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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전각의 조형성-장법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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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전각과 서체

 전각예술은 서·화와 함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면서 변화되어 온 동양예술로, 전서가 지닌 문자성 위에 독자적인 조형미를 書·畵·刻의 종합예술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한 예술성을 인식하여 우리나라에서도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전각계가 활기를 띠며 다수의 전각인들이 눈부신 활동을 하게 된다.
 해방 후에는 한글전각이 등장하게 되어 지금까지 어느 정도 발전을 보았고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전각이라 하면 대부분이 한자 전각을 생각하게 되는데 이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첫째로는 한글의 역사가 짧다는 것이다. 한글이 지금으로부터 530여 년 전에 제작된 것인 만큼 수천 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한문의 역사에 비하면 예술적 가치를 발휘하기엔 기간이 너무 짧았다.
 둘째로는 문자의 구조이다. 한자는 상형문자로서 수만자의 글자가 어떠한 형으로부터 변천하여 이루어지기까지 그 구조와 자형이 복잡하여 조형성을 의식한 예술성이 풍부하고 다양한 데 반해, 한글은 표음문자로서 자음과 모음의 조합으로 자형이 이루어지므로 그 구조가 간단하여 조형적 배려가 단조롭다는 것이다. 

 셋째로 한자는 첩학(帖學)이나 비문 등 고전적인 자료가 풍부하나 한글은 자료가 부족하고 예술적 조형의지가 빈약하다. 문자 생성의 역사에서 그 길고 짧음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겠지만, 한글이 반포된 이후 귀족 양반사회의 사용문자로서 주인 구실을 하지 못한 원인도 크다. 한자의 풍부한 비첩(碑帖)의 자료에 비하면 예술적 조형의지를 가지고 제작된 한글 작품은 1900년 이전까지 한 점도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한글 비(碑)로서 유일한 것은 ‘양주영비각자(楊洲靈碑刻字)’ 1)가 있을 뿐이다.

 이와 같이 봉건적 유교사회의 사대성에 젖어 한글을 한자의 종속가치로 경시하는 경향이 뿌리 깊었던 것은 시대적 상황이었으나 현재까지도 그 잔재가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외에도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앞으로 한글에 대한 더욱 많은 연구가 이루어짐으로써 단순성의 극복과 함께 한글의 장점을 살린 전각예술이 그 미적 가치를 과시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한글 전각에 쓰인 서체를 보면 우선 <인장 이미지 1>를 통해 판본체를 볼 수 있다. 이는 훈민정음이 반포된 당대에 간행된 용비어천가나 월인천강지곡 등에 나타난 서체로서 중후한 맛을 지녀 격조 높은 전각예술로서의 미를 엿볼 수 있다. 

 여기서 판본체의 특징을 찾아볼 수 있는데 ‘각’자에서 ‘ㄱ’은 직각으로 꺾어져 있고, ‘대’자에서 ‘ㄷ’이 아닌

으로 위쪽의 가로획이 아래쪽 가로획보다 왼쪽으로 조금 길게 나와 있고, ‘한’ ‘민’ ‘원’ ‘전’의 받침 ‘ㄴ’은 윗글자의 너비와 같도록 하였다.
 그리고 판본체를 기본으로 하되 작가의 주관대로 자형을 조금씩 변형시킨 것이 있다.<인장 이미지 2> 이는 판본체보다 좀 더 경쾌한 느낌의 조형미가 보인다. 또한 조형적인 면에 더욱 관심을 두어 작가의 특유한 장법(章法), 도법(刀法), 자법(字法) 등으로 구성한 것을 볼 수 있으며,<인장 이미지 3> 극히 드물지만 궁체와 같은 자체(字體)도 볼 수 있다. <인장 이미지 4> 
 이렇게 판본체로 된 전각 외에도 여러 가지 다양한 한글 전각들이 있는데, 특히 장법을 중심으로 그들의 조형적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

