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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 해당되는 글 4건
2009. 4. 29. 13:09



한 조각, 두 조각, 세 조각
<한 조각 두 조각 세 조각>은 숫자 세기에 관한 그림책이자
색채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과 같은 책이다.
문고리를 힘차게 잡아당기면 방마다 식물의 혼이 깃든 천연염색의 빛깔과
우리 전통조각보의 다정한 문양을 만나게 된다.
15조각까지 이어지는 즐거운 여정 속에서 들려주는
색과 모양에 대한 기억과 추억, 상상과 화답이 페이지마다 가득하다.

-김혜환



작가 김혜환은?
 자연에서 잠시 빌어온 색깔로 꽃, 새, 구름, 향기 등을 바느질하는 바느질쟁이로 천연염색가이며 동시에 그림책 작가이기도 하다.
 1990년 그림동화 작가 강우현이 기획한 <엄마가 쓰고 그린 그림책>에서 <뛰떼와 또또>로 데뷔.
'담고 싶은 그릇전'(2000년), '김혜환 조각보전'(2003년), '그림책에서 소리가 난다'(2004년)
'꽃빛 바느질 초대전'(2007년) 등의 전시회를 열었다. 산문집 <꽃빛바느질>과 <한 조각 두 조각
세 조각>을 출간했으며, 그림책 <모네와 정선, 풍경속을 거닐다>와 <깜짝! 박물관에서 보물을 찾아라>의 그림을 진행한 바 있다.



 ⓒ 윤디자인연구소 온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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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4. 9. 10:09




  유정미
  이화여자대학교 생활미술학과와 동 대학 산업미술대학원 졸업.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즈에서 디자인학 석사.
  대전대학교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교수
  나이테북스 기획이사




 편집 디자이너로서 다양한 실무 경험을 쌓고도 디자이너라면 감각 뿐 아니라 이론에도 능해야 한다며 강단에도 서고 있는 유정미 교수는,우리 디자인계가 이론으로 무장하여 한 단계 발돋움해야 한다는 목소리의 중앙에 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 편집 디자인 분야가 전문가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작업되기 시작한 1980년대 무렵 출발하여 그동안 불모지를 옥토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뒤늦게 떠났던 영국 유학을 통해 자신을 먼저 변화시키고 그 경험을 살려 이제는 우리의 디자인 전반에 걸쳐 발전적인 방향 제시에 힘쓰고 있는 유정미 교수를 온한글이 만났습니다.


- 그리드-디자인의 뼈대
- 나무-종이의 원료
- 디자인-일상성 속에서 독특함을 끌어내는 일.
- 레이아웃-어떻게 놓을 것인가 보다 왜 놓을 것인가를 먼저 물어야 할 것.



- 마진-편집지면을 광고와의 전쟁에서 구해주는 유용한 표식.
- 블리드-밀고 나갈수록 확장되어 보이는 힘.
- 상상력-창의력의 원천
- 이미지-텍스트와 만나 더 강해진다.




- 잡지-잡지는 매거진이다.
- 책-생각의 여행, 사람을 혼자 있게 만들어준다.
- 크리에이티브-새로운 것을 만들기보다 새롭게 보는 눈이 중요하다.
- 타이포그래피-자주 듣는데 정확한 뜻은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 폰트-폰트와 타입페이스, 서체와 글꼴... 헷갈린다. 
- 한글-영문자보다 촌스럽다는 오명을 쓰고 있는 우리 디자인의 기본.



온한글  처음 디자인을 시작했던 시기의 환경은 지금과 많이 달랐을 텐데요?

유정미
  처음 디자인을 시작할 무렵인 1980년대 초반은 우리나라 편집디자인 분야에 전문가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한 시기였습니다. 

 제가 처음 출발한 곳은『현대주택』이라는 건축 전문 잡지였습니다. 입사 후 시키는 대로 무조건 일을 했는데, 학교에서 배웠던 내용과 실무는 너무 달라서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당시는 컴퓨터를 이용하던 시대가 아닌 사진 식자기를 이용한 수작업 시기였습니다. 

 컴퓨터는 디지털 방식으로 디자이너가 쉽게 작업할 수 있지만, 수작업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직접 손으로 해야 합니다. 본문 조판만 해도 디자이너들이 일일이 서체 목록을 지정해 주면 숙련공이 사식작업을 하고 그걸로 다시 대지위에 편집을 해나가는 식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사식을 지정하는 방법 등 기초적인 것도 제대로 몰라서 답답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이때 체계적인 이론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고 제가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당시는 편집디자인 분야가 제대로 성숙하지 못한 시기라 국내에는 이론 서적이나 아티클을 접하기 어려워서 공부에 한계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 갈증이 계속해서 이론 공부에 매달리게 되는 이유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결국 그때 시작한 공부가 쌓여 1998년 <정글>에 잡지 디자인에 대한 강좌를 하게 되었고 그 원고로 <잡지는 매거진이다>는 책도 출간하게 되었으니 저로서는 큰 자산이 쌓인 셈이죠. 

