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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에 해당되는 글 3건
2009. 3. 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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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 디자인의 묘미

 어린이 책 디자인은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 어린이 책 디자인을 해온 지도 어느덧 14년이 되어 간다. 그 세월동안 나의 디자인 스타일도 많이 달라졌다. 초년 시절엔 주로 선과 면을 이용한 컴퓨터 디자인 위주의 작업을 했다면, 지금은 세상의 모든 오브제를 다 이용하는 작업을 한다.

 이것은 어린이 책뿐만 아니라 성인용 책에서도 마찬 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가 더할수록 어린이 책 디자인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어 간다는 생각 때문이다.
 2008년 볼로냐 아동도서전에 가보니 주제나 소재 등 그림책의 구성기법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었는데, 심지어 텍스트도 서체를 이용한 것 보다 일러스트레이션을 이용한 그림글자가 강세였다. 그림도 그림처럼 글도 그림처럼 점점 일러스트레이션화 되어 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올해의 나의 디자인 목표도 텍스트도 그림처럼 디자인하는 것이다.

 디자이너 하면 글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편집 디자이너 더 정확히 말해 북 디자이너는 전혀 그렇지 않다. 원고를 이해하고 그 글 속에서 층위를 나누고 서열을 매기다 보면 어느새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디자인 된다.
 처음엔 수많은 서체 중에서 제목, 본문을 정하기가 어려웠는데 지금은 예전보다는 조금 쉬워졌다. 하지만 아직도 쉽게 서체를 선택하지는 못한다. 서체의 종류가 수없이 많음에도 그중에 정말 마음에 쏙 드는 서체를 고르려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주제넘게 내가 직접 만들어 보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도 있다.


식상함과 차별성을 고려한 손맛 연출이 관건

 단행본의 표지 디자인을 하려면 보통 서체의 선택을 제일 먼저 하게 되는데, 그것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식상함을 우려하기 때문인 것 같다. 독자들에게 식상함을 줄까봐 염려하는 것도 있지만, 늘 서체와 가까운 곳에 있는 디자이너들에겐 더욱 기성 서체들이 별로 새롭게 느껴지지 않기 마련인 것이다. 서체는 돈을 주고 사면 누구나 쓸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 그래서인지 서체만을 가지고 디자인한다는 것은 어쩐지 전혀 새로운 디자인이라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최근 단행본 표지의 제목용으로 캘리그래픽이 대세인 것도 아마 기존 서체가 주는 식상함 즉 익숙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손으로 쓴 글씨가 보다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것이다. 내 경우 손으로 멋지게 쓰지는 못하지만 좀 다른 방법으로 ‘신선함’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이나 포토샵을 이용하여 서체를 변형하거나 서체 몇 개를 조합해서 새로운 스타일을 만드는 것 등이 그것들이다. 그리고 서체가 안정적으로 정리되면 느낌을 더하기 위하여 컬러로 포인트를 주면 한결 재미난 타이포그래피가 완성된다.

 얼마 전 주니어랜덤사의 의뢰로 디자인한 자기계발서 <진짜공부>도 그러한 방법으로 타이포 위주의 작업을 했던 경우였다. 저자인 이지성 선생이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사실이 표지 디자인을 하는 데 중압감을 준 경우이기도 했다. 시안작업은 보통 타이포 중심의 시안과 그림 중심 시안, 그리고 그 두 가지 안들과는 전혀 다른 독특한 시안 등 세 가지 방향으로 하는데, 이번 표지는 재미난 타이포그래피 중심의 안으로 결정되었다.



