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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8. 13. 09:25

픽토그래퍼 함영훈. 네이버 카페 'Life in pictos'(http://cafe.naver.com/lifeinpictos)
 
픽토그래퍼라는 흔치 않은 이름으로 착실하게 꾸준히 픽토그램을 모토로한 디자인으로 우리를 매료시키는 작가, 함영훈님을 만났습니다. 그와의 인상깊은 인터뷰는 'Life in pictos' 라는 그가 운영하는 카페의 네이밍에서도 느껴지듯이 오롯이 픽토그램에서 시작해서 가지를 뻗어나가는 그의 확고한 디자인관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고  그의 간결한 픽토그램이 담고 있는 것도 바로 다름아닌 너와 나 그리고 우리의 삶의 이야기라는 것에 깊이 공감이 되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함영훈 作. 무제 침묵. 2010 
  
우리가 보통 픽토그램하면 떠올리는 화장실 남녀 사인이나 비상구(Exit)는 간결합니다. 시설,행위, 개념 등을 상징화된 그림문자로 나타내는 픽토그램은 불특정 다수가 한 큐에 고개를 끄덕이는 '상징'용법을 구사하기 때문인데요, 비상구의 픽토그램도 녹색 바탕에 흰 사각문을 들여놓고 뛰쳐 나가는 사람의 찰나를 포착해 놓은 것으로, 어떻게 보면 우리의 인체의 동작을 엑스레이로 찍었을때 보이는 뼈대와도 같은 것이에요. 픽토그램이 매력적인 것은 아마도 모든 시각 구성의 근본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함영훈 作. Lifestyle sovoro pictogram 시즌 2. 2005

 
 그의 픽토그램 작품에는 단순한 정보가 아닌 감정의 순간, 그 찰나가 잘 포착되어 있는데요, 간결하나 그 속에 감성을 담은 픽토그램으로 스토리텔링을 하는 작가 함영훈님과 이야기 나눠 볼께요.


픽토그램 작업의 시작점 이야기 1.
 
최: 함영훈님의 홈페이지 작품들 가운데 초기에 'sovoro'라는 이름의 픽토그램 시리즈가 있는데요 'sovoro'가 무엇인가요?  
함: 대학교 다닐 때부터 픽토그램에 관심이 많았어요. 디자인 바운더리 안에 픽토그램이라는 영역이 있는 것을 알았고 뭔가 단순하면서도 메시지가 담긴. 하지만 언어가 아닌 그림이라는 것에 관심이 가더라구요. 그걸 가지고 저 나름의 방식으로 저의 일상 생활을 이야기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고 사람이라는 픽토그램 캐릭터에 감정을 불어 넣어서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이 Lifestyle sovoro 라는 일러스트 웹사이트였습니다. 

 

함영훈 作. Lifestyle sovoro. 2003-2006
 
함: 저와 같이 생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캐릭터로 활용해서 만들어보자고 한거죠. 남자 soo, 여자 voo를 만들고 둘만 있으면 딱딱하니까 roo를  하나 더 만들어서 soo, voo, roo 라는 세 캐릭터들이 뒤섞여서 만들어 나가는 인간적인 이야기를 담아보고자 만든 사이트가 바로 sovoro.net이었어요. 그것이 계속 버전 업이 되서 지금의 홈페이지가 버전 3입니다. 
 


함영훈 作. 브랜드 중독자. 2008

함: 픽토그램은 일상에서 쉽게 볼 수가 있는 것이잖아요. 그러나 저의 그림에는 어떤 단순한 정보 전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생활 속의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담고 싶었던거죠. 예를 들자면 오늘 우리가 이렇게 인터뷰 대화 속에서 무언가를 느낀다면 그런 것도 하나의 주제가 될 수 있듯이 결국은 삶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함영훈 作. 도시,naver icongraphic motive.2008
 
함: 하지만 제가 계속 soo, voo, roo만 가지고 작업을 했다면 그것만의 색깔에 머물러 있었겠지만, 제 홈페이지나 블로그 보시면 '도로시' 일러스트의 스타일도 만들어봤고 타이포 작업도 했다가 또 회사의 여러가지 작업도 해왔고, LED로 표헌하거나 설치물로 제작도 하고 최근에는 픽토그램의 영역을 회화 작업으로도 옮겨보는 식의 많은 시도를 해왔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 모든 것을 집약해서 한가지 색깔을 찾으려고 합니다.
 

