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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와 마케팅

한국적 글꼴 소비문화의 새 전형, 웹한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디지털 한글의 총아를 말하다
  
 
 2005년 9월, 가을학기가 시작되어 첫 번째 맞이한 수업시간이었다. 아날로그 시대의 사회적 특성과 디지털 시대를 비교하는 세미나 도중에 한 학생이 미니홈피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핸드폰의 문자 메시지나 PC 메신저 등의 사용이 과연 질적인 면에서도 사회구성원들 간의 관계를 돈독히 해주는 것인지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의 의견을 교환하던 중에 싸이월드가 찬반토론의 대상이 된 것이었다.
 ‘싸이질’이나 ‘싸이 폐인’과 같은 부정적 시각의 신조어들에 이어서 도토리 10개로 폰트를 구입하여 720시간 동안 자신의 홈피나 상대방 홈피에 독특한 서체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신종 글꼴 서비스까지 언급되었다.

  필자는 그 무렵 ‘귀천’의 故 천상병 시인 육필을 디지털 폰트로 복원하여 한글날에 즈음한 유고집 출간을 목전에 두고 있던 터라 귀가 솔깃했다. 하지만 솔직히, 일반인들은 물론 현업의 디자이너들조차 폰트는 ‘재주껏 카피하여 무료로 사용하는 것’이라 여기던 현실을 고려할 때 유료 글꼴 서비스가 뿌리 내리는 개화와 결실의 과정을 밟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였던 기억이 있다.

 그 후 제법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겨울 문턱에 폰트 디자인 업계에서는 “싸이월드에 웹 폰트를 납품하는 OOO는 한 달에 오천만 원을 벌었다면서..?”, “XXX는 사무실 가구를 교체했고, 사무실도 이전한다는데...”와 같은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무성했다.
 과장된 한담이나 시샘 어린 잡담으로 취급했던 소문은 해가 바뀐 2006년 벽두부터 경제지 등의 언론매체를 통하여 기사화되기 시작했다. 유료 글꼴 서비스 개시 4개월이 지난 시점에 일일 다운로드 건수 2만을 돌파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싸이월드의 웹 폰트 상품은 한 해 동안 무려 80억 원을 넘는 매출규모로 성장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전체 회원수가 1천 600만 명을 넘어선 싸이월드는 매일 선물가게를 들리는 헤비 유저를 약 100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2006년 1월의 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십대 여학생이 주를 이루는 매니아급 고객들은 미니 홈피에 관련된 스킨(44%)과 배경음악(32%)을 즐겨 구매하고 있었으며, 폰트 구매는 전체 매출액 중 7%로 인기 순위로는 비록 4위의 아이템에 머물렀으나, 앞의 상품들이 4년차인 중견 서비스인 것에 비해 폰트 서비스는 이제 겨우 신생아라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괄목할만한 기린아로 성장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필자는 청년기의 대부분을 일본과 미국의 디자인 현장을 오가며 아이덴티티 디자인과 비즈니스, 그리고 그들의 디자인 교육과 디자인을 소비하는 사회풍토 등을 경험해봤지만, 개인적 감성 표현과 유희를 위해 폰트를 구입하는 사례는 그 어떤 나라에서도 접할 수 없었다.
 디자인 업체가 ‘B to B’ 방식으로 클라이언트의 주문에 따른 결과물을 제작 납품하는 방식이 지난 반세기 동안의 디자인 패러다임이었다. 그러나 철저하게 ‘B to P’ 구조로 운영되고 있는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의 글꼴 상품 소비현상은 최근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우리 문화의 일면이기에 한글문화 발전 가능성의 지표로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확신한다.
 혹자는 오늘날의 청소년들이 문자 메시지에 중독되어 간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지만, 필자는 다른 시각으로 우리 청소년들을 바라보고 싶다. 문자를 ‘기록과 전달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기호’로 여기는 기성세대에 비해 문자를 ‘이성과 감성이 담기는 그릇’으로 생각하는 청소년들의 한글 사랑이 기특하기 때문이다.

