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 와리바시와 닥꽝이란 단어를 스스럼 없이 사용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일제 강점기를 거쳐 생활에 스며든 일본어를 비판없이 사용하던 어느날 일본어를 우리말로 바꿔 사용하자는 움직임이 생겨났습니다.
'와리바시'는 '소독저'로, '닥꽝'은 '단무지'로, '사라'는 '접시'로 많은 일본말들이 부르기 좋은 우리말로 다음어 졌습니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인 부분과는 별개로 명확치 않은 근거로 일본어라는 낙인을 찍어 고유의 우리말을 없애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논란의 중심에 닭도리탕이 있습니다.
닭도리탕이 닭 + 도리 + 탕의 조합으로 우리말과 일본어 도리(새 혹은 닭이라는 뜻의 일본어)의 조합이라는 주장입니다. 모두 번역하면 닭닭탕 혹은 닭새탕이 되어 의미조차도 중복되는 일본어의 합성어로 닭볶음탕으로 부르자는 이야기는 나름 설득력을 얻어 현재는 닭볶음탕도 꽤 많이 사용하고 있지요.
하지만 이 주장은 근거도 희박할 뿐더러 두번 중복되는 일본식 합성어의 유래가 없다는 점을 살펴봐도 여러모로 이상합니다. 그러면 왜 이런 근거가 희박한 주장이 힘을 받는 것 일까요?
왜색 논란 21세기 대한민국의 주홍글씨
'왜색 논란'이란 단어는 참 광범위하게 사용됩니다. 과거 1998년 10월 20일 일본문화 1차 개방이 있기 전까지 모든 일본 문화가 불법이었던 시절엔 '왜색'은 일본 문화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차차 일본 문화 개방이 진행되어 2004년 1월 사실상 일본 문화는 전면 개방 됐습니다. 일본 문화의 완전 개방으로 '왜색'의 의미를 한번 정리할 필요가 있었으나 그 시기를 놓치고 현재까지 왜색은 일본풍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됩니다.
과연 닭도리탕은 한국어일까?
닭도리탕이 한국어라는 주장을 하는 부류에서는 도리다(도려내다)의 파생어로 닭을 도려낸(조각낸)탕이라는 의미라는 주장과 윗도리 아랫도리 처럼 부분을 나타내는 접미사의 조합이라는 두가지 주장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두가지 모두 모두가 납득할 만큼 명쾌한 주장은 아닙니다만 두가지 다 가능할 법한 이야기 입니다.
옛 한글이 포함되어 부득이하게 이미지로 첨부합니다. 출처: http://krdic.daum.net/dickr/contents.do?offset=Y000108700&query1=Y000108700#Y000108700
그럼 '확실히 한국어가 맞느냐?' 라고 묻는다면 확답을 드리긴 어렵습니다. 일제 강점기 이전에 닭도리탕이란 단어를 사용했다는 역사적 사료나 닭도리탕을 만든 요리인의 증언같은 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죠. 하여 이 문제는 꽤 오랜기간 논쟁이 계속될 것 같습니다.
판단은 개인의 몫
일제의 잔재와 일본 문화는 분명히 구분해야 합니다.
욱일승천기나 가미가제, 제로센(2차 대전당시 일본군의 전폭기)같은 일제의 잔재는 철저히 비판하고 배척해야 할 문제입니다.
그러나 고유의 일본문화나 우리말로 바꿔 부를 단어가 마땅치 않은 단어까지 왜색논란의 낙인을 찍어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내는 것은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과연 그것이 효율적인 일인지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오랫동안 사용해왔고 많은 사람들이 널리 쓰고 있으며 순수한 우리말일지 모르는 단어를 없애고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것은 자칫 또 하나의 문화 말살 정책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덧글
뜬금없지만 저는 자장면보다는 짜장면이 좋습니다. :)
덧글2
예전 이정민님의 포스트를 보다가 웃자고 올리는 이야기
http://krdic.daum.net/dickr/search.do?q=%EA%B0%84%EC%A7%80%EB%8B%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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