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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새로운 시선

'간지’나게 피트한 ‘초절정’ 유행의상,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동대문 의류상가를 찾은 젊은이들의 대화입니다. 

"**야, 이거 봐봐. 이 니트랑 면바지랑 피트가 괜찮아?"

"음, 내가 보기에는 아래위 색상이 매치가 안돼서 간지가 안나."

"그럼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음, 그거는 좀 어두운 필링이 나는데?"

"아, 자식... 끝까지 시비네! 내가 뭘입든, 관계 없짆아!"

좀 이상하시죠? 친구 둘이 나누는 이야기들이 이상하게 약간 거슬리죠? 이 대화의 문제점, 몇 가지나 발견하셨나요? 이들이 나누는 대화는 소위 '왜색'이 난무합니다. 
첫번째, '피트(fit)' '(모양・크기가 어떤 사람・사물에) 맞다'라는 영어 단어입니다. 일본에서는 외래어를 가타카나로 표현해 자국어처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손수건을 뜻하는 '헹카치프(ハンカチ―フ)''handkerchief'라는 영어 단어를 빌려다 쓴 것이죠. '피트'라는 말도 일본 패션지에서 옷이 몸에 잘 맞고 어울린다는 뜻으로 많이 쓰이는 '저스트 피또(ジャスト・フィット)'라는 말에서 빌려온 것입니다. 그냥, '이 옷, 나랑 잘 맞냐?'라고 표현하면 될 것 같은데 말이죠.


'야~ 너 간지난다!'라고 아이들이 많이들 그러죠? 이것 역시, 왜색이 짙은 말입니다. '간지'는 일본말로 '느낌이 좋다는 '感じ'에서 온 말입니다. 언제부턴가, 여기저기서 '간지난다'는 말을 쓰게 됐는데요. 이상하죠? 굳이 좋은 우리말 놔두고 굳이 일본어를 가져다 쓸까요? '폼 난다' 정도의 말로 쓰면 되겠죠?

'어두운 필링'이라는 말도 좀 거슬리시죠? 일본어가 어휘가 풍부하지 않다 보니 외국어 단어를 많이 사용합니다. 그러다 보니 일본어 노래 가사도 군데군데 영어를 많이 섞어쓰기도 하죠. 어느 순간 한국에도 그런 풍토가 들어와서인지 한국 노래까지 영어+한국어 판이 되어버린 것이 참 안타깝네요. 그냥 '분위기가 좀 어둡다'정도로 쓰면 될껄 굳이 영어를 섞어쓸 필요가 있을까요?

마지막 문제는 뭘까요? '関係ねえ'라는 말. 일본말 그대로 하면 바로, '관계없다'는 뜻입니다. 한국어로야 이렇지만, 일본에서는 실제로 '상관마'라는 뜻으로 '내가 하는일이 뭐가 됐건 관계 없잖아!' 하면 실제로는 '내가 하는 일에 상관마'라는 뜻이 됩니다. 딱히 일본어 단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되도록이면 쓰시지 않는 게 좋습니다.

'세계화 시대'라고 합니다. 나라와 나라가 온오프라인으로 서로 통하고 세계의 문화들이 뒤섞이는 시대. 하지만, 우리가 다른 나라 사람들과도 아니고 우리끼리 통하는데 굳이 남의나라 말을, 그것도 정확한 표현도 아닌데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요? 
국적불명의 수식어보다는, 우리말을 정확히 사용하는게 더욱 더 아름다운 법입니다. 기모노를 입은 한국사람보다 우리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한국사람이 더욱 잘 어울리는 것 처럼요. 

온한글 블로그 기자단 2기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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