 한편으로 1980년대는 우리 잡지 디자인 역사에 남을 만한『뿌리깊은나무』,『마당』,『멋』등이 창간되어 잡지계에도 아트디렉팅에 대한 인식이 시작되었던 의미 있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아날로그 방식으로 어느 정도 해나가던 9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도 맥킨토시가 도입되기 시작했습니다. 사진식자에서 컴퓨터로의 변화는 가히 혁명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사진식자로 하는 수작업은 대지위에 내용물들을 일일이 직접 레이아웃하는 작업이 따라야 합니다. 

 한 권의 잡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페이지 수만큼의 질감과 무게를 그대로 느껴야 합니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된 요즘에는 그런 질감을 느끼지도 못할뿐더러 내 노고에 의해 잡지가 만들어진다는 느낌이 덜 들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디자이너들이 너무 기계에만 매달리고 있는 현재의 모습은 왠지 장인정신이 소멸되어 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온한글
  디자인에 있어 이론을 중시하시는데, 특별히 그런 이유가 있다면요?

유정미
  아트 디렉터를 희망하는 분들은 감각도 중요하지만 먼저 이론적인 컨셉이 있어야 합니다. 편집디자인은 텍스트가 중심이 되는 작업이기 때문에 감각보다는 이론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디자인 이전에 편집자 등 스텝들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때 이론으로 무장한 해박한 지식이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글의 내용을 어떻게 해석하고 보여줄 것인가가 중요한 만큼 감각이나 감성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론적인 내용이 바탕이 되어야 아트디렉터로서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는 겁니다.




온한글
  아트디렉터로서 길을 걷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나요?

유정미
  본격적으로 아트디렉터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웅진출판사에서 발행하는 『까치』의 디자인 책임을 맡으면서 입니다. 당시로서는 드물게 어린이 생태 전문 잡지였는데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잡지를 꼽으라면『까치』를 꼽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창간작업부터 참여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진 스텝을 비롯해서 당대 최고의 ‘잡지쟁이’들이 모였다는 점에서도 그렇습니다. 디자인 자문을 해주신 이상철 선생님은 우리나라 최초의 아트디렉터라고 할 수 있는 분인데 그분과 함께 작업한 것은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께 잡지 디자인에 대한 A to Z 을 배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많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 후 CATV의 방송위원회의 미디어 잡지를 몇 번 창간하는 경험을 하는데 밑거름이 되기도 했습니다.



온한글  CATV 방송위원회라는 안정된 직장을 뒤로하고, 늦은 나이에 영국 유학을 떠나셨던 특별한 계기라도 있었는지요?

유정미
  유학을 결심하던 1995년은 제가 잡지 디자인을 한 지 꼭 10년째 되던 해였습니다. 10년간 약 120여 권의 잡지를 만들었는데, 그만큼 했으면 제 능력에 비해 넘치게 했으니 제게도 안식년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스로 한계를 느껴 재충전의 기회로 유학을 택한 것이지요. 또한 저로서는 지나온 10년보다 앞으로의 남은 날들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저는 현장에서 정년을 맞이하고 싶은데 65세까지 일하려면 앞으로 30년은 더 해야 하는데, 3년 정도 투자하는 것은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때가 아마 디자이너로서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었고, 터닝 포인트가 된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에서도 대학과 대학원 과정을 마치며 짧지 않은 시간을 공부로 보냈다고 생각했지만, 영국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디자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고 할까요? 전 그 시기에 제가 유학을 결행한 것을 지금도 무척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기특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유학은 단지 공부만이 아닌 그 나라 문화도 함께 체험하는 것인 만큼 꼭 해볼만한 경험인 것 같습니다.




온한글
  유학 생활 중 느낀 영국의 디자인은 어떠했는지요?

유정미
  우리 디자이너의 의식수준이 영국보다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디자인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인식 수준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영국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일부 계층에 한정하지 않고 매우 일상적인 사회활동으로 디자인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지하철이나 거리의 간판, 공공 싸인 까지 사회적인 합의에 의해 정련시키고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유지합니다. 

 디자인을 문화로 인식하고 구체적인 생활 속에 적용시키는 실용주의가 영국 디자인의 강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개인의 개성을 중시하며 실험정신을 북돋우는 문화도 강합니다. 이러한 토대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펼치는 디자인 정책이 큰 역할을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지금 전 세계를 뒤흔드는 영국 디자인의 위력을 지켜보면 제 말이 이해될 겁니다.






