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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디자인'에 해당되는 글 5건
2010. 12. 23. 10:55

어느덧 2010년 한해도 1주일 정도 남았습니다.
연말이 다가오면 다가올 수록 새해를 맞이한다는 설레임과
2010년 한 해동안의 일들을 다시 한번 되살려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곤 하는데요. 

여러분들은 올 한 해 동안 어떤 일들이 있으셨나요?
많은 일들이 있었겠지만, 얼마 전 온한글에는 좋은 소식이 있었답니다. ^^ 

바로, 지식경제부가 주최하고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주관한 2010년 우수디자인(Good Design)
시각디자인 부문에서 국내최초로 윤디자인연구소의 UD폰트가 '굿디자인'에 선정되었거든요.
짝짝짝~~ 

일반적으로 TV, 휴대폰, 가전제품 등 주로 제품 등이 선정되던 ' 굿디자인'을 디지털 폰트인
트루타입폰트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는데요. 
윤디자인연구소 UD폰트는 개발컨셉 및 시인성에 특화된 디자인으로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 UD폰트

장애의 유무나 연령 등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제품, 건축, 환경, 서비스 등을 보다 편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Universal Design 개념을 폰트에 적용하여 남녀노소 모든 사람들이 쉽고 편하게 식별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서체

이번 윤디자인연구소에서 제작한 ‘UD폰트’는 어느 상황에서도 쉽고 명확하게 읽히기 위해 개발된 서체로 기존의 고딕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노령화시대에 따른 소비자들을 배려해 제작하였는데요.

특히,
자형에 영향이 없는 범위에서 가능한 문자의 폭을 넓게 하여 같은 글자크기에서 더 크고 굵게 보이게 디자인 되었고, 불필요한 요소를 최대한 삭제하여 단순하고 명료하게 보이는 특징이 있습니다.
















앞으로 UD폰트는 소비자를 고려한 각종 디지털 기기와 제품을 선보이는 데에 효과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일상생활 속에서도 진화되고 있는 우리의 글꼴을 쉽게 접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





BlogIcon 이세진 | 2010.12.23 14:51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축하합니다~~!!^^
저도 윤디자인연구소 폰트가 좋아요 ㅋㅋ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 ^^
BlogIcon 온한글 | 2010.12.24 09:16 신고 | PERMALINK | EDIT/DEL
ㅎㅎ세진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더 좋은 폰트 개발하여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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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5. 25. 09:32
 

 지상현
 홍익대 도안과, 시각디자인과 졸업, 연세대 대학원 심리학과 졸업
 현재 한성대 예술대학 교수, 한국감성과학회 편집위원장
 저서 : ‘시각예술과 디자인의 심리학(민음사)’, ‘색, 성공과 실패의 비밀
 (교학사)’, ‘뇌, 아름다움을 말하다(해나무)’, ‘이유있는 아름다움(아트북스)’,
  ‘디자인의 법칙(지호)


디자인 심리학. 알쏭달쏭하면서도 재미있는 표현입니다.
 ‘디자인 심리학이라면 어떤 범주에서 다루어질까’를 주 화두로 지상현 교수를 만났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디자인 심리학이란 ‘아름다움’이라는 범위에서 찾아낸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을 디자인의 법칙으로 찾아내는 큰 테두리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쉽지 않은, 하지만 꼭 갖춰져야 하는 디자인 인프라와 같은….


그곳 : 가고 싶은 곳
 느티나무 : 느티나무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릅니다. 자연을 사랑하지만 잘 알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자연을 잘 아는 사람들을 만나면 부럽습니다.
 도라에몽 : 어릴 적 기억이 쩝~
 로마이야기 : 알고 싶은 것이 많지요.
 무시로 : 소리 나는 대로, 이유는 모름
 부르르 : 글쎄
 소리 : 소리 지르고 싶어요
 오와리마스 : 요즘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거든요.
 전 그렇지 않아요 :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다 보니
촛대 :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얼마 안 되어서
 코도르 빵빵 : 생긴 대로 살고 싶은데
 토토로 : 제일 좋아하는 만화영화
 파도야 춤을 추어라 : 정훈희의 노래
 하하하





온한글
  지난해 프레시안(Pressian)에 연재되었던 ‘지상현의 Home designans’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디자인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새롭던데요.

지상현
  글쓰는 작업, 무척 어렵습니다. 첫번째 원고 작업 후에 여러 번 교열 작업을 거치죠. 관련된 이미지도 찾아야 하고,,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심리학이라는 분야를 디자인 교육, 경영 등에 연계하다 보면 많은 분야에서 다루어야 할 필요를 느낍니다. 

 2007년 5월 ‘디자인은 비싼 것인가’를 시작으로, 2008년 1월 ‘우린 디자인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까지, 간판, 조화 배색과 대비 배색, 디자인과 민족적 감성, 디자인과 심리학 등을 다루었죠. 참고로, ‘호모 데지그난스(Homo Designans)’는 라틴어 조어로, ‘디자인하는 인간’이라는 정도의 뜻입니다.


온한글
  대학에서는 디자인을, 대학원에서는 심리학을 전공하신 이력이 특이합니다.

지상현
  원래는 미학을 공부하려 했으나 너무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것 같아 좀더 구체적인 연구 분야로 ‘미술심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미술심리 중에서도 디자인이란 분야는 감성적인 측면과 아름다움에 대한 심리적인 접근이 새로운 교두보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시작하게 되었죠.  