<인장이미지 참고하기>




8가지 장법(章法)을 통해 본 한글 전각
 인(印)을 각(刻)하는 데 있어서는 장법이 상당히 중요하다. 장법이란 크게 보아 자체의 내용, 배자, 전반적인 인면 구성문제로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인재에는 큰 것, 작은 것, 둥근 것, 사각인 것 등으로 그 형은 여러 가지이고, 그것에 각하는 문자는 자체가 많은 것과 적은 경우가 있으며, 획수가 많은 것과 적은 것이 있어서 그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리하게 같은 방법으로 각할 수는 없기 때문에 반드시 각각 잘 알맞은 방법을 사용하지 않으면 완벽하게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중략)
중국의 장법으로 한자의 전각에 참고로 쓰이는 것은 14가지로서 임고(臨古), 소밀(疏密), 경중(輕重), 증손(增損), 굴신(屈伸), 나양
, 승응(承應), 교졸(巧拙), 의기(宜忌), 변화(變化), 반착(盤錯), 이합(離合), 계화(界畵,) 변연(邊緣) 등이 그들이다. 그러나 이들 중 한글전각에 적용되는 경우는 소밀, 경중, 나양, 승응, 변화, 이합, 계화, 변연 등으로 필자는 한글 전각의 장법을 논함에 있어 배자(配字), 자체(字體), 공지(空地), 종형(縱衡), 윤곽(輪廓), 주백문 상간(朱白文 相間), 印의 形, 변화 등 8가지로 나누어보려 한다. 
 

1. 배자(配字)
 배자란 문자의 배치를 말하는 것으로 이에는 상당히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크게 세 가지 형으로 나눌 수 있다. 획이 많은 자인 경우에는 넓은 인면(印面)을 할애하고 획이 적은 자는 인면을 적게 할애하는 방법, 획의 다과(多寡)에 구애받지 않고 문자의 수대로 똑같은 인면을 할애하는 방법, 문자의 획과 수의 다과에 구애받지 않고 작가의 주관에 의해 임의로 인면을 할애하는 경우 등이다.

 그중 첫 번째 경우의 예를 보면 <인장 이미지 5>의 ‘뫼는 높고 믈은 길고’에서 비교적 획이 적은 ’는’ ‘고’ ‘은’과 같은 자들은 작은 인면을, 획이 많은 ‘높’ ‘믈’ ‘길’ 등의 자들은 넓은 인면을 차지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또한 <인장 이미지 6>을 보면 ‘주’ ‘시’ ‘이’의 공간을 ‘좋’ ‘을’ ‘놀’자 등에게 양보함으로써 더욱 느긋한 형을 이루게 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 장법 중 나양
의 방법과 같은 것이라 볼 수 있다. 

 두 번째 경우와 같이 문자의 수대로 똑같은 인면을 할애한 방법 예로는 <인장 이미지 1>에서 9개의 문자가 획수에 관계 없이 거의 같은 인면을 차지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형식은 인의 기본골격을 갖추어 엄격중후하면서도 각 인면마다 공지(空地)의 대소로서 변화감을 느끼게 하여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게 한다.

 세 번째인 작가의 주관에 의해 인면을 할애하는 경우는, 윗글자의 받침 안에 문자를 집어넣어 인면을 활용한 경우<인장 이미지 7, 8>와 삼합자로 인면을 구성한 경우<인장 이미지 9, 10>, 인면에 적당히 공간을 남겨 여백을 살린 경우<인장 이미지 11, 12, 13>, 한 글자가 들어가고 남은 공간에 다시 글자를 잘 배치하여 자연스럽게 얽히고 설킨 듯한 인면을 구성한 경우<인장 이미지 14, 3>, 하나의 자음이나 모음을 두 자나 석 자에 공통으로 이용하여 배자한 경우<인장 이미지 15>, 문자끼리 조금씩 겹치도록 배자한 경우<인장 이미지 16, 17>, 배자함에 있어 자음과 모음을 가로로 풀어쓰는 방법으로 한 경우<인장 이미지 18, 19> 등 매우 다양한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이들 중 마지막 세 가지 경우는 한자 전각에서는 이용될 수 없는 방법임을 알 수 있다.
 방법들은 한 글자 한 글자 문자 그 자체의 묘(妙)보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며 조형적인 면을 강조하여 구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각기 특이한 인면 할애로 작가의 개성을 드러나게 한다.