그림글자로 독창적인 결과물을 만든다

 <진짜공부> 이전에 작업했던 ‘아이즐 북스 자신만만 시리즈’도 타이포 느낌의 아웃라인을 사용하고 서체의 면은 패브릭을 이용하여 정리해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던 타이포그래피였다. 그러나 사실 우리 회사의 주종목인 그림책 디자인의 경우 본문은 주로 서체로 결정하지만, 제목은 주로 일러스트레이션에서 변형하여 그림책의 내용이 잘 보이도록 하고 주제를 아이콘화 해서 서체와 합성하는 방법으로 그림 글자를 만드는 편이다.
 본문 보다 제목의 디자인에 더 신경을 쓰기 마련인데, 그림 글자를 하나하나 만드는 데에는 적지 않은 시간과 공력이 들어간다. 특히 대형 기획물의 경우, 가령 65권이나 되는 기획물의 표지 디자인을 위해 각각의 책에 맞는 그림 글자를 만들어야 한다면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남과 다르게’라는 디자인 철학이 머리에 밖혀 있기 때문인지 결국 공을 들이게 된다. 남과 다르게, 다른 기획사와 다르게 한다는 발상이 나 스스로 힘들게 하지만 일을 끝내고 나서 공들인 만큼 새롭게 디자인 된 제목들을 보면 너무나 기쁘다.

 그런데 “남과 다르게 독창적으로”라는 말 자체가 모순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그 과정들이 마치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알고 보면 이미 서체 디자이너들이 몇 년에 걸쳐 개발해낸 서체를 재료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체 디자이너들이나 개발 회사들이 너무나 존경스럽고 고맙다. 그들이 제공한 것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서체를 몇 가지 골라 요렇게 조렇게 만지다 보면 멋진 타이포 디자인이 완성되곤 하기 때문이다.

 어느덧 디자인 사무실을 오픈한지도 4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어린이 책을 디자인해온지도 15년이나 되어 가지만 북 디자인이라는 작업이 해를 더할수록 점점 힘이 든다. 한 번도 똑같은 원고, 똑같은 기획물은 없었다. 매번 다른 디자인으로, 매번 다른 위치에서 다른 역할을 하면서 디자인을 해왔다.
 요즘 단행본 시장의 흐름을 보면 표지 디자인에서 점점 타이포가 커지면서 정형화된 활자보다 그래픽적인 느낌으로 가는 추세인 것을 알 수 있다. 꼭 붓으로 쓴 캘리그래피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손맛’을 시도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점점 전문화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렇게 편집이나 디자인 영역들이 점점 세분화 되고 전문분야로 발전하는 한국 출판계가 보기 좋다. 그리고 그 깊이가 더해가는 것을 느낄 때마다 더 힘들게 일을 끝낼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출판인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흡족하다. 아마도 현재의 서체들이 진화해서 더욱 새로운 서체들이 다양하게 개발될 것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서체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사람들도 더 많아질 것이 기대되기 때문일 것이다.



 ⓒ 윤디자인연구소 온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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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3. 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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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제호(題號) 아래 각종 원고를 수집, 일정한 간격을 두고 정기적으로 편집 ·간행하는 커뮤니케이션 미디어’인 잡지가 어린이와 만나기 위해서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일은 두 말할 것도 없이 바로 그 ‘특정한 제호’이다. 특히 그 책의 독자가 어린이임을 제호에서 얼른 밝히거나 혹은 뉘앙스라도 풍겨야 할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른들을 위한 수많은 정기간행물들의 숲속에서 길을 잃기 쉽다.

하지만 잡지의 제호에 어린이라는 단어가 혹은 어린이를 뜻하는 다른 용어가 들어갔다고 해서 무조건 어린이 잡지라고 할 수는 없다. 가령 시중에 나와 있는 어린이 문학 평론지나 어린이 패션 잡지임을 표방하는 것들 중에는 책 속에서 다루고 있는 대상물들이 어린이용일 뿐 정작 그 책을 읽는 독자는 관련 분야의 어른들이거나 부모들인 것도 있다.





계몽지에서부터 논술지까지


 우리나라 최초의 어린이 잡지로 기록되고 있는 것은 1906년 11월에 창간된 <소년 한반도>이지만, 근대적인 잡지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것은 1908년 11월에 창간된 <소년>이라는 잡지였다. 1923년에 이르면 소파 방정환 선생에 의해 <어린이>가 창간되는데, 이전 개화기 시대까지의 잡지들이 그야말로 개화와 계몽에 치중했던 것과는 달리 <어린이>는 아동문학 출판의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된다. 이른바 어린이를 위한 문학잡지의 시대를 연 것이다.
 
