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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한글 책꽂이

외솔 최현배 선생을 회고합니다.

“한 겨레의 문화 창조의 활동은, 그 말로써 들어가며 그 말로써 하여 가며, 그 말로써 남기나니: 이제 조선말은, 줄잡아도 반만년 동안 역사의 흐름에서, 조선 사람의 창조적 활동의 말미암던 길이요, 연장이요, 또, 그 성과의 축적의 끼침이다.

그러므로 조선말의 말본을 닦아서 그 이치를 밝히며, 그 법칙을 드러내며, 그 온전한 체계를 세우는 것은, 다만 앞사람의 끼친 업적을 받아 이음이 될 뿐 아니라, 나아가 계계승승(繼繼承承)할 뒷사람의 영원한 창조활동의 바른 길을 닦음이 되며, 찬란한 문화건설의 터전을 마련함이 되는 것이다.”
-[우리말본] 머리말에서 발췌

사진출처 : 외솔 최현배 선생 기념관 홈페이지 http://www.oesol.kr

경북 울산에는 외솔 최현배 선생의 기념관이 있습니다. 기념관 주변에는 선생의 40주기에 맞춰 복원한 생가(울산시기념물 제39호)가 있고요. 기념관은 지하 1층, 지상 1층 건물에 전시관, 체험실, 한글교실, 다목적강당 등이 들어서 있습니다. 전시관에는 건국공로훈장, 두루마기, 지팡이, 책상 들 생활유품과 사진 등 100여점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일제시대와 해방기를 거치며 한글 교육과 정립에 매진하신 최현배(崔鉉培 1894~1970년 3월 23일) 선생에 대해 회고해보고자 합니다. 그는 한국의 교육자이자 국어학자이며, 독립운동가입니다. 일제강점기 암울했던 시절에도 ‘한글이 목숨’이라고 외치며 한글의 연구와 보급에 힘썼지요.

선생은 박동 보성학교 안의 국어강습원에서 주시경의 강의를 받았습니다. 이 때 “국어는 우리 민족정신의 형성 기반이며 우리의 생각과 행동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라는 주시경 선생의 민족주의적인 언어관의 영향을 크게 받아 평생 국어 연구 및 국어 운동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한글 연구에 일생을 바친 그는 말본의 체계를 확립하였고 한글 전용 운동에 매진하게 된 계기를 맞으신 거지요.

사진출처 : 외솔 최현배 선생 기념관 홈페이지 http://www.oesol.kr

더 나아가, 우리가 타민족의 굴레로부터 벗어나려면 문화가 진작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문화 창조의 도구인 국어의 어법이 바로 서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1926년, 선생은 연세대학교의 전신인 연희전문학교 교수로 취임, [우리말본]의 저술을 계속하는 한편, 같은 해에 조선어학회의 전신인 조선어연구회의 회원이 되어 <한글>지 창간, ‘한글날’ 제정에도 참여하였습니다.

이후 한글을 역사적으로 또 이론적으로 연구한 [한글갈]을 짓기 시작하여 1942년에 출판하였습니다. 하지만, 선생은 이 해에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검거되어 해방이 될 때까지 옥중 생활을 하게 되죠. 조선어학회 사건은, 일제가 조선어학회를 어문활동을 통하여 독립운동을 하는 단체로 규정하여 주요 회원들을 체포, 징역형에 처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의 관련 인사들은 해방 이후에야 출옥하였습니다.

해방이 되자 국어 정책에 관련된 일들이 더 시급해졌습니다. 동지들을 모아 ‘조선어학회’의 재건을 위한 회의를 열고, 9월 초에 조선어학회 안에 ‘국어교과서편찬위원회’를 구성, 국어교재 편찬에 착수했습니다. 이후 선생은 미군정청 편수국장, 대한민국 수립 후 문교부 편수국장을 지냈으며 이후 연세대학교 교수로 연구와 교육활동을 계속해오셨습니다. 

선생의 수많은 업적 중, 특히 일본말이나 한자어로 된 용어들을 우리말로 다듬는 일을 꼽곤 합니다. 예컨대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지름, 반지름, 반올림, 마름모꼴, 꽃잎, 암술, 수술’이라고 하는 말들은 각각 ‘직경(直徑), 반경(半徑), 사사오입(四捨五入), 능형(菱形), 화판(花瓣), 등을 우리말로 바꾸어 만든 용어로써, 선생이 편수국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편찬한 교과서에 처음 등장하여 쓰이기 시작한 것들입니다.

‘후미끼리, 벤또, 젠사이, 혼다데, 간스메’ 등 당시 흔히 쓰이던 일본어가 우리말인 ‘건널목, 도시락, 단팥죽, 책꽂이, 통조림’로 대체되었고 이 밖에 ‘짝수, 홀수, 세모꼴, 제곱, 덧셈, 뺄셈, 피돌기’ 등, 오늘날 익숙한 용어들이 당시에 선생의 손길을 거쳐 탄생되었어요. 한편 선생은 가로쓰기에 대한 일리 있는 주장을 펴면서 가로쓰기를 정착시킨 분이기도 합니다. 