 1981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영제 교수는 대림산업의 한글 로고를 매우 독특한 구조로 완성하였다. 회사명 네 글자 모두가 자소 분리되지 않은 한 몸체로 디자인되었으며, 특히 ‘림’자의 초성 ‘ㄹ’의 하단 가로획이 종성 ‘ㅁ’의 상단 가로획과 연결된 대단히 파격적인 모습이었다.
 조영제 교수는 “디자이너들이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글자들이 정작 제작 현장에서는 무성의하고 적당하게 부착되는 것을 보고 이를 방지하려는 의도였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새롭게 디자인 된 대림산업의 한글 로고타입이 사회에 알려진 후, 주요 일간지에는 한글학회를 중심으로 “국립대학의 교수가 신성한 한글의 구조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비난성 기사가 실린 적도 있었으니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옛말에 공감케 된다.

 1990년대 초에 윤디자인연구소가 제소했던 지적재산권 관련 소송 역시 격세지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당시 법조계와 우리 사회의 통념은 디자이너 편이 아니었다.
 “한글은 한국사람 모두의 공유자산이므로 특정인의 전유물이 될 수 없으며, 따라서 법률적 소유권을 인정할 수 없다”라는 판결은 당사자 윤디자인연구소는 물론이고 현직 디자이너와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창작의욕까지 저하시켰던 황당한 사건이었다.
 하나의 서체를 개발하는 작업에 수개월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물을 누구나 무료로 복사하여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면, 앞으로 과연 누가 그 일을 하려고 할 것인가를 최고의 두뇌집단이 간과했다는 사실은 지금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밖에도 여러 종류의 성장통을 겪어 온 우리나라 글꼴 디자이너들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과학적이라 인정받는 한글을 21세기 시작과 함께 IT 강국의 중정에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최소 100만 명의 젊은 후원자들 덕분에 모처럼 뒤가 든든해진 그들은 미니홈피와 블로그라 불리는 울타리 안에 형형색색의 웹 폰트를 가득히 채워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감성표현과 유희로서의 속성이 강조되는 웹 글꼴
  
 
 웹 글꼴(웹 폰트)은 특정 웹 사이트에서만 구현되는 비트맵 형식으로 완성된 한 벌의 서체이다. 웹 폰트의 가장 커다란 장점은 사용자의 컴퓨터에 특정 폰트가 내장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도 해당 웹 사이트에 접속하게 되면 자유롭게 그 글꼴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비트맵 폰트 12개x12개의 총 144개의 픽셀에 점을 찍듯이 칸을 채우면서 제작되는 9pt를 한글의 최소 사이즈로 하여 13x13, 16x16, 20x20 등으로 점의 수에 비례해서 크기와 디테일, 굵기 등이 달라진다. 매끄럽지 않아 다소 거칠게 보이는 단점은 있지만 메모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반면, 자소가 조합되어 소리값이 형성되는 한글은 로만 알파벳과 그 구조가 상이해 12x12 픽셀을 최소 사이즈로 하는 경우에는 가로획이 많은 글자의 획을 인위적으로 줄여야 하는 한계가 있다. 예컨대 ‘롤’과 같이 가로획이 많은 글자는 획 사이의 간격을 위해 최소 13개의 칸이 필요하지만 9pt에서 한정된 12개의 칸 수로 인해 종성 ‘ㄹ’의 상단 가로획이 모음 ‘ㅗ’의 가로획과 붙게 되어 글자의 형태가 어색하게 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특히 획의 시작과 마무리 부분의 굵기가 달라지는 바탕체와 같은 서체에서는 그 한계가 극심해진다. 예컨대 ‘ㅅ’에서의 사선 삐침이나 세로획에서의 돌기, 맺음과 같은 미려한 표현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러한 제약조건이 많은 웹 폰트를 벡터 형식의 아웃라인 폰트와 비교한다면, 외관상 단점이 많고 표현에도 제약이 많기 때문에 의장등록과 같은 특허출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태생적 한계는 있으나 각종 개인용 단말기나 인터넷 상에서 운영체계 과부하를 피하는 목적으로 사용하기에는 현재의 IT 환경에서 가장 적합한 방식이라 하겠다.

