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블랙홀>이라는 영화 보신 적 있나요? 자기중심적이고 시니컬한 기상 통보관 빌 머레이가 어떤 마을에 취재를 가서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고 좋은 시간을 보낸 후, 잠자리에 드는데, 눈을 뜨면 또다시 전날 아침입니다.
좋아하는 여자를 연인으로 만들려고 진도 한번 나가 보려는데... 계속 그 전날 아침을 새로 시작하는 당황스러움과 이를 헤쳐나가는 빌 머레이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백미인 <사랑의 블랙홀>. 이 영화의 원제는 바로 <Groundhog Day>입니다. 도대체 왜 그걸 <사랑의 블랙홀>로 번역한 것일까요?
우리 말로 번역하면 ‘성촉절’인 ‘Groundhog Day’는 미국 북부지역에서 100여년전부터 시작된 날이라고 합니다. 2월 2일이 되면 다람쥐과에 속하는 ‘Groundhog’가 겨울잠을 자던 동굴로부터 고개를 잠깐 내밀어 겨울이 끝났는지 간을 본다는 날이죠. 아, 이제 이유를 알겠어요. <Groundhog Day>라고 아무리 떠들어봐야 한국 사람들은 그게 뭔지 모르잖아요. 근데 사실, <사랑의 블랙홀>이라는 제목도 와닿지 않기는 마찬가지네요. ^^
상황에 따른 영화 제목의 의역, 이런 일이 사실 꽤 많이 있습니다. 사실,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처럼, 원제를 그대로 번역해서 강렬한 이미지를 줄 수도 있죠. 그러나 다른 나라의 언어인 만큼, 원작의 뉘앙스를 100% 전달할 수는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또 빌 머레이 얘기를 하게 되네요. 빌 머레이와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영화 <Lost In Tralslation>. 벌써, ‘아~’하고 정답을 말하시려는 분들은 잠시 조용해 주시고... 과연 한국에서 이 영화는 어떤 제목으로 개봉했을까요? 정답은...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입니다. 원제를 그대로 번역하면 <통역에서 길을 잃다>같은 요상한 문장이 탄생하는데, ‘도쿄’로 대표되는 동양의 도시에 대한 서양 사람들의 이질감을 표현한 이 영화를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로 번역한 건 어찌 보면 꽤 적절한 게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꼭 이렇게 멋지게 번역한 제목만 있는 것은 아니죠.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같은 영화. 왠지 굉장히 지저분한 내용일 것 같은 이 영화의 원제는 <嫌われ松子の一生>입니다. 직역하면, ‘미움받은 마츠코의 일생’ 정도라고 하는데... 심지어 영어 제목은 <Memories of Matsuko>, 직역하면 ‘마츠코의 추억’ 정도가 되겠네요. 노이즈 마케팅인건가요? ^^
이러한 결과는 사실, 영화사에서 여러분들에게 원작 제목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중 하나일 것입니다. 하지만, 아닌건 아닌거죠. 여러분들도 앞으로 외화를 보실때는, 원제와 의미를 꼭 한번 확인해 보세요. 영화를 보다 더 깊게 이해하는 새로운 길이 열릴 수도 있으니까요.
온한글 블로그 기자단 2기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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