 심리학은 굉장히 크고 포괄적인 분야이지만, 철학의 현대적인 버전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모든 분야에 적용, 연구되어야 할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온한글
  교수님의 디자인 교육 방법이 궁금합니다.

지상현
  학생들에게 폭넓은 상식과 경험을 갖게 하고, 사물의 형질 보다는 본질을 이해해 자유로이 형질을 변환시킬 수 있는 통찰력을 키워주고자 합니다.

  일례로, 저는 강의 시간에 1대 1 지도를 하지 않습니다. 한 사람씩 과제를 평가해주되 그 지도과정을 기다리고 있는 나머지 학생들이 동시에 보고 들을 수 있도록 프로젝터로 벽에 투사합니다. 일종의 중계방송을 하는 셈인데, 이렇게 해 간접적인 창작경험이라도 늘려보자는 심산입니다. 그러지 않으면 한학생의 과목당 1학기 창작 경험은 2~3회에 불과하게 되기 때문이죠. 
  또, 가능한 작품 사이즈는 크게 안 하고 작게 여러 번 작업하게 합니다. 이 역시 발상을 많이 하게 하고 경험을 많이 쌓게 하려는 의도죠.



온한글
  최근 지방자치단체 디자인 관련 일도 하고 계신다 들었는데요.

지상현
  직접 진행하는 것은 아니고, 자문 정도입니다. 요즘 지방자치단체의 디자인 행정은 ‘묻지마’식 투자인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지자체마다 앞다투어 심벌마크를 만들고 각종 디자인 공모전과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는데, 그 결과 비슷한 심벌마크들이 양산되어 도리어 지역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개최하는 공모전 역시 ‘천편일률’적이 많습니다. 
  대개 ‘지역 주민들의 디자인에 대한 관심을 높여 지역 디자인 발전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막연한 취지로 진행되죠. 이 보다는 디자인 인프라 구축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진정으로 디자인 발전을 위한다면 과시성 이벤트와 쇼룸을 치장하는 보여주기식 행정 보다는, 각국의 유행을 추적하고 분석하여 디자이너들에게 세계의 유행 흐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디자인 유행 예측 센터 등을 설립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온한글  꾸준히 저서 활동을 하고 계신데, 이를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것은 무엇인지?

지상현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라 감성적인 존재임을 알리고 싶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의 행동들은 감성의 영향을 받는데, 그러한 감성은 머리 속에서 매우 조용하고 신속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쉽게 의식하기 어렵죠. 이런 감성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가 한 가지 있는데, 감성은 이성과 대립된 별개의 인식작용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식작용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발생학적으로 선,후가 있다는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정확할 것입니다. 인간이 감성적인 존재임을 인정할 때, 커뮤니케이션도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아름다움’을 과학적으로 설명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미술심리’가 우리나라에 제대로 자리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온한글
  현재 준비하고 있는 책은 무엇인가요?

지상현
  ‘예술 작품에 콘스라스트가 갖고 있는 힘’과 ‘민속품은 왜 아름다운가’와 관련된 책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윤디자인연구소 온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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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5. 11. 10:00
 

 이충호
  영국 런던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Central Saint Martins College of Art and 
  Design)을 졸업(그래픽디자인 전공)하고,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SW20’을 
  운영하면서 그래픽디자인 전반에 걸친 다양한 작업들을 하고 있다. 
  경원대 시각 디자인과 겸임교수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대전대 커뮤니케이션 
  디자인과 겸임교수로 재직중이다. New York Type Directors Club, 
  International Astrid Awards 등에서 여러 차례 수상한 바 있다.


 태어날 때부터 디자인이 천직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디자인 일을 하다보니 그 매력에 빠져
천직이었음을 깨닫는 사람이 있습니다.
 SW20의 이충호 대표는 후자에 속합니다. 
 어릴 때부터 그림이 좋아서 디자인을 공부했던 것은 아니지만, 언제나 새로운 디자인 분야를 접할 때면
즐겁고 흥분된다는 '디자이너' 이충호. 
 앞으로도 특정한 분야가 아닌 다양한 분야의 일들을 접해보고 싶다고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그를 만나보았습니다.



가족-내게 가장 큰 힘.
노래-듣는 건 좋은데 하는 건 왜 그렇게 싫은지...
디자인-내 일, 내가 좋아하는 일.
라디오-어릴 적 방에 누워서 듣던 추억이 그립다.


몸무게- 좀 늘었으면 좋겠다.
바다-항상 나를 설레이게 하는 것.
수영-물을 좋아하니 자연스럽게 잘 하게 된 운동.
 음악-하루종일 스튜디오에 울리는 것.
 잠-즐겁고 즐긴다.


책-가져도 또 갖고 싶은 것.
 콜라-술 못 마시는 내겐 이게 더 좋다.
 탄생-우리 아기가 태어났을 때를 잊을 수 없다. 그 감동이란...
 표정-가만히 읽고 있으면 재미있다.
행복-우리 모두에게 꼭 있었으면 하는 것.




온한글
  신라호텔의 매거진 <노블리안(NOBLIAN)> 디자인 작업을 하고 계시죠. 표지가 깔끔하면서도 인상적이던데요.