  비트맵 형식의 글꼴을 특정한 웹 사이트 내에서 구현하는 기술은 1999년 폰트 전문 업체 모리스디자인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기술을 국산화함으로써 상용화되기 시작했고, 수익모델로 전환될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 덕분이었다.
 2004년 다음의 ‘플래닛’을 통해 첫 선을 보인 이후, 2005년 네오위즈의 세이클럽, NHN의 네이버, SK 커뮤니케이션즈의 싸이월드 순으로 확대된 웹 폰트는 ‘한시적 유료 글꼴 상품’이라는 개념을 주 고객인 20대 전후반의 연령층이 자연스럽게 인정해 주었기에 자리매김이 가능했다.

 비상업적인 목적으로 글꼴을 구입하여 자신의 미니 홈피에 적용시키는 사용자들이 추구하는 것은 기능이나 의미가 아닌 ‘재미’라 보는 편이 옳다. 개인의 즐거움을 위해 지불하는 금액은 각 사이트마다 기간과 금액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10대의 어린 학생들에겐 결코 만만한 액수가 아니다.
 선물가게에 ‘쪼르기’, ‘소망상자’, ‘선물하기’ 등으로 표기된 클릭버튼을 보고 있으면 그들이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실지로 나의 아내가 기계치인 필자를 대신해 친구의 자녀나 제자들에게 신상품 서체를 선물하게 되면 그들은 대단히 즐거워한다. 과연 요즘 세상에서 단돈 천 원으로 함박웃음을 짓게 하는 선물을 살 수나 있는지 생각해 보면 확실히 아날로그 세상과는 다른 점을 발견하게 된다.
 본래 한 벌의 서체(Font)란 무엇보다도 가독성이 우선되어야 하고 사용목적에 따라서 독창성과 장식성이 부차적 기능과 가치를 지니게 되지만, 10~20대 청소년들이 재미삼아 운영하는 블로그와 미니 홈피에서의 글꼴은 다른 척도로 가늠되어야 함이 분명하다.



 웹 폰트 보급 초기 모리스가 발표한 비트맵 서체 ‘정’은 가독성에 치중한 결과 독특한 글꼴의 맛과 멋보다는 군더더기 없이 단아하고 깔끔한 느낌이 강조되었다. 바탕체, 돋움체, 굴림체 등의 디폴트 서체에 싫증난 청소년들의 갈증을 해소해 주면서 어엿한 폰트상품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과정에는 기존 본문용과는 다른 6가지 유형의 디자인이 커다란 역할을 하였다. 

 그 첫 번째는 손글씨의 자연스러움이 배어있는 유형으로서 ‘종이학’, ‘웹광수’, ‘엉뚱상상’ 등이 있으며, 두 번째는 글자 주변에 하트나 별 모양의 장식적 요소들을 첨가하거나 자소의 일부가 그림으로 대치된 유형으로서 ‘완소커플’, ‘야옹이’, ‘쉬아별’ 등을 꼽을 수 있다. 
 세 번째는 글자가 그림으로 대치되거나 자소의 구조적 균형을 파격적으로 무너뜨린 ‘또래똥’, ‘방울토마토’, ‘킹콩’과 같은 실험적 서체로서 기성세대들이 읽기에는 다소 불편하지만 나이 어린 학생들에게는 선호도가 높은 유형이다.
 네 번째는 연기자나 가수 등과 같은 인기 연예인들의 이미지를 반영하거나 그들의 필체를 기본으로 개발된 ‘이효리’, ‘문근영’, ‘노홍철’ 등의 스타폰트이며,  다섯 번째는 기존의 애니메이션 주인공 이미지나 특징을 글꼴에 응용한 ‘뚱’, ‘미키마우스’, ‘신데렐라’ 와 같은 캐릭터폰트가 있다. 
 마지막 유형은 시기적 특성을 반영하여 구매를 유도하는 상품으로서 성탄절에 즈음한 ‘꼬마츄리’, 수능시험을 앞둔 ‘합격신’, 빼빼로데이를 겨냥한 ‘쵸코빼빼로’, 신년을 맞이한 ‘복주머니’와 ‘황금돼지’ 등이 대표적 사례들이다. 개성 표현과 유희를 목적으로 구매하는 속성상 웹 폰트는 소모성이 강하다.