 또한 획수와의 관계 외에 문자를 배열하는 순서도 여러 가지를 볼 수 있다. 인면구성에 있어서 한자의 문자배열은 회문인의 경우에는 상좌우, 하좌우의 순으로 새겨서 사용하는 것이 원칙으로 되어 있고2), 보통 한자인에서는 우에서 좌로 배열하고 있다.
 그러나 한글인에서는 이러한 방법 외에 문자를 좌에서 우로 나열하듯 배열하고 있는 것도 찾을 수 있다. 그 예를 보면 다음과 같다.3)

 


 
2.자체(字體)
 인면에 사용되는 서체에는 제한이 없으나 한글 전각에 있어서 판본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판본체를 기본으로 하되 작가의 개성에 따라 어느 정도 변형된 자체를 쓰는 경우도 있으며, 조형적인 면에 더욱 관심을 두어 작가가 주관적인 방법으로 자체를 구성해나간 경우도 있고, 극히 소수이나 궁체의 흘림자를 사용한 경우도 있다.

ㄱ. 판본체를 사용한 경우 보면, 우선 훈민정음 원본에 쓰인 자체의 전형적인 특징을 지닌 인을 볼 수 있는데, <인장 이미지 20>에서 모음 ㅗ, ㅕ, ㅜ 등의 상, 하, 좌에 붙어있는 획이 둥근 점획으로 된 것 등이다.
 또한 용비어천가나 월인천강지곡에서는 훈민정음에서 보였던 모음의 짧은 원필(圓筆)이 방필(方筆)의 획으로 바뀜을 볼 수 있는데, 그 예로 <인장 이미지 21>을 보면 ‘자’자의 ‘ㅏ’에 있어 모음의 짧은 획이 방필의 획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ㅈ’의 각도가 거의 60°를 이루고 있는 판본체와는 달리, <인장 이미지 22>의 ‘ㄱ’은 모두 직각을 이루고 있으며 받침은 윗글자 너비와 같게 썼고 모음의 짧은 획은 

 (아래 아)를 제외하고는 모두 방필의 형태로 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ㄴ. 판본체를 기본으로 하되 작가의 개성에 따른 변형된 자체를 쓰고 있는 경우 있다. 이들은 판본체가 지닌 고박(古朴)한 맛과 작가의 개성을 함께 엿보게 한다.
 <인장 이미지 11>의 경우 자체는 거의 판본체의 형을 하고 있으나 모든 획에서 작가의 개성적인 변화를 주고 있어 중후한 맛은 그대로 살리면서 전체적으로 경쾌한 느낌을 가지게 한다.
 또한 <인장 이미지 2>의 모든 세로획의 끝을 보면 판본체의 특징인 직각의 형태를 이루지 않고 사선으로 되어진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원각경언해>그림1에 나타난 획의 특징과 유사하다.

 ㄷ. 궁체를 사용한 경우 있다. <인장 이미지 4>는 궁체의 흘림자를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판본체가 지닌 고박, 고졸(古拙)한 맛보다는 선의 우아함이 두드러져 보인다고 할 수 있다. 