온한글
  영국 유학을 통해 더 확실하게 확인하셨을 듯한데, 외국과 우리의 잡지 환경이 많이 다른데, 구체적으로 어떠한 모습인지요?

유정미
  잡지는 한 나라의 문화를 고스란히 반영하는 매체입니다. 우리의 경우 잡지라고 하면 여성종합지, 도색잡지부터 연상합니다. 양식 있는 사람들은 잡지를 통해 전문지식과 교양을 쌓는 것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외국의 경우 누가 어떤 잡지를 읽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지적 능력과 예술, 문화에 대한 관심 정도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내셔널지오그래픽을 보는 여자라고 하면 이는 대학을 나온 중산층 여성이라는 말의 다른 표현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만큼 특정 분야로 특화되고 전문화된 것이 잡지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뜻입니다. 

 잡지는 본래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그 안에서 더욱 전문적인 지식을 얻기 위해서 읽는 것입니다. 잡지는 내용이나 편집에서 책보다 더욱 다양하고 폭넓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우리 경우 전문지를 표방하는 잡지조차도 전문가 집단에서는 외면당하는 수준입니다. 영국의 전문지는 어느 매체보다 권위를 가질 만큼 내용적인 수준이 높습니다. 

 디자인 분야를 예를 들면 『Eye』와 『Baseline』은 디자인 전문가들의 필독서로서 어느 전공서적 못지않게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타이포그래피 분야에 끊임없이 이슈를 만들어 가며 국제적인 규범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잡지가 더욱 특화되고 전문화되어 잡지만이 가질 수 있는 미덕을 발휘하면 좋겠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 저로서는 매우 유감입니다.






온한글
  편집 디자인만큼 서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분야도 없을 텐데요?

유정미
  편집디자인은 두 가지 중요한 요소로 이루어진다는 건 잘 아실 겁니다. 이미지와 텍스트죠. 컴퓨터의 영향으로 이제 디자인과 학생이라면 누구나 이미지는 어느 정도 흉내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타이포그래피는 컴퓨터 기술의 도움으로도 해결하지 못합니다. 

 타이포그래피는 오랜 역사로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적인 규범이 있어서 그 규범을 제대로 익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거기에 덧붙여 디자이너 스스로 몸으로 체득하여 서체마다 미묘한 표정의 차이를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학교에서부터 서체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대부분 컴퓨터 안에서 보여 지는 것으로 끝내려고 합니다. 직접 프린트로 출력에서 눈으로 확인하며 미세한 조정을 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그런 훈련을 소홀히 하기 때문에 점점 더 아마추어리즘이 강해지고 있는 겁니다. 

 또한 우리가 중심으로 다루는 한글 서체는 분명히 영문 서체와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나열형인 영문자에 비해 한글은 자음과 모음이 모여 한 글자가 되는 조합형입니다. 영문은 한 글자 한 글자의 완성도가 높으면 그만이지만, 한글은 쌓여나가는 형식이기에 전체적인 균형미에 주목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타이포그래피 이론이 영문자 중심으로 되어 있어서 학교에서는 이런 특수성에 대한 경험을 할 기회를 못 가집니다. 그리고 현장에 나오면 누구하나 특별히 한글에 대한 이론을 가르쳐 주지도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젊은 디자이너들은 영문 폰트는 잘 활용하는데 한글은 어쩐지 어설프게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글이 영문 보다 예쁘지 않다는 견해는 이런 풍토에서 나온 속설이기도 합니다. 한글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사용하면 어느 문자보다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할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온한글
  디자이너가 너무 많이 배출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교육 현장에서 몸담으며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요?

유정미
  한 분야에 오래 몸담은 디자이너로서 디자인계 전체의 발전을 위해 기여했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자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일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유학 후 1998년 귀국해서 10년 동안 강의를 하면서 느낀 것은 디자인 인력의 넘치는 공급을 재고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디자인 전공 졸업생이 한 해에 3만 명이 넘는데 우리나라 산업 규모로 보면 그 1/3인 1만 명 정도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이젠 양산이 아닌 양성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의 디자인 교육은 하향 평준화가 되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포토샵만 다루면 디자인을 잘하는 줄 아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디자인의 퀄리티가 높아져가야 전반적인 문화도 발전합니다. 졸업 후 활용도 못하는 인력을 양산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낭비입니다. 