 
                                  함영훈 作. walking man walking, 서울디자인올림픽 출품작. 2008 

                        

       함영훈 作. 디자인 메이드, 호텔이다 展. Wallgraphic 설치작업. 2007


앞으로 작업의 일관된 방향성 모색에 대한 이야기 2.
  
 
함: 지금까지는 이렇게 저렇게 많은 형식으로 테스트를 해보았고 그것을 발판삼아서 이제는 한가지 방향성을 모색해봐야 할 때인 것 같아요. 여전히 픽토그램이라는 구체적인 형태는 잡혀있어요. 단순한 이미지에 어떨땐 라인으로 어떨땐 면으로 때론 캐릭터 형식으로 때론 문자로, 다양하게 심플한 모티브를 찾았었는데 이제는 한가지 방향으로 모아서 가져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여러가지 시각적 소스를 만나면서 충격을 받잖아요. 그 와중에 이제는 한방향으로 제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와 철학만 있다면 모두 모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함영훈 회화 개인전, 감정의 순간展.  전시장 내부 사진. 2009 
 
최: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모색하게 계세요? 
함: 제가 작년에 했던 전시의 타이틀이 '감정의 순간'이었어요. 픽토그램 자체가 순간적인 언어라서 1,2초 안에 사람인지 동물인지 안내인지 사인물이지가 판가름이 나야되요. 그런데 제가 그 전시에서 생각했던 방향성은 화장실의 남녀를 구분하는 그런 단순한 메타포가 아니라, 보았을 때 픽토그램 안에서 순간적인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의도에서 시도해 본 작업이었어요. 
 

함영훈 作. 감정의 대비,Art case for iphone 3GS. 2010
 
함: 보통의 회화 작품은 전시장에서 한참을 들여다거나 조용한 상태에서 감상을 강요하자나요? 하지만 제 그림은 보자마자 순간적으로 이게 무엇이다라는 것을 알 수가 있어요. 픽토그램이라는 쉬운 형태니까. 하지만 그 안에서 감정의 순간 그 울렁임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의도에서 시도해 본 표현 방식이었고 앞으로도 그 연장선에서의 방향을 염두해 두고 있어요. 
 
 
'Life in pictos' 카페 이야기 3.
  
최: 저는 온라인 카페 Life in pictos에서 발행하는 오픈캐스트를 받아 보고 있어요. 구독하는 사람도 많고 회원수도 3000명 가까이되죠?
함: 그 카페를 운영한지 2년이 넘었는데요 처음에는 같은 관심사의 사람들과 만나고 전시회 기획도 같이 해보려고 의욕이 충만했지만 회사 업무와 전시, 작업 등 바빠지면서 소홀했었고 업데이트가 이루어진 것은 사실 얼마 안되요. 다시 한번 꾸준히 해보려고 합니다. 최근에 열심히 해서 무언가를 느껴보고 싶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대학생 때 sovoro 사이트에 일러스트를 한 2년간 올렸었어요. 그 때 배웠던 것은 꾸준했을 때 오는 힘이었고 그러면 사람들도 꾸준하게 관심을 보이더라구요. 작가를 꿈꾸고 작업하기를 원한다면 꾸준히 리듬을 타면 된다고 생각해요.

함: 회사 일로, 개인 작업으로라도 리서치를 많이 해요. 옛날에는 좋은 디자인 자료는 책도 너무 비싸서 구하기가 힘들었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너무 인터넷에서 쉽게 전세계의 자료를 볼 수가 있는 좋은 세상이에요. 제가 카페를 하는 이유도 자료 업데이트를 하면서 전체적인 어떤 흐름을 볼 수가 있어서에요.

 

픽토그램과 타이포, 그리고 한글 이야기 4.