이충호
  <노블리안>은 기존 럭셔리 매거진들이 대부분 패션에 치중하는 것에 비해, 라이프스타일과 문화를 주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작업 역시 이러한 내용에 맞추어 판형이나 서체 등을 통해 시각적인 차별화를 꾀하였습니다. 특히, 표지는 매호 주제에 맞춰 컨셉추얼하게 진행하고자, 일러스트레이션이나 타이포그래피 등의 그래픽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온한글
  회사명이 SW20인데,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인지?

이충호
  영국에서 공부할 때 머물던 집의 우편번호입니다. 제가 처음 디자인을 공부했던 곳이라 제겐 의미가 있는데, 그외 별다른 뜻은 없습니다.




온한글
  디자인 작업 진행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있다면?

이충호
  텍스트 처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컨텐츠가 돋보이는 디자인 작업을 중시하다보니, 이미지가 내용을 어떻게 적절하게 담을 수 있는지를 가장 많이 고민합니다.


온한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신데요.

이충호
  디자인 교육 역시 처음부터 욕심냈던 분야는 아닌데, 우연한 기회에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었죠. 제가 학생들을 교육한다기보다는 역으로 학생들을 통해 배울 때가 많아요. 학생들과 교류하다보면, 새로운 생각, 이해하는 폭이 넓어져서 좋습니다.


온한글
  반대로 아쉬운 점도 있으실텐데요.

이충호
  재능에 비해 노력을 안 하는 학생들을 볼 때 아쉽습니다. 아이디어는 누구나 낼 수 있지만, 그 아이디어를 다듬어서 완성도 있게 만들어가는 것은 스스로의 몫이죠. 아이디어는 좋은데 중도에 포기해버리는 학생들을 보면 많이 아쉬워요.





온한글
  이제 막 디자인회사에 입사한 신입 디자이너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충호
  겁내지 말고 자유롭게 감성을 표출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젊다는 것은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는 가능성과 직결되니까요.


온한글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를 꼽는다면?

이충호
  어느 하나를 꼽기는 어려울것 같습니다. 모든 작업이 다 만족스러울수는 없지만 항상 작업마다 요구하는 상황에 최선을 다하기에 제게는 모두 소중합니다. 




온한글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하고 싶으세요?

이충호
  즐거움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든 좋습니다. 과거에 했던 일들 보다는 앞으로 해야 할 새로운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앞으로 어떤 새로운 일들을 하게 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만으로도 매우 흥미를 느낍니다.
  SW20에서는 규정화된 특정 분야의 일을 진행하기 보다는, 아직까지 해보지 못한 다양한 분야의 일을 스튜디오 공방 형식으로 진행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작업이야말로 디자이너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 방법이라고도 생각합니다. 

 


 
 

ⓒ 윤디자인연구소 온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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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2. 13. 14:51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인간의 내면적 사고를 표현하는 기본 수단인 언어는 한 마디로 ‘인간의 정신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인류 초창기의 몸짓과 소리는 인간 본연의 구체적, 신체적인 발현이자 커뮤니케이션의 시작이었다. 그 뒤 음성언어는 소리라는 공명을 통해 내적인 감정과 사유 내용을 드러내는 가운데 화자와 청자 사이에 밀접한 상호작용을 낳으며 발전해왔다.



음성언어, 문자언어, 그리고 인쇄술

 인류 역사상 가장 견고하고 공적인 언어수단으로 인정받는 문자는, 음성언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발명된 것으로 인간의 사유방식 자체를 변화시켰으며 사회문화적인 변모까지 가져왔다. 문자언어의 발전을 통한 사회적 변화의 중심에는 기술적인 발전이 있었다. 기술의 발전에 따른 새로운 매체의 등장과 그에 따른 커뮤니케이션 양식의 변화가 현재의 디지털 사회를 만들어낸 것이다.

 동일한 공간 안에서 구체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 구술문화의 음성언어는 화자의 감성이 담긴 미디어라는 점에서 통감각적인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을 이루는 미디어로서의 음성언어는, 맥루언(Marshall McLuhan)이 설명하듯, “오감의 통합적 사용을 통해 온전한 지각이 유기적으로 사용되는 신체 본연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기록의 수단으로 등장한 문자는, 음성에 감정과 내면의 상태까지 담아 유연하게 전달했던 구어적 커뮤니케이션과 달리 추상적인 개념에 기반을 둔 이성과 논리 그리고 과학적인 사회문화를 발전시켰다.(그러나 문자의 발명 이후에도 인류는 구술언어의 특성을 버리지 않고 오히려 커뮤니케이션의 항상성을 유지시키는 기반으로 음성언어의 유기적이고 감성적인 측면을 사용해왔다.) 문자의 발전을 가속화한 인쇄술은 표준화, 획일화, 균질성이라는 문자문화의 특성들을 드러냈지만, 다른 한편으로 개인적인 창조력에 기반을 둔 문자의 시각화를 낳기도 했다.

 인쇄술의 또 다른 영향은 문자언어를 사물로 인식하게 해주었다는 점이다. 인쇄술은 활자 한 자 한 자를 별개의 사물로 인식하고 이를 인쇄라는 대량생산과정을 통해 전체적인 텍스트의 조합을 완성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인쇄는 활자를 분절, 해체 그리고 조합이 가능한 독립된 개체로 볼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다고 할 수 있다.


