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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큰잔치 조직위원회'에 해당되는 글 2건
2009. 2. 2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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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이란?
한글날은 세종대왕께서 우리 글자인 한글(훈민정음)을 만들어 반포한 날을 일제시대인 1926년에
기념일로 정해 기리다가 지난해부터 국경일로 정해 경축하는 날이다.




 한글날의 시작은 일제 식민지 시대인 1926년 11월 4일, 훈민정음 반포 480돌인 날에 조선어연구회와 신민회의 공동주최로 한글학자와 민족지도자 400여 명이 모여 ‘ 가갸날 ’ 을 선포하고 처음 기념식을 했던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로부터 두 해 뒤인 1928년에 기념일 이름을 ‘ 한글날 ’ 로 바꾸기로 한다.  날짜도 훈민정음 반포일이 조선왕조실록에 음력 9월로 기록되어 있다 하여 음력 9월 마지막 날인 29일로 옮겼다가 1934부터는 이를 그레고리력으로 환산한 날인 양력 10월 28일로 바꾸어 1937년까지 기념식을 착실하게 시행했다.

 그런데 일제가 일본말만 쓰라며 우리말은 못쓰게 탄압해 한글날 기념식을 못하다가 1945년 일제가 패망하면서 날짜를 10월 9일로 바꾸어 다시 시행한다. 1940년에 경북 안동에서 발견된 훈민정음 해례본에 보면 반포일이 음력 9월 상한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를 양력으로 환산한 날짜인 10월 9일로 바꾼 것이다. 다음 해인 1946년 미군정은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는데 마침 한글 반포 500주년이 되던 해여서 덕수궁에서 대대적인 기념식을 거행하고 거리행진을 하기도 했다.

 1948년 대한민국이 제대로 세워진 후에도 한글날은 계속 공휴일로 이어졌으며 한글학회와 세종대왕기념사업회 등의 한글 단체들이 주관하는 한글날 행사가 매년 있어왔다.


왜 한글날을 만들었나?

 1446년 세종대왕이 우리 글자인 훈민정음을 만들었지만 그 뒤 500여 년 동안은 널리 쓰이지 못한다. 한문에 길든 학자와 관리들이 큰 나라인 중국 눈치를 보면서 우리 글자를 우습게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조선 말기부터 한글을 많이 쓰게 되는데, 대한제국 때 고종이 공문서에도 국문을 쓴다는 칙령을 내리면서 비로소 나라 글자로 인정받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때 주시경과 여러 선각자가 한글을 살려 써서 강대국의 침략에 맞서려고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1910년에 일제 식민지시대를 맞게 된다.

 식민지 시대에도 한글이 훌륭하고 중요함을 깨달은 주시경의 제자들은 ‘조선어학회’를 세워 겨레말을 지키려고 애쓴다. 그러던 중 1926년에 이르러 한글학자와 민족지도자들이 '겨레의 보물인 한글을 갈고 닦아 우리말을 살리고 겨레의 얼을 지키는 일을 더욱 잘 하자'는 취지로 훈민정음 반포일을 기념일로 정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해마다 한글날 그 다짐과 정신을 되새겨 오다가 1933년엔 한글맞춤법통일안을 만들기도 한다. 또한 우리말 사전을 만드는 작업을 하다가 그 때문에 1942에는 한글학자와 민족지도자들이 함흥 경찰서로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목숨까지 잃기도 한다.

 한글날은 이렇게 일제에 나라를 빼앗겨 겨레가 사라질 위기에 있을 때 세계 으뜸가는 글자인 우리 한글로 우리말을 지키고 빛내어 겨레를 지키고 나라를 되찾겠다는 꿈으로 만든 날이다.   


한글날이 겨레와 나라에 이바지한 공로

 어두웠던 일제 식민지 시대에 한글은 우리 겨레의 희망이었고 한글날은 독립을 준비하는 기념일이었다. 한글날이 있었기에 한글이 더욱 빛날 수 있었고 겨레의 말과 얼을 지키며 문화민족으로서의 긍지와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선각자들이 한글날을 만들고 목숨까지 바치며 한글을 지켜 나갔기에 일제가 물러간 뒤 우리 말글로 된 교과서도 만들고 공문서도 쓸 수 있었을 것이다.