 그후 해방이 되면서부터 <소학생> <진달래> <새동무> <어린이> <어린이 나라> 등 보다 다양한 잡지들이 쏟아져나오며 다양한 시도를 보여주는데, 1960년대에 이르러 그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아동문학가 어효선이 일제시대의 <소년>의 뒤를 잇는다는 취지로 창간한 <새소년>이나 고 박정희 대통령의 영부인이었던 육영수 여사가 창간했던 <어깨동무>, 중앙일보가 창간한 <소년중앙> 등이 이른바 ‘소년지 빅3’ 체제를 구축했던 것도 이 시기였다.

 그 체제가 70년대를 관통해 80년대까지 이어지는데, <어깨동무>의 발행처인 육영재단의 박근혜 이사가 ‘건전하면서도 웃음을 줄 수 있는 어린이 잡지’를 만들겠다며 20여 편의 연재만화로만 구성된 <보물섬>을 창간한 것을 기점으로 어린이 잡지 시장의 판도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뒤이어 한국일보사와 경향신문사가 각각 <학생과학><소년경향>을 내놓는데, <소년경향>의 경우 처음부터 만화 페이지를 많이 싣고 출발했다. 그리고 기존의 잡지들에서도 만화의 비중이 커지면서 본래의 컨셉이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종국에는 하나 둘 폐간되게 된다.
 모두 <보물섬>의 돌풍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이큐점프> <소년챔프> 등 만화전문지들이 속속 등장하게 되는 기폭제가 되더니 90년대 어린이 잡지 시장을 만화천국으로 몰아갔다. 오랫동안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전통의 <소년중앙>이 말년을 만화판으로 보내다가 결국 문을 닫게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90년대 어린이 잡지 시장의 주류가 일본 만화의 해적판까지 들끓는 만화일색이었던 것에 대한 반성이라도 하듯 2000년대에는 만화의 채널이 잡지보다는 단행본 쪽으로 자리를 옮겨가면서 논술 등 학습적인 성격이 강한 잡지들이 새로운 주류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그들 중 대부분은 학습지 출판사가 직접 뛰어든 경우들로, 학습지 쪽의 노하우와 데이터를 200% 활용하는 알찬 마케팅 전략을 펴고 있다. 심지어 과학잡지들까지도 논술과 연계된 컨텐츠를 짜내느라 너나 없이 골몰하는 모습이다. 학습지 성격의 어린이 잡지의 원류는 70년대 소년지 붐을 타고 잠시 출간되다 말았던 <우등생>에서 찾을 수 있는데, 본격적으로 그들이 시장을 주도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일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어린이들을 위한 순수교양지를 추구하는 잡지들이 달라 보일 지경이다. 1950년대에 창간되어 어린이 잡지의 역사를 온몸으로 겪어낸 <새벗>이 그 명맥을 2000년대까지 유지해 오다가 잡지의 대열에서 찾을 수 없게 된 지금, <고래가 그랬어><개똥이네 놀이터>만이 이 시대 별종(?)으로 출간되고 있다.