 따라서 적절한 시기에 출시되는 타이밍 역시 판매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글꼴 상품 기획자와 디자이너는 청소년층에 회자되고 있는 화제거리와 유행에 민감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특징은 오프라인에서는 중요치 않았던 일이었기에 웹 폰트 시장에서는 단아한 글씨를 디자인할 수 있는 능력과 판매성적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미려하고 가독성이 우수한 서체도 중요하지만 독특한 컨셉트나 이름에서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선호하는 추이를 간파하여 구매자 입맛에 맞는 상품을 제공하는 비즈니스 감각이 비중 있게 다뤄지는 점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는 웹 글꼴의 특징이다.




웹 글꼴 상품 환경의 진화
 

  웹 폰트는 출발시기부터 ‘글꼴 상품’이라는 호칭을 얻게 되었던 만큼 디자이너들이 대중적 인기에 구속되지 않고 소신껏 창작에 몰두한다는 일은 어찌 보면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스스로 기획하여 제작한 창작물을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시장에 내놓은 것은 서울올림픽 이후의 바른손 연하장 프로젝트가 처음이 아닐까 싶다. 바른손은 당시 그래픽 아티스트로 지명도가 높았던 구동조, 김현, 조종현, 변추석 등과 같은 디자이너들에게 연하장 디자인을 의뢰해 연말연시 팬시 시장에 출시했고, 판매량에 따라 작가별로 정산해 인기 작가의 경우에는 제법 짭짤한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이후에도 간혹 캘린더, 티셔츠, 장식용 포스터 등 몇몇 아이템에서 유사한 시도가 있었지만 작년 한 해 동안 스킨 디자인, 미니 룸 관련 아이템 디자인, 글꼴 상품 등의 그래픽 디자인 상품으로 연간 매출 900억 원을 넘어선 싸이월드의 업적과 비교해 보면 디지털 시장의 위세를 실감케 된다. 
 전형적으로 종이산업에서 부담스러운 것은 재고 처리 문제이지만 디지털 환경에서는 재고나 이월상품이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의 컨텐츠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활용하는 OSMU(One Source Multi Use) 방식은 제작비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동일한 데이터를 여러 포털 사이트에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성이 탁월하다.

 정산의 신뢰성 역시 시스템 오류나 운영자의 의도적 조작을 배제할 경우, 포털 사이트 운영업체와 컨텐츠 제공자 간 불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인지(印紙)나 바코드와 같은 방법은 실시간으로 다운로드 현황이 공개되는 상황과 속도나 정확성 측면에서 비교의 대상이 못된다.
 일별, 주별, 월별로 매출에 근거한 상품의 인기순위가 공개되고, 각 CP들에게는 전산처리 된 상품별 다운로드 정보가 매일 발송되며, 공개된 인기순위는 상품구매자의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오히려 구체적 정보를 알 수 없었던 아날로그 방식이 인간적이었을 정도이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투명한 시장의 이면에는 경쟁심리가 작용하게 마련이다. 적절한 긴장감은 선의의 경쟁과 발전을 위한 활력소가 되기도 하지만 지나칠 경우엔 잘 팔리는 상품을 모방하여 대중적 인기에 편승하려는 조급함이나 성적이 좋았던 스스로의 디자인을 재탕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글꼴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디자인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덕목이 강조된다.
 그 첫째는 디자인을 본질적 가치로 삼는 이유로, 글꼴에 나타난 독창성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본문용 서체는 가독성이 우선된 후에 조형적 특징이 평가되지만 웹 폰트의 경우에는 지극히 사적인 용도로 활용되고 주 구매층의 연령도 어리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새로움이 중요시된다.
 가독성에 비중을 두고 구매를 결정하는 집단은 10대 중후반 이상의 연령층이 주를 이루고 장식성이 강조된 글꼴 상품은 10대 중반 이하의 나이 어린 여학생들이 선호한다. 비단 조형적인 특성만이 상품의 독창성을 높이는 것은 아니다.
 2,350자로 구성되는 완성형 폰트에는 ‘뷁’이나 ‘아헿헿’과 같은 글자가 포함되지 않지만, 신세대들이 자기들만의 감정전달을 위해 자주 사용하는 점에 착안해 몇몇 기형적 글자를 특수 기호형식으로 제공하는 아이디어 역시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기도 한다.