 한글날은 나라를 잃은 시기엔 독립을 다짐하고 준비하게 한 '건국 공로일'이며, 광복 후엔 국민을 자주민주시민으로 키워내고 나라를 더욱 굳건히 하는 데 이바지 한 민족 최대의 기념일이다. 대한민국 시대의 한글날은 ‘나라 사랑, 한글 사랑’을 생각하고 그 바탕에서 튼튼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한 날이다.
 한글이 우리나라를 문맹 없는 나라로 만들어 주었다면 한글날은 한글을 지킬 뿐만 아니라 빛내 주었으며 나아가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밑바탕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빠지게 된 이야기

 앞에서 언급했듯이 한글날은 광복 후부터 공휴일로 지정되어 매년 한글 단체들이 공식적으로 행사를 주관해 왔었다. 그러던 것이 전두환 정권 때인 1981년엔 서울시가, 그 다음 해엔 문화공보부(지금의 문화관광부)가 주관하기 시작하면서 마지못해 하는 행사처럼 치러진다. 그리고 1990년대 초 노태우 정부가 마침내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버리면서 3등 기념일로 전락하게 된다.

 경제단체들이 연합해 ‘공휴일이 많아서 나라 경제가 어렵다’며 투덜대자 정부가 이를 위해 세운 대책이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시키는 것이었다. 그 결과 한글 사랑 정신이 식고 겨레의 말과 얼이 흔들리니 나라까지 흔들리고 기울게 되어 국제 투기 자본의 먹이가 되는 경제 식민지 시대를 맞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전두환, 노태우 정권은 군사 독재 정치에 대한 국민과 노동자의 저항을 줄이고 환심을 사려고 공휴일을 많이 늘렸었다는 사실이다. 양력 1월 1일 새해 첫날만 쉬던 것을 음력 설까지 쉬게 하더니 이를 3일로 늘리고, 한가위도 이틀만 쉬던 것을 3일로 늘려 놓았다. 게다가 성탄절만 쉰다고 불교인들이 불만을 표하니 석가탄신일도 공휴일로 지정한다. 그러니 전경련, 무역협회 등 경제단체들로서는 휴일이 너무 많아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불만스러워할만도 했을 것이지만, 그 폐해를 완화시키기 위해 한글날을 희생시킨 것은 한글단체와 민족지도자들을 봉기시키는 발단이 되었다. 

 이로부터 한글단체는 15년에 걸쳐 국경일 제정운동을 하게 되었고 2005년 마침내 국회에서 국경일 지정 법안이 통과되어 국경일이라는 위치를 되찾게 된다. (그러나 공휴일이 아닌 국경일이다.)


한글날 국경일 제정 운동

 한 나라의 말은 그 나라의 얼과 정신이 담겨 있는 그릇이다. 말이 흔들리고 지저분해지면 그 나라까지 흔들리고 지저분해진다. 한글날을 짓밟으니 우리 말글살이가 혼란스럽게 되고 민족자주정신이 흔들리면서 국운도 시들었던 것이다. 한글단체들의 ‘한글날 국경일 승격 운동’은 이러한 전제와 대의에서 시작되었다.

 정부가 끝내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시키자 1991년 2월 전국국어운동대학생연합회 학생들이 탑골공원에 모여 정부를 규탄하고 한글날을 국경일로 승격시키라고 외치며 서울 명동까지 거리행진을 한다. 그리고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회장 안호상)이 1991년 10월 1일에 국회의장에게 ‘한글날 국경일 제정 청원서’를 내는 것을 필두로 한글단체들은 정부와 국회에 건의와 청원을 쉬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는 국민의 애타는 호소도 못 들은 듯 오히려 한글날 기념식도 무성의하게 해치우곤 한다. 또한 김대중 정부에 와서는 그때까지 기본적으로 한글 전용 정책이던 것을 일본처럼 한자를 혼용하는 정책으로 바꾸려 하더니 결국 한자 병용 정책을 강행한다. 이에 한글단체가 분노해 거세게 반대 시위를 하고 나오니 한글날을 국경일로 만들겠노라고 말하기에 이른다.

 이를 계기로 한글 단체들이 세종문화회관에서 ‘한글날 국경일 제정 공청회’를 여는 등(1999년 7월 9일) 대정부 촉구를 보다 본격적으로 하니, 마침내 신기남 의원 외 34명이 ‘ 한글날 국경일 지정을 위한 법률안 ’ 을 입법안으로 발의한다 (2000년 10월 2일). 그리고 그 해 11월 15일자로 여야 의원들이 ‘한글날 국경일 추진을 위한 의원모임’을 발족하고 30일에 국회에서 ‘한글날 국경일 지정을 위한 공청회’를 연다.