 유학 당시 함께 공부했던 태국 친구들에게 귀국 후 제 계획 중에 학교 강의에 대한 부분을 얘기했더니 놀라는 반응을 보이더군요. 태국의 경우 당시 디자인 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이 3곳 뿐이라고 하면서 디자인과 교수는 매우 힘든 희망사항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디자인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그만큼 학생들의 퀄리티도 높다고 했습니다. 

 우리도 이제 어설픈 인력의 과잉공급을 반성하고 자질이 갖춰진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온한글
  현재 몸담고 계신 나이테북스를 소개한다면?

유정미
  나이테북스는 편집과 디자인 그리고 출판을 함께 하는 기획 집단입니다. 예전에 웅진출판사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생각과 느낌>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는데 98년 귀국 직후 제게도 합류 제의가 있어서 동참하게 된 거죠. 서로의 경험을 살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린이 책이 중심이 되었습니다. 

 솔직히 처음에 저는 어린이 책은 쉽고 단순하다는 편견이 있어서 그렇게 몰두하는 태도가 아니었습니다. 잡지에 비하면 별로 매력도 없고(웃음).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잡지 디자인과 북 디자인 등 다른 것들과 병행하며 어정쩡한 태도로 지내다가 본격적으로 몰두한지 3년 정도 되었네요. 

 이름도 나이테북스로 바꾸고. 자의든 타의든 어린이 그림책을 하다보니 디자이너로서 또 새로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어보다는 그림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더 빠른 어린이 세계에서 그림책이 차지하는 의미는 ‘책’ 이상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이론 서적도 찾아보고 동료들과 스터디도 하면서 어린이 그림책의 수준을 높여야겠다는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단지 경험에 의하거나 대충 주워들은 설익은 지식이 아닌 본격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하는 어린이 그림책을 만들어야 함을 절감했습니다. 최근에는 정병규 선생님을 모시고 저희 사무실에서 일주일에 한번 그림책 강의를 듣고 있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됩니다. 

  우리가 가장 정서적으로 유연할 때가 어린아이 시기인데 현재 우리의 교육 상황 속에서 창의성을 키워주는 교육은 유치원 때뿐인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를 들어가면 바로 주입식 교육이 시작되는 것이 현실이죠. 그것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으로 창의력을 키워주는 그림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 윤디자인연구소 온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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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3. 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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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과 타이포그래피의 상관관계
 
 우리가 어떤 그래픽물에서 가장 기본적인 요소를 분리해낸다면 그것은 아마도 이미지와 글자(텍스트)일 것이다. 이미지는 사진이 될 수도 있고 일러스트레이션 혹은 기본적인 도형이 될 수도 있다. 텍스트는 숫자, 영문, 한글, 한자 등 문자들이 가지는 기호적인 형태와 그 문자가 가지는 의미로 이루어진다. 이들의 집합과 해체를 통해 우리는 그래픽 디자인으로서의 가치를 부여하고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게 된다.

 그림책의 가장 기본적인 그래픽 요소에 대해 따져본다면 위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이미지에 대한 부분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림책과 타이포그래피라는 것은 매우 상충되어 보이지만, 그래픽의 기본 요소를 텍스트와 이미지라고 보았을 때 서체들을 그림과 같은 맥락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관계로 생각된다.

 그런데 우선 우리나라의 대중들이 느끼는 그림책의 범위를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림책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제외한 일반인들에게 그림책이란 아직 유아를 위한 학습용이나 교육적인 동화(童畵-아이들 그림)의 도서분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또 아동문학의 하위 장르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러한 시각들이 완전히 틀리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림책의 범위를 좀 더 넓게 본다면 예술창작성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편이 바람직할 듯 하다.
 단순히 아이들이 보는 매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작가가 자신의 철학적 사고를 유희하고 그것을 그림이란언어를 통해 전달하는 매개체로 본다면, 아마도 그림책의 범위는 세대와 시대, 국경을 넘어 작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아주 중요한 수단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러한 관점에 의해 그림책과 타이포그래피와의 관계를 본다면 매우 예술성이 높은 작품들까지 그림책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위 작품들을 텍스트의 의미를 알기 전에 그림으로만 본다면 하나의 멋진 타이포그래피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자나 기호의 역할이 이들 작품 같은 범주까지 가는 그림책은 극히소수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 특히 문자에 대한 설명을 그림책으로 표현한 몇몇의 단행본을 보면, 대개 그림를 설명하는 보조적인 수단이거나 그림과 되도록 잘 융화되어 어울리게 하는 역할 정도에 머무르는 듯하다.
 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옛이야기 그림책은 대부분 동양화적인 기법 때문에 서예 느낌이 나는 옛 서체를 많이 쓰는 편이다. 옛스러운 그림에 굵고 딱딱한 고딕체 같은 서체를 쓴다면 아무래도 안 어울릴 것이다.