최: 저는 타이포 작업을 할 때 주로 픽토그램에서 힌트를 많이 얻는데요, 둘의 묘한 상관관계와 공통되는 매력이 무엇일까요? 
함: 둘의 공통점은 언어라는 것이겠죠. 픽토그램은 그림이기도 하지만 직관적으로 정보를 전해주는 언어에요. 그리고 아마도 타이포와 픽토가 비슷하게 느껴지는 건 둘다 모듈을 이용해서 만들기 때문일 거에요. 구성 모듈이 있으면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그걸 조합하는 방식이다보니까 모듈을 이용한 이미지 그리고 언어라는 것이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고 타이포에도 딩벳폰트가 있잖아요.


함영훈 作. 삼각형 모듈을 활용한 이미지와 타이포 구성. 2008  

최: 타이포 작업도 하셨는데 앞으로 '한글'의 가능성은 어떻게 보고 계세요?  
함: 회사에서 일러스트팀에서 디자인팀으로 옮기면서 편집 디자인 분야를 새삼 접하게 되었는데, 헬무트 슈미트나 에밀 루더 같은 작가의 스타일을 보면서 활자만 가지도고 실험이 가능한 것을 알고 참 많은 충격을 받았어요. 서치를 하다보니 스위스 그라피의 워크룸이나 더치 그라피의 슬기와 민이라는 작가분들도 알게 됐는데 또 한번 충격을 받은 것이 한글만 가지도고 너무 멋진 편집물이 나오는 거에요.  

함: 제 홈페이지도 예전에 만들어서 풀영문으로 되어있는데요 영문을 써야 외국에서도 들어와볼 수 있고 영문이 더 디자인적이다라는 어떤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한글 작업물이 이렇게 멋질 줄은 몰랐죠. 그리고 이제는 인터넷 검색의 왕국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한글의 힘이 워낙 강해져서 수많은 영문으로 된 작업물을 한글 이름으로 대대적인 수정을 했어야 했어요. 네이버의 나눔글꼴, 서울시의 서울서체, 현대카드도 자사폰트를 만드는 추세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옛날에는 정말 한글 폰트가 다양하지 못했지만 요즘의 한글이 풍부해지는 이런 분위기는 참 바람직한 것 한 것 같습니다.
 
함: 요즘 디자인 추세도 원론으로 돌아가고 있어요. 슈퍼 노멀과 같은 철학적인 디자인이나 요즘은 잘 그리는 그림보다는 개념이 중시되다보니까 여백을 가지고 텍스트만으로 작업들을 많이 하고 있고, 영문보다 한글에 대한 관심도 원론 중심이라고 볼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궁금한 이야기 5. 
 
최: 함영훈님은 직장과 개인 작업을 병행하고 가정을 꾸리고 웹상에서는 꾸준히 블로그나 홈페이지를 관리하고 전시나 인터뷰 그리고 Life in pictos 카페 및 대외활동만 해도 여러가지이신데 조화롭게 이루는 것이 가능한 비결이 있다면요?   

함: 간단한데요 한가지 주제를 정하고 가지를 치면 되요. 저는 픽토그램을 했고 항상 버전 업을 할 때마다 그 중심을 가져갔고 픽토그래퍼라는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틀을 잡아요. 그런 저의 홈페이지 작업을 보고 프로젝트 그룹에서 상품 제작을 하자고 연락이 오고, 인터뷰도 연락이 오고 등등등이 생기는 거에요. 제가 픽토그램을 그린 것 하나의 아이덴티티로 히스토리를 만들어 온 것 그게 바로 경쟁력이에요. 
 
 

문자체계가 확립되기도 이전에 먼저 사람들의 의사 소통의 수단이 되었던 픽토그래프는 고도화, 체계화된 현대에 와서도 일종의 또다른 언어체계로 자리매김해 있습니다. 그의 픽토그램을 보면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십게 명쾌하게 와닿았는데 그런 작업스타일과 더불어 그 역시 명쾌한 메시지를 지닌 작가였습니다. 간결하디 간결한 픽토그램에 폭넓은 삶의 이야기와 감정이 담길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이 흥미로웠고 인터뷰 내내 확고한 가치관으로 인터뷰에 임했던 함영훈님과의 소통이 마치 그의 작품과의 소통하는 것과 다름없어 더욱 뜻깊었습니다. 

