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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한글 책꽂이

지금 제대로 쓰고 있습니까? – 조선의 글쟁이들


이번에 소개해드릴 책은 ‘한글’ 보다는 좀 더 포괄적인 주제의 책입니다.
바로 ‘조선의 글쟁이들’이라는 책으로,
조선시대 대표적인 선비 14명이 가지고 있는 글쓰기 사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칼보다는 ‘펜(붓)’이 강했던 시대로, 선비들의 위세가 하늘을 찌를 듯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고민이 있었고,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인 글을 통해 자신의 세계,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대한 사랑과 안타까움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그들은 자신만의 향기를 담은 글을 쓰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으며,
조선과 자신만의 독창성을 찾기 위해 글을 통해 고민했습니다.

‘조선의 글쟁이들’은 조선시대 14명의 선비-글쟁이-들의 글쓰기  노하우와 철학,
그리고 그들에 대한 현대적 해석을 담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14명이 고유의 개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 글쓰기를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를 개선하기 위한 차원으로 바라보았으며, 그렇기 때문에 글 속에 깊은 사유와 시대정신,
그리고 민중을 향한 마음을 가득 담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다산은 미사어구를 늘어놓음으로써 좋은 글이 되는 것이 아니라
   
글 쓰는 사람의 부단한 노력을 통해 글의 참뜻이 절로 우러나야 참된 글이라고 했다.
   
그 노력은 마음을 닦고, 역사서와 고금의 저서들을 통해 지식을 체득하는 것을 말한다고 했다”
   
(51p, 다산 정약용)

이 문구를 통해 최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온라인 환경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대표적인 SNS 서비스인 블로그에 대해서요.

파워블로거가 되기 위해 소위 낚시성의 제목을 사용하고 다소 선정적인 내용의 포스트를
게재하는 행동을 더러 보게 되는데요, 정약용 선생님께서는
이러한 상황에 일침을 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 예를 들어볼까요?

  
  “글속에서 그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과격하고 불 같은 성정은 사라지고 정한과 탄식, 그리고 눈물, 체념, 안타까움, 외로움,
  
쓸쓸함, 원망 등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는 최소한 글을 쓰는 동안에는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간 듯 하다” (p234, 송강 정철)
 


꽤 익숙한 냄새가 나는 글인데요, 네 맞습니다.
바로 인터넷 환경의 익명성을 그대로 보고 있는 듯 하지 않으세요?
일전에 ‘음란서생’이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젊잖은 선비가 밤만 되면 이름을 휘날리는 ‘음란 작가’가 된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음란서생이나, 정철 선생님이나 그리고 우리나 글을 통해
내면 깊은 곳에 감추어진 본성을 발현하고 있다는 점은 여전한 듯 합니다.

물론 인터넷 환경에서 익명성의 부정적 측면이 많이 강조되었지만 말이죠.
옛날과 글 쓰는 환경의 차이가 매우 크다고는 하지만,
그 근본적인 고민, 사상은 여전하다는 생각을 이 책을 통해 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글을 쓰고 계신가요?
‘조선의 글쟁이들’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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