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글은 '읽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감(感)하고 동(動)하면서 글은 '느끼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 작자는 읽고 느끼고 품는 자라고 확신합니다. 한없이 따뜻하게!
- 김탁환 [천년습작] 중 -
『괴테와의 대화』를 쓴 요한 페터 에커만은 괴테를 천 번이 넘게 만났다고 합니다.
천 번이나 괴테를 만날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거룩함과 관련된 문제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봅니다.
한 걸음 한 걸음에 목숨을 거는 수도사처럼, 작가들은 어쩌면 한 문장 한 문장의 글을 통해 점점 그러한
거룩함으로 다가가는 것일 테니까요.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리심, 파리의 조선 궁녀』, 『방각본 살인 사건』, 『혜초』, 『불멸의 이순신』등 굵직한 장편을 연거푸
쏟아놓은 소설가 김탁환이 글쓰기에 대한 책을 내놓았습니다. 범상치 않은 글을 써온 작가이기에 그가
말해주는 글쓰기란 어떤 것일지 궁금한데요.
김탁환 소설가의 글쓰기 특강 『천년습작』은 기존의 글쓰기 책들처럼 글쓰기의 기술이나 실용적인
방법론을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세상을 바라보는 '따듯함'에 초첨을 맞추며, 글을 쓰는 이의
자세와 마음가짐을 얘기합니다.
어찌하면 작가가 될 수 있는지, 습작에 열심인 이들로부터 종종 질문을 받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아득해집니다. 아, 어쩌다가 나는 작가가 되었을까?
수많은 답이 가능하겠지만, 그중에서 저는 제가 읽은 책들이, 또 그 책들을 질투하며 베껴 쓴
시간들이 저를 작가로 만들어버리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지금부터 제가 들려드리는 이야기는 결코 정답이 아닙니다. 누구나 저마다의 방식으로 글을 쓰고
이야기를 만들지요. 하지만 적어도 진심을 가지고 글쓰기에 몰두한 이들을 엿보는 일은 또 때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순간은, 초발심을 잃지 않고 열정을 지닌 채 습작에 매진하는 나날에 작지만 흔들림 없는 깃발이 될 수는 있으리라고 봅니다.
―본문 중에서
『천년습작』에서 글쓰기를 '테크닉'으로 취급하는 것을 거부합니다. 이런저런 테크닉을 익히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실용서들은 어떠한 깨달음을 주지 못하죠. 시점, 구조, 주제, 인물을 만드는 법만 따로
모아놓은 스토리텔링 교재도 마찬가지구요.
그리고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디지털 기술로 글쓰기와 이야기 만들기를 해결하려는 시도입니다.
그것들은 단지 삶의 중요한 문제를 다루는 '척' 할 뿐이라는 거죠.
이 책에는 테크닉이나 디지털 기초를 둔 스토리텔링 신기술이 없습니다. 대신 '따뜻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잔재주보다는 마음이 중요하다'라고 지적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백년학생(百年學生)’이며, 글쓰기에 뜻을 둔 이라면
‘천년습작(千年習作)’을 각오해야 한다.”
작가는 글쓰기와 이야기 만들기의 핵심은 그럴 듯한 흉내가 아니라 진심이며, 삶을 관통하는 일관된
자세를 확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작가가 영감 받았던 작품에서 고르고 고른 주옥같은 문장을 자세히 음미해보면, 글쓰기에 대한 시각이
조금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바로 인생인데요.
누구나 저마다의 방식으로 글을 쓰고 이야기를 만들가지만 여기에는 결코 정답이 없습니다.
단순한 창작방법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삶 전체를 살피면서 매혹에 돌입하기 위한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것, 그래서 자신의 삶을 관조하는 눈이 필요하다는데요.
편견없이 내 앞에 놓인 문장을 하나 하나 음미할 여유, 그리고 지속적인 관심으로 따뜻하게 품어나가는
것이 필수 요소라고 합니다. 그리고 따듯함을 지니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열린 마음이라고 작가는
전합니다.
이 책이,
글쓰기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사람에게 따뜻한 안내자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윤디자인연구소 온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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