함영훈 홈페이지: http://www.haamyounghoon.com

Life in pictos 네이버 카페: http://cafe.naver.com/lifeinpictos
 

온한글 블로그 기자단 2기 최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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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7. 27. 09:49

 

 

[엉뚱상상 폰트 도시락 패키지]에 있는 '엉뚱한 덩어리'와 '아스팔트 스캔들' 폰트를 기반으로,
이미지화한 작품입니다.
폰트 이미지 자체에서 느껴지는 거친 질감과 리듬감이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도록 주력했습니다.

 
 ⓒ 윤디자인연구소 온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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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7. 9. 10:11






[엉뚱상상 폰트 도시락 패키지]에 있는 '달콤한 첫키스'와
'교양있는 글씨' 폰트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작품화했습니다. 

'달콤한 첫키스' 작품은, 첫사랑의 기억 만큼이나
오랜 여운과 아련함을 주는 듯한 첫키스의 추억을 담고 있으며,
'교양있는 글씨' 작품은, 햇살 좋은 날 잔디밭에 누워
쉬고 싶은 마음이 묻어나는 느낌을 표현했습니다.

  


 ⓒ 윤디자인연구소 온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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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3. 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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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과 타이포그래피의 상관관계
 
 우리가 어떤 그래픽물에서 가장 기본적인 요소를 분리해낸다면 그것은 아마도 이미지와 글자(텍스트)일 것이다. 이미지는 사진이 될 수도 있고 일러스트레이션 혹은 기본적인 도형이 될 수도 있다. 텍스트는 숫자, 영문, 한글, 한자 등 문자들이 가지는 기호적인 형태와 그 문자가 가지는 의미로 이루어진다. 이들의 집합과 해체를 통해 우리는 그래픽 디자인으로서의 가치를 부여하고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게 된다.

 그림책의 가장 기본적인 그래픽 요소에 대해 따져본다면 위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이미지에 대한 부분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림책과 타이포그래피라는 것은 매우 상충되어 보이지만, 그래픽의 기본 요소를 텍스트와 이미지라고 보았을 때 서체들을 그림과 같은 맥락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관계로 생각된다.

 그런데 우선 우리나라의 대중들이 느끼는 그림책의 범위를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림책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제외한 일반인들에게 그림책이란 아직 유아를 위한 학습용이나 교육적인 동화(童畵-아이들 그림)의 도서분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또 아동문학의 하위 장르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러한 시각들이 완전히 틀리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림책의 범위를 좀 더 넓게 본다면 예술창작성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편이 바람직할 듯 하다.
 단순히 아이들이 보는 매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작가가 자신의 철학적 사고를 유희하고 그것을 그림이란언어를 통해 전달하는 매개체로 본다면, 아마도 그림책의 범위는 세대와 시대, 국경을 넘어 작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아주 중요한 수단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러한 관점에 의해 그림책과 타이포그래피와의 관계를 본다면 매우 예술성이 높은 작품들까지 그림책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위 작품들을 텍스트의 의미를 알기 전에 그림으로만 본다면 하나의 멋진 타이포그래피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자나 기호의 역할이 이들 작품 같은 범주까지 가는 그림책은 극히소수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 특히 문자에 대한 설명을 그림책으로 표현한 몇몇의 단행본을 보면, 대개 그림를 설명하는 보조적인 수단이거나 그림과 되도록 잘 융화되어 어울리게 하는 역할 정도에 머무르는 듯하다.
 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옛이야기 그림책은 대부분 동양화적인 기법 때문에 서예 느낌이 나는 옛 서체를 많이 쓰는 편이다. 옛스러운 그림에 굵고 딱딱한 고딕체 같은 서체를 쓴다면 아무래도 안 어울릴 것이다.