 좀 더 현대적인 그림책에 쓰인 서체들을 보면 매우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특히 외국의 저작물이 한국어로 번역되었을 경우 타이포그래피의 문제점들이 극명하게 드러나게 된다. 즉 원서의 타이포그래피가 주는 느낌과 비율 그리고 어울림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오히려 전혀 엉뚱하게 처리되어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느낌을 크게 손상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특히 그림 문자의 형태로 그려진 작품들은 번역하면서 그 느낌이 매우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심스 태백의 <요셉의 작고 낡은 코트가...?>를 원서와 비교해 보면, 타이틀에서부터 그림 이미지로 시작함으로써 다른 책들에 비해 비교적 원서와 가깝게 연출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질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우리 그림책들

 그림책의 질적인 성장은 그래픽적인 관점에서만 논해야 할 일은 아니다. 아동책 관련 시장으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볼로냐 국제어린이도서전은 해마다 볼로냐 라가치상을 시상한다. 세계 각국에서 최근 2년 내에 출간된 새로운 작품을 주최측에 출품하고 세계적인 아트디렉터들의 심사를 통해 픽션과 논픽션 분야를 나누어 선정된다.

 그 심사의 기준으로 작품성도 중요하겠지만 또한 인쇄술과 제본술도 본다. 즉 그림이나 글 등 작가의 수려한 작품도 중요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책으로 귀결되어 독자들에게 펼쳐 보여지게 하는 가장 직접적인 과정인 제작의 수준도 그 못지 않게 중요시하는 것이다.
 종이가 가지고 있는 특성과 그 형태, 판형, 제본술 등 여러 가지 제작에 관련된 기술이 작품과 얼마나 잘 어울려져 있는가를 종합해서 심사위원의 기준을 통과해야만 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림책의 노벨상으로 불릴 만큼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이 상은 작가에게만 수여되는 것이 아니라 제작에 참여한 출판사에게도 영광이 주어진다.

 해외의 그림책과 우리나라의 그림책에 쓰인 서체를 어떤 기준을 세워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좋은 그림책일수록 좋은 서체와 타이포그래픽의 연출력이 수반되는 것은 두 말할 나위 없다. 해외와 국내에서 연출되고 있는 타이포그래픽의 차이는 아마도 그림책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의 소양과 연출력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다.
 적어도 작가의 창작 마인드를 이해하고 그 메시지를 가장 잘 연출해줄 수 있는 표현방식을 찾아나가는 노력이 국내의 그림책 작업자들에게서도 많이 보여진다.

 그 한 예로 <까막나라에서 온 삽사리>의 경우는 목판체를 썼는데, 사실은 목판체라는 서체가 출시되기 이전에 발행된 책이다. 그럼 이 책의 글자는 어떻게 썼을까? 옛 고서본을 찾아 가장 잘 어울리는 글자를 일일이 집자해서 작업했다고 한다. 내지를 보면 지금의 디지털 서체보다 더 자연스럽고 그림의 이미지와 일체감을 줄 정도로 잘 연출되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도깨비와 범벅장수>의 경우 길쭉한 판형이 주는 느낌과 세로쓰기에 대한 고민을 통해 아이들에게 새로운 읽기방식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다. 그에 맞는 서체의 선택과 그 운용의 방법을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미국 IBM 로고의 개발로 유명해진 전설적인 디자이너 폴랜드가 작업한 <외로운 꼬마1>의 경우 원서의 타이프라이트 서체를 한글의 타이프라이트 서체로 이어서 표현했으며 원서처럼 모든 본문의 서체를 한 가지 서체로만 통일해서 진행한 것을 볼 수 있다.

 앞에서 본 서체의 선택 방식과 달리 작가가 자기 작품에 맞는 고유의 글자체를 만들고 연출한 작품들은 훨씬 다양한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는데, 대부분 그림의 느낌에 맞춘 것들이다.