 ㄹ. 조형적인 인 전체의 분위기에 관심을 두어 작가의 주관적인 방법으로 인면을 구성해나간 경우 있다. 여기서는 자체라든가 공간구성에 있어 조형적이고 조금은 자유로운 느낌을 주는데, <인장 이미지 23, 24>는 완전한 문자의 자체보다는 인위적이지 않은 순수함을 강조해 보고자 다른 맛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방법은 글씨의 묘보다는 인 전체에 나타나는 조형적인 면이라든가 구성미를 다루었다고 볼 수 있고, 중국에서 이렇게 조형적인 면에 치중한 인의 예로는 제백석(齊白石)의 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외에도 붓의 갈필의 맛을 강하게 낸 자체도 볼 수 있는데, <인장 이미지 25>가 그 예다. 또한 그밖에 한글 수결인(手決印)으로 <인장 이미지 26>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자체의 형태는 고전을 근본으로 제작되어진 것에서부터 작가의 개성적인 제작에까지 다양한 면을 보이고 있으며, 자체에 따라 모두 다른 특이한 분위기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3.공지(空地)
 공지란 인면에서 자와 획을 제외한 나머지를 말하며 주문인 경우는 흰 부분, 백문인 경우는 붉은 부분을 말한다. 공지의 조정은 배자 이전에 이미 구상되어 있어야 하는데 매우 어려운 과정이다. 대체로 인면의 상좌우보다 하단부에 많은 공지를 남기고 있는데 이것은 다른 어느 곳보다 안정감과 공간감을 지니게 한다.
 또한 인에서 글자 외에 상하로, 혹은 좌우로, 또는 대각선 방향으로 각각 공간을 두어 서로의 공간이 호응하여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인장 이미지 27>에서는 상좌우 부분의 공간과 하의 좌우의 공간이 서로 호응하며 조화를 이루고 있고, <인장 이미지 28>에서는 ‘그’자를 좁혀 써서 공간을 생기게 하여 ‘새’자의 우측에 생기는 공간과 조화를 이루게 하였다. <인장 이미지 29>는 대각선의 방향으로 서로의 상응하는 공간을 만들어 조화시키고 있다. 


 
4.종형(縱衡)
 종형에 있어서 종이란 인면에 사용한 세로의 선을 말하는 것이고, 형이란 가로의 선을 말하는 것으로 그 근원은 십자분계법(十字分界法)에서 유래했다고 볼 수 있다. 종형은 대부분 문자의 수가 많은 경우에 사용되거나 문자의 획이 매우 적어 인면의 공간이 너무 많이 비어 있게 될 때 많이 사용하게 된다.
 종의 경우는 <인장 이미지 30, 31, 32> 등에서 볼 수 있고, 형의 경우는 <인장 이미지 2>가 있다. 또한 문자의 획이 종이나 형의 역할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인장 이미지 33, 34, 35, 7> 등이 그들이다. 
 
 또한 사자인(四字印)의 경우 중간에 
를 긋거나 삼자인의 경우 중간에 ㅣ,ㅏ, ㅓ, 二의 선을 긋거나, 이자인(二字印)의 경우 중간에 ㅣ또는ㅡ의 선을 긋는 일이 있다. 이러한 예로는 <인장 이미지 36, 37, 38> 등이 있다. 그리고 2개 이상의 종형을 한 인에 사용한 경우도 있는데, 이는 <인장 이미지 39, 40>에서 볼 수 있다

 
5.윤곽(輪廓)
 윤곽은 백문인 경우는 나머지의 공지가 그 구실을 하므로 별로 필요치 않으나 주문인 경우에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인문(印文)을 묶어 작품을 더욱 견고하게 하며 통일감을 불어넣고 안정된 효과를 내는 데 필수적이나 인문을 위한 부수적인 위치로서뿐 아니라 인문과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작 시 극히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윤곽의 두껍고 얇은 정도는 작가의 주관에 의하여 좌우되지만, 주문, 백문 구별 없이 자체가 인면에 가득 찼느냐 아니냐에 따라 대체로 달라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전각에 있어서 기본 포자(布子) 형식은 자체를 인면에 가득 채우고 각 획간의 간격은 고르게 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런 형식을 만자법(滿字法)이라 부르는데 인의 형식 대부분이 이에 속한다.4)

 그러나 자체가 인면을 가득 채우지 않는 경우 작은 자체를 보완하고 많은 공지를 허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 윤곽이 만자법의 인형(印形)보다 두꺼운 경우를 볼 수 있다.5) 그 특징을 보면 대부분 전체적으로 상단부보다 하단부에 많은 공지를 남기고 있으며 장중한 느낌을 주고 있다.
 <인장 이미지 1>의 형식은 윤곽이 넓고 두꺼워 더욱 중후한 맛을 내는데 이러한 형식은 중국의 과거 전각 구첩전(九疊篆) 형식에서 변모되어 수·당대에 사용되었던 관인(官印)이나 이조시대 고관의 관인에서 그 형식을 볼 수 있다. 