 두 번째 요인은 글꼴의 이름을 비롯한 상품의 디자인 컨셉트와 사용된 소재이다. 때로는 시기별 이슈가 중요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영화, 광고, 드라마, 가요 심지어는 개그 프로그램에서의 유행어까지 저작권보호의 범위 내에서 글꼴의 이름이나 주제가 되기도 한다.
 연예인들의 손글씨를 기반으로 제작된 스타폰트나 만화주인공의 이미지가 가미되어 디자인된 캐릭터폰트들이 꾸준한 인기를 얻는 이유도 순수한 글꼴의 기능보다는 내재된 부가가치를 중시하는 까닭이라 할 수 있다.

 세 번째로 판매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딩벳이미지(Dingbats)라 불리는 그림효과이다. 딩벳은 키보드의 특수문자를 선택하면 나타나는 그림으로서 글꼴이 제공하지 못하는 색다른 재미를 주어 구매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평가된다.
 싸이월드의 초창기 60개 상품 중에서 딩벳이미지를 서비스했던 상품은 ‘꼬맹이’와 ‘사과나무’를 비롯한 10개에 불과했지만 근래에 출시되는 모든 상품은 그림 서비스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글씨 외의 부분에서 지나친 경쟁을 제어하려는 싸이월드는 최대 딩벳이미지 개수를 3개로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게 되었으니 그림솜씨까지 겸비한 글꼴 디자이너가 필요한 것도 특기할만한 현상이다.

 


구조조정과 트렌드로 재편되는 웹 글꼴 시장

 
 필자가 글머리부터 지금까지 싸이월드를 거론하고 있는 것은 미니홈피라는 독특한 아이디어를 제시하여 스킨과 음원을 중심으로 유료 상품화의 수익구조를 성공적으로 완성한 독보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며, 결코 기술이나 서비스 방식이 탁월하거나 최초라는 이유에서가 아니다.

 각 사이트의 성격에 따라 글꼴 상품의 인기순위와 동향에 차이점이 있겠지만, 매출규모나 참여하는 CP들의 수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싸이월드 선물가게의 2005년 8월부터 2007년 7월 말까지 나타난 움직임을 정리해 보도록 한다.
 비록 지난 2007년 5월 18일자로 73개의 매출저조 상품들이 영구 퇴출되었으나 현재까지 출시되었던 글꼴 상품은 17개 브랜드에서 출시한 총 315개에 이르고 있으며, 지난 2년 동안의 웹 폰트 시장의 동향을 구분해 본다면 대략 3기로 나눌 수 있다.

 제1기는 2005년 8월 최초 서비스 개시일로부터 2005년 12월까지(출시 순으로는 60번 째 상품까지), 제2기는 2006년 1월부터 12월까지(출시 순으로는 61번째부터 190번째까지), 마지막 제3기는 2007년 1월부터 7월 말 현재(출시 순으로는 191번째부터 315번째까지)로 구별된다.
 단계별로 구분하는 기준은 디자인과 환경적 변화이다. 제1기에는 기존의 폰트 디자인업계 내에서 실적이나 지명도가 높은 전문회사를 중심으로 브랜드 샵이 구성되었으며, ‘산돌커뮤니케이션’, ‘윤디자인연구소’, ‘한양정보통신’, ‘폰트릭스’, ‘모리스디자인’, ‘활자공간’ 등의 6개 회사와 윤디자인연구소의 기획 브랜드인 ‘스타폭스’의 순으로 총 7개 브랜드가 초창기 웹 폰트 시장을 열게 되었다.

 이 시기에는 글꼴의 네이밍과 컨셉트 도출 방식이 전문가를 상대로 하였던 벡터형식의 아웃라인 서체와 그다지 큰 차이점을 보이질 않았다.
 예컨대 글꼴의 외관은 가독성과 조형성 순으로 개발되고 상품명 역시 무난한 발음과 뜻이 좋은 일상적 단어가 주를 이루어 글꼴명과 디자인 간의 연계성은 중시되지 않았다.

  제1기 상품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상품은 역시 서비스 개시 2년이 지난 현재에도 당당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종이학’이며, ‘웹광수’와 함께 누적 다운로드 수에서 단연 돋보이는 대표적인 손글씨 스타일 웹 폰트로 평가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비트맵 환경의 한계를 넘어 차별화된 상품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는 ‘하트’, ‘야옹이’, ‘방울이’ 등의 서체에서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글씨 외의 공간 또는 직접적으로 자소에 장식적 요소를 가미하는 기법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비중이 높아지게 된다.