    그러나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게 한 경제단체가 또 반대하니 행정자치
   부가 그들 편을 들어 법안을 제대로 심의조차 하지 않는다. 이에 한글
   단체와 시민들이 하나가 되어 '한글날 국경일 제정 범국민 추진위원회'
   (위원장 전택부)를 만들어 국회와 정부를 찾아가기도 하고, 촉구 결의
   대회나 1인 시위를 하는 등 더욱 활발한 운동을 펼쳐 나간다.
    그러한 투쟁의 결과로 2005년 12월 5일 국경일 지정 법안이 국회를 통과
   하게 된 것이다.
 







국경일 제정의 의의

   한글학회와 외솔회,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등 한글단체뿐 아니라
  전교조, 국어교사모임, 참교육학부모회 등의 교육단체와 국회의원,
  시민단체까지 힘을 모아 한글날을 국경일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지난
  15년에 걸친 세월 동안 이 많은 단체들이 하나가 되어 한글날을 국경
  일로 만들고자 했었던 참뜻은 무엇이었는가?

   첫째, 정부와 정치인, 경제단체와 일부 학자들까지 한글과 한글날을
  우습게 여기는 잘못을 바로 잡으려고 했던 것이다.

   한글날을 온 국민과 함께 뜻깊게 보내는 데 앞장서야 할 지배층들이
  한글날을 3등 기념일로 내리면서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등의 주장을
  하는 얼빠진 정신과 풍조를 바로 잡자는 것이었다.

   둘째, 우리 한글 문화, 자주 문화를 꽃피우자는 것이었다. 한글은 세계
  언어학자가 인정하는 세계 으뜸 글자다. 그럼에도 헌신짝 보듯 해온
  역사를 반성하고 한글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자 하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사실,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민족이라고는 하나 내놓을만한 우리 문학작품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문으로 씌여졌던 고전들은 중국 문학과 문화의 곁가지에 지나지 않았고, 일제시대 때 길든 일본식 한자 혼용이 우리 말글살이인 줄 알고 한글을 살려 쓰는 것을 가로막는 한국인도 많았었다. 그러나 이제라도 우리말과 우리 글자인 한글로서 우리 문화를 부흥시키는 계기를 삼고자 했다.

 셋째, 과학과 철학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진 한글을 더욱 갈고 닦아서 과학 강국, 철학 강국이 되자는 것이었다. 정보통신 학자들이 ‘세종대왕은 셈틀(컴퓨터)을 이용한 정보통신시대를 내다보고 600년 전에 한글을 만든 것 같다’고 할 정도로 한글과 셈틀은 찰떡궁합이다.
 그리고 실제로 한글은 우리 나라가 정보통신 강국이 되는 데 크게 이바지해왔다. 그 공을 살려 문화 경쟁 시대를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라도 한글날은 국경일이 되기에 충분한 자격이 있었다.


한글날을 마음껏 즐기고 기리자

 우리에겐 삼일절, 개천절, 제헌절, 광복절 등의 4개 국경일이 있지만, 지금까지 중앙 정부 차원에서 매년 기념식이나 치르는 것 외에 국경일의 참뜻을 살리는 국민 참여행사를 마련하지는 못했었다. 그러다 보니 국경일이란 그저 등산이나 가고 집에서 노는 날로만 여기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 것 같다. 국경일은 경사스러웠던 날을 온 국민이 함께 기념하며 경축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한글날이 정부와 국민이 모두 함께 참여하고 즐기는 국경일이 되고 세계인이 주목하는 문화의 잔칫날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 스스로 500여 년동안 천대했던 것을 반성하고 한글이 제 빛을 발하고 제대로 된 대접을 받기를 바란다.

 한글 창제 정신과 만든 원리는 민주정치와 과학시대에 딱 어울린다. 한글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자신 있게 자랑할 수 있는 우리 보물이고 긍지다. 세계에서 으뜸가는 글자를 만든 세종대왕의 위대한 정신을 잘 계승하고 그 글자를 가진 겨레라는 긍지와 자신감으로 학문, 예술, 정치, 문화의 선진국을 만들자.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라도 한글날은 우리 국민 스스로가 먼저 마음껏 자랑하고 즐겁게 기리는 날이 되어야 할 것이다.


