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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이 있는 작품

우리 노랫말이 선사하는 가슴시린 아름다움 그 두번째 - 재주소년


지난번 ‘우리 노랫말이 선사하는 가슴시린 아름다움 - 이소라’편에 이어,
오늘은 우리말로만 쓰여진 아름다운 노랫말을 선사하는 또다른 뮤지션을 소개할까 합니다. 

2002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한 박경환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친구였던 유상봉과 함께 데모테이프를 만들게 됩니다. 이것이 당시 ‘문라이즈’ 레이블 대표였던 ‘델리스파이스’의 김민규의 눈에 들게 되고, 그들이 어린시절부터 작사/작곡해 온 노래들을 모아 만든 앨범이 바로 ‘재주소년’의 1집
‘才洲小年’입니다. 
‘재주’, ‘재능’을 뜻하는 ‘才’와, 자신들이 다니던 제주대학교의 ‘洲’ 자를 합쳐 만든 이름인 재주소년.
이름에 담긴 언어유희가 참 재미있어요. 


셀프타이틀 데뷔 앨범으로 ‘어떤날’의 환생이라는 말을 들으며 평단과 팬들의 호평을 받은 이들은 2집 ‘Peace’와 3집 ‘꿈의 일부’를 발표하며 조용하지만 왕성한 활동을 보입니다. 2006년, 유상봉과 박경환이 차례로 군 입대를 하면서 2년간의 공백기를 가지지만, 군 전역 후 미니앨범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를 발표하며 다시 음악활동을 재개하게 됩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노래는 재주소년의 3집 ‘꿈의 일부’에 있는 <군대송>입니다. 먼저 가사를 한 번 감상해 볼까요?


언제나처럼 걸려온 너의 전화벨 소리 
난 받지 못하고 어두운 하늘을 바라볼 뿐

내일이면 낯설은 아침을 맞이해야하나
아무도 없는 깊은 숲으로 들어가고 싶어
나를 찾을 수 없게

두 번의 겨울동안 두 번의 여름동안
내가 변하지 않길 너도 날 기억하길
나를 기억하길 2년이란 시간동안
그 긴 시간동안

인트로의 마칭밴드 드럼 소리가 굉장히 유머러스하다고 생각한건 잠시,
곧 이노래를 듣고는 마음이 숙연해졌습니다. 제가 군 복무를 마친 남자라서 그럴까요?
’꿈의 일부’가 재주소년 두 명, 유상봉과 박경환의 군 입대를 앞두고 쓰여졌다는 것을 생각하니
더 마음이 아려왔어요.  

<입영열차 안에서>나 <훈련소로 가는 길> 처럼 노래 제목은 직접적입니다.
하지만, 노래 가사는 군 입대를 앞둔 한 청년이 여자친구에게,
아니 세상에게 자신의 심정을 고백하는 심정을 멋지게 에둘러 표현하고 있습니다. 

“두 번의 겨울동안, 두 번의 여름동안”

군 복무기간을 이것보다 더 잘 나타낸 문장이 어디 있을까요? 계절이 변하고 시간이 흘러도 내 여자친구가, 나아가서 자신이 누리던 세상이 자신을 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군 생활이 끝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이 노래에는 절절히 흐르고 있습니다. 

비록 '이등병의 편지'처럼 유명세를 타지는 않았지만, 군 입대를 앞둔 친구들에게 <군대송>을 한 번 들려주며 찬 소주 한 잔 하세요. 부족하겠지만 얼마간의 위로라도 받을 수 있을테니까요.
누군가가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 커다란 힘이 되는 일이거든요. 


온한글 블로그 기자단 2기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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