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꼴이 갖가지 장식을 하고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싸이월드, 네이버, 세이클럽 등의 포털 사이트와
네이트닷컴, 애니콜랜드 등에서 웹폰트와 모바일 콘텐츠 제공이 활성화되고 차별화 경쟁이 심화되기 시작한 때부터이다.
과거 인쇄출판용 폰트에도 장식적인 폰트가 있었긴 했지만 그렇게 환영을 받지는 못하였다. 인쇄출판용의 활자는 전문 디자이너의 손에 의해서만 선택되고 적용되어 왔으므로 실제 소비자라고 할 수 있는 독자들에게는 선택적으로 노출되었고, 상업적 인쇄출판물을 위한 목적으로 선택 된 폰트는 극히 기능적이고 효율적인 면이 우선시 될 수밖에 없었다.
그 시절의 권위 있는 그래픽디자이너들은 특히 활자선택에 있어서만은 보수적이고 엄격한 입장을 고수해 대부분이 명조와 고딕체를 사용하였으며 변화가 필요하더라도 정돈되고 균형 잡힌 한두 가지 헤드라인용 서체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것저것 난잡하게 여러 가지 폰트를 섞어쓰기 하는 디자인을 경박하고 조악한 디자인으로 치부하던 상황이었으니 장식적인 폰트가 환영받을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다. 장식적인 폰트가 매달 30여 종씩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싸이월드와 네이트닷컴,애니콜랜드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웹폰트와 모바일 폰트가 그것이다. 이 30이라는 숫자는 과거 한국에서 한 해 동안 개발되었던 한글 폰트 전체와 맞먹는 숫자로, 이렇게 한글폰트 개발의 속도를 빨리 하며 리본과 방울을 달고 우리 앞에 장식폰트가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기술의 변화와 시장의 변화가 있다.
기술의 변화는 웹폰트와 모바일폰트의 다운로드가 가능해졌다는 것이고, 시장의 변화는 인쇄출판용으로 사용되어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야만 했던 폰트를 이제 일반인들이 마음대로 선택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된 구매형태의 변화를 말하는 것이다.
이 변화에 발맞추어 일반 소비자를 타깃으로 개인의 기호를 의식한 가벼운 디자인 서체가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또한 포털 업체와 모바일 업체들이 서비스 차별화를 위한 컨텐츠 강화로 사업의 돌파구를 찾고자 하는 요구도 한 몫 하였는데, 장식폰트가 활성화되기 전 단계의 상황을 다음의 예로서 알 수 있다.
삼성경제 연구소에서 내부 전문가와 네티즌을 상대로 2004년 10대 히트상품에 대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1위에 싸이월드의 비즈니스, 2위에 복합기능 휴대폰 등이 선정되었다. 이 과정에서 알게 된 소비자들의 가치와 생각을 요약하면 감성소비, 기분전환, 이성적 소비, 고효용 소비 등이다.
모바일 업계의 변화의 예로, 휴대폰 제조회사인 노키아는 ‘Nokia Connection 2006’ 에서 “노키아의 태생이
컨텐츠나 미디어는 아니지만 고객을 위해 컨텐츠력을 적극 강화하겠다.” 라고 선언하였고 검색과 다운로드의
편리성을 극대화한 Contents Discoverer를 개발했으며, 워너브라더스와의 제휴로 인기 컨텐츠를 대폭 확보
하는 등 새로운 컨텐츠를 활용한 차별화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마케팅을 전개하였다.
동일한 가격과 유통환경 하에서 차별화 방법은 제품을 변화시키는 길밖에 없다. 초기에는 기존에 개발된 폰트를 각 매체에 맞게 기술적 보정을 해서 내보내는 것만으로도 차별화가 가능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글꼴 자체의 스타일만으로는 차별화가 불가능해졌다.
소비자들은 더 새롭고 신선한 디자인을 요구하게 되었고 개발자는 소비자의 요구의 변화에 대응해 점점 더 기발하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글꼴을 차별화하는 방법은 글꼴의 구조에 변화를 주는 것으로, 네모꼴로 하느냐 탈네모꼴로 하느냐 혹은 무게중심을 어디에 주느냐 등을 기본으로, 어떤 모양의 세리프를 선택하느냐, 글꼴의 표정을 규정짓는 자소들 ㅅ, ㅇ, ㅊ 등의 모양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 차별화가 어려워지자 새로운 표현방법을 찾게 되었고, 여러 가지 장식적인 요소들과 계절, 기념일 등을 활용한 재미있는 네이밍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승부하고자 하는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으며 그 차별화 방법이 글꼴의 장식화 욕구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장식폰트의 특징은 손글씨 스타일의 여성적인 글꼴을 기본으로, 별, 천사의 날개, 해, 달, 하트, 구름, 꽃, 방울 등 재미있고 깜찍한 보조요소를 이용하여 개성을 담아낸다. 여기에 자소를 이미지로 대치하는 등 우리가 평소 다이어리를 예쁘게 장식하는 듯한 모양으로 주로 디자인하는데,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한글을 처음 접하는 외국인들이 한글은 원래 리본과 별을 달고 있는 재미있는 문자라고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한글폰트가 장식을 통해서 차별화를 시도하였고, 장식폰트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기 시작한지도 어느덧 여러 해를 넘기고 있다.
그 결과를 보면 ‘한글 디자인의 다양한 시도’라는 긍정적인 면과 함께 장식적인 디자인의 폰트가 한글 본래의 미를 해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동안 장식요소를 지나치게 과용해 혼돈스러웠던 시기를 지나 이제 가독성과 정통성을 겸비한 디자인으로 발전해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염려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한글 디자인에 활력을 주고 있다는 점에 점수를 주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케팅의 기본이 ‘고객에서부터 출발하라’는 것이라면, 장식폰트는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는 역할을 충분히 해왔다고 평가할 만할 것이다.
경박한 디자인이라는 일부의 평가보다는 ‘무겁지 않아 재미있고 신선한’ 폰트로서 한글 디자인에 새로운 원동력이 되고 한층 높은 시각문화 창조의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윤디자인연구소 온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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