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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벳'에 해당되는 글 2건
2010. 4. 2. 09:12
 물건. 우리가 실제로 접할 수 있는 모든 구체적인 형태와 부피를 가진 것들을  '사물' , 흔히 '오브제' 라고 합니다. 그러한 사물에 대하여 그것을 디자인하고 생산해내는 사람들과 시스템을 고찰해보는 관점의 영상 '오브젝티파이드(Objectified)' 가 작년 디자인영화제에서 각광을 받았습니다. 새로운 시선과 철학으로 제품 디자인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 'Objectified' 영화 포스터 일부 中 ]

 위의 포스터는 어떠한 물건도 글자로 읽히는 신기한 경험을 통해 사물을 재발견해볼 수 있게 합니다. 틀에 박힌 일상에 일말의 상상의 즐거움을 줍니다. 'oBjecTified' 타이포를 이루고 있는 위의 물체들은 볼수록 신기합니다. 아이팟의 조그셔틀, 선글라스 혹은 고글, 치솔 뒤집어놓은 모양, 그리고 클립을 조금만 펴니 e가 되는 군요. 파이프, 백열등, 의자...... 모두가 다 우리가 쓰고 있는 언어의 모습을 하고 있네요.  



 매일 똑같이 흘러가는 하루를 살고, 매일 무미건조하게 와닿는 사물들을 사용하는 우리들. 사물은 사물일 뿐, 그것들을 단지 사용하기만 하지 내면적으로 대화하거나 느낄 여유가 없는 게 현대인의 일상입니다. 지친 일상에 무언가 활력소가 간절히 필요하다면, 가만히 있지 말고 주변을 한번 둘러보세요. 그리고 주변 사물들의 재발견을 해보는 것입니다. 색다른 느낌이 들지 않을까요.



 익숙해진 모든 것에 대해 '낯설게하기(defamiliarization)'는 예술과 창작의 한 기법입니다. 러시아의 형식주의자인 바흐찐 등이 주창한 '낯설게하기' 는 문자 그대로 이미 익숙해진 사물을 낯설고 이상한 시각에서 새롭게 바라봄을 의미하는데요, 바로 위와 같이 사물을 다른 관점으로 재발견하는 것으로 어떠한 물건도 글자로 읽히는 신기한 경험은 틀에 박힌 일상에 익숙해지지 말 것을 경고합니다! 



 위의 포스터에서
첫 번째 사물, '오리' 가 우리가 흔히 욕조에 띄워놓는 장난감 '오리'로만 보인다면... 좀 더 한글 디자인적인 관점으로 한번 바라보세요. 한글로 읽힐지를 염두해두고 보니
제 눈에는 한글의 자음 가운데 'ㄴ' 으로 보입니다. 그것도 삐침 획이 있는 명조체의 'ㄴ'모양이네요. 두 번째 사물 역시, 우리가 너트라고 부르는 '나사'인데, 다시 바라보니 자음 'ㅇ',  바로 이응 이네요. 누군가는 'ㅁ'으로 읽힌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집게'는 'ㅗ', '열쇠'는 길쭉하게 생긴 'ㅜ' 로 보이고~

 

[ Found Alphabet by Jen Quinn ]

 
 Jen Quinn이 발견한 일상 속 알파벳의 모양처럼 우리의 일상 속 사물들에 숨어있는 한글도, 찾아본다면 끝이 없을 꺼에요. 굴러가는 자동차 바퀴도 'ㅇ' 으로 보일테고, 자전거 손잡이는 느닷없이 'ㅅ'으로 보이고, 지하철 손잡이은 어느샌가 'ㅎ'이 되고, 택배아저씨가 운반하는 박스들은 'ㅁ' 으로 다가오고... 이렇게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삭막하지 않네요. 

                                                

 
                                                 [ lisa reinermann's sky typeface ]

 
 건물이 빼곡한 도시. 답답한 건물들 사이로 하늘을 한번 올려다볼까요? 하늘과 건물 사이의 공간이 만들어내는 알파벳이 눈이 보입니다. 작가 lisa reinermann는 일상 속 타이포의 재발견을 이렇게 새로운 방식으로 시도하였습니다. 사물의 재발견에서 보다 한단계 더 나아가, 공간의 재발견을 이루어내었습니다.  