어린이 잡지는 전문지이다
 
 일반적으로 잡지의 종류는 주 독자층과 내용에 따라서 크게 대중지, 전문지, 특수지 등으로 나뉘는데, 어린이 잡지는 서점에 그들만의 섹션조차 가지고 있지 못할 정도로 그 시장이 미미하다.
 <생각쟁이><시사통><논술위즈키드><논 주니어><우등생논술><키즈독서평설><리딩프렌즈> 등 어린이의 시각으로 시사문제를 다루며 논술적인 접근을 하는 잡지들과 <고래가 그랬어>와 <개똥이네 놀이터> <어린이 좋은 생각> 등 어린이들의 교양과 인성계발에 소구하는 잡지, <과학소년> <과학쟁이> <어린이 과학동아> 등의 과학잡지 등이 전부인데, 이들을 찾으려면 어른용 잡지의 분류기준에 근거한 각각의 섹션을 뒤져야 한다. 
 여기에 몇몇 종교잡지까지 더한다 해도 책꽂이 한 칸도 채 못 채울 양에 불과해서일지도 모른다. 상업적인 성격의 잡지는 아니지만 학습지 출판사나 학원 등에서 홍보 목적으로 발간하는 회원용 잡지까지 합하면 더 많은 세를 확보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 시장이 작아서 ‘어린이 잡지는 전문지’라는 생각이 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쨌든 특정한 사회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잡지가 전문지라는 점에서 어린이 잡지는 전문지의 위치에 있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로서의 잡지의 특성은 정보와 의견의 정기적인 전달과 오락의 제공이라는 두 가지 측면으로 볼 수 있다. 우리 어린이 잡지들 역시 이러한 기능에 충실하고자 애쓰고 있다. 그러나 가장 두드러진 활약은 교육적인 측면에서일 것이다.
 시사문제를 다루는 잡지들의 제호에서 보여지듯이 중장기적으로 논술시험을 대비한 컨텐츠를 다루는 잡지가 많아진 것은 우리의 입시문화를 반영하고 있음이다. 중고등학생도 아닌 어린이들이 훗날의 시험을 대비한 잡지를 직접 고르지는 않을 테지만, 부모들은 아이에게 잡지를 선물하는 선심을 쓰면서도 학습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선뜻 지갑을 열 것이라는 기대에 따른, 아니 확신에 의거한 시장인 것이다.
 과학잡지들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잡지 제작자들이 독자들을 위해서(?) 지나치게 교육적이지만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평범한 독자들이 직접 참여해 만들어 보거나 모델이 되어 보고, 혹은 토론자로 나서는 컨텐츠가 있는가 하면 연예오락 사이트에 대한 기사도 다양한 방법으로 싣고 있는 것이다. 

 사실, 어린이 잡지의 난점이 여기에 있다. 어린이 잡지는 그 속성상 독자가 되는 어린이들과 실질적인 구매층인 부모들, 두 종류의 집단을 동시에 설득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들 두 집단은 아주 가까운 사이이면서도 알고 보면 너무나 다른 기대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난점은 결국 제작자들의 기획과 편집에 커다란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특정한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지일수록 더욱 잡지로서의 전문성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린이 잡지 출판에 사명감을 불태우는 기획자라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임에 틀림 없다.


어린이 잡지 속 한글꼴의 부담
 
 디자인적인 어려움도 어린이와 부모 두 집단을 설득해야 하는 컨텐츠 기획에서부터 시작된다. 단행본과 달리 문학, 과학상식, 시사문제, 학습, 연예오락, 요리 등 온갖 카테고리가 난무하는 이합집산적인 컨텐츠를 일정한 컨셉으로 이끌어간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기만의 색깔도 보여주어야 한다. 게다가 아직까지 만화 섹션이 차지하는 비중도 만만치 않고, 평범한 어린이들을 직접 등장시키는 페이지가 적지 않아 비주얼에 있어서 세련된 페이지들을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맹점을 처음부터 안고 가야 한다.

 어린이 잡지 역시 기본적인 스타일은 잡지 시장 전체의 트렌드에서 영향받기 마련이다. 그 시대 편집 디자이너들의 시각적인 공감대가 반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볼 때 한동안 이런 저런 실험적 요소들이 난무하던 지난 세대의 잡지들과는 그 양상이 달라져 레이아웃이 훨씬 정돈되었고, 컬러의 사용도 보다 세련되어졌다. 그리드 바깥 여백이 좁아진 모습도 눈에 띈다.
 주목할만한 것은 잡지들마다 각 섹션을 위한 아이콘 활용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인데, 그 잡지의 아이덴티티를 엿볼 수 있는 디자인 요소로 톡톡히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할 만하다. 또한 본문용 서체들을 점차 줄여서 자간과 행간을 좁힘으로써 텍스트 부분의 밀도에 신경 쓰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명조체 일색이던 것에서 벗어나 본문에 고딕체를 많이 쓰는 추세도 어린이 잡지들이 이어받고 있다. 그러나 비중의 차이만 있을 뿐 서체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는 큰 변화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체적으로 산돌 명조와 고딕, 윤명조와 윤고딕 등이 아직까지 대세로, 제목용 서체로는 개똥이체나 광수체 등 손글씨 스타일의 쓰임이 절대적으로 많아졌지만, 본문용 서체는 대동소이한 편인 것이다.
 만화 페이지들에서도 작가의 스타일과는 전혀 무관한 것처럼 본문용 서체를 쓰는 경우도 많다. 어린이책 디자이너들은 한글서체를 6개 이상 고르기가 어렵다고들 한다. 어린이들의 감성과 잘 맞을 것 같은 서체가 있어도 편집작업에 들어가면, 가독성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존의 어린이책에서 디자인적으로 그 안정성이 검증된 서체를 되풀이해서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험정신에 입각해 새로운 서체를 시도하는 것은 신선하다는 평가와 마케팅적으로 넘어야 할 산을 자처했다는 염려스러운 시선을 함께 받게 한다. 특히 제작기간이 단행본만큼 충분하지 않은 잡지의 경우 매달 마감일을 지키는 것만도 벅차서 섣부른 실험 따윈 엄두도 못낸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가? 한 번만 삐끗하면 인터넷을 통해 곧바로 호된 질책이 피드백되는 세상이 아닌가?