 또한 윤곽에 방락(傍落)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윤곽 전체에 방락을 하지 않아 간결한 맛을 살리는 경우가 있고, 윤곽의 적소에 방락을 하여 긴장감을 없애고 여유를 느끼게 하며 방락이 되어 있는 부분은 강하게 떨어져 있어 그 격을 가일층 높이는 경우가 있다.
 방락이란 인의 고박한 멋을 살리기 위해 인면의 적당한 부분을 때리거나(打) 마찰하기(磨), 혹은 깎아(刻) 그 정격(政格)을 깨뜨리는 과정을 말하는데, 크게 세 가지 방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인도(印刀)의 후미 부분이나 다른 도구로 작가의 주관에 의해 인면을 때리는 타법이다. 이때 중요한 필획이 떨어져 나가서는 안 된다.
 둘째는 각법으로 첫 번째의 방법으로 효과를 보기 어려운 나무에 쓰이나 석인재에도 쓰이며 그 특징은 예리한 맛에 있다.
 셋째는 마법(磨法)으로 굵은 모래를 펴놓고 그 위에 인면을 눌러 마찰하는 방법인데 모래와 인면의 접촉 정도를 세심히 고려해 제작하여야 한다.

 치밀한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섬세한 맛은 떨어지나 둔한 듯 중후함이 느껴지는 작품을 제작하는 데 도움이 된다. 위의 모든 방법은 처음부터 쉽게 의도되는 대로 이루어 지지는 않고 오랜 경험과 연구로만 좋은 효과를 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백문에도 쓰이기는 한다.
 또한 하나의 인면에 사용된 윤곽은 주문의 경우 좌우상의 윤곽보다는 하단부의 윤곽을 대체로 넓게 하여 제작한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인면의 공지가 하단부를 많이 차지하고 있는 데에 대한 제어의 역할로서 만자인 경우는 얇은 윤곽을 사용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두꺼운 윤곽을 사용하는 형식과 일치함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하단부의 윤곽이 두꺼움으로서 인에 안정감을 주고 있는 사실도 한눈에 알 수 있다.<인장 이미지 27, 41, 16, 42, 43>
 또 윤곽이 본래의 역할과 함께 획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는 형식이 근래 많이 사용되면서 인에 멋스러움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윤곽을 일정한 굵기로 하고 있는 것들은, 조형적인 변화보다는 고졸한 맛을 내기 위한 방법으로 <인장 이미지 31, 44, 45, 46> 등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주문이면서도 윤곽이 전혀 없는 것도 볼 수 있는데 <인장 이미지 47> 등이 그러하다. 또한 봉니의 탁본과 같이 자연스러운 넓은 윤곽을 보여주고 있는 경우도 있고<인장 이미지 22>, 윤곽 밖으로 글씨가 나온 경우도<인장 이미지 48> 있다.
 그리고 4면을 다 두르지 않고 2면<인장 이미지 49, 12>, 3면<인장 이미지 50, 5, 51>, 또는 공지의 적소에만 윤곽을 두른 것<인장 이미지 11, 52, 53> 등 여러 가지를 볼 수 있다. 