 

[ Dave Wood's bulldog clip typeface ]

  위트 넘치는 타입페이스 작품입니다. 클립의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알파벳 글꼴 작품. 이것 또한 책상 앞에 놓인 클립을 본래의 용도가 아닌, 다른 각도로 바라보고 재발견해 본 결과일 꺼에요. 이리저리 돌려보면서 이렇게 놓고보니 'A' 모양, 저렇게 놓고 보니 'b' 등등... 창조적인 발견은 대단한 것이 아니고 일상에 아주 근접해 있습니다.

  여러분도 일상에 지쳐 무언가가 나에게로 다가와 활력소를 불어 넣어주길 간절히 바란다면, 넉놓고 가만히 기다리지 말고 무언가를 찾아 나서 보세요. 그냥 길을 걷다가도, 보도 블럭에서 다양한 블럭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갖가지 한글 자모음이 보일 수도 있어요. 그렇게 쫓아가다보면 마치 앨리스처럼 어느샌가 원더랜드에 빠져들 수도 있습니다. 사물을 낯설게 볼 마음의 준비와 열정이 있다면, 새로운 즐거움은 도처에 가득합니다.


온한글 블로그 기자단 2기 최윤정

ⓒ온한글

BlogIcon 뿌쌍 | 2010.04.02 09:20 | PERMALINK | EDIT/DEL | REPLY
흥미진진한 포스팅이네요~
더 멋진 한글 타이포그라피를 만날 수 있기를요.... ㅋㅋ
BlogIcon 온한글 | 2010.04.02 10:20 신고 | PERMALINK | EDIT/DEL
무심코 올려 봤던 하늘에서 글자를 찾는 그 시선이 저도 부럽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주변의 것들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도록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ㅎㅎㅎ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멋진 한글 타이포그래피가 있으시면 제보 부탁드립니다. ^^

유쾌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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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8. 08:54
                                                                                


지난 6일 오전, 인사동에 위치한 인사아트센터를 찾았습니다.
한글의 아름다움을 조각으로 표현한 《이봉식 한글 조각전》이 있다는 말에 찾아가게 된것이였습니다.

최근에는 한글의 과학적 가치 뿐만 아니라 미적 가치에 대해서도 굉장히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만큼, '한글을 어떠한 모습으로 표현해냈을까?' 하는 호기심과 기대감을 안고 전시장에 들어섰습니다. 전시장에는 자연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조각품들과 함께, 무척이나 푸근한 인상의 이봉식 조각가님이 저를 반겨주셨습니다.



한글은 무척 재미난 글자

이봉식 조각가님께서는 조각을 살펴보기에 앞서 제게 이러한 작업을 하시게 된 계기에 대해 말씀해주셨습니다. 한글은 초성, 중성, 종성으로 이루어져있고, 초성+종성으로만 이루어지는 글자와 초성+중성+종성으로 이루어지는 글자에서 똑같은 'ㄱ(기역)'일지라도 그 모양새가 오묘하게 다릅니다.

영어 알파벳이 a, b, c, d 각각 분리되어 나열되는 형식이라면 한글은 카멜레온마냥 변화무쌍한 모습을 갖추고 있죠.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부분인데 이렇게 설명해주시니 웬지 신기하기도 하고 새삼스레 한글의 숨겨진 매력에 감탄했습니다.

이봉식 조각가님께서는 최근에 굉장히 이슈가 되고있는 한글 관련 다큐멘터리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셨는데요. 한글이 과학적으로도 우수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각종 예술분야에서도 탐낼만큼 아름다운 문자라는건 다들 아시죠? 최근에 인터넷에는 외국스타가 한글로 디자인된 의상을 입은 사진이 종종 올라와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조각에서 한글의 아름다움을 찾다

이봉식 조각가님께서는 제게 하나하나 조각을 함께 봐주시며 작품에 대한 설명을 친절하게 해주셨습니다.