한글교육운동 책자 및 교재. 외솔 선생은 약 50여 권의 교과서를 집필하였다. - 사진출처 : 외솔 최현배 선생 기념관 홈페이지 http://www.oesol.kr

그래서 1946년 9월에는 ‘한글가로글씨연구회’를 창립하고, 1947년 5월에는 저서 [글자의 혁명]을 출판하여 그의 주장을 사회에 널리 알렸습니다. 또한, 조선어학회의 [큰사전] 편찬 일에도 힘을 쏟아 미국 록펠러재단의 후원을 얻어 출판의 길을 열었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큰사전]이 1947년 10월 9일에 첫째 권, 1949년 5월에 둘째 권이 나왔고요.

이 외에도 선생은 ‘한글 첫걸음’ 같은 각종 한글 교과서 50여 개를 편찬하셨습니다. 그리고 저서를 연달아 내면서 한글 전용, 우리말 다듬기, 나라 사랑, 국어교육 등에 관한 주장을 펴내 국어 발전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선생은 말년에 [우리말본]에 짝할 우리의 옛말 문법책을 집필하던 중 1970년 작고하셨습니다. 정부에서는 선생의 공로를 인정하여 1962년에는 건국공로훈장을, 1970년에는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습니다.

저도 최현배 선생에 대해 알아보면서 새롭게 안 사실은, 해방 이후 가장 많이 읽힌 책 중 하나가 바로 [우리말본]이라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간략하게 알아보면서 마무리 하겠습니다.


[우리말본

사진출처 : 네이버 백과사전 / http://100.naver.com/100.nhn?docid=118861

최현배(崔鉉培)가 지은 문법책. 1920년에 사립동래고등보통학교 교원으로 부임한 외솔 선생은 우리말을 가르치고 연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때 국어의 문법 체계를 세울 목적으로 어법 및 문법에 관한 [우리말본]의 초고를 만들기 시작하여 1937년에 완본으로 초판을 출판하였죠.

이후, 1955년에 깁고 고쳐 펴내었으며, 여러 차례 개정판이 나왔는데요. 최현배는 주시경(周時經)의 문하에서 가르침을 받았는데, 주시경의 학문은 민족주의 입장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바탕에서 이루어진 국어학은 그의 제자들에게도 이어졌는데요. 이 책의 저자도 이러한 정신에 그 학문기반을 두고 있으며, ≪우리말본≫은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하여 지어진 것입니다.

남의 치하에서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려면 우선 국어부터 보존되어야 하는데 그러자면 국어가 체계적으로 정리가 되어 통일된 표기법이 있어야 하고 표준말이 정립되어 있어야 하며, 우리말을 집대성한 사전이 있어야 했기 때문이었죠.

이 책은 앞 사람들의 연구가 분석적인 데 반하여 종합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 서술에 있어 그전까지와는 달리 큰 진전을 보이면서 처음으로 국어의 문법체계를 대성하였는데요. 크게 소리갈[音聲學] ·씨갈[品詞論] ·월갈[文章論]의 3부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소리갈에서는 음성기관을 숨 쉬는데, 소리 내는데, 소리 고르는 데의 3부분으로 나누어 그 기관들의 구조와 작용을 설명하였으며, 소리는 낱소리와 이은소리로 갈라 다루었습니다.

씨갈에서는 국어의 씨[品詞]를 임자씨[體言] 등 10씨로 가르고, 그 뜻 ·갈래 ·기능 ·특징 ·변화 ·끝바꿈[活用] 등에 대하여 설명하였는데요. 끝으로, 월갈에서는 월 소재의 뜻과 갈래 ·낱말 ·마디 ·이은말, 성분의 종별 ·성립 ·배열 ·생략, 월의 갈래 ·구두점 사용법 등에 관하여 풍부한 용례로써 다루었습니다.

이 책은 순수한 한국어 용어를 사용하여 씨가름[品詞分類]의 독창적인 개발로 한국의 국어학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게다가 옛 설명을 그대로 쓴 것이 거의 없다고 할 만큼 새로운 체계를 이루며 국어에 대한 연구를 집대성한 저서이죠. 이 독창적인 저서는 일제 때 이루어진 국어학의 업적 중 가장 두드러진 것으로 국어학사상 그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습니다.

참고문헌 및 사진

외솔 최현배 선생 기념관 홈페이지 http://www.oesol.kr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우리말본」(최현배, 정음사, 1957)
「國語文法의 硏究」(高永根, 塔出版社, 1983)
「우리말본硏究」(李翊燮, 『全北大學校論文集』9, 1967)
「우리말본의 씨갈에 대하여」(남기심, 『나라사랑』14, 1974)
「우리말본의 월갈연구」(서정수, 『나라사랑』14, 1974)
「우리말본 초간책과 수정책의 비교」(김계곤, 『나라사랑』14, 1974)
네이버 백과사전 / http://100.naver.com/100.nhn?docid=118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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