 좀 더 현대적인 그림책에 쓰인 서체들을 보면 매우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특히 외국의 저작물이 한국어로 번역되었을 경우 타이포그래피의 문제점들이 극명하게 드러나게 된다. 즉 원서의 타이포그래피가 주는 느낌과 비율 그리고 어울림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오히려 전혀 엉뚱하게 처리되어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느낌을 크게 손상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특히 그림 문자의 형태로 그려진 작품들은 번역하면서 그 느낌이 매우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심스 태백의 <요셉의 작고 낡은 코트가...?>를 원서와 비교해 보면, 타이틀에서부터 그림 이미지로 시작함으로써 다른 책들에 비해 비교적 원서와 가깝게 연출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질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우리 그림책들

 그림책의 질적인 성장은 그래픽적인 관점에서만 논해야 할 일은 아니다. 아동책 관련 시장으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볼로냐 국제어린이도서전은 해마다 볼로냐 라가치상을 시상한다. 세계 각국에서 최근 2년 내에 출간된 새로운 작품을 주최측에 출품하고 세계적인 아트디렉터들의 심사를 통해 픽션과 논픽션 분야를 나누어 선정된다.

 그 심사의 기준으로 작품성도 중요하겠지만 또한 인쇄술과 제본술도 본다. 즉 그림이나 글 등 작가의 수려한 작품도 중요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책으로 귀결되어 독자들에게 펼쳐 보여지게 하는 가장 직접적인 과정인 제작의 수준도 그 못지 않게 중요시하는 것이다.
 종이가 가지고 있는 특성과 그 형태, 판형, 제본술 등 여러 가지 제작에 관련된 기술이 작품과 얼마나 잘 어울려져 있는가를 종합해서 심사위원의 기준을 통과해야만 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림책의 노벨상으로 불릴 만큼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이 상은 작가에게만 수여되는 것이 아니라 제작에 참여한 출판사에게도 영광이 주어진다.

 해외의 그림책과 우리나라의 그림책에 쓰인 서체를 어떤 기준을 세워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좋은 그림책일수록 좋은 서체와 타이포그래픽의 연출력이 수반되는 것은 두 말할 나위 없다. 해외와 국내에서 연출되고 있는 타이포그래픽의 차이는 아마도 그림책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의 소양과 연출력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다.
 적어도 작가의 창작 마인드를 이해하고 그 메시지를 가장 잘 연출해줄 수 있는 표현방식을 찾아나가는 노력이 국내의 그림책 작업자들에게서도 많이 보여진다.

 그 한 예로 <까막나라에서 온 삽사리>의 경우는 목판체를 썼는데, 사실은 목판체라는 서체가 출시되기 이전에 발행된 책이다. 그럼 이 책의 글자는 어떻게 썼을까? 옛 고서본을 찾아 가장 잘 어울리는 글자를 일일이 집자해서 작업했다고 한다. 내지를 보면 지금의 디지털 서체보다 더 자연스럽고 그림의 이미지와 일체감을 줄 정도로 잘 연출되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도깨비와 범벅장수>의 경우 길쭉한 판형이 주는 느낌과 세로쓰기에 대한 고민을 통해 아이들에게 새로운 읽기방식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다. 그에 맞는 서체의 선택과 그 운용의 방법을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미국 IBM 로고의 개발로 유명해진 전설적인 디자이너 폴랜드가 작업한 <외로운 꼬마1>의 경우 원서의 타이프라이트 서체를 한글의 타이프라이트 서체로 이어서 표현했으며 원서처럼 모든 본문의 서체를 한 가지 서체로만 통일해서 진행한 것을 볼 수 있다.

 앞에서 본 서체의 선택 방식과 달리 작가가 자기 작품에 맞는 고유의 글자체를 만들고 연출한 작품들은 훨씬 다양한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는데, 대부분 그림의 느낌에 맞춘 것들이다.