창작 그림책과 번역 그림책 속 한글꼴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한국의 그림책 시장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선진국이 이루어놓은 질 좋은 그림책들을 많이 수입해서 번역하기 시작했다. 또한 아이들과 부모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지면서 예전의 교훈적이고 교육적인 동화책 뿐 아니라 예술성을 겸비한 해외의 창작그림책에까지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에 비해 국내의 창작그림책 시장은 외국의 선진적인 느낌이나 기법을 따라가기 바빴으며 그 중심에 놓여있는 서체나 글꼴에 대한 고민은 많이 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그림책 속 한글꼴들은 많은 부분 일반적인 서체에 머무르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국내 창작물의 경우 오히려 작가나 디자이너가 서체의 선택과 마무리에는 크게 비중을 두지 않는 경향을 볼 수 있다. 작은 차이로 작품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림책을 다루는 디자이너라면 서체의 선정은 물론 그 책에서 중요하게 쓰일 서체의 목록을 매우 신중하게 만들 필요가 있는데, 되도록 작가와 함께 이 부분에 대한 논의를 거쳐야 할 것이다. 스토리 작가에게나 그림 작가에게나 그림책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에서 서체가 차지하는 비중이란 생각 이상으로 크기 때문이다.
 만일 그러한 논의가 없이 디자이너나 편집자에게만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그 그림책은 아마도 시간이 갈수록 좋은 작품으로 남지 않게 될 확률이 커질 것이다. 따라서 혹 그림 작가가 별다른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하거나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더라도 그 부분에 대한 중요성과 필요성을 꾸준히 설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해외의 그림책을 한국어판으로 낼 때에는 텍스트적인 부분 이외에 그림 속에 숨어 있는 여러 가지 기호나 문자를 다시 표현하려면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들 언어상의 특유의 표현을 모두 한글화할 필요가 있느냐에 대한 판단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알파벳권에 대해서는 별다른 저항감 없이 받아들여 그대로 살리는 경우가 많지만, 일본어 같이 한자문화권일 경우에는 되도록 그들의 색채가 느껴지지 않도록 그림 속에 들어 있는 기호나 문자들을 애써 한글서체로 바꾸어 어색하게 만드는 경우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책을 읽어주는 어른이나 아이들은 책을 한두 번만 보고 끝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오류를 쉽게 찾아낸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미지와의 합일로 어필하는 그림책 글꼴
 
 그림책을 꼭 어린이들만 보는 것은 아니겠지만 소구하려는 대상이 어린이임이 분명하다면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서체와 크기 등을 고려해야 한다. 어린이 대상 책들의 서체 선택의 폭이 넓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귀여운 서체나 모양이 많이 들어간 꾸밈서체 등을 쓰면 아이들에게 쉽게 어필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것은 책을 제작하는 어른들의 관점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일수록 오히려 바른 서체나 읽기에 분명한 서체를 쓰는 것이 좋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번역된 그림책에서도 한글서체를 잘 선택하고 신중하게 운용해야 겠지만 창작 그림책일 경우 특히 표제의 글꼴은 작가의 그림에 맞게 연출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디지털화된 서체를 그대로 쓰기 보다는 되도록 시간을 많이 들여 다듬으면서 그림의 느낌에 맞게 앉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헤어드레서 민지>의 경우 기존의 디지털 서체를 선형화해서 디자이너가 작품의 느낌에 맞게 다시 연출했다. 이처럼 기존의 디지털 서체를 쓰더라도 작품의 성향과 내용 그리고 컨셉에 맞게 새롭게 연출할 수 있다면 작품의 이미지를 배가시킬 것이다. 어떤 이미지가 어떻게 전달되느냐에 따라 그 책의 독자인 아이들이 성장한 후에도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직 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들은 그림책의 이미지와 텍스트 요소를 따로 분리하지 못한다. 대략 글을 읽기 시작하는 나이에서야 서체를 인지하기 마련인데 표지의 타이틀은 그림책의 이미지와 하나로 기억되는 특성 탓에 ‘좋은 그림책’으로 기억하게 되는 조건으로서 타이틀에 쓰인 서체의 느낌까지 포함되는 것이다.
 이것은 표지의 이미지로 쓰인 그림의 그래픽적 특성과 글자의 집합체가 더 큰 합일적인 이미지로 변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책에 있어 서체를 잘 고르고 제대로 쓰는 일이란 그만큼 중요한 작업이며 그림 작가가 그림을 완성하는 일 못지 않게 오랜 고민을 수반해야 하는 과정인 것이다.



 ⓒ 윤디자인연구소 온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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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2. 26.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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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을 소재로 한 그림책

 소리나 그림에 의존해 책을 읽던 아이들이 문자를 통해 책을 읽으려면 우선 학습되어야 하는 것이 ‘한글’이다. 그런데 그 학습을 조금 더 쉽고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단 중 하나로 그림책이 이용되기도 한다. 한글 깨치기는 누구나 거쳐야 할 기본적인 학습이기 때문에 이러한 학습용 그림책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으며, 이에 비례해 한글낱말 카드, 학습지, 한글공부를 위한 학습교구, 포스터, 퍼즐 등 다양한 교재들의 개발도 활발해지고 있다.