 어린이 잡지를 다루는 디자이너들은 어린이들의 감성에 와닿는 신선함에 가독성까지 겸비한 한글꼴을 기다리고 있다. 서체 디자이너들도 어린이책 전용 서체의 필요성과 세분화에 대해 말하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렇다할 성과를 언제쯤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어린이 매체의 특수성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완성된 상품의 적용 실험을 충분히 하지 않고서는 마감일을 다투는 편집 디자이너들이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모험을 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체 디자인 회사는 상품을 기획할 때 사용자들의 매체에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험까지 계획해볼 일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서체회사들의 입장은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적용하는 잡지의 고유한 디자인 컨셉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터인데 모든 잡지를 놓고 실험해볼 수는 없는 일이고, 모든 잡지에 쓰일 만한 결과물을 찾아낸다 하더라도 그것은 결국 보편적인 결과치가 얼마나 새롭지 않은가를 보여주는 꼴밖에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출판사들이 그 잡지만의 전용서체의 제작을 결심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겠기에 어린이 잡지를 만지는 디자이너들의 만족도가 절감되는 것이다.

 ⓒ 윤디자인연구소 온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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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2. 26.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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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을 소재로 한 그림책

 소리나 그림에 의존해 책을 읽던 아이들이 문자를 통해 책을 읽으려면 우선 학습되어야 하는 것이 ‘한글’이다. 그런데 그 학습을 조금 더 쉽고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단 중 하나로 그림책이 이용되기도 한다. 한글 깨치기는 누구나 거쳐야 할 기본적인 학습이기 때문에 이러한 학습용 그림책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으며, 이에 비례해 한글낱말 카드, 학습지, 한글공부를 위한 학습교구, 포스터, 퍼즐 등 다양한 교재들의 개발도 활발해지고 있다.

 비룡소에서 출간한 한글학습 관련 그림책만 해도 12종에 이른다. 그 중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기차 ㄱㄴㄷ』은 97년 출간된 이후부터 21만 5천 부 이상 팔렸으며 지금까지도 유아들을 위한 필독서로 꼽힐만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그림책들이 왜 인기가 있으며 끊임없이 만들어지는가?

 ‘그림책’이기 때문이다. 그림책은 학습이란 목적을 빼고도 한 권의 책으로서 작품적으로도 그 완성도를 추구하기 때문인 것이다.『기차 ㄱㄴㄷ』 만 보더라도 하루 동안 기차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책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기차’를 타고 가듯이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자음이 하나씩 나오면서 다양한 배경이 등장한다.