제게 처음 소개해주신 작품은 전시장 제일 앞 쪽에 배치되어 있었던 '146cm'라는 이름의 작품이였습니다. 작품을 단번에 봐서 어떤 작품인지 느낌이 오시나요? 네, '어머니'라는 글자를 거꾸로 눕혀서 이어놓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작품명도 어떠한 것인지 이제 느낌이 오시죠?

작품명을 듣고보니 왠지모르게 가슴이 찡해옵니다. 그런데…


작품 안쪽 부분이 새까맣게 처리가 되어있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이 작품은 수입목을 가지고 만드신 것인데, 일부러 안쪽을 검게 태우셨다고 합니다. 관람객들이 이 작품을 볼 때면 직접 손으로 만져도 보라고 권하신다고 하시는데요.


저도 만져보았습니다. 검은 숯이 손가락에 묻어나옵니다. 다른 설명이 필요없습니다.
어머니, 우리를 위해 한 평생 헌신하시는 어머니 그 모습을 말없이 보여줍니다. '어머니'라는 글자 자체가 무척 아름답게도 보이고 왠지 눈물이 울컥 쏟아져나올 것 만 같습니다.

다음에 소개해주신 작품은 바로 이 작품이였습니다.


'하늘로 하늘을 보다'라는 작품이였는데요.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떠한 글자를 이용하셨는지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올 것입니다. 작품 중앙에 있는 것은 마치 현실과 이상의 세계가 연결되어있는 듯합니다. 앞부분은 약간은 딱딱한듯하지만 뒷면은 둥글둥글하게 처리된 것이 매우 재미있습니다.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청산별곡> 중...


한번쯤은 교과서에서 보신적이 있죠?
특히 '얄리얄리 얄라셩~' 이라는 후렴구는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좋아하실 겁니다.


'한글 날개를 달다, 날개 한글을 입다'라는 이 작품은 느티나무를 가지고 만든 작품이라고 합니다. 사진으로 보시면 감이 안오실 것 같아 실제 크기를 말씀드리면 길이가 무려 310cm나 됩니다! 어마어마한 크기와 나무의 강렬한 느낌에 압도되는가 하면....


뒷면은 더욱 강렬하게 다가오죠? 날개를 표현하시느라 무척 고생하셨다는데요. 느티나무가 워낙 질긴 나무이기 때문에 포크레인으로 뜯어내어 날개느낌을 만들어내셨다고 합니다. 굉장히 멋있죠?

이봉식 조각가님께서는 앞으로도 꾸준히 한글과 관련한 작품활동을 하시겠다고 합니다.
어떤 멋진 활동을 하실지 더욱 기대가 됩니다.


▼ 이봉식 조각가님의 다른 작품을 더 보고 싶다면...


 온한글 블로그 기자단 1기 이세진

ⓒ 온한글
BlogIcon mari. | 2009.10.10 10:28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오 느티나무 작품 좋군요
BlogIcon 이세진 | 2009.10.11 21:25 신고 | PERMALINK | EDIT/DEL
안녕하세요 mari.님^^ 그쵸~~? 사진으로만 담기에 너무 아까운 작품이였답니다... 실제로 보면 더 멋있어요ㅎㅎ
나루 | 2009.10.13 10:15 | PERMALINK | EDIT/DEL | REPLY
곳곳에 숨겨진 한글의 아름다운 모습이 정말 감동적입니다. 작가님 ^^
BlogIcon 이세진 | 2009.10.13 13:47 신고 | PERMALINK | EDIT/DEL
안녕하세요 나루님! ^^ 그쵸, 정말 멋있죠? 이봉식작가님께서는 앞으로도 한글관련 작품활동을 이어나간다고 하시니, 기회가 되신다면 작가님 전시회를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 2010.03.20 21:02 | PERMALINK | EDIT/DEL | REPLY
비밀댓글입니다
박현지 | 2010.03.20 21:0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이런 말씀 드리기 좀 그렇지만, 이봉식 님이 저희 담임선생님 이세요
BlogIcon 온한글 | 2010.03.22 09:14 신고 | PERMALINK | EDIT/DEL
안녕하세요 박현지님

멋진 선생님을 두셔서 행복하시겠어요 ^^

온한글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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