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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새로운 시선

한자어가 고품격 단어는 아닌거잖아요?


‘한자문화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중국의 문자인 한자와, 고전어 한문을 받아들여 자국어에 고전 중국어의 어휘를 대량으로 받아들인 동아시아 지역을 일컫는 말이죠. 

Ariaski @ www.flickr.com


한국이나 일본은 당연한거고, 대만이나 일본, 넓게는 베트남이나 싱가포르까지 포함하고 있는 한자문화권... 이러한 한자가 우리 나라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한나라의 4군이 설치된 기원전 2세기 경으로, 이때는 이미 한자 문화가 한반도에 많이 전해졌다고 합니다. 중세 한국어에서도 당시의 구어 중국어가 많이 전해졌다고 해요. 예를들어 ‘이런 개차반!!’ 할때의 ‘차반’은 ‘茶飯’으로, ‘(좋은)음식’을 나타낼 때 쓰는 말이었다고 해요. 

현재 한글학회가 편찬한’큰사전’에 따르면, 우리 나라 어휘 중 16만 4천 125개 중 한자어는 8만 5천 527개로 약 52%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해요. 다른 한 편으로, 일제시대에 들어온 일본계 한자까지 포함할 경우 전체 어휘의 70%가 한자어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어요. 

일단, 중국의 지배 하에 있거나 입김을 받았던 우리나라나 베트남 등에는 나름 아픈 추억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는 나름의 장점이 있습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쓰고 있어도 어느 정도의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거죠. 서로 다른 말을 쓰고 있지만, 한자를 이용한 필담을 통해 중국이나 일본등을 여행할 때는 어느 정도 기본적인 생활 회화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되려 이 한자어 때문에 의사소통이 힘든 경우도 있습니다. 일단, 우리 나라에서는 한자어가 ‘교양있는 말’이라는 성격이 강합니다. 특히 학술적인 용어나 추상적인 개념, 공식적인 용어는 한자어를 사용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러한 것으로 ‘교양있는 사람들은 한자어를 많이 쓴다’는 비뚤어진 결론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텐데요. 실제로도 쉽게 한글로 표현할 수 있는 걸 알아듣기도 힘든 한자어로 표현하는 예를 자주 봅니다. 


‘사람이나 음식물에 분사하지 마십시오’라고 굳이 한자어를 쓸 필요가 없어보이는데도, 제품의 공식적인 주의사항이라고 굳이 저렇게 쓴 모양입니다. 


‘아리수 음용률 향상 아이디어 공모전’ 카피라이터의 아이디어 부재는 일단 제껴두고, ‘음용률’, ‘향상’이라는 한자어가 괜히 문장을 어렵게 만듭니다. 사진은 없지만, 가끔 지하철이나 공공기관에 물을 마실 수 있는 시설을 보면 ‘음료취수대’라고 붙여있는 경우가 보이는데... 그것도 좀 웃깁니다. ‘물마시는 곳’이라고 붙여놓는다고 그 물의 ‘격’이 떨어지지는 않으니까요. 

출처: http://kr.blog.yahoo.com/dr_kaljaby/1587


이러한 말을, 그냥 한글로 편하게 표시하면 안되는걸까요? 비약인지는 몰라도, 약간 이런 생각도 듭니다. 옛날에 ‘양반’이라는 사람들이 ‘한글은 격이 떨어진다’며 ‘언문’으로 낮춰 부르고 ‘상것들이 쓰는 문자’로 취급했던 일이 있었잖아요. 지금 한글도 마찬가지 취급을 받는 게 아닐까요? 

공문서 같은 곳에 쓰인 한자어는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말에도 한자어를 조금씩이라도 줄여보는 연습을 했으면 좋겠어요. 기업들이 국민 상대로 발표하는 보도자료나, 연설문도 그렇고... 대국민 담화문 같은 것도 그렇고요. 설마 저희가 모호하게 알아듣길 바라시는 건 아니겠죠?


*이 포스트는 어떤 학술적인 논지나, 근거 같은 것을 포함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제가 주장하는 내용이 ‘당연히’ 틀리거나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많은 의견들 댓글로 나눠주시면 좋겠어요. 
온한글 블로그 기자단 2기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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