음성언어의 감성까지 담아내는 타이포그래피

 시각디자인에서의 활자인쇄술이라는 뜻을 가진 ‘타이포그래피(typography)’라는 단어의 출현은, 문자를 시각적으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재료로 인식하고 이를 통한 다양한 시각활동을 예고하는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 나아가 이 타이포그래피의 발전은 문자의 이미지로서의 역할에만 천착하지 않고, 구술문화에서의 화자의 음성에 담긴 감성과 에너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기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예컨대, 구술문화에서는 침묵 역시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의 요소로 작용한다. 이 같은 비언어를 통한 언어의 의미화 작용은 문자의 시각화 현상을 연구한 실험과 시도들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지면의 빈 여백이나 혹은 시각화된 문자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공간은, 문자와 동일한 비중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언어로 기능한다. 이미지화된 문자는 텍스트성으로 대변되는 고유의 의미 이외에 시각적 이미지가 가진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를 동시에 전달함으로써 의미의 다중성을 표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문자언어의 시각화 작업은 음성언어를 통한 감성의 자연스런 표출 혹은 감정의 변화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고정된 의미의 텍스트와 전통적인 글쓰기가 상정하는 엄격함에서 벗어난 공감각적인 언어라고 볼 수 있다.

 문자의 시각화 양상은 디지털 기술의 도래로 인해 보다 급격하고 다양하게 변모했다. 인쇄술이 활자를 사물로 보게 한 최초의 기술이었다면, 디지털 기술은 문자를 음소단위 이상으로 해체하고 분절하며 자유롭게 재조합함으로써 가변성을 통한 새로운 창조의 가능성을 보여 준 ‘혁신’이었다.
 ‘Type as image’라는 새로운 분야가 시각디자인 분야에서 별도의 영역으로 자리 잡은 20세기 말에는 문자의 새로운 정체성 확보와 관련한 일련의 연구와 실험들이 이어졌다. 상대적으로 해체와 재조합이 용이하다고 보이는 알파벳을 중심으로 시작된 이 시도들은 시각디자인, 특히 타이포그래피 분야에 새로운 담론으로 등장했다.

 반면, 사각형의 틀 안에 자음과 모음이 모여 하나의 글자가 되고 단어를 이루는 한글은, 글자의 활용이나 한글 자체에 대한 인식론적 관념에 집착해 텍스트성 이외의 감성과 감정을 담은 문자언어로서의 실험이 지체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한글은 자음과 모음의 외형이나 그 창조원리의 측면에서 개별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어 보다 과감하고 자유로운 실험이 가능한 대상이다.
 탈네모꼴이라는 안상수의 한글체와 그 일련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시도는 한글의 탈텍스트성을 선도해가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최근엔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자유롭게 분절시키고 해체하며 자의적으로 재조합해 자신들의 작업에 중요한 시각적 질료로 사용하고 있다.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시각화된 문자언어의 의미화 과정이다. 단지 디지털 기술에 의한 가변적인 시각요소로서뿐 아니라 화자의 감성과 구술문화에서의 공감각적인 언어로 새롭게 창조되는 의미화 과정이 덧붙여질 때, 문자언어의 시각화 작업은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양상으로 바르게 인정받을 수 있다.


시간성과 움직임을 더한 새로운 언어와 한글

 언어로서의 문자가 지닌 텍스트성과 시각 이미지로서의 문자가 지닌 매체적인 특성의 융합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의해 또 다시 혁신적인 변모를 보여준다.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는 4차원의 시간성과 문자언어와 시각이미지 그리고 모션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는 무빙타이포그래피가 그것이다.
 문자발명 이전의 구술문화시대의 음성언어는 인간의 정신작용을 보여주는 본능적인 언어였으나, 문자는 논리성과 객관성을 내세우며 감각과 사고의 편향을 낳았다. 그런데 무빙타이포그래피의 등장으로 인해 이러한 구술언어와 문자언어의 한계를 넘어선 균형의 언어에 대한 인식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무빙타이포그래피의 시간성과 이를 통한 움직임(모션)이라는 요소는 화자의 감성과 감정을 한층 역동적으로 전달하는 역량을 가진 특성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디지털 사회의 특징인 즉각적이고 시각적인 이해와 소통 그리고 보다 감성적인 접근을 부르짖는 시대적 화두가 결국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디지털 세대들의 커뮤니케이션은 대부분 CMC, SMS, MMS 등의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이뤄진다. 이들은 글쓰기 양식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사용하지만 음성언어 위주의 커뮤니케이션을 방불케 하는 양상을 보인다.
 문자는 단지 재료일 뿐, 글쓰기의 사회문화적 문법이나 규칙을 초월하고 거부하며 더욱 감성적이고 구술언어적인 표현양식을 지향한다. 디지털 기반의 이 같은 커뮤니케이션은 문자의 텍스트성이 지닌 폐쇄성과 구조적인 고정성을 탈피하려는 시도이며, 음성언어의 상황의존적이면서도 화자와 청자가 밀접하게 주고받는 감정의 전달에 대한 향수가 내재해 있다고 볼 수 있다.

