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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새로운 시선

세종대왕님도 이제 그만, 쉬고 싶다

지난 9일은 565돌이 되는 한글날이었습니다. 한글날은 1946년 국가지정 기념일로 지정된 후, 1991년 정부(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는 국민의 의사와 상관없이 공휴일이 많다는 이유로 공휴일 제정 해제했습니다.

하지만, 2006년 삼일절·제헌절·광복절·개천절과 함께 5대 국경일로 승격되었지요. 이렇게 한글날은 국경일로 되돌아 왔지만 법정공휴일로 지정되지 못한 기념일 및 국경일 중의 하나랍니다.

이때 즈음이면 지상파 및 각종 케이블 매체에서는 ‘한글날 공휴일 재지정’에 관련 뉴스가 줄을 잇고, 한글 관련 행사 대한 다양한 소식을 전하고, 한글과 관련된 특별 프로그램을 편성하죠. 한 예로, KBS1 TV에서 청소년들의 ‘욕사용’에 대한 보고서 형식의 프로그램이 특별 방영되기도 했습니다.

한글날이던 어제, 각종 뉴스를 검색하다보니 소설가 이외수 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글귀가 화제가 되었네요. 그는 지난 9일,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하지 않는 정부에 대해 다음과 같은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습니다.

“오늘은 한글날. 우리는 세계적인 언어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인류 최고의 문화유산으로 인정하는 문자를 가졌습니다. 가치 있고 소중하게 사용해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왜 정부는 아직도 한글날을 공휴일로 제정하지 않는 것일까요” 라고 말입니다.

비단 한글날을 맞아 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단발성 주장을 떠나, 최근에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널리 쓰이는 유행어나 신조어 등의 대거 유입에 개탄하면서, 한글날과 같은 특별한 기념일을 다시 쉬어야 한다는 주장이 역사단체나 사회단체, 교육단체 등 각계각층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글문화연대에 따르면, 일부기업가 단체 등의 반대로 여전히 공휴일 승격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글의 우수성과 한류열풍과 함께 올라가고 있는 그 위상을 생각해 볼 때, 한글날을 공휴일로 제정하여 국민들이 그날의 의미를 되새기며 각종 행사를 즐기는 일이 한글에 대한 인식 저변에 큰 역할을 할 것이란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어요.

단지 생산성을 이유로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시킨 것은 시대와 맞지 않는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겁니다. 왜냐면 한글날이 공휴일로 시행될 경우, 확충되는 휴일 1일 증대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죠.

부가가치 유발효과 8384억 원, 취업 유발효과 1만 8331명으로 총생산 유발효과는 1조 8442억 원으로 집계되었답니다. 더욱이 2009년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노동시간은 2256시간으로 OECD국가 중 가장 긴 것으로 알려졌고요.

결정적인 내용은 또 있습니다. 한글날에 대한 인지도조사 결과, 한글날이 정확히 며칠인지 아는 사람은 2009년에 비해 25% 감소한 63%로 조사되었답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3명이 한글날을 모르고 있다는 말과 같아요. 더욱이 한글날을 10월 1일과 9월 9일, 10월 8일 등과 혼동하는 이도 있다 하네요.

현재 한글 사용 인구는 세계 13위에 속하는 등 그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우리 국민들의 한글날 기념일에 대한 인지도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하지만 국민의 절반가량이 국경일을 헛갈려 하거나 무시하고, 단순히 쉬는 날로 생각하면서 넘어가는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이달 초(10월 1-3일)은 올해 마지막 징검다리 휴일이었어요.

제 주변에도 “3일(월요일)에 왜 쉬지? 아 개천절이구나!”라고 말했던 지인이 꽤 많았답니다. 그렇게 개천절을 깨닫는다니, 굳이 ‘쉬는 국경일’이어야 그날의 의미를 생각하느냐는 의견도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요즘 경제 관련 뉴스가 대부분 어두운(!) 얘기들 뿐 이잖습니까? 치솟는 물가와 불안정한 고용 등등. 아무튼, 다들 살기 각박하다 보니 국경일을 잊었다고 해도 너무 나무라지 마세요. 

각설하고, 지난 6일, 한글문화연대와 사회단체가 진행한 565돌 한글날을 맞아 ‘한글날 공휴일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공휴일로 지켜지는 국경일 대부분이 정치적인 기념일”이라며 “문화민족으로서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을 기리는 공휴일이 하루도 없다는 것은 우리 민족의 수치이다. 한글날을 공휴일로 제정해 문화민족으로서의 자긍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유산을 기리는 공휴일이 하루도 없습니다. 그리고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글자를 공휴일의 근거로 삼는 일이 없기 때문에 한글날 공휴일은 더욱 뜻 깊은 날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해 얻게 될 문화의 가치는 잃게 될 노동 가치보다 훨씬 더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튼, 요즘은 위에 언급한 다양한 이유를 들어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힘을 얻고 있습니다. 따라서 공휴일로 재지정하여 기념회 등 일회성의 반짝 행사로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 지속적으로 한글사랑을 실천할 수 있도록 선도하여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하여 한글의 가치와 중요성을 재인식할 수 있는 소중한 계기로 삼았으면 합니다.


[참고 문헌 및 사진]
코카뉴스/ www.cocanews.com/?doc=news/read.htm&ns_id=14545
http://blog.naver.com/kipracafe?Redirect=Log&logNo=130120399534
한글문화연대 http://www.urimal.org/
파이낸셜뉴스/www.fnnews.com/view?ra=Sent1201m_View&corp=fnnews&arcid=111009154349&cDateYear=2011&cDateMonth=10&cDateDay=09
천지일보/ 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98854


온한글 블로그기자단 3기 배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