 제2기는 오프라인 상에서 마이너급 또는 웹 폰트 시장의 활성화에 즈음하여 조직된 후발신생 글꼴업체들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한 때로서, 싸이월드 CP로 입점하는 것 자체가 이미 치열한 경쟁이었다.
 새롭게 진출된 브랜드는 ‘문자동맹’, ‘세일포트마’, ‘드리머’, ‘좋은글씨’, ‘솔트웍스’, ‘브레이스테크’ 순으로 총 13개 브랜드가 매월 1종씩의 상품을 출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2기의 특징은 매주 3~4개의 신상품이 출시되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차별화 방안이 강구되었으며, 2006년 한 해 동안 출시된 150종의 상품 중 무려 40% 이르는 글꼴에서 이미지와 장식적요소가 어우러진 디자인이 나타나게 된다.
 누적 상품 수 100종을 넘는 시기부터는 업체들 간의 조형성, 가독성 면에서의 특색이 사라지기 시작했으며, 대부분의 상품명에서 초기와 같은 추상적이거나 의미 위주의 단어를 차용하는 여유로운 네이밍은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상품명, 글꼴의 조형성 및 컨셉트 그리고 마지막 딩벳이미지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최대한의 연계성을 지니고 출시되며 청소년층에서의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개발이 이 시기의 특징이라 하겠다.

 제3기는 ‘디자인에쿼티’, ‘태시스템’, ‘티커뮤니케이션즈’ 등의 업체와 만화 주인공을 글꼴의 소재로 삼는 ‘엠폰트’까지 새로운 4개 브랜드가 추가되어 드디어 총 상품의 수가 200개를 넘어서는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200개가 넘는 상품들 간의 변별력과 각 업체별 디자인 수준차가 좁혀지다 보니 신상품 개발에 보다 감각적인 차별화 방안이 모색되기 시작한다. 그 중에서 가장 도드라진 것은 글꼴의 네이밍에서 보이며 정확한 표준어 표기보다는 귀엽고 명랑한 이미지 소구를 위해 의성어, 의태어, 신조어, 유포니(Euphony, 滑音調)의 응용이나
변조된 경음화현상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활음조란 본래 사전적 의미로서는 ‘듣기에 좋고 매끄러운 음질’이라는 뜻으로서 한 단어의 내부에서 또는 두 단어가 연속될 때에, 인접한 음소들 사이에 일어나는 모음조화나 자음동화, 모음충돌을 피하기 위한 매개 자음의 삽입 등으로 매끄러운 선율을 추구하는 현상이다.
 어린이 노랫말에서 많이 접할 수 있는 반복에 의한 리듬감 역시 글꼴의 명칭으로 애용되기 시작했으며 ‘두근두근’, ‘부끄부끄’, ‘미니미니’, ‘샤방샤방’, ‘아롱아롱’, ‘아장아장’, ‘사각사각’, ‘하니하니’, ‘반짝반짝’, ‘살랑살랑’ 등의 글꼴명은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이름들이며, 이러한 음성적으로 경쾌한 리듬감의 추구는 초기 글꼴상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특징이다.

 청소년층에서만 통용되는 은어나 신조어들이 이름으로 등장한 것은 이미 제2기부터였지만 3기에 들어서면서부터는 더욱 자극적인 된소리 경음을 활용한 명칭과 타 상품의 인기에 부응하려는 유사명칭 사례가 눈에 띠게 증가한다.
 ‘꼬꼬마’, ‘꼬마눈사람’, ‘꼬마츄리’, ‘꼬망새’, ‘꼬마숙녀’, ‘꼬마땡벌’, ‘꼬마배꼽’, ‘꼬마몽키’, ‘땅꼬마’, ‘꼬마동무’ 등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끊임없이 등장한 꼬마 시리즈와 ‘뽀또’, ‘쁘띠공주’, ‘쁘띠로즈’, ‘뾰로롱’, ‘넌내꼬야’, ‘까꿍앙큼’, ‘꼼꼼쟁이의 꿈’, ‘33한꿈’, ‘김떡순’에 이르기까지 3기에 출시된 127개 상품 중 41개(32%)가 아동에게 친숙한 발음과 유희적 단어를 글꼴의 명칭으로 사용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주요 타겟층의 취향을 짐작할 수 있다.