 CMC 환경에서 등장하곤 하는 ‘샤방샤방’ ‘샤라락~’ ‘ㅋㄷ ㅋㄷ’ 등은 의태어와 의성어의 구술성을 복원한 대표적인 예들이다. 웃는 모양을 나타내는 ^_^, ^^ 등이나 물고기를 표상한 X)))*> 등과 같은 실제 사물을 표현한 다양한 이모티콘들의 발명이 이어지는 것 역시, 기술적인 환경에 전복되지 않고 오히려 이를 적극 이용해 언어의 주체로서 인간의 내면적 심리와 감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일련의 시도로 볼 수 있다.

 무빙타이포그래피가 인간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표상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시공간의 활용에 기반을 둔다. 시간의 주관적인 활용을 통한 움직임의 창조는 곧 개인의 음성이 지닌 톤, 굵기, 말하기 속도 등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감수성을 표현하는 언어의 시각화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CMC 환경에서의 ‘휘리릭’이라는 단어는 상황의 변화에 따라 갑자기 커뮤니케이션 장소를 떠날 때나 또는 어느 새 나타날 때 사용하는 표현으로서, 우리는 문자를 통해 신체의 동작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된다. 그러나 무빙타이포그래피는 이를 시각적으로 가시화함으로써 문자언어와 음성언어 그리고 화자의 감성을 융합한 언어의 컨버전스(Convergence)를 가능하게 한다.



                                   
                                    <CMC 환경에서의 무빙타이포그래피 적용의 예, ‘휘리릭’>          


 무빙타이포그래피로 표현된 ‘휘리릭’의 경우, 위의 이미지에서 표현된 점점 작아지며 사라지는 모습 이외에도 각기 다른 화자의 다양한 감정 상태를 속도의 조절과 서체의 변형, 혹은 크기의 변화 등 시간과 공간의 주관적인 활용을 통해 더욱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슬픔의 감정이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흑흑’의 무빙타이포그래피 역시 순간적인 이미지가 전달하는 감성을 넘어선 직접적이면서도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감정을 전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CMC 환경에서의 무빙타이포그래피 적용의 예, ‘흑흑’>



 이처럼 무빙타이포그래피는 시간성이라는 움직임을 통해 시각-청각-촉각적인 감각을 유기적으로 구성하는 새로운 언어 활용 양식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무빙타이포그래피가 단지 기술을 활용한 일시적이고 표면적인 장식요소가 아니라 인간의 심리와 정서에 기반을 둔 커뮤니케이션의 원형을 복구하는 데 기여하는 실제적 도구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게 무빙타이포그래피로 이어지는 언어양식의 변화의 맥락에서 볼 때, 한글이 지닌 조형미와 한글 창제원리는 서구의 문자가 지니지 못한 특유의 구조와 의미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모색하게 한다. 실제 한글을 재료로 수많은 연구와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때 한글과 무빙타이포그래피의 만남이 단지 조형미만이 아닌, 의미화 작용의 가치를 지닌 언어의 새로운 양식으로서의 실험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즉, 한글이라는 문자언어 본연의 텍스트 역할을 하는 동시에 탈텍스트성을 통해 음성언어와 문자언어 그리고 감성이 융합된 공감각적 언어로서의 무빙타이포그래피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정혜욱. 2008. 제4의 언어양식연구 : 디지털미디어의 무빙타이포그래피를 중심으로. 박사학위논문.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Jubert Roxane. 2006. Typography and Graphic Design : From antiquity to the present. Translation by Deke Dusinberre, David Radzinowicz. Paris : Flammarion.

Marshall McLuhan. 2001. The Gutenberg galaxy : The making of typographic man. 구텐베르크 은하계: 활자인간의 형성」. 임상원 역. 서울 : 커뮤니케이션북스

Walter. J. Ong. 2002. Orality and Literacy : The technologizing of the word. London : New York : Routledge



 ⓒ 윤디자인연구소 온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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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 2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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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의 변화, 다양화에도 불구하고 한글, 한글꼴, 한글 타이포그래피라고 하는 커뮤니케이션의 매개체가 젊은이들에게 호기심의 대상, 연구의 가치, 매력의 요소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울과 같은 대학 한글 타이포그래피 연합모임의 활동과 성과에 비추어 볼 때, 한글 타이포그래피에 대해 연구하고 발전시키려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나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매년 모든 학교가 연례행사로 치르는 졸업작품전에서는 한글 타이포그래피 작업을 찾아보는 것이 힘들다. 거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교육현장에서 느끼는 바를 통해 우리가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를 짚어보는 것으로 한글 타이포그래피의 미래를 조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글자의 역할에 대한 그 시대의 요구와 기술이 융합하여 나타나는 표현이 타이포그래피이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생각과 환경, 요구되는 역할을 접어둔 채 이야기될 수 없는 것이 디자인이고 타이포그래피이며, 한글 타이포그래피이다.한동안 해체적 타이포그래피, 모더니즘과 반 모더니즘, 키네틱
타이포그래피를 논했지만 지금은 감성, 감응이 시대의 이슈로 떠오르는 시점이니만큼 이 시대가 요구하는 감성을 드러내는 부드러운 타이포그래피가 주류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 감성을 표현하는 방법을 서구 스타일의 모방에서가 아니라 안에서 찾아내는 것이 우리의 과제일 것인데, 붓으로 쓴 글씨, 캘리그래피가 이 감성표현의 선두주자로 나섰는지도 모르겠다. 키네틱 타이포그래피가 디지털시대를 대변하는 표현방법이라면 이러한 기계적인 느낌의 반작용으로 일어난 캘리그래피는 이 시대 또 하나의 트렌드이다.
 캘리그래피의 특징은 글씨를 쓰는 도구와 재료에 의하여 생기는 즉흥적 형태에서 찾을 수 있다. 그것은 독립된 장르를 형성해 비례, 균형, 조화 등을 통해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서여기인(書如其人)'이라 하여 마음을 다스리는 수단으로, 감상의 대상으로 여겼던 전통서예와는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개인의 독창성이 우선시되는 캘리그래피와 타이포그래피의 관계는 어떠한가?
 글자의 형태에 맞는 장식과 자연스러운 우연적 효과 그리고 기계적 표현이 아닌 손으로 혹은 적당한 용구를 사용해서 독특한 개성을 담은 글자를 가리켜 캘리그래피라고 한다면, 단발성으로 끝나는 영화의 타이틀이나 책표지에 쓰인 경우 디지털화 되지 않은 서체이기에 캘리그래피로 정의할 수 있겠지만, 필묵서체와 같이 디지털화되어 상용되는 타입을 활용한 표현은 타이포그래피라 명할 수 있다. 즉 활자화된 글자를 이용하여 디자인하는 것이 타이포그래피라면 특정 도구를 이용하여 시간성과 순간성, 우연성을 느낄 수 있는 단발적인 글자 표현이 캘리그래피인 것이다.

