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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새로운 시선

11월에 기억나는 뮤지션, 유재하를 기리며...

해마다 11월 첫날이면 마음이 짠해집니다. 쓸쓸하게 떨어지는 낙엽이나 휙~ 추워진 날씨때문일까요? 아니면 솔로라서 영 불안한 마음 때문일까요? 뭐 그렇기도 합니다만… 제일 마음이 먹먹해지는건 '유재하' 씨 때문입니다.  

출처- 유재하 음악 장학회 (http://www.yjh.or.kr/)

출처- 유재하 음악 장학회 (http://www.yjh.or.kr/)


유재하 씨의 1집 '사랑하기 때문에'로 혜성처럼 데뷔한 유재하. 작사와 작곡은 물론 키보드, 기타, 바이올린 등 다양한 악기까지 다룰 줄 알았다고 합니다. 게다가 대중가요는 물론, 오케스트라 편곡까지 가능한 진정한 천재 뮤지션이였어요. 실제로 유재하 씨의 1집에는 록과 발라드, 팝, 심지어는 클래식까지 거의 모든 장르를 아우르고 있었습니다.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엄청난 밴드를 거치며 이문세, 조동진, 김현식, 김수철 등 쟁쟁한 뮤지션들과 교류하던 유재하 씨는 드디어 대망의 1집을 내고, <지난날>과 <사랑하기 때문에>는 서서히 인기를 끌게 됩니다. 하지만, 1987년 11월 1일, 유재하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명을 달리하게 되었어요.  

제대로 꽃피지도 못하고 진 유재하 씨의 생애와 음악이지만, 그의 죽음 이후 유일한 음반은 재조명을 받게 되고, 현재 뮤지션들 중에서는 유재하 씨의 영향을 안 받은 사람들이 거의 없을 정도죠. 이제는 그의 어릴적 소원 대로, '한국 대중 음악의 모차르트'라고 해도 충분히 고개를 끄덕일 만 합니다. 그의 천재성은 가사에서도 드러납니다.  


출처- 유재하 음악 장학회 (http://www.yjh.or.kr/)

출처- 유재하 음악 장학회 (http://www.yjh.or.kr/)

보일 듯 말 듯 가물거리는 
 
안개속에 쌓인 길  

잡힐 듯 말 듯 
멀어져 가는 
 
무지개와 같은 길  

그 어디에서 
날 기다리는지 
 
둘러 보아도 찾을 수 없네  
.

.
중략
.
.
.
그대여 
힘이 되주오 
 
나에게 주어진 길 찾을 수 있도록  
그대여 
길을 터주오 가리워진 나의 길  

유재하 씨의 노래 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 <가리워진 길>의 가사 일부입니다. 언뜻 보면 평범한 듯 보이지만, 정갈한 운율과 예쁘장한 단어속에 숨은 '1집을 발매한 후의 불안한 마음'을 잘 담고 있어요.

10년 전만 해도, '유재하'라는 세 글자는 거의 가요계의 보증수표였습니다. 유재하 씨가 명을 달리한 후 설립된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의 수상자는 거의 모두 음악적으로 성공한다고 해도 될 정도였죠. 조규찬, 고찬용 부터 시작해 '토이'의 유희열씨 까지…

그러나, 요즘에는 이 이름을 들어볼 수가 없어요. 사실, 이틀 전인 유재하 씨의 기일이면 모든 음악 잡지에서는 '유재하 특집'이 실릴 정도였죠. 하지만, 올해 한국의 음원 사이트를 찾아보니, 유재하 씨에 관한 내용은 한 글자도 찾아볼 수 없었어요.

그러나, 괜찮습니다. 지금의 가요계에서도 유재하 씨의 영향권에 있는 많은 뮤지션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어요. 정지찬, 나원주, 이한철, 강현민, 심현보, 이승환, 방시혁, 임주연, 김연우, 스윗소로우, 정준일, 임헌일… 이름을 하나씩 부르기에도 숨이 찰 정도에요.


이제 며칠 후인 11월 12일이면, 22회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가 열립니다. 11월 초, 유재하 씨를 아시는 분이면 아시는 대로, 모르시는 분들은 새롭게 한 번 관심을 보여주세요. 경연대회 수상자들과 유재하 씨의 음악과 노랫말들 한 번 들어주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여러분들에게도 새로운 행복이 될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