 급변해온 웹 폰트 시장을 싸이월드를 대상으로 언급하는 이유는 역시 매출규모에 있다. 네이버의 경우 작년에 웹 폰트 서비스를 무료화 했고, 세이클럽이나 다모임과 같은 싸이트의 매출은 싸이월드의 10%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2005년 이후 폭발적인 인기와 그에 따른 CP의 증가 등에 의해 급속도로 과열된 싸이월드 선물가게는 커다란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수요와 공급의 시장원리는 가상세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어 싸이월드는 상품과 CP관리에 적극성을 보이기 시작했고, 지난 5월 18일에는 당시 총 274개 글꼴상품 중에서 상반기 매출 실적 150만원 미만의 73종을 영구히 퇴출시켜 전체 상품의 개수를 201종으로 축소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기에 이른다.

 1999년 사업 개시 이후, 최단기간 내 1억 페이지 뷰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작년에는 사회공헌 특별상까지 수상한 사이버 커뮤니티의 선도자 싸이월드가 온라인에서의 가장 강력한 장점 중의 하나인 데이터의 축적을 스스로 버린 이유가 궁금하다.
 시스템 운영서버의 과부하를 해소한다는 것은 궁색한 변명으로 들리고 과다한 상품의 종류가 구매자의 의사결정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상품의 개수를 줄인다는 것 역시 설득력이 약하다.
 상품의 개수를 줄이는 것보다는 사용기간의 다각화, 상품가격의 차등과 같은 새로운 분류방식의 아이디어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었다고 생각된다. 실제로 2007년 1월 업그레이드된 싸이월드 2에는 ‘신상품순’, ‘인기순’, ‘가격순’ 보기의 세 가지 분류가 있었으나 ‘가격순’ 보기는 현재까지 전혀 기능하지 않는다.
 예견된 CP들 간의 과열경쟁은 시장경쟁원칙에 맡겨두고 싸이월드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공정한 원칙의 적용, 메인 서버 시스템의 관리, 합리적인 가격정책의 도입, 타 커뮤니티 사이트와의 경쟁력 강화 등을 모색하는 것이 퇴출이라는 극단의 조치보다 전문성이 있었을 것이다.

 CP 중의 하나이며 유니크한 글꼴을 한 가지라도 더 선보이고 싶은 욕심을 가진 디자이너로서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것은 제1기에 속했던 60종의 초창기 웹 폰트 중에서 무려 50%에 가까운 26종의 서체를 더 이상 싸이월드에서 접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7월 말 현재, 국내 최대 규모의 웹 폰트 시장인 싸이월드의 선물가게에는 17개 브랜드에서 출시한 242개의 글꼴 상품이 판매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적은 숫자이지만 네오위즈의 ‘세이클럽’에는 6개 메이저급 업체를 포함한 총 9개의 CP들로부터 공급된 224개의 상품이 운영되고 있다. 만일 싸이월드가 예고한 것처럼 올 중반기에 또 한 차례의 구조조정이 단행된다면 하반기부터는 규모가 작은 세이클럽이 훨씬 더 다양한 상품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CP들이 자사 타운홈피의 이벤트 운영이나 상품홍보를 목적으로 신상품 출시 시점에 자신들의 상품을 자체 구매하는 일은 상식적인 기초 마케팅 활동이지만, 지난 6월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일시적인 대량구매에 의한 인위적 순위 조정현상은 제2차 구조조정으로부터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CP 스스로의 필사적인 자구책으로 해석되어 안쓰러울 정도이다.