 요즈음 캘리그래피가 많은 사랑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글자로서의 글자가 아니라 그림으로서의 글자를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선호도 때문이 아닐까?
 문자는 그 의미를 알 수 있거나 소리로 읽어지는 경우, 비로소 글자로서의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의미와 소리를 모두 알 수 있는 글자는 글자로 인식되고, 의미는 알 수 없으나 그 소리는 알 수 있는 글자는 형태적 성질이 강해지며, 의미와 소리를 모를 경우엔 형태적 성질이 최대화된다. 

 이러한 성질을 타이포그래피의 텍스트성과 이미지성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글자는 구체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시각형태지만, 글자라고 하는 형태와 그 글자형태가 담고 있는 정확한 의미 사이의 관계를 교육받기 이전까지는 단지 추상형태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그 의미를 알지 못하는 글자는 형태만 있는 그림에 불과한 것이다. 우리와 친숙하지 못한 외국어가 덜 복잡하게 느껴지고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것도 그림처럼 인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글자의 의미를 알고 그 형태와 친숙해진 후에는 더 이상 그림이 아니라 구체적인기호가 된다. 따라서 한글의 형태가 다른 나라 글자의 형태보다 아름답지 못하다는 생각은 한글을 모국어로 사용하는 우리만의 느낌일 수 있다. 반면, 캘리그래피를 아름답게 느끼는 것은 글자의 텍스트성보다 이미지성이 두드러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떻게 동그라미와 사각형, 수평선, 수직선이 글자가 될까?’

 외국인들이 한글에 대해 가장 신기하게 여기는 부분이다. 한글은 단순하고 간결할 뿐 아니라 ‘반복’과 ‘대칭’, ‘회전’의 원리에 의해 만들어진 글자로, ‘ㅣ’자 계열 모음자에서 보이는 상·하의 대칭과 ‘ㅡ’자 계열의 모음자에서 보이는 좌·우의 대칭이 뚜렷하다. ‘ㄱ’과 ‘ㄴ’에서도 대칭과 회전의 원리를 찾아볼 수 있으며, ㄲ, ㅋ, ㄸ, ㅌ, ㅃ, ㅔ, ㅕ, ㅖ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가획의 원리로 새로운 형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또 다른 ‘반복의 원리’를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한글의 형태는 구조적이고 논리적이다.

 그 창제 기원부터 철저한 계획과 표현원리에 의해 이루어진 한글이지만, 그 발전과정에서는 소극적이라고 할 만큼 조심스럽게 전개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훈민정음 해례본’과 ‘석보상절’, ‘용비어천가’의 목판본에서 볼 수 있듯이 훈민정음이 창제된 후 몇 년간은 기하학적인 형태로 보일 정도로 가로와 세로획의 굵기가 일정했으며, ‘o’의 형태는 정원에 가깝고, ‘ㅅ’과 ‘ㅈ’은 대칭적인 형태를 하고 있는데 그 시대의 글씨를 쓰는 도구가 붓이었다는 점을 의심하게 할 정도로 색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다. 서구에서 로만체가 펜으로 쓴 글씨의 형태를 재현하고자 노력하여 얻어낸 형태였다는 점과는 사뭇 다르다.