창작 그림책과 번역 그림책 속 한글꼴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한국의 그림책 시장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선진국이 이루어놓은 질 좋은 그림책들을 많이 수입해서 번역하기 시작했다. 또한 아이들과 부모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지면서 예전의 교훈적이고 교육적인 동화책 뿐 아니라 예술성을 겸비한 해외의 창작그림책에까지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에 비해 국내의 창작그림책 시장은 외국의 선진적인 느낌이나 기법을 따라가기 바빴으며 그 중심에 놓여있는 서체나 글꼴에 대한 고민은 많이 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그림책 속 한글꼴들은 많은 부분 일반적인 서체에 머무르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국내 창작물의 경우 오히려 작가나 디자이너가 서체의 선택과 마무리에는 크게 비중을 두지 않는 경향을 볼 수 있다. 작은 차이로 작품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림책을 다루는 디자이너라면 서체의 선정은 물론 그 책에서 중요하게 쓰일 서체의 목록을 매우 신중하게 만들 필요가 있는데, 되도록 작가와 함께 이 부분에 대한 논의를 거쳐야 할 것이다. 스토리 작가에게나 그림 작가에게나 그림책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에서 서체가 차지하는 비중이란 생각 이상으로 크기 때문이다.
 만일 그러한 논의가 없이 디자이너나 편집자에게만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그 그림책은 아마도 시간이 갈수록 좋은 작품으로 남지 않게 될 확률이 커질 것이다. 따라서 혹 그림 작가가 별다른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하거나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더라도 그 부분에 대한 중요성과 필요성을 꾸준히 설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해외의 그림책을 한국어판으로 낼 때에는 텍스트적인 부분 이외에 그림 속에 숨어 있는 여러 가지 기호나 문자를 다시 표현하려면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들 언어상의 특유의 표현을 모두 한글화할 필요가 있느냐에 대한 판단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알파벳권에 대해서는 별다른 저항감 없이 받아들여 그대로 살리는 경우가 많지만, 일본어 같이 한자문화권일 경우에는 되도록 그들의 색채가 느껴지지 않도록 그림 속에 들어 있는 기호나 문자들을 애써 한글서체로 바꾸어 어색하게 만드는 경우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책을 읽어주는 어른이나 아이들은 책을 한두 번만 보고 끝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오류를 쉽게 찾아낸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미지와의 합일로 어필하는 그림책 글꼴
 
 그림책을 꼭 어린이들만 보는 것은 아니겠지만 소구하려는 대상이 어린이임이 분명하다면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서체와 크기 등을 고려해야 한다. 어린이 대상 책들의 서체 선택의 폭이 넓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귀여운 서체나 모양이 많이 들어간 꾸밈서체 등을 쓰면 아이들에게 쉽게 어필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것은 책을 제작하는 어른들의 관점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일수록 오히려 바른 서체나 읽기에 분명한 서체를 쓰는 것이 좋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번역된 그림책에서도 한글서체를 잘 선택하고 신중하게 운용해야 겠지만 창작 그림책일 경우 특히 표제의 글꼴은 작가의 그림에 맞게 연출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디지털화된 서체를 그대로 쓰기 보다는 되도록 시간을 많이 들여 다듬으면서 그림의 느낌에 맞게 앉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헤어드레서 민지>의 경우 기존의 디지털 서체를 선형화해서 디자이너가 작품의 느낌에 맞게 다시 연출했다. 이처럼 기존의 디지털 서체를 쓰더라도 작품의 성향과 내용 그리고 컨셉에 맞게 새롭게 연출할 수 있다면 작품의 이미지를 배가시킬 것이다. 어떤 이미지가 어떻게 전달되느냐에 따라 그 책의 독자인 아이들이 성장한 후에도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직 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들은 그림책의 이미지와 텍스트 요소를 따로 분리하지 못한다. 대략 글을 읽기 시작하는 나이에서야 서체를 인지하기 마련인데 표지의 타이틀은 그림책의 이미지와 하나로 기억되는 특성 탓에 ‘좋은 그림책’으로 기억하게 되는 조건으로서 타이틀에 쓰인 서체의 느낌까지 포함되는 것이다.
 이것은 표지의 이미지로 쓰인 그림의 그래픽적 특성과 글자의 집합체가 더 큰 합일적인 이미지로 변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책에 있어 서체를 잘 고르고 제대로 쓰는 일이란 그만큼 중요한 작업이며 그림 작가가 그림을 완성하는 일 못지 않게 오랜 고민을 수반해야 하는 과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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