 필자의 웹 폰트 처녀작은 ‘졸려’라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이름의 서체였는데 퇴출 전날인 5월 17일에도 전국 어디에선가 두 사람이 다운로드 받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비록 인기몰이에는 실패했던 상품이지만 개인적으로 애정을 많이 담은 작품이었기에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영구퇴출에 대한 아쉬움이 크고 마지막 날 ‘졸려’를 구입한 두 사람이 고맙기 그지없다.
 관리운영자 싸이월드에게 선물가게는 단순히 상거래를 위한 공간일 수 있겠으나 필자와 같은 디자이너들에게는 자식과도 같은 작품들이 모여 있는 전시공간으로서의 가치 또한 못지않다. ‘옛 것과 새 것’, ‘내 것과 남의 것’이 공존함으로서 디자이너에게는 발전의 밑거름이 되고 분야에 대한 질적 평가의 기준이 된다고 믿기에 퇴출상품 73종에 대한 상실감을 감추기 어렵고 제2차 구조조정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우리만의 글꼴 소비문화, 그 원천과 한글

 
 포털 사이트에서 비상업적 목적으로 폰트를 구입하여 즐기는 문화가 존재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뿐이라고 믿는다.
 로만문자를 사용하는 서양인들은 실용주의가 강하기 때문에 읽고 쓰는 용도 이상을 글꼴에 기대하지 않는다. 서체에 투자한다면 반드시 투자 대비 수익을 계산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자신의 여가생활을 위해서 글꼴을 구입하는 행위를 이해시키는 일은 ‘한 많은 이 세상’을 영어로 번역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 생각한다.
 
 일본의 히라가나, 가타카나 등의 소리문자는 로만 알파벳과 같이 독립된 체계이기에 2,350자의 완성형 한글서체보다는 제작이 수월하지만 교육용 기본 한자 1,800자를 비롯한 상용한자 모두를 동일한 느낌의 디자인으로 완성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중국이 2,235자의 간체 도입으로 디지털 시대를 준비했다는 사실도 획의 유무가 가독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까닭에 우리와 같이 다양한 장식적 요소들의 첨가나 자소의 대치 등을 통한 유니크한 글꼴 디자인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작 근본적인 문제는 문자체계의 본질보다는 집단의 감성코드에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우리는 예로부터 정서적으로 매우 풍부한 감성을 지니고 있으며, 집단화 성향이 강한 일본보다는 독립적 개성을 중시하며, 개인적 성향이 강한 중국보다는 남을 의식하고 남과 어울리려는 면이 짙다.
 또한 ‘놀이’문화 역시 발달하여 중노동에 가까운 농사일조차 흥을 돋우어 즐기려는 모습은 타민족과 견줄 수 없는 우리만의 특성이라 하겠다. 일본과 중국의 특질을 조화롭게 섞어놓은 것처럼, ‘노동’에 ‘흥’을 가미한 것처럼, 글의 내용과 외관을 동시에 중시하는 것은 ‘詩.書,畵,刻’을 하나로 보았던 우리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문화적 유산의 영향일지도 모른다.
 또한 다른 나라가 지니지 못한 글꼴 소비문화의 원천은 역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한글의 구조와 조형적으로 간결하고 아름다운 자소기호 있다. 동그라미, 세모와 네모, 선과 점이 어우러져 시각적 리듬을 구현하고, 열악한 비트맵 환경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유치한 시도까지 너그럽게 포용해 주는 유연한 문자체계를 로만, 카나, 간자 등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일이다.

 글씨는 ‘文의 視覺化’라 보아야 하며, 글씨에는 쓰는 이의 생각과 감정이 담기게 된다. 화가 나거나 억울한 일을 당하여 연습장 한 구석에 씩씩거리며 쓴 글씨와 가슴 아린 그리움으로 빼곡히 채워진 일기장을 비교해 보면 필자의 의중을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도토리 10개를 투자해서 예쁘거나, 톡톡 튀거나, 엉뚱한 모양새의 폰트를 구입하는 것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그들이 친구들에게 보내려는 글의 내용이 그러할 수도 있고, 글을 쓰는 자신이 그렇게 보이길 원할 수도 있다. 그들은 문자를 읽거나 쓰는 기호 이상으로 생각하며 글꼴을 통해 또래들과 어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필자가 문자메시지가 만연하는 풍토를 우려하지 않는 것은 어릴 적부터 다양하고 독특한 문자구조를 접한 이들이 성년이 되는 미래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양과 질 모두가 지금보다 한층 발전된 한글문화의 성숙한 모습과 글꼴 산업에 관련된 디자이너들이 온 국민을 든든한 후원자로 하여 온라인뿐만 아닌 오프라인에서도 탄탄대로를 달리는 모습을 꿈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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