 그런데 1500년대부터 이러한 기하학적 형태가 사라지고, 오히려 지금의 명조체나 목판체와 비슷한 글자체로 변모한 이후 일제침략기까지 한글의 모습엔 점진적인 변화만 있었을 뿐이었다.
 해방 이후에야 새로운 인쇄기술로 인하여 형태의 전환기를 맞게 되는데, 붓글씨체를 기본으로 한 명조체와 이와 대비되는 형태인 고딕체가 최정호 선생에 의해 정리되고 다듬어진 것은 실로 한글 형태의 발전에 초석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태동한 시기도 이때부터였지만, 모던 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정립시키기에는 어려움이 있었고, 그저 서구 디자인을 무분별하게 모방해 한글에 대입하는 혼돈의 시기를 보내야 했다. 모든 결과에는 과정과 이유가 있기 마련인데 풀이과정도 모른 채 답만 베끼다 보니 그것이 오답이라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1990년을 전후하여 매킨토시 컴퓨터가 보급되어 디자인의 양적 팽창이 시작되면서 과거의 인쇄방법은 전자출판방법으로 대체되었고, 이를 뒷받침하고 이끌어갈 타이포그래피 분야에도 일대 혼란이 일었다. 수작업으로 글자를 만들던 시대는 사라지고, 디지털 방식으로 모든 디자인을 해결하게 되었고, 이러한 기술적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폰트의 개발이 가속화되어 인쇄물의 표정은 다양해졌지만 아이덴티티가 결여된 글자꼴의 무분별한 적용과 활용은 많은 과제를 남기게 되었다.
 새로운 폰트가 나오면 우선 하드디스크에 저장해 놓고는 그저 풀다운 폰트메뉴에 가득 찬 것만 보아도 보험을 들어놓은 것 같은 위안을 느끼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무언가 낙오된 것 같아 불안감을 느끼는 디자이너들의 형태감각과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능력은 항상 시험받게 되었고, 그만큼 점점 폰트와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공부가 요구되었다.


매체의 변화는 그동안 철칙으로 알았던 내용의 수정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글자에서의 가독성은 필요조건으로 여겨져 왔으나 그 또한 사용되는 목적에 따라 충분히 다른 각도에서 이야기 될 수 있다. 어린이들은 어려서부터 TV, 영화, 비디오에 익숙해 있으며, 컴퓨터를 친구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상호작용적인 테크놀로지를 활용하는 N세대는 일방적인 TV세대와는 다르게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웹을 선호한다.
 자기들만의 커뮤니케이션 용어와 기호가 있고, 아날로그적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자신들만의 공동영역을 구축해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글자가 필요한 이유와 선호도는 매우 다르다.

 가독성이 높다는 것은 글자꼴의 변별성이 뛰어나 연속적인 본문을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고딕체의 경우 글자가 만드는 글줄의 상단과 하단이 큰 변화 없는 수평정렬이기 때문에 문자의 변별성이
낮다. 반면 명조체는 불규칙한 모양으로 글자의 변별요인이 풍부하여 문자의 인식속도가 높게 나타난다.
 그러나 명조체의 경우 화면상에서는 다른 중고딕체나 그래픽체에 비해 가독성이 떨어지는데, 지면에서 변별성의 요인이었던 명조체의 세리프가 화면에서는 오히려 모니터의 발광으로 인해 변별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표현 매체에 따라 목적을 만족시키는 형태의 조건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읽는 대상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어린이는 성인과 다르게 탈네모꼴의 글자를 화면상에서 훨씬 편하게 빨리 읽는다는 한 연구결과가 이를 말해 준다.


목적과 쓰임에 따라 적합한 제품이 필요하듯 글자 또한 마찬가지이다.

폰트 디자인은 제품 디자인, 타이포그래피는 시각디자인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과장일까? 폰트 디자인의 특성 중 하나는 그 제품이 또 다른 제2의 상품으로 거듭난다는 것이다. 하나의 완성된 디자인인 동시에 또 다른 좋은
디자인의 재료가 흔쾌히 되어준다는 사실이다.

 최근 폰트 디자인의 이슈는 웹폰트의 등장이었다. 웹폰트는 아무런 죄의식 없이 무상으로 폰트를 다운받아 사용해온 사람들에게 글자도 돈을 주고 사야 하는 상품이라는 인식을 갖게 해주었고,홈피를 자신의 스타일로 만들 수 있는 중요한 도구가 된다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해주었으며, 폰트라고 하는 상품의 중심에 사용자가 자리하고 있다는 새로움과 더불어 글자의 역할을 한층 확장시켜 주었다.

 글자꼴을 만드는 폰트 디자인 분야는 고도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분야이다. 장인정신을 요구하는 예술과 디자인이 접목된 특수영역이기도 하다. 또한 창의적인 생각과 구조적, 논리적인 문제해결능력이 요구되는 영역이 글자꼴을 만드는 일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형태적인 해결을 최소한 2,350자에 일관성 있게 적용시켜야 하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자꼴을 만드는 일 이상으로 개발된 폰트를 효과적으로 전개시키고, 적용·활용할 수 있는 능력 또한 매우 중요하다. 같은 글자꼴 안에서도 굵기와 자폭 조절, 크기, 다른 이미지와의 관계, 글자꼴이 놓이는 위치 등에 따라 아주 다른 디자인이 만들어지는데, 이때 어느 글자꼴은 어디에 적합하다는 식의 수학적 공식이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더 매력적인지도 모른다.
 디자이너들은 아주 섬세하고도 정교한 눈으로 글자꼴을 선택하고 적용시켜야 하며, 명확한 판단력과 정확한 안목을 위하여 그래픽 디자인의 역사, 특히 타이포그래피의 역사에 대한 학습이 필수적이다. 효과적인 폰트를 디자인하고, 조화로운 폰트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글자가 가지고 있는 문화, 역사, 그리고 형태적인 면을 파악하는 공부가 선행되어야 한다. 왜 이 글자와 저 글자는 어울리지 않는지, 글자의 크기에 어떻게 변화를 주면 어울리지 않던 글자가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지 등 많은 의문점들을 풀어줄 수 있는 해법을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 표현대상을 기하학적이고 단순한 형태로 만드는 것을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던 시기도 있었고, 포스터는 간단명료한 형태와 3~5가지 색만을 사용하여 깔끔하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배운 적도 있었다. 이러한 잘못된 믿음과 교육은 자유로운 생각과 표현의 폭을 제한시켰고, 목적성과 논리성을 결여시켰다. 그런데 이러한 잘못이 타이포그래피 교육에서도 범해지고 있다.
 디자인 실무분야 뿐 아니라 디자인 교육현장에서 이구동성으로 모든 디자인의 기본은 타이포그래피라며 그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도 그 기본이 여타 수업에서는 간과되고 있는 것이 사실인 것이다. 이에 대해 타이포그래피 수업에서 습득한 지식과 기술을 다른 수업에서는 적용, 응용하지 못하는 학생의 능력부족을 탓할 수도 있겠지만,
 기본이 생활화 되도록 지도해 주어야 하는 교육자의 무책임함이 더 크다. 기본은 모든 디자인 교육 프로그램에서 유지되어야 하고, 일관된 모습이어야 하는 데도 마치 ‘국어시간에만 맞춤법에 맞는 글을 쓰는 학생’을 키워내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국어교사만의 잘못이라고 할 것인가?