 


ⓒ 윤디자인연구소 온한글
 
한주헌 | 2010.09.30 22:1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안녕하세요. 좋은 글 잘 읽고갑니다. 그런데 본문 처음부분에 조선어 학회라고 쓰셨는데요. 제가 알기론 조선어 학회는 1932년도에 창립한것으로 알고있습니다. 1926년도에는 조선어 연구회가 아닌가하는 생각이드네요. 사실확인 부탁드립니다.
BlogIcon 온한글 | 2010.10.05 09:11 신고 | PERMALINK | EDIT/DEL
한주헌님 안녕하세요.
지적 감사합니다. 님이 말씀하신 대로,
1926년도에는 조선어연구회가 맞네요.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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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 29.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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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외솔회, 한글학회 등 우리말글살이 일선의 4개 단체들로 구성된 '562돌 한글날 큰잔치 조직위원회'는 2008년 10월 4일 경복궁 수정전 앞뜰에서 한글주간 선포식을 거행했다.
 ‘한글, 피어나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선포식은 그동안 각 기관이나 단체들이 개별적․산발적으로 행해 온 한글날 관련 행사들이 앞으로 한글주간이라는 이름 아래 집결될 것임을 알리는 행사이기도 했다. 그 어울림에 구심점 역할을 했던 국립국어원의 이상규 원장을 만나보았다
.




‘한글, 피어나다’라는 주제로 한글단체들의 힘 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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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한글날 큰잔치 조직위원회라면 몇 년 전부터 그 해의 한글날 행사를 위해 결성되곤 했던 조직인데, 특별히 올해 한글날에 즈음해 처음으로 한글주간 선포식을 갖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2006년 한글날이 국경일로 승격된 뒤 한글 관련 단체들 사이에서 한글주간 선포식을 갖자는 움직임이 있어 온 터였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추진되지 못하다가 새로 취임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한글에 대한 열정과 관심을 보여주셔서 이번 562돌 한글날을 맞아 마침내 한글주간 선포식을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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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한글주간 선포식이 갖는 의의와 목적은 무엇이며, ‘한글, 피어나다’라는 주제는 어떤 의미인지요?

그동안의 한글날 행사들은 각 단체들이 산발적으로 진행해 규모도 미미했지만 힘이 분산되는 아쉬움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 만큼 좀 더 조직적으로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한글주간 선포식은 그 바람이 모인 결과라는 점만으로도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그 목적은 한글 반포 562돌을 맞아 ‘위대한 문화유산인 한글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전 국민이 함께 하는 공감의 자리를 마련한다’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를 통해 국민과 함께 하는 문화대축제로 승화시킨다’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한글, 피어나다’라는 대주제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꿈이 한글로 피어나고, 그 한글의 위상이 아시아와 세계로 피어나간다는 뜻을 함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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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의 ‘국어사랑 큰잔치’를 비롯해 ‘한글문화관 건립을 위한 토론회’, 이번에 대대적으로 준비한 562돌 한글날 큰잔치 등으로 한글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과 관심이 높아지는 것과 관련해 ‘한글날의 공휴일 재지정’에 대한 기대도 없지 않은데요….

한글날의 공휴일 재지정을 위해 많은 한글단체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입법부에서 통과되어야 할 사안인 만큼 단시일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그보다는 우리가 우리말과 글을 너무 함부로 다루고 있음을 자성하는 일이 더 시급하다고 봅니다. 우리의 언어생활이 갈수록 파괴적 폭력적으로 치닫고 있음을 돌아보고 아름다운 말씨로 소통의 품격을 되찾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펼친다한들 주인이 주인행세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지 않겠습니까? 국립국어원의 역할도 그런 환경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지원하는 일일 것입니다.

 

 
 

아름다운 우리말과 글로 소통의 품격 되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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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있었던 한글문화관 건립을 위한 토론회에서 그동안의 한글문화정책이 국어교육 중심의 정책에 치우쳐 정작 한글의 정신이나 창제원리 등에 대한 한글문화에 대한 정책은 미비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우리 어문정책의 행정부라고 할 수 있는 국립국어원의 수장으로서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한글이 어문정책에 있어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립국어원에 한글 자체에 대한 연구부서를 별도로 가지고 있지는 않고, 웹상에서 운영하는 ‘디지털한글박물관’에 한글에 관한 방대한 자료들을 싣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립국어원의 최우선적인 역할은 우리 국어문화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령, 사회교육 강화 차원에서 최근 실시한 군인들의 국어능력향상 프로그램 등이 그런 예라고 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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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문화관 건립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입니까?