 
6.주백문 상간(朱白文 相間)
 이것은 주문(朱文)형식과 백문(白文)형식을 같은 인면에 함께 사용하는 방법으로, 크게 보아 주백 (朱白)의 인면 할애가 같지 않은 경우로 구별지을 수 있다.
 주백문 상간인(朱白文 相間印)의 인면 할애는 용이하지 않으며 효과를 제대로 살려낸 작품은 주백의 양자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변화와 특징을 함께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주백의 인면 할애가 똑같은 면적인 경우로 <인장 이미지 54>를 볼 수 있는데 여기서는 백문으로 각되어진 문자의 굵기와 주문으로 각되어진 문자의 굵기가 차이가 나면서도 전체적인 조화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주백의 인면할애가 같지 않은 경우로는 <인장 이미지 55>를 볼 수 있는데, 특이한 점은 대부분의 주백문 상간인에서는 주와 백으로 분리할 때 글자 각체로 분리하는데 여기서는 하나의 글자를 주백으로 분리하였다는 점이다.

 
7.인(印)의 형(形)
 인의 모양은 매우 다양하고, 다양한 만큼 각기 그 모양에 따라 문자의 배치라든가 공간의 구성을 잘 고려하여야 하는 것이다. 인의 형은 크게 방형과 원형으로 나눌 수 있다.
 방형인 경우는 대부분 정방형인 경우와 장방형인 경우가 많다. 또한 방형의 인을 마름모꼴의 형으로 만든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배자할 때 문자와 마름모꼴과의 조화가 잘 이루어지도록 세심하게 고려를 해야 한다.
 그 예로는 <인장 이미지 56, 57> 등이 있다.
 원형의 경우는 정원과 타원으로 구별지을 수 있는데 정원의 형으로는 <인장 이미지 58, 59, 60, 61> 등이 있고 타원으로는 <인장 이미지 62>가 있다. 그리고 최근에 이르러 재료에 가공을 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상태 위에 제작하여 조야(粗野)한 맛을 그대로 살린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한 예로는 <인장 이미지 63, 3, 64, 65> 등이 있으며 육면체의 형태도 있는데 그 예는 <인장 이미지 66>에서 볼 수 있다. 이렇게 여러 가지 다양한 형태의 인에 나타난 배자방법은 모두 각각의 형에 잘 조화되도록 구성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으며 각각의 형이 지닌 분위기가 다양하게 보인다.


8.변화
 인을 만들 경우에는 변화가 있는 것이 좋으나 그 변화라는 것을 말로 표현하기가 매우 어렵다. 한 문자에는 한 문자로서의 변화가 있고 한 인에는 한 인으로서의 변화가 있으므로 반드시 먼저 문자의 연결상태와 인 전체가 지닌 분위기의 흐름을 충분히 생각하여서 字나 劃을 가볍게 하느냐, 무겁게 하느냐, 공간을 크게 만드느냐, 작게 만드느냐 하는 것을 세밀히 검토하여 문자형의 조화와 전체의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하나의 인에 두 자 혹은 그 이상의 동일 문자가 있을 경우에는 변화를 주어 같은 형이 나란히 있지 않도록 해야 하고 이때 전체 분위기를 흐트러뜨리지 않으면서 잘 조화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본 글은 한글 전각의 조형적 가능성의 폭과 깊이에 관한 관심이자 탐색이었다.
 민족문화의 새로운 창달과 주체성 회복이라는 측면에 있어서도 한글 전각에 대한 연구는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당위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동양회화 특히 남종 문인화가 화가의 직접 체험 못지 않게 간접 체험으로서의 인식가치를 중히 하는 데 그 특징이 있다면, 그리고 그러한 조형적 가치관 속에서 발생된 것이 ‘文字香 書卷氣’의 일환으로서의 전각예술이라면 그 전통을 시대적 미의식과 주체적 미감에 맞게 오늘에 접목해 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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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양주영비각자 : 이 비는 현재 경기공업전문대학(공릉동 구 서울공대) 뒷산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중종 31년(1536년) 이문건(李文楗)이 그이 부모 묘비에 잡인이 접근하는 것을 우려하여 언문으로 비신 측면에 따로 각한 것인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2) 김영기, <동양미술론>,(서울, 우일출판사,1980),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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