 비룡소에서 출간한 한글학습 관련 그림책만 해도 12종에 이른다. 그 중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기차 ㄱㄴㄷ』은 97년 출간된 이후부터 21만 5천 부 이상 팔렸으며 지금까지도 유아들을 위한 필독서로 꼽힐만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그림책들이 왜 인기가 있으며 끊임없이 만들어지는가?

 ‘그림책’이기 때문이다. 그림책은 학습이란 목적을 빼고도 한 권의 책으로서 작품적으로도 그 완성도를 추구하기 때문인 것이다.『기차 ㄱㄴㄷ』 만 보더라도 하루 동안 기차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책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기차’를 타고 가듯이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자음이 하나씩 나오면서 다양한 배경이 등장한다.

 ㄱ-기다란 기차가, ㄴ-나무 옆을 지나, ㄷ-다리를 건너서, ㄹ-랄랄랄 노래를 부르며, ㅁ-마을을 거쳐서, ㅂ-비바람 속을 헤치고, ㅅ-숲 속을 지나, o-언덕을 넘어서, ㅈ-자동차 사이를 빠져 나와, ㅊ-창문을 닫고, ㅋ-커다랗고 컴컴한, ㅌ-터널을 통과해서, ㅍ-넓은 풀밭을 가로지르면, ㅎ-해는 벌써 지고 있어요.(전문)


 이처럼 다양한 장면이 다양한 구도로 이어지는 동안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또 이어 부르는 노랫말처럼 흥겹고 글자와 이미지가 함께 연상되어 단어가 쉽게 기억되도록 한다.
 이러한 그림책의 목표는 한 번 보고 끝나는 학습지 개념이 아닌 아이들이 보고 또 볼 수 있는 완성도 있는 구성에 있다. 일러스트레이션 또한 책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부분으로 그 자체의 완성도부터 보장된다. ‘한글공부’책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판권이 팔리기도 했던 데에는 이러한 장점들이 작용했다.


다양하고 색다른 시도들

 한글을 소재로 한 그림책들은 주로 ‘자음’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그러한 예를 살펴보면, 우선 『기차 ㄱㄴㄷ』처럼 각 자음으로 시작하는 단어를 나열하면서 그 위에 재미난 이야기를 덧입히는 식이 있다. 가장 흔하면서도 아이들이 이해하기도 쉬운 형태로, ㄱ하면 ㄱ으로 시작하는 단어와 그림, ㄴ하면 ㄴ으로 시작하는 단어와 그림 등을 구성하곤 한다.
『개구쟁이 ㄱㄴㄷ』(사계절), 『과자 ㄱㄴㄷ』(여우고개),『하마의 가나다』(비룡소) 등이 이에 해당되는 책들이다.  다음으로 조금은 더 실험적이고 색다른 시도가 엿보이는 그림책들도 있다. 『이상한 집』(비룡소), 『숨어 있는 그림책』(보림), 『기역은 공』(마루벌), 『움직이는 ㄱㄴㄷ』(천둥거인) 등으로, 이들은 이미지 속에 한글을 숨겨 놓고 아이들이 찾아보도록 유도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혹은 숨은 그림형식으로 만들어 해당 자음에 속하는 단어의 그림과 책에 나열된 단어를 하나 하나 확인하면서 한글을 익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숨어 있는 그림책』(보림)은 한글공부 책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책에서는 한글이 활자화 되어 나오진 않는다. ㄱ부터 ㅎ까지 모두 이미지 속에 그 형태를 숨겨 놓고 맨 마지막에 답을 확인할 수 있는 페이지가 한 장 나올 뿐이다.
 이수지 씨의 『움직이는 ㄱㄴㄷ』(천둥거인)은 자음에 동사 혹은 형용사의 이미지를 실었다. 가령 ㄴ을 위해 ‘녹다’라는 단어를 썼으면 ㄴ이 녹아내리는 형상의 그림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게 한글공부 책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책들은 ‘한글학습’이라는 제한된 목적과 소재에도 불구하고 단어가 주는 느낌이나 이야기를 좀 더 세련되고 깊이 있는 내용으로 접근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또 아주 원초적으로 접근한 그림책도 있다. 『소리치자 가나다』(비룡소)는 아이들의 입말에서 시작된다. ‘저리 가! 할 때 가’ ‘나야 나 할 때 나’ ‘다 내 거야 할 때 다’ 등 아이들이 주로 하는 일상어에서 착안해 엄마가 말을 해주는 듯한 형식으로 접근한다. 하지만 글자는 단순하고 명쾌하게 가, 나, 다, 라…만 나열되며 이야기는 그림 속에 숨어 있다. 또한 ‘가, 나, 다’의 자음들의 변형과 글자 자체에 다양한 색을 입히는 등의 과정을 통해 좀 더 보는 재미를 주려고 시도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글자체의 어려움

 하지만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한글’이 가진 제한된 틀 때문에 결국 한계점에 부딪히곤 한다. 한글을 처음 접하고 배우는 아이들이 주 독자층이기 때문이다. 다양하고 멋스러운 타입의 시도에 있어서도 ‘가독성’ 문제와 아이들의 ‘인지력’과 ‘이해력’ 등이 항상 그 기준점이 된다.

