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월요일은 66돌을 맞이하는 ‘광복절’입니다. 현재 1945년 8월 15일을 겪은 전후 세대들은 지금 초등학생들을 기준으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되셨겠죠. 50년이 넘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우리에게 광복절의 의미는 많이 퇴색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올 광복절은 월요일이 되었네요. 국정 공휴일이다 보니 올해처럼 주말과 연달아 붙어 있으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더욱 신이 나지요. 그날이 국경일이 된 이유보다는 ‘빨간 날’이라는 이유 자체가 즐거운 것이죠. 따라서 15일을 전후로 여름휴가의 ‘극성수기’를 매김하곤 합니다.
지난봄, 쓰나미로 해안 지역 일부가 초토화되었던 일본을 도우려 마음을 모았던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기억하실 겁니다. 하지만 무자비했던 일본 식민지 시대를 겪은 세대 중 일부는 우리가 일본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 것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봤었죠.
위 : 독립기념관 전경 / 아래 :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전경아무튼, 일본어부터 문화, 풍습, 교육 방식에 이르기까지…. 가까운 나라 일본은 우리에게 꽤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지금은 돌아가신 저희 할머니도 문화 말살정책 때문인지 일본어는 무척 잘하셨거든요.
최근, 국민 모두가 각종 언론을 통해서 연일 보도되는 일본의 독도 관련 소식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에, 그들이 만들어낸 이상한 ‘축약어’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음을 새삼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디지털카메라’를 ‘데지카메’를 비롯하여 신조어까지 우리는 거리낌 없이 받아들였습니다.
외국어를 축약하는 데 일본이 으뜸입니다. 발음을 자신들에게 편하게 잘라버리곤 하죠. 그래서 편의점이란 뜻의 '콤비니'는 영어 'convenient store'를 줄일 것이고요. 빌딩은 ‘비루’라고 하네요. 그들은 ‘딩’이라는 발음은 아예 삭제했습니다.
‘비루’는 종종 맥주를 뜻하는 ‘비루’와 헷갈리기도 한답니다. 그리고 ‘바이트’는 노동을 뜻하는 독일어 ‘아르바이트(Arbeit)’를 줄인 거고요. 이것은 우리가 더 간명합니다. 바로 ‘알바’로 말입니다.
‘리스트라 경기’란 과감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어난 호경기를 뜻한답니다. '리스트라'란 인력, 설비, 재무의 불필요한 잉여 부분을 잘라내는 구조조정(restructuring)의 일본식 축약어고요. 일본은 2002년 2월부터 ‘리스트라’로 호경기를 맞이했다고 하네요.
일본 영화나 만화에 자주 등장하는 ‘로리콘’이란 단어도 익숙합니다. 이는 ‘롤리타 콤플렉스’ 즉, '미성숙한 소녀에게 정서적 동경이나 성적 집착을 하는 현상'을 말하죠. 이 단어의 일본식 축약어가 바로 ‘로리콘’입니다.
다만, 일본 문화에 정통한 이들에 따르면, ‘로리콘’이라는 말은 영어가 아니라 일본어가 아닌가 생각될 정도랍니다. ‘롤리타 콤플렉스’는 현상에 대해 설명하는 단어임에 반해, 일본에서는 그런 상태의 환자까지 포함해서 부르는 용어라니까요.
요즘 일본에서는 업무 스트레스에 따른 우울병과 자살을 산재로 인정한 사례가 2007년 268명으로 집계되는 등 해마다 증가 추세라네요. 더욱이, 직장 내 힘 있는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폭언을 일삼거나 인격을 침해하는 이른바 ‘파워하라’가 심각한 사회 문제화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 정부도 그에 따른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를 산재로 인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답니다. 여기서 ‘파워하라’란 ‘힘’(power)과 ‘괴롭히기’(harassment)를 조합해 만든 일본식 축약어이고요. 그들에게도 안 좋게 인식되는 문화를 굳이 배울 필요는 없겠죠. 우리에게도 심각한 사회 문제인 ‘왕따’의 원조도 ‘이지메’라는 걸 모르는 이가 없는 것처럼 말이지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에어컨’을 틀은 장소가 절실할 때죠. 에어컨, 즉, ‘air conditioner’도 일본에서 유래한 축약어란 사실은 다들 잘 아실 겁니다. 일본어 사전에도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네요.
エアコン
[명사]
1. 에어컨.
2. 「エアコンディショナㅡ」의 준말.
3. 「エアコンディション」 「エアコンディショニング」의 준말.
다른 검색결과 보기 : 단어(4) | 예문(12)
이 외에, ‘와리바시’는 나무젓가락이죠. 곁들이 음식을 뜻하는 ‘스끼다시’도 너무 익숙하고요. ‘바께쓰’는 영어로 ‘basket’을 일본식으로 표현한 것을 무심코 쓰고 있습니다. ‘양동이’란 우리말이 있는데도 말입니다.
요즘 젊은 층 사이에 유행하는 말 중 '간지난다'란 말이 있죠. 이는 '감정(感情)'의 일본식 발음인데 조금 이상하게 변형되었습니다. ‘간지’란 느낌, 분위기 등의 뜻을 지닌 일본어 발음인데 반해 우리는 '스타일이 좋다, 느낌이 좋다'라는 의미의 속어로 쓰고 있어요. 인터넷에서 ‘간지’란 단어를 한 번 쳐보면, 수 많은 종류의 의류 쇼핑몰 정보가 검색됩니다.
‘간지’란 뜻과 단어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하다면, 우리말로 순화시켜서 '간지다'는 표현으로 쓰는 건 어떨까요? ‘간지다’란 '간드러진 멋이 있다'라는 뜻의 순우리말로, 원형 그대로 '간지다', 또는 '간지게 보인다', '간진 맛이 있다' 등으로 활용 가능합니다.
간-지다
〔-지어[-어/-여](-져[저]), -지니〕
「형용사」
「1」붙은 데가 가늘고 약하여 곧 끊어질 듯하다.
「2」간드러진 멋이 있다.
그동안 알고도 지나쳤거나, 정말 모르고 사용했든 간에,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일본식 축약어를 되새겨보고 될 수 있음 우리말로 순화해서 사용했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에 나열한 단어는 일부에 불과할 겁니다. 이들을 우리말로 순화하여 보급하는 일은 언론사들을 포함하여 개개인 모두가 꾸준히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사료됩니다.
[참고문헌 및 사진]
중앙일보 [분수대], 2011년 7월 6일자
네이트 용어사전 /terms.nate.com/dicsearch/view.html?i=1021483
경향닷컴 /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10191158491&code=970207
네이버영어사전 /endic.naver.com/enkrEntry.nhn?
네이버일어사전 /jpdic.naver.com/entry_jpkr.nhn?entryId=8800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stdweb2.korean.go.kr/search/List_dic.jsp
독립기념관 /www.i815.or.kr/html/kr/#total
서대문형무소역사관 / www.sscmc.or.kr/culture2
http://cafe.naver.com/nextrealm.cafe?iframe_url=/ArticleRead.nhn%3Farticleid=22166&
온한글 블로그기자단 3기 배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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