폰트 디자인 분야와 타이포그래피를 분리, 교육할 필요가 있다.


 글자의 형태를 창조하는 일과 창조된 형태를 가지고 또 다른 디자인을 만들어 내는 일은 작곡을 하는 일과 작곡된 악보를 보고 연주하는 일처럼 매우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 타이포그래피는 폰트 디자인을 포함하지만 폰트 디자인이 타이포그래피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모두에게 작곡가 겸 연주가를 요구해 왔는지도 모른다.
 더욱이 글자를 디자인하는 일과 글자로 디자인하는 일을 상하로 나눌 수는 없을 터인데도 대부분의 대학들이 레터링이나 문자 디자인 수업을 저학년 기초과정에 개설해 운영하는것은 종합적이고 전문적이어야 할 글자꼴 디자인 분야를 지나치게 기술습득 정도의 과정으로 끝나게 할 우려가 있다. 글자꼴 디자인 작업은 수학적 예술작업인데 말이다. 모든 형태적 미감이 습득되고 난 후에야 해결 가능한 영역임에도 기존의 폰트 몇 글자 베껴보고 흉내 내어 만들어 보는 수업에 지나지 않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글자를 보는 눈을 키우는 것은 그림 보는 눈을 키우는 것과 같다.

 어떤 폰트가 좋은 폰트인지 구별해내는 안목이 단 시간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나 교육과 학습을 통해 디자이너가 꼭 갖추어야 할 요건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들도 자신의 폰트를 만들고 이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자랑하는 시대이다 보니 미적으로 좋은 형태에 대한 기준까지 혼란스러운 때가 아닌가?
 Bembo와 같은 글자꼴에서 순수한 아름다움을 느낄 때까지의 시각경험이 디자인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지름길 임에도 0.1포인트의 다름을 인지하지 못한 채 새로운 형태, 튀는 형태를 좋은 형태로 잘못 생각하는 오류를 쉽게 범하고 있는 것을 보면 교육의 중요성을 통감한다. 자간과 행간 조절 없이 컴퓨터에 세팅되어 있는 크기의 굴림체를 그대로 출력한 레포트를 제출하는 디자인 전공 학생들을 볼 때는 더욱 그러하다.
 기본을 알고 행할 때 한글 타이포그래피의 미래 또한 탄탄해질 수 있다.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하고 그 미디어가 새로운 기술을 갖출 때마다 자신의 생각이나 정보를 표현하는 방법은 날로 다양해지고 있는데, 글자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어서 그 활용의 폭은 과거의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해졌다.
 의미전달이나 가독성이라는 문제들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장 중요한 글자의 존재이유였고. 지금까지도 중요한 문제로 다루어지고 있는 내용이긴 하지만, 여기에 덧붙여 과거의 '글자'라는 개념을 뛰어넘어 새로운 그래픽 도구로서 활용할 수 있는가치의 발견을 이 시대는 요구한다.
 따라서 디자인 영역의 무경계화는 물론 장르의 구분도 무의미해지고 있는 시대의 요구를 모두 담아낼 수 있는 사고의 확장과 수용의 유연성이 교육현장에도 필요하다. 여기까지가 타이포그래피이고, 여기부터는 다른 영역이라는 생각은 변화하는 이 시대에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와 시각을 전제할 때 한글꼴 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피에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학생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들이 고민하고 토론하는 만큼 우리 한글의 디자인적인 기본이 제대로 표현될 수 있을 것이고, 그들이 신명나게 에너지를 쏟는 만큼 한글 타이포그래피의 내일이 밝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글을 도구로 다른 사람과 가장 적절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방법의 모색’이 한글 타이포그래피라면, 우리 교육현장의 시행착오까지도 달게 겪으며 한글 사랑에 매진하고 있는 젊은 그들이야말로 한글 타이포그래피의 가능성이며 미래일 것이다.


 온한글의 '대학 한글 타이포그래피 모임' 관련 포스트 더보기~



 ⓒ 윤디자인연구소 온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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