 ㄱ-기다란 기차가, ㄴ-나무 옆을 지나, ㄷ-다리를 건너서, ㄹ-랄랄랄 노래를 부르며, ㅁ-마을을 거쳐서, ㅂ-비바람 속을 헤치고, ㅅ-숲 속을 지나, o-언덕을 넘어서, ㅈ-자동차 사이를 빠져 나와, ㅊ-창문을 닫고, ㅋ-커다랗고 컴컴한, ㅌ-터널을 통과해서, ㅍ-넓은 풀밭을 가로지르면, ㅎ-해는 벌써 지고 있어요.(전문)


 이처럼 다양한 장면이 다양한 구도로 이어지는 동안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또 이어 부르는 노랫말처럼 흥겹고 글자와 이미지가 함께 연상되어 단어가 쉽게 기억되도록 한다.
 이러한 그림책의 목표는 한 번 보고 끝나는 학습지 개념이 아닌 아이들이 보고 또 볼 수 있는 완성도 있는 구성에 있다. 일러스트레이션 또한 책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부분으로 그 자체의 완성도부터 보장된다. ‘한글공부’책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판권이 팔리기도 했던 데에는 이러한 장점들이 작용했다.


다양하고 색다른 시도들

 한글을 소재로 한 그림책들은 주로 ‘자음’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그러한 예를 살펴보면, 우선 『기차 ㄱㄴㄷ』처럼 각 자음으로 시작하는 단어를 나열하면서 그 위에 재미난 이야기를 덧입히는 식이 있다. 가장 흔하면서도 아이들이 이해하기도 쉬운 형태로, ㄱ하면 ㄱ으로 시작하는 단어와 그림, ㄴ하면 ㄴ으로 시작하는 단어와 그림 등을 구성하곤 한다.
『개구쟁이 ㄱㄴㄷ』(사계절), 『과자 ㄱㄴㄷ』(여우고개),『하마의 가나다』(비룡소) 등이 이에 해당되는 책들이다.  다음으로 조금은 더 실험적이고 색다른 시도가 엿보이는 그림책들도 있다. 『이상한 집』(비룡소), 『숨어 있는 그림책』(보림), 『기역은 공』(마루벌), 『움직이는 ㄱㄴㄷ』(천둥거인) 등으로, 이들은 이미지 속에 한글을 숨겨 놓고 아이들이 찾아보도록 유도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혹은 숨은 그림형식으로 만들어 해당 자음에 속하는 단어의 그림과 책에 나열된 단어를 하나 하나 확인하면서 한글을 익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숨어 있는 그림책』(보림)은 한글공부 책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책에서는 한글이 활자화 되어 나오진 않는다. ㄱ부터 ㅎ까지 모두 이미지 속에 그 형태를 숨겨 놓고 맨 마지막에 답을 확인할 수 있는 페이지가 한 장 나올 뿐이다.
 이수지 씨의 『움직이는 ㄱㄴㄷ』(천둥거인)은 자음에 동사 혹은 형용사의 이미지를 실었다. 가령 ㄴ을 위해 ‘녹다’라는 단어를 썼으면 ㄴ이 녹아내리는 형상의 그림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게 한글공부 책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책들은 ‘한글학습’이라는 제한된 목적과 소재에도 불구하고 단어가 주는 느낌이나 이야기를 좀 더 세련되고 깊이 있는 내용으로 접근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또 아주 원초적으로 접근한 그림책도 있다. 『소리치자 가나다』(비룡소)는 아이들의 입말에서 시작된다. ‘저리 가! 할 때 가’ ‘나야 나 할 때 나’ ‘다 내 거야 할 때 다’ 등 아이들이 주로 하는 일상어에서 착안해 엄마가 말을 해주는 듯한 형식으로 접근한다. 하지만 글자는 단순하고 명쾌하게 가, 나, 다, 라…만 나열되며 이야기는 그림 속에 숨어 있다. 또한 ‘가, 나, 다’의 자음들의 변형과 글자 자체에 다양한 색을 입히는 등의 과정을 통해 좀 더 보는 재미를 주려고 시도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글자체의 어려움

 하지만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한글’이 가진 제한된 틀 때문에 결국 한계점에 부딪히곤 한다. 한글을 처음 접하고 배우는 아이들이 주 독자층이기 때문이다. 다양하고 멋스러운 타입의 시도에 있어서도 ‘가독성’ 문제와 아이들의 ‘인지력’과 ‘이해력’ 등이 항상 그 기준점이 된다.