한 마디로 환영합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사 속에서 빛나는 한글임을 알릴 수 있는 거점을 마련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세계 문자들과 함께 비교분석하는 전시를 한다면 우리 한글이 얼마나 우수하고 자랑할만한 것인지 한 눈에 알게 될 겁니다. 우리도 우리지만 외국인들에게 우리 한글에 대해 좀 더 체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길 바랍니다. 또한 한글을 국가적인 브랜드로 키우는 구체적인 계기가 되어 한글의 상품성이 우리에겐 큰 밑천임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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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상품화라면, 이미 곳곳에서 시도해 왔지만 아직 큰 성과는 얻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글의 아름다움을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을 만한 상품을 만들려면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한글’로 다시 태어나려면, 과학성이나 예술성에 대한 학술적 연구도 중요하지만 이 시대를 담아내기 위한 고뇌가 필요합니다. 훈민정음의 위대함을 단순히 기술하는 것만으로 한글의 우수성을 전달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지금의 우리는 비주얼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문자는 더 이상 단순소통을 위한 기호가 아니고 한 시대의 문화와 예술, 인간의 심성과 사유방식 등을 담아내는 비주얼 요소임을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로마자만 보더라도 로마시대의 글꼴과 영국에서의 글꼴이 다르지 않습니까? 시대의 문화적 품격이나 예술성의 느낌이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흔히들 한글이 과학적인 문자라고는 하지만, 한글의 자음과 모음 낱글자들에 대해서는 소중히 다루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알파벳>이라는 책에서 알파벳 하나하나에 신화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우리 한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24개의 우리 자모에도 스토리텔링을 담아 생명력과 예술성을 불어넣어볼만 하지 않을까요? 기호 속에 신화를 담는 작업이야말로 울림을 잃어버린 우리 문자를 되살려내고 문화컨텐츠의 원형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절멸 위기에 놓인 우리 토속어와 방언에 대한 연구도 한층 북돋워야 할 것입니다.


한글 자모 24자에 창조적인 스토리텔링 담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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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펴내신 <방언의 미학>을 통해서도 같은 맥락의 메시지를 전하셨던 것 같습니다만, 결국 방언 속에서 우리 문자에 담을 신화를 발견할 수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사투리를 몰아내려는 한 시대의 잘못된 국어정책으로 우리는 방언을 많이 잃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우리 토속어를 도외시하는 것은 우리만의 기호를 포기하는 것이고, 그것은 결국 우리의 지식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방치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자가 생기기 전 언어는 본래 주술성을 가지고 구전으로 문화를 축적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문자가 생겨나면서 삶의 방식의 틀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방언은 그러한 언어와 문자의 역사를 좀 더 본래의 모습에 가깝게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민족의 ‘고유한 모습’을 비추어주는 기호이자 신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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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최근 우리 언어생활 속에 신조어들이 난무하고 있는 것에 대해 누구보다 반감이 크실 것 같습니다. 일각에서는 신조어의 흐름도 결국 우리말의 현재적인 모습이므로 아우르려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신조어의 심각성은 외국어의 혼태라는 점에 있습니다. 외국어가 남용되면서 우리말과의 혼태로 생겨나는 신조어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시대가 시대니만큼 외국어라고 무조건 배척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나 그에 앞서 말을 생산해내는 사람들이 우리말을 순화시키는 데 앞장서주길 부탁하고 싶습니다.
물론 신조어나 외국어에 대해 탄력적인 정책이 불가피한 것도 사실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우리말의 현재적인 모습으로 인정한다는 차원에서 언어정보처리 작업에 있어 모르는 척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들을 권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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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아우름이란, 분야를 막론하고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글에 있어 아우름이란 과제는 어떤 방향의 모색이어야 할까요?
 

앞서 비주얼 시대의 한글에 대해 언급한 바 있습니다만, 문자는 이제 단순히 의사소통의 기호가 아닙니다. 그 나라와 시대의 문화와 정서가 총체적으로 담긴 얼굴입니다. 따라서 이제는 국어학자들뿐 아니라 과학, 디자인, 음악 등 모든 문화예술로 옷을 입히는 한글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지식경쟁력이 세계 40위밖에 안 되는 이유는 학문 간의 협업과 공유가 안 되기 때문입니다. 서로 문을 열고 상생하기 위한 방향을 모색한다면 지식기반을 훨씬 높일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자모의 음양이론과 이원론적인 특성이 디지털 세계에서 더 없이 적합한 이론이라는 사실이 우리 IT산업에 중요한 자원이 되었듯이, 훈민정음의 신비한 원리와 이야기들이 모든 분야를 넘나들며 다양한 결과물을 낳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 윤디자인연구소 온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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