 글자체의 심한 변형은 ‘한글’ 모양 자체에 대한 정확한 인지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가장 쉽고 편안한 글씨체인 명조나 단순한 고딕 계열이 주를 이룬다. 또 아이들은 어른들과는 달리 빠른 시간 내에 반복적으로 책을 읽기 때문에 자주 보아도 질리지 않는 서체를 선호한다. 더욱이 알파벳과는 달리 변용이 어려워 서체를 정할 때 늘 애를 먹곤 한다.


꾸준한 연구와 노력들
 이러한 한계성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변형, 조금 더 재미난 시도는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아이들도 단순한 낱말 카드나 한글공부에서 벗어나 ‘생각하면서 익히기’에 점점 더 익숙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어린이책에 대한 부모들의 평가수준이 높아졌고 더불어 아이들의 독서 능력 또한 갈수록 향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글’을 소재로 한 그림책은 유명 일러스트레이터들이라면 한 번쯤 욕심내는 분야이기도 하다. 어렵지만 그만큼 매력적이며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고, 그래서 세대가 바뀌어도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연구되어는 분야이기도 하다. ‘한글’이라는 글자는 변함이 없지만 문화와 생활환경은 늘 변화하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한글 그림책’ 또한 그 문화를 반영하는 시도를 꾸준히 이어가야 할 것이다. 다양한 구성과 내용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아름답고 갖고 싶은 책으로 완성도 있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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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스터디
<우리말 지킴이 또바기의 한글신문>
 글_김미정(온한글 편집부)

 신문도 아니면서 한글신문이라는 제호를 달고 있는 책도 있다.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은 <우리말 지킴이 또바기의 한글신문>이 바로 그 장본인이다.

 독서교육연구회장 이소영 씨가 기획하고 만든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한 한글 백과 신문이다. ‘한글 백과 신문’이라는 너무나 포괄적인 개념의 표현이 이 책에 들어맞는 것은 그야말로 한글에 관한 온갖 지식과 정보들이 방대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목에 굳이 신문이라는 표현을 쓴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아이디어 회의를 하면서 어린이들에게 한글이란 너무 쉬운 것으로 치부될 것이고 또 훈민정음은 너무 어려운 대상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모아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신문이라는 용어를 붙여줌으로써 시사적인 느낌도 주면서 다른 책들과 차별화된 편집방법을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책 전체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인 ‘또바기’의 캐릭터 만들기, ‘기자의 눈’과 같은 평론성 기사나 인터뷰 기사 형식의 원고들, 삽화나 네 칸 만화, 특정한 주제에 대한 각계의 반응을 보여주는 시사토론 형식의 페이지, 신문광고 형식의 구성, 생활정보 기사나 팁 기사의 삽입 등 신문이 갖추고 있는 여러 가지 요소들과 신문 스타일의 레이아웃 등이 그러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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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은 크게 신문 섹션과 그 신문의 내용을 토대로 좀 더 지식탐험도 하고 놀이도 하는 확장학습 개념의 섹션 등 두 가지 카테고리가 한 벌로 구성되며, 이렇게 짜여진 컨텐츠가 ‘ㄱ신문’ ‘ㄴ신문’ ‘ㄷ신문’ 등으로 이름 붙여져 권 당 세 벌씩 들어 있다. 애초 오방색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5권의 주제별 시리즈물 책으로 기획되었으나 현재까지는 ‘우리말 기지개’와 ‘우리말 터잡기’ 등 두 권 까지만 발행된 상황이다.

  “국제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시점에 ‘내가 가진 것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세계화를 위해서는 우리 자신부터 든든한 무엇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한글이라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것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얼마나 훌륭한 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미래를 가질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는 누구라도 한 번 쯤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고, 그 생각을 실천에 옮긴 책이 바로 <우리말 지킴이 또바기의 한글신문>이다.”

 전문가들의 호평도 기뻤지만 어린이들도 좋아하는 책을 만들어냈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는 이소영 씨. 후속책으로 기획되었던 ‘일제시대의 한글’편이 하루속히 제작되어 ‘ㅅ신문’ ‘ㅇ신문’ ‘ㅈ신문’ 등도 이어 펴내는 것이 그녀의 바램이다.



 ⓒ 윤디자인연구소 온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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