 글자체의 심한 변형은 ‘한글’ 모양 자체에 대한 정확한 인지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가장 쉽고 편안한 글씨체인 명조나 단순한 고딕 계열이 주를 이룬다. 또 아이들은 어른들과는 달리 빠른 시간 내에 반복적으로 책을 읽기 때문에 자주 보아도 질리지 않는 서체를 선호한다. 더욱이 알파벳과는 달리 변용이 어려워 서체를 정할 때 늘 애를 먹곤 한다.


꾸준한 연구와 노력들
 이러한 한계성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변형, 조금 더 재미난 시도는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아이들도 단순한 낱말 카드나 한글공부에서 벗어나 ‘생각하면서 익히기’에 점점 더 익숙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어린이책에 대한 부모들의 평가수준이 높아졌고 더불어 아이들의 독서 능력 또한 갈수록 향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글’을 소재로 한 그림책은 유명 일러스트레이터들이라면 한 번쯤 욕심내는 분야이기도 하다. 어렵지만 그만큼 매력적이며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고, 그래서 세대가 바뀌어도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연구되어는 분야이기도 하다. ‘한글’이라는 글자는 변함이 없지만 문화와 생활환경은 늘 변화하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한글 그림책’ 또한 그 문화를 반영하는 시도를 꾸준히 이어가야 할 것이다. 다양한 구성과 내용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아름답고 갖고 싶은 책으로 완성도 있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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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스터디
<우리말 지킴이 또바기의 한글신문>
 글_김미정(온한글 편집부)

 신문도 아니면서 한글신문이라는 제호를 달고 있는 책도 있다.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은 <우리말 지킴이 또바기의 한글신문>이 바로 그 장본인이다.

 독서교육연구회장 이소영 씨가 기획하고 만든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한 한글 백과 신문이다. ‘한글 백과 신문’이라는 너무나 포괄적인 개념의 표현이 이 책에 들어맞는 것은 그야말로 한글에 관한 온갖 지식과 정보들이 방대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목에 굳이 신문이라는 표현을 쓴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아이디어 회의를 하면서 어린이들에게 한글이란 너무 쉬운 것으로 치부될 것이고 또 훈민정음은 너무 어려운 대상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모아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신문이라는 용어를 붙여줌으로써 시사적인 느낌도 주면서 다른 책들과 차별화된 편집방법을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책 전체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인 ‘또바기’의 캐릭터 만들기, ‘기자의 눈’과 같은 평론성 기사나 인터뷰 기사 형식의 원고들, 삽화나 네 칸 만화, 특정한 주제에 대한 각계의 반응을 보여주는 시사토론 형식의 페이지, 신문광고 형식의 구성, 생활정보 기사나 팁 기사의 삽입 등 신문이 갖추고 있는 여러 가지 요소들과 신문 스타일의 레이아웃 등이 그러한 것들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용은 크게 신문 섹션과 그 신문의 내용을 토대로 좀 더 지식탐험도 하고 놀이도 하는 확장학습 개념의 섹션 등 두 가지 카테고리가 한 벌로 구성되며, 이렇게 짜여진 컨텐츠가 ‘ㄱ신문’ ‘ㄴ신문’ ‘ㄷ신문’ 등으로 이름 붙여져 권 당 세 벌씩 들어 있다. 애초 오방색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5권의 주제별 시리즈물 책으로 기획되었으나 현재까지는 ‘우리말 기지개’와 ‘우리말 터잡기’ 등 두 권 까지만 발행된 상황이다.

  “국제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시점에 ‘내가 가진 것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세계화를 위해서는 우리 자신부터 든든한 무엇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한글이라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것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얼마나 훌륭한 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미래를 가질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는 누구라도 한 번 쯤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고, 그 생각을 실천에 옮긴 책이 바로 <우리말 지킴이 또바기의 한글신문>이다.”

 전문가들의 호평도 기뻤지만 어린이들도 좋아하는 책을 만들어냈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는 이소영 씨. 후속책으로 기획되었던 ‘일제시대의 한글’편이 하루속히 제작되어 ‘ㅅ신문’ ‘ㅇ신문’ ‘ㅈ신문’ 등도 이어 펴내는 것이 그녀의 바램이다.



 ⓒ 윤디자인연구소 온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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