이 오겠죠?
 

온한글 블로그 기자단 2기 이정민

ⓒ 온한글  
 

BlogIcon 코이네 | 2011.09.16 10:3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오해가 좀 있으신 것 같아 댓글을 답니다. 지금 카톨릭에서 사용하고 있는 성경은 공동번역으로 이 본문에 나와있는 것처럼 한국의 개신교와 천주교가 함께 공동번역작업을 한 결과물입니다. 번역을 할 때는 두 가지 방법으로 보통합니다. 직역을 할 것인가 아니면 의역을 할 것인가? 공동번역은 의역에 충실한 번역본이고 개신교의 개역성경은 직역에 충실하였습니다. 공동번역 후 신구교 모두 이 성경을 사용하고자 했지만 개신교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해온 개역성경에 대한 애정이 워낙 강했고, 또 경전이라함은 뭔가 고어체적인 분위기가 있어야 한다는 편견이 작용해 공예배시에 공동번역 사용하길 주저했습니다. 그러나 천주교에서는 그 이전 번역된 성경이 없었기때문에 천주교에서 사용하는 공인성경으로 부족함이 없었던 것이죠. 그리고 지금 천주교는 다시 번역작업을 하여 200주년 기념성경을 내놓았습니다. 이것은 공동번역과는 달리 직역에 좀 더 충실한 역본이라고 할 수 있겠죠. 물론 의미전달에 대해서도 상당한 배려가 있습니다. 개신교는 천주교보다는 성경번역작업에 더 열심이랍니다. 개역성경을 개정한 개역개정판과 현대어로 200주년 기념성경과 비슷한 표준새번역, 어린이성경 좋은성경 현대어성경 등 많은 번역본이 있습니다. 공예배시에는 개역성경과 개역개정판을 많이 사용하고 교회에 따라 표준새번역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이 있답니다. 번역은 아무리 잘해도 부족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어느 번역성경이 가장 좋은가를 따지기 보다 서로를 비교하면서 좀 더 성경의 원뜻을 찾아가는 것이 좋겠죠. 믿음에 더욱 정진하시며 하나님의 은혜로 평안하시길 기원드립니다.
BlogIcon JMHendrix | 2011.09.16 14:11 | PERMALINK | EDIT/DEL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 제 생각은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읽는 의역을 많이 쓰면 좋지 않겠냐는건데... 역시 제가 모르는 무엇인가가 있었군요. ^^
주니 | 2011.10.12 14:27 | PERMALINK | EDIT/DEL
흠.. 약간의 정보 추가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천주교의 성경은 현재는 천주교 측에서 따로 번역한 것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공동번역이 아무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좀 낡은 번역이 되었기 때문이지요.

개신교 측의 성경을 예로 들면 한글개역은 원문이 아닌 RV와 ASV에서 주로 직역되고 다시 중국 문리역 내용이 반영된 성경이며, 공동번역은 지나치게 의역이 많습니다. 표준새번역은 현대어법에 맞도록 의역하되 가급적 직역에 가깝지요. 대한성서공회 발행이 아닌 각종 출판사 발행 번역본은 대개 미국의 여러 성경들을 나름대로 골라 번역한 것입니다.

천주교의 성경은 개신교의 표준새번역처럼 현대어법에 맞도록 의역하였으되 직역에 더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이사야서의 동정녀 잉태 조항의 경우, 히브리어 원문 성경은 '젊은 여인'으로 직역되나, 대다수의 성경은 70인역의 전통을 따라서 '처녀'라고 번역합니다. 그에 비해서 천주교의 성경은 '젊은 여인'이라는 히브리어 원문을 그대로 직역하였지요. 200주년 기념성서가 신약 번역 작업에 그친 것과는 다르게, 천주교의 새 성경은 구약까지 완역하였습니다.
ㅡㅡ;; | 2011.09.25 12:25 | PERMALINK | EDIT/DEL | REPLY
문제는 그게 옛날투인게 아니라 문법에 잘못된 말이 수두룩하죠. 거기에다가 은휘(隱諱)처럼 한자를 이용하여 새로 조어를 만든 것들이 많아서 한자가 같이 써있지 않으면 이해할 수가 없는데 요즘 개역성서에 전부 한글로 되어 있죠. 한자도 같이 써 있다 해도 요즘 사람들 한자를 모르는데요.
'저희가 우리에게서 나갔으나 우리에게 속하지 아니하였나니, 만일 우리에게 속하였더면 우리와 함께 거하였으려니와, 저희가 나간 것은 다 우리에게 속하지 아니함을 나타내려 함이니라." 이게 제대로 된 우리말인가요? 여기서 '저희'는 영어 성서에는 'they'로 나와있습니다. 원래 성경 내용은 별로 안 어렵습니다. 불경하고 다르게 성서는 역사서, 행적 등이 대부분이라 별로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 번역을 병신같이 해놓으니까 사람들이 어렵다 어렵다 하는거죠.
개신교는 특이하게 올해로 딱 400년이 되는 KJV나 개역성서 같은 특정 성경에 집착하니 이해하세요. 언어가 계속 바뀌기 때문에 수십년에 한 번씩 새로 번역을 하는 가톨릭의 입장에서는 이해못할겁니다.

참고로 경전에는 옛날 분위기가 풍겨야 한다고 해서 개신교에서 안 쓰는게 아니라 '하나님'이 아니라 '하느님'으로 써 있다고 괜히 자존심 지키려고 안 쓰는 겁니다. '하느님'으로 쓰는대신 저작권은 개신교가 갖기로 했죠. 올바른 표준어는 하느님이 맞습니다. 하나님은 조선 말기에 개신교의 근거지였던 평안도 지역의 사투리입니다.
BlogIcon 코이네 | 2011.10.13 16:35 신고 | PERMALINK | EDIT/DEL
성경번역 작업을 카톨릭에선 제대로 하지 않습니다 .자국어로 된 성경번역 작업을 한 나라가 아마 우리나라가 최초일 것입니다.사실 전세계에서 구교와 신교가 이렇게 평화롭게 공생하고 있는 나라도 우리나라가 유일할 것 같구요. 그리고 하나님과 하느님에 관한 문제도 있습니다만 꼭 그 문제만으로 공동번역을 공예배시 잘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랍니다. 여러 이유 중의 하나죠.
BlogIcon 코이네 | 2011.10.13 16:30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위 주니님의 글에 오류가 있어 다시 댓글을 답니다. 개신교의 개역성경과 개역개정판은 영어의 RV와 ASV를 직역한 것이 아닙니다. 원어성경을 직접 번역한 것이며, 영어성경과 중국어성경을 참조한 것입니다. 당시 한국에 온 선교사들의 개인적인 역량이 상당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죠. 주 번역자는 선교사들이었고, 한국어의 도움을 얻기 위해 당시 신학생 또는 조사로 있던 분들이 한글을 다듬었지만 안타깝게도 선교사들은 한글에 약했고, 조사들은 원어성경에 약했기에 지금 개역성경은 한글에 있어 상당한 오류가 있는 것이 사실이니다. 그럼에도 선교사들이 이렇게 한글로 성경을 번역하는 작업을 하면서 우리말본의 체계를 이루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습니다. 그리고 개역성경은 이 성경이 나오기까지 약 500번의 읽기를 한 후 한 차례 당시의 현대말로 개역되어